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3. (3/62)

03.

“선배, 들어가는 거예요?”

“응.”

“안색이 왜 그래요?”

벌써 세 번째다.

방송국을 나서는 동안 마주치는 사람마다 그녀를 걱정했다.

얼굴이 어떻기에 다들 이런 반응인 건지.

재희는 애써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 냈다.

“괜찮아. 다음 주에 보자.”

“조심히 들어가세요.”

해윤은 지나가며 재희의 곁에 있는 남자를 곁눈질했다.

날카로운 눈매, 서늘한 인상이 주는 묘한 섹시함에 절로 시선이 갈 정도였다.

“하아.”

답답함에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재희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을 갈무리하며 걸음을 옮겼다.

자신의 뒤에서 일정 간격을 유지하며 따라오는 그의 발걸음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안 그래도 컨디션이 바닥인데 그와 함께 있다는 생각에 등줄기로 땀이 흘렀다.

주차장에 내려가자마자 재희는 뒤로 돌아 그를 직시했다.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요.”

“여기서 하자는 건가?”

“그러면 어딜 가자는 거죠? 우리 사이에, 아직 할 말이 남아 있나요?”

냉랭한 목소리에도 차현은 여유롭게 미소를 그렸다.

잔뜩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같이, 그녀는 지금 최선을 다해 버티는 중이었다.

숨소리만 들어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사이에, 연기를 해 봐야 그녀는 차현의 손바닥 위였다.

“일단 타지.”

“아뇨. 그럴 생각 없어요.”

재희는 핸드백을 꽉 움켜쥔 채 입을 열었다.

왜 갑자기 나타나서 이러는 건지, 도저히 짐작도 되지 않는다.

“생각, 좀 해 봤나.”

“뭐를요.”

“결혼하자는 말. 내가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하.”

정말 결혼할 작정인지 그는 다시 그 말을 입에 올렸다.

그날 이후, 연락조차 없었으면서.

대수롭지 않게 던지고 간 한마디에 재희는 내내 연락을 기다렸다.

한심하게도.

마치 그와의 재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일도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그쪽이 알지 모르겠지만, 저는 또 선을 보러 나가야 해요. 아니면…… 곧 결혼을 할지도 모르고요.”

“수인 그룹 김민준이랑 결혼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관계없는 일이잖아요. 이차현 씨랑.”

“관계없는 일이라…….”

마음에 들지 않는지, 그의 미간이 이지러졌다. 반듯하게 넘긴 포마드 헤어가 무척 잘 어울렸다.

재희는 잠시나마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선했던 인상은 무척 날카로워져 있었다. 그에게서 늘 나던 짙은 우디향은 여전했다.

‘오빠는, 왜 이렇게 잘생겼지?’

‘에이. 놀리지 마.’

‘아닌데. 정말 잘생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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