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 (14/62)

14.

형우 때문에 제대로 먹지 못했다는 걸 은미도 알고 있었다.

애잔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차현이 작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벌써 가게?”

“네. 어머님 생신 때 오겠습니다. 오늘은 좀 바빠서요.”

“생일은 뭘. 바쁘면 안 와도 돼. 재희 씨도 못 먹어서 어떡해요.”

“괜찮습니다. 말씀, 낮추세요.”

“다음에 보면 그럴게요.”

재희가 일어나자 은미가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은미는 그들을 배웅하기 위해 뒤따라 나왔다.

현관 앞까지 따라 나온 은미가 차현을 보며 슬쩍 미간을 좁혔다.

“잘 챙겨 먹고 다녀. 응?”

“그럴게요.”

은미는 아들을 잃은 슬픔을 차현에게서 달랬다. 그가 미국에 있을 때도, 은미는 종종 건너가 그를 챙겨 주곤 했었다.

정말 친아들처럼.

워낙 반듯했던 차현이였기에 은미는 그의 입양에 대해 반대조차 하지 않았다.

타고나기를 심성이 고운 사람이었다.

“전화 드리겠습니다.”

“조심히 가. 다음에 또 봐요.”

그들은 인자하게 웃는 은미에게 인사를 한 후 집을 나섰다.

△ ▼ △

“여기는…….”

그의 차가 정차한 곳은 의외의 장소였다.

재희의 얼굴이 단박에 굳었다. 발렛을 위해 직원이 운전석 문을 열자 차현이 차에서 내리며 고개를 까딱였다.

“안 내리고 뭐 해.”

“저 이만 방송국 가 봐야 해요.”

“먹는데 30분밖에 안 걸려. 어차피 밥은 먹어야 할 거 아냐.”

조금 전, 재희는 음식에는 손도 대지 못한 상태였다.

아까 이 회장의 집에 가기 전부터 배고파했던 그녀였기에 이대로 방송국으로 데려다주고 싶진 않았다.

어차피 가는 길이기도 했고.

“그렇게 지체할 시간 없을 텐데.”

물러날 것 같지 않은 그의 모습에 재희는 결국 벨트를 풀었다.

차에서 내린 재희는 가게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 오고 싶었다며.’

‘오빠, 나 다른 거, 다른 거 먹을래.’

‘예약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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