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이건 좀 나중에…….”
“뭐해, 안 오고.”
차에서 내린 차현이 성큼성큼 다가와 그녀의 손가락 사이사이를 얽어 잡았다. 그러고는 곧장 숍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기, 이차현 씨.”
재희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번졌다. 최소한 차현의 인터뷰가 끝나고, 결혼 발표 기사가 나간 후에 보았으면 좋겠는데.
왜 갑자기 드레스를 보러 온 건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취임식이 끝난 직후라, 그의 뒤를 밟고 있는 기자들이 무척이나 많을 것이다.
정말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오셨습니까.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숍으로 들어서자 그를 알아본 직원이 해사하게 미소를 그리며 먼저 앞장섰다.
차현의 옆에 선 재희를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은 얼굴이었다.
단단히 손을 잡은 그 때문에 비틀어도 뺄 수도 없었다.
정말…….
결국 재희는 포기한 채 그에게 이끌려 따라갔다.
“…….”
일요일 점심.
한창 바쁠 시간 아닌가.
재희가 주위를 흘긋거리며 눈치를 보았다. 그런데 직원 외에는 따로 구경을 하거나 피팅을 하는 손님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피팅 하시기 전에 먼저 옷부터 갈아입으셔야 하거든요.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여기서 기다릴게.”
그제야 차현은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을 놓아 주었다. 재희는 뭐라 물을 새도 없이 직원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야 했다.
씻고 나오자 아침을 먹이고는 바로 이곳으로 끌고 오는 그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이 옷으로 갈아입고 나오시면, 머리 올려 드릴게요. 잠시 나가 있겠습니다.”
재희를 탈의실 안쪽으로 데려온 직원은 그녀의 손에 옷을 쥐여 주고 그곳을 빠져나갔다.
“하.”
주위를 둘러보자 사방이 거울로 되어 있었다.
드레스를 보기 위함인가.
조금은 머쓱한 상황에 한참이나 두리번거리자, 직원의 목소리가 문틈 사이로 새어들었다.
“다 갈아입으셨습니까.”
“아…… 아직이요.”
그제야 정신이 든 그녀는 천천히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참나.
이차현이 등장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뭐하나 갑작스럽지 않은 게 단 하나도 없다.
하다 하다 드레스를 보러 오다니.
어이가 없어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굳이 오늘이어야 해?’
‘대답, 안 해 줄 거야?’
‘이차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