35.
“아……”
한참이나 서류를 보던 차현은 뻐근한 어깨를 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상태로 얼마나 앉아 있던 건지.
손목으로 시선을 내려 시계를 확인하자 벌써 시간이 제법 흘러 있었다.
똑똑.
“네.”
갑자기 들려온 노크 소리에 차현이 답을 하며 문 쪽을 응시했다.
비서가 조심히 들어와 그의 앞에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내려놓았다.
“좀 쉬어 가면서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잘 마실게요.”
곧장 나갈 거라는 예상과 달리, 이 비서는 그 자리에 서서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눈치였다.
차현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토요일인데, 이만 퇴근해요.”
퇴근 시간까진 아직 한 시간쯤 남은 상태였다. 그의 말에 예진이 손사래를 치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뇨. 아직 퇴근하려면 시간 남았는데요.”
“그럼 해요, 할 말.”
“네?”
“할 말 있는 얼굴이잖아.”
정확하게 짚어낸 차현 때문에 예진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참 보기만 해도 근사한 사람이었다. 외모는 물론 능력 또한 탁월했다.
게다가 저런 매너까지.
쟁반을 앞으로 끌어안으며 예진이 겨우 입을 열었다.
“사실 지금 접견실에…….”
“누가 와 있습니까.”
“네.”
“누군데.”
“어, 음…… 약혼자…… 분께서. 사모님이라고 해야 할까요.”
예진의 입술로 흐른 의외의 인물에 차현의 얼굴에 황당한 기색이 번졌다.
“언제부터 와 있었습니까.”
“세 시간 정도 되신 것 같습니다.”
“세 시간이나?”
“네. 말하지 말라고 하셔서 그냥 가만히 있으려고 했는데……그러다가는 부사장님 정말 밤까지 일하실 것 같아서요.”
차현이 곧장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는 조금 더 유해진 얼굴로 고개를 까딱이며 입을 열었다.
“퇴근해도 좋으니, 이만 들어가 봐요. 고마워요.”
“아닙, 니다.”
그가 빙긋 미소를 그리며 먼저 집무실을 나섰다.
예진은 그의 뒤에서 부러운 눈빛으로 그가 나간 자리를 바라보았다.
△ ▼ △
“참…….”
어이가 없어서.
접견실에 들어가자 소파에 기댄 채 자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왜 불편하게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건지.
‘많이 바빠?’
‘얼마나 남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