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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을 다시 위대하게-150화 (150/195)

[150화] 불타는 함곡관

합종군의 장수들은 한부의 말을 듣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면서 지휘관 막사 밖으로 나갔다.

한부는 그런 그들의 표정을 보고 미소 지으면서 비행을 준비 중인 열기구가 강을 따라 늘어서 있는 황하 강변으로 안내했다.

그러자 위왕 무기가 의아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한부에게 물었다.

“붉은 천으로 만든 커다란 자루가 죽 늘어서 있군요. 조선의 태자여. 혹시 저 붉은 자루를 함곡관을 공략하는 데 쓸 생각이시오?”

“그렇습니다. 폐하. 저건 조선의 말로는 ‘하늘을 나는 불 도깨비’ 중원의 말로는 비염귀(飛焱鬼)라고 부르는 물건이지요.”

“의미를 알 수 없는 이름이군요. 저렇게 큰 물건이 정말로 하늘을 날아다닐 리는 없을 테고······. 조선이 자랑하는 건축술로 대단히 커다란 발석차를 만들어서 저 자루를 쏘아 보내려는 것은 아닌지요?”

“아닙니다. 폐하. 비염귀는 이름 그대로의 용도로 쓰는 물건입니다. 이제 반시진도 지나지 않아서 함곡관의 하늘에 불벼락이 떨어질 겁니다.”

“무······ 무슨?”

“곧 보여 드리겠습니다.”

한부는 자기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위나라 왕을 뒤로하고 고조선군에 종군해 공병과 기술자들을 지휘하고 있는 크테시비우스 박사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크테시비우스 박사. 분명 오늘이라면 함곡관 폭격 작전이 성공할 수 있겠지요? 이렇게 큰소리를 쳐놨는데 작전이 실패하면 조선 왕실의 위신이 땅에 떨어질 거요.”

“걱정을 거두셔도 좋습니다. 전하. 원정길에 오르기 전에 계성 외곽에서 여러 차례 시험비행해본 데다가 함곡관 근처에 사는 나이 많은 현지인 수백 명에게 이 근방의 기후를 자세히 캐물었고 최근 며칠 동안 소신이 직접 풍향과 풍속을 쟀습니다.”

“경만 믿겠소. 크테시비우스 박사. 병사들은 이미 황하를 건널 준비를 마쳤으니 비염귀가 준비되는 데로 작전을 시작해 주시오.”

“비염귀 부대도 막 준비를 마친 참입니다. 지금 바로 폭격 작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전하.”

크테시비우스 박사는 두 손을 모아 태자에게 읍한 다음 바닥에 늘어져 있는 열기구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는 공병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지금부터 함곡관 폭격 작전을 시작한다! 비염귀의 화로에 불을 붙여라!”

“알겠습니다! 박사님!”

고조선의 병사들이 일제히 열기구의 구피 밑부분에 연결된 철화로에 불을 붙이자 바람 빠진 풍선처럼 쭈그러져 있던 구피가 점점 부풀어 올랐다.

그러다가 마침내 모든 열기구의 구피가 완전히 부풀어 올라 점점 구 모양이 되어가면서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서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수많은 장수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감탄을 늘어놓았다.

“원 세상에! 조그만 화로에 불을 피웠다고 자루가 빵빵해지면서 고개를 들다니!”

“조선에는 물건에 생명을 불어넣는 비술이 있었단 말인가!”

그러나 검은 먹으로 도깨비 얼굴이 그려진 구피가 완벽하게 공 모양이 됐는데도 열기구는 그저 오뚝이처럼 바닥에서 일어났을 뿐 공중에서 떠오르지는 않았다.

한부의 곁에 있던 기병대장 석은 그 모습을 보고 당황하더니 크테시비우스 박사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물었다.

“박사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왜 비염귀가 날아오르지 않는 거지요?”

“허허! 놀라기는! 뜨거운 공기가 들어간 구피에 밧줄로 연결된 항아리에 모래주머니를 잔뜩 달아놔서 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아직 공중에 뜨지 않는 거라네. 이 모래주머니의 개수를 조절해서 비염귀가 떠오르는 고도를 조절할 수 있거든.”

“휴······. 그런 거였군요. 빨리 저 시뻘건 도깨비 머리처럼 생긴 물건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박사님.”

