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 (18/62)

18.

가볍게 턱을 잡아당긴 그 때문에 입술이 벌어지고 말았다. 뜨거운 살덩이와 함께 익숙한 체향이 입안 가득 밀려들어 왔다.

그녀가 유독 좋아했던, 이차현의 향기.

재회 후 벌써 몇 번의 키스를 했지만 다른 때와는 달리 조금은 노골적인 키스가 이어졌다.

“흡!”

그녀의 턱이 젖혀졌다. 차현이 조금 더 고개를 기울이자 입술이 빈틈없이 맞물렸다.

침대라 그런 걸까.

점점 농밀해지는 키스에 정신이 아득해져 갔다. 고른 치열을 따라 움직이는 그의 혀끝에 숨이 턱턱 막혀 왔다.

“하아, 하.”

차현이 뭉근히 아랫입술을 빨다가 놓아주자 그녀의 잇새로 밭은 숨이 터져 나왔다.

그녀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그가 타액으로 젖은 붉은 입술을 엄지로 지분거렸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입술이 엄지에 닿자 단전 아래에서부터 열기가 느껴졌다.

“그, 그만.”

“어차피 곧 결혼할 건데. 상관없지 않아?”

그의 입가에 짓궂은 미소가 걸렸다.

재희가 입술을 씹으며 눈을 흘겼다. 차현의 말이 틀리진 않았으나, 지금 하기에는 …….

이별하기 전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그와 사랑을 속삭였었다.

그땐 나름 애교도 많던 그녀였는데.

왜 이렇게 심장이 터질 것 같은지.

굳이 이렇게 묻지 않더라도 분위기에 취해 넘어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속도 없이.

그녀가 혀를 차며 단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결, 혼 하고.”

“결혼하면 하긴 할 건가 봐.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정말…….”

그와의 대화에 말리고 말았다.

재희가 눈을 흘기며 그의 어깨를 밀었다. 하지만 단단한 근육에 그녀의 손만 아플 뿐이었다.

“내려와.”

“한 번만 더 해.”

“뭐…… 읍!

뭐라 물을 새도 없이 다시 입술이 포개어졌다. 싫다고 거부한 게 무색할 만큼 그의 입술은 참 뜨겁고 부드러웠다.

재희는 눈을 질끈 감으며 그의 옷자락을 조금 더 꽉 그러쥐었다.

차현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렸다.

△ ▼ △

“일어나.”

익숙한 체향에 취해 오랜만에 깊은 잠에 들었다.

“으음.”

어깨를 흔드는 탓에 재희가 가물거리는 눈꺼풀을 천천히 밀어 올렸다. 눈을 뜨자 어느새 말끔한 모습으로 준비를 마친 그가 시야에 들어왔다.

꿈인가. 여기가 어디지.

눈을 끔뻑이며 그를 바라보던 그녀의 잇새로 한숨이 흩어졌다.

‘그만 찾아와.’

조금 전, 냉정하게 말하는 자신을 보며 억장이 무너지는 얼굴을 하던. 그가 앞에 서 있다.

꿈속에서 봤던, 이차현이.

“언제까지 잘 참이야.”

목소리를 듣자 현실로 돌아왔다.

벌써 몇 번이나 꿨던 꿈인데. 앞에 있는 그를 보자 눈가가 시큰거린다.

재희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빗어 내렸다.

지끈거리던 두통도, 두들겨 맞은 것 같던 근육통도.

모두 씻은 듯 나은 기분이다.

오랜만에 몸이 참 개운했다.

“씻고 나와.”

“출근은요?”

“지금 내 걱정해 주는 거야?”

그가 황당하다는 듯 픽 웃음을 흘리며 방을 나갔다.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자, 벌써 정오가 다 되어 있었다. 워낙 예민한 성격이기에 이렇게 늦잠을 자는 것도 드문 일이었다.

그가 나간 문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재희는 어젯밤 일을 회상했다.

“하아.”

그와의 짙은 키스를 다시 떠올리자 심장이 뜨거워지는 기분이다.

한심해.

키스 한 번에 무너지는 꼴이라니.

아니, 이게 다 저녁에 누룽지를 챙겨 주고 상처를 소독해 준 그 때문이었다.

그렇게라도 핑계를 대야 할 듯했다.

다정하게 챙겨 준 이차현 때문이라고.

‘어서 자.’

‘이거 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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