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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을 다시 위대하게-147화 (147/195)

[147화] 진나라 원정의 시작

창평군은 초나라 왕을 알현하고 퇴궐한 후 곧바로 귀국길에 올랐다.

그는 가능하면 강동에 가 있는 춘신군도 만나 진‧초 동맹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싶었지만, 인재 난에 시달리고 있는 진나라 조정의 업무 공백이 걱정되기도 했고 무엇보다 초왕 웅원이 자신의 설득에 이미 반쯤 넘어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함양에 돌아가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창평군의 예상대로 초왕 웅원은 진나라의 재상이 된 친척 동생이 알현실을 나간 직후 강동에 전령을 보내서 자기 봉지를 돌보고 있는 춘신군을 불러들였다.

그로부터 약 보름 후 춘신군은 어명을 받고 급히 거양의 궁궐에 입궐한 다음 옥좌에 앉아있는 왕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면서 물었다.

“폐하. 어인 일로 그리도 급히 소신을 찾으셨습니까?”

“춘신군. 경이 강동에 가 있는 동안 뜻밖에도 반가운 얼굴이 짐을 찾아왔었소.”

“진나라에서 삼공의 자리에 오른 창평군 말씀이군요.”

“호······. 강동에서도 도성의 소식을 듣고 있었단 말이오?”

“왕위에 오르기 전에는 신릉군이라 불렸었던 위나라 왕이나 조선의 태자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많은 식객을 거느리고 있지 않습니까? 소신의 집에서 지내고 있는 식객 중에서 거양의 거리를 거니는 창평군을 알아본 자들이 그 소식을 알려주었습니다.”

“과연 전국오군자 중 한 명 답구려. 그렇다면 짐이 왜 경을 불렀는지도 이미 짐작하고 있소?”

“소신에게 진나라와 다시 동맹을 맺고 제나라를 공격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물으시겠거니 하고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정확히 맞췄소. 웅보는 우리 초나라가 조선이 꾀하는 합종책에 호응하는 척하다가 조선과 삼진의 세 나라의 연합군이 함곡관을 공격하기 시작하면 제나라를 쳐서 비옥한 농지와 풍부한 염전을 차지하라고 말했소. 경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오?”

“그건 폐하께서 의중에 달렸습니다. 폐하께서는 중원의 다른 나라와 함께 진나라를 멸하여 천하가 평화로워지는 대신 조선을 패자(霸者)로 인정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진나라와 손을 잡고 난세의 도박판에 뛰어들어 제나라 땅을 취하셔서 3백여 년 전 장왕께서 천하를 호령하시던 시절처럼 초나라가 중원의 패자로 발돋움할 계기를 마련하시고 싶으십니까?”

초왕 웅원은 춘신군의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초나라까지 조선의 합종책에 호응하면 약해진 진나라를 멸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만, 대신 초나라는 진나라의 부흥 이후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중원의 이인자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그는 한참 동안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고민하다가 결연한 표정을 지으면서 춘신군에게 말했다.

“초나라의 왕이라는 자가 큰 뜻을 펼쳐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안전하고 편한 길만 찾으려 들면 역사는 짐을 소인배라고 기억할 것이오. 춘신군. 이번 기회에 방약무인한 조선 태자의 콧대를 꺾고 함께 옛 초나라의 영광을 되찾아봅시다.”

“소신은 그저 폐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 * *

초나라 왕은 춘신군의 은근한 부추김에 결국 진나라와 비밀 동맹을 맺기로 마음먹고 함양에 사절을 보내 진왕 영정과 창평군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진왕 영정은 궁궐의 집무실에서 초나라 왕이 직접 흰 비단에 적은 서신을 읽고 크게 기뻐하면서 곁에 있던 창평군에게 말했다.