“조선 제일의 장사가 어린애처럼 보채는 건가? 잠시만 기다려 보게. 뚜껑이 닫혀있기는 하지만, 항아리에 기름이나 유황 같은 것들이 가득 들어가 있으니 취급에 주의해야 하거든.”

“그렇군요. 얌전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박사님.”

흥분한 석이 다시 얌전해지자 크테시비우스 박사는 휘하의 공병들에게 열기구 매달려 있는 모래주머니 중 몇 개를 떼어내라고 지시했다.

고조선군 병사들이 단검으로 모래주머니와 항아리를 연결하는 밧줄을 조심스럽게 끊어내자 드디어 커다란 붉은색 열기구 50대가 일제히 공중에 떠오르면서 북풍에 떠밀려 함곡관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위, 조, 한, 제 네 나라의 제후와 장수들은 하나같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면서 감탄했다.

“정말로 저 커다란 물건을 공중에 띄우다니! 설마 곤륜산에서 내려온 신선이 조선 왕실을 돕고 있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두 눈으로 직접 봐도 도저히 믿기질 않는군!

“시뻘건 도깨비 얼굴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이 참으로 섬뜩하구나!”

한부는 그런 합종군 장수들의 격렬한 반응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도깨비 얼굴 모양으로 만들길 잘했다. 21세기의 도쿄 올림픽 때도 도시 한복판에 사람 얼굴 모양 열기구가 뜨니까 그거 보고 애들이 운다는 민원이 빗발쳤다는데, 기원전 3세기 진나라인의 눈에는 얼마나 섬뜩해 보이겠어.’

그의 예상대로 함곡관의 성벽 위를 지키고 있던 진나라군 병사들은 1백 개나 되는 시뻘건 도깨비 머리 모양 열기구가 황하를 건너 자기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오는 모습을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비명을 질러댔다.

“흐아아아아악! 저게 뭐야!”

“도깨비다! 시뻘건 도깨비 대가리가 날아온다!”

그런 동료들보다는 간이 큰 몇몇 진나라군 노궁수와 궁수들은 겁에 질린 나머지 사격 명령이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고함을 지르면서 열기구를 향해 쇠뇌와 활을 쏘아댔다.

“저리가! 저리가라고!”

“이거나 먹고 죽어라! 도깨비 대가리 자식들아!”

그러나 고조선군이 띄운 비염귀 무리는 함곡관의 성벽보다 높은 고도를 날고 있는 데다가 아직 성벽과의 거리가 멀었기에 진나라군 병사들이 쏜 화살은 목표물에 닿기 전에 모두 황하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함곡관을 지키는 진나라군 장수 중 간신히 마음을 다잡은 몇 명이 성벽 위를 뛰어다니면서 화살을 낭비하는 병사들을 말렸다.

“모두 사격 중지! 정체불명의 도깨비 머리는 아직 사정거리 밖에 있다! 시위에 화살을 걸어두고 목표물이 우리 머리 위를 지날 때 일제 사격을 가하는 거다!”

진나라군 병사들은 그런 장수들의 외침을 듣고 간신히 이성을 되찾고는 가만히 쇠뇌와 활의 시위에 화살을 걸고 숨죽이면서 천천히 날아오는 시뻘건 열기구를 노려보았다.

한부는 그런 적군의 동태를 살피다가 휘하의 장수와 병사들에게 황하를 건널 준비를 하라고 명령했다.

“지금 진나라군은 비염귀에만 정신이 팔려서 강 건너에는 신경을 못 쓰고 있다! 어서 준비해둔 뗏목에 파성추를 싣고 강을 건널 준비를 해라!”

그 후 합종군의 장수와 병사들은 고조선 태자의 명에 따라 도강 작전을 준비하는 동안 1백 대의 비염귀 중 맨 앞줄에서 날아가던 40대가 조금 넘는 열기구가 함곡관의 성문 바로 위로 접근했다.

진나라군 장수들은 드디어 정체를 알 수 없는 비행체가 병사들의 머리 위를 지나려 하는 모습을 보고 일제히 사격 명령을 내렸다.

“전군 발사! 흉물스러운 잡귀들을 관내로 들여보내지 마라!”

