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사납게 구겨진 그의 미간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를 만나고 이렇게 날이 선 모습은 처음인 듯했다.
아니, 차현과 오래전부터 봐 왔지만 이렇게까지 화가 난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런 그의 태도에 재희 역시 무척 당황했다.
“왜 이렇게까지 화를 내? 아무 사이 아니라잖아.”
“아무 사이 아니면, 말 못 할 이유 없잖아.”
유찬의 고백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차마 그에게 말할 수 없던.
하지만 정말 아무 사이가 아니기도 했고 곧 결혼 발표도 나는 마당에 굳이 말을 꺼내기도 민망한 일이었다.
“알아서 할게.”
“은재희.”
“여기서 이러지 말고 가. 사람들이 보잖아.”
이미 곁을 지나간 사람들이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둘을 훑어내렸다.
정말.
재희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숨을 골랐다.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차현과 주차장에서 이런 꼴이라니.
어떤 소문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차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녀의 손을 잡고 차로 향했다.
△ ▼ △
샌드위치 두 개, 주스 한 병. 그리고 작은 쪽지 한 개.
안에 뭐가 있는지 보고 싶지도 궁금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굳이 꺼내 보라는 차현 때문에 재희는 어쩔 수 없이 내용물들을 꺼내야 했다.
“읽어.”
“누가 보면 내가 바람이라도 피운 상황인 줄 알겠어?”
갑자기 기분이 좀 언짢아졌다.
왜 이렇게까지 채근하면서 티를 내는 건지.
잘 접힌 쪽지를 쥔 채 재희가 눈을 치켜떴다.
“왜, 찔리기라도 해?”
“이차현 씨.”
“그런 거 아니면 읽으라고.”
“혹시 질투해?”
“응.”
곧장 답하는 그의 모습에 재희의 입술이 작게 벌어졌다.
이차현이 질투라니.
연애할 때도 질투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이 차현이었다.
그의 곁에 다가오는 여자들을 늘 경계하고 질투하던 건 재희의 몫이었다.
‘오빠는 내가 누굴 만나든 신경 안 쓰여?’
‘응.’
‘왜?’
‘믿으니까.’
‘믿는 도끼에 발등이라도 찍히면 어쩌려고?’
‘그래도 괜찮아. 근데 은재희는 안 그럴 거라는 거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