그들의 우렁찬 외침을 듣고 성벽 곳곳에 배치된 진나라군 기수가 검은색 깃발을 휘두르자 수만 개의 화살이 큰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한지로 만든 구피에 무수한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 펑! 펑! 펑! 피유우우우~

구멍이 뚫린 구피가 다시 바람 빠진 풍선처럼 급격히 쭈그러들면서 열기구는 빠른 속도로 곤두박질쳤고, 그 과정에서 구피에 매달린 항아리와 화로에서 쏟아진 기름과 유황, 그리고 불이 붙은 숯이 뒤섞여 함곡관의 성벽 위에 쏟아져 내렸다.

그 밑에 있던 진나라군 병사들은 졸지에 마치 불의 폭포처럼 보이는 불붙은 기름을 뒤집어쓰고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면서 성벽 위를 뛰어다녔다.

“끄아아아아아악!”

“사람 살려! 너무 뜨거워! 으아아아아악!”

아직 폭격을 당하지 않은 진나라군 병사들도 몸에 불이 붙은 아군이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성벽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더욱 무기를 버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 합종군이 불도깨비를 부린다는 말은 없었잖아!”

“다들 도망쳐! 관작이고 나발이고 죽으면 다 끝이라고!”

아직도 함곡관을 포기하지 않은 극소수의 진나라군 장수가 그런 병사들을 말리려고 했지만, 이미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병사들은 그저 관내로 도망치기에 바빴다.

신평군 염파는 함곡관 성문 근처의 성벽 위가 불길에 휩싸인 모습을 보고 두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한부의 곁으로 달려와서 소리쳤다.

“참으로 대단한 무기를 가져오셨군요! 전하! 성벽 위의 적이 자리를 비운 틈에 어서 파성추로 성문을 부수고 함곡관을 점거하시지요! 진나라군도 곧 비염귀가 먼저 건드리지만 않으면 불길을 쏟아내지 않는 다는 걸 알았을 겁니다!”

“신평군. 어찌 나머지 비염귀가 불길을 쏟아내지 않을 거라고 속단하십니까?”

“그럼 관내로 들어간 비염귀는 화살에 맞지 않아도 저절로 땅에 떨어진단 말입니까?”

“잠시만 기다려 보시면 저절로 아시게 될 겁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나머지 50여 대의 비염귀는 성벽을 넘어 함곡관의 건물 위를 날다가 관문 남쪽에 버티고 있는 현산 근처에 다다르자 갑자기 거센 바람을 만난 연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크테시비우스 박사는 그 모습을 보고 크게 기뻐하면서 한부에게 말했다.

“전하! 전의 예측대로입니다! 높은 산에 부딪힌 북풍이 난기류를 형성하는 바람에 비염귀가 제대로 날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거 일이 쉽게 풀리겠구려! 크테시비우스 박사! 저 정도면 나머지 비염귀는 모두 관내에 추락하겠지요?”

“물론이지요! 그저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전하!”

이집트 출신 박사의 말대로 파도에 떠다니는 낙엽처럼 바람에 떠밀리던 열기구들은 서로 충돌하거나 마구 흔들리다가 종이로 만든 구피에 화로의 불이 붙으면서 하나둘 함곡관의 목조 건물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기병대장 석은 그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 중얼거렸다.

“살면서 이런 장관을 보게 될 날이 올 줄이야! 그야말로 천신의 불주먹이로구나······!”

잠시 후 함곡관은 완전히 불길에 휩싸였고 진나라군 병사들은 물동이와 모래 포대를 들고 불길을 잡기 위해 부지런히 관내를 뛰어다니거나 남쪽의 현산에 난 좁은 산길로 도망쳐 버렸다.

한부는 그제야 곁에 있는 장수들에게 총공격 명령을 내렸다.

“지금이다! 적군이 진화작업에 정신이 팔려있을 때 성문을 부수돼 바로 진입하라고 전해라! 진나라군이 완전히 화재를 진압하고 기진맥진하거나 관내의 건물이 모두 불탈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곡관을 접수해도 늦지 않을 거다!”

“전하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태자의 명이 황하 건너에 전해지자 성문에 접근한 고조선군 병사들은 성벽 위에서 떨어지는 불꽃을 막기 위한 물에 젖은 지갑(紙甲)을 입은 채 파쇄추로 성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 쾅! 쾅! 쾅! 쾅! 쾅!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공격받은 함곡관의 성문에는 곧 사람이 드나들 수 있을 만한 커다란 구멍이 생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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