“창평군! 참으로 큰일을 해냈구려! 솔직히 초나라가 조선의 합종책에 참여하지 않도록 설득기만 해도 적잖은 성과일 거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설마 정말로 동맹을 성사시킬 줄이야! 약속대로 경에게 여불위가 살던 저택과 그 반역자에게 하사했던 봉지를 하사하겠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그럼 앞으로는 조선의 태자가 모은 합종군이 함곡관으로 몰려올 때까지 우리나라와 초나라가 동맹을 맺은 사실이 다른 나라에 알려지지 않도록 주의하기만 하면 되겠구려.”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폐하. 현재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진나라와 초나라를 합쳐도 열 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조선의 태자가 함양과 거양에 간자를 심어두었다고 해도 두 나라의 관계를 알아채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하긴, 초나라는 그동안 조선과 그럭저럭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으니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을 거요. 늘 간사한 계략을 부려온 조선의 태자가 함곡관을 앞에 두고 이 사실을 알았을 때 무슨 표정을 지을지 참으로 궁금하구려!”

“아직 기뻐하시기엔 이릅니다. 폐하. 진나라와 초나라는 우연히 이해관계가 일치하여 손을 잡았을 뿐이니 초나라 왕은 우리나라가 예전의 국력을 조금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면 가차 없이 동맹을 파기할 겁니다. 그러니 춘신군의 식객 중에서 쓸만한 자를 등용하는 한편 국내에서 아직 관직에 오르지 못한 유능한 인재를 찾아서 다시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데 힘을 보태도록 하십시오.”

“맞는 말이오. 혹시 짐에게 추천할만한 인재가 있소?”

“함양에 돌아온 후에 여불위를 따라가지 않은 제후와 대신들을 만나보았는데 몇 년 전 염파와의 싸움에서 전사한 몽오 장군의 아들 몽무의 무예가 출중하고 빈양 동향 출신의 청년 왕전이 병법에 밝다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이 두 사람을 등용하여 한번 병부를 맡겨 보심은 어떻겠습니까?”

“흠······. 비운의 장군 몽오의 아들인가. 경이 천거한 인재들이니 분명 역할을 하겠지요. 그렇게 합시다.”

원 역사에서 왕전과 몽무는 함께 진나군을 이끌고 창평군이 왕이 된 초나라를 멸망시킨 장수들이다.

공교롭게도 창평군은 원래대로라면 조국과 자기 자신을 파멸시킬 두 장수를 진왕 영정에게 천거한 것이다.

그렇게 진나라는 초나라가 고조선의 등 뒤에 칼을 꽂을 날만을 기다리면서 전쟁을 준비하는 동안 한부도 계의 궁궐에 휘하의 장수를 모두 불러놓고 군사회의를 열어 중원 밖의 동맹국을 이용해 진나라의 배후를 급습할 계책을 세우고 있었다.

“슬슬 대만 왕국과 어우락에 사절을 보내서 때가 되면 지원군을 보내 달라고 말해 두겠소. 그러니 경들은 진나라와의 결전이 시작되면 두 나라의 군대와 연계하여 펼칠 수 있는 전술과 진법을 고안해 주시오.”

한반도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던 무명은 태자의 말을 금방 알아듣고 읍하면서 대답했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전하. 덩치 크고 사나운 대만의 수군이 합류하면 큰 힘이 되겠지요. 어우락의 병사들 또한 진나라에 원한이 깊을 테니 분명 용맹하게 싸울 겁니다.”

하지만 조나라에서 나고 자란 극신과 이목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 한부에게 물었다.

“전하. 남쪽 바다에 있는 대만 왕국이라는 섬나라가 조선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 왔습니다만, 진나라는 바다를 접한 나라가 아닌데 그 나라의 수군이 진나라를 칠 때 어떤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소장도 극신 장군과 같은 생각입니다. 게다가 어우락은 들어본 적도 없는 생소한 나라라 그 나라의 왕이 어떤 병사를 부리는지를 알 수 없으니 참으로 당혹스럽습니다.”

그러자 한부가 탁자 위에 놓여있는 중원의 지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두 장수에게 설명했다.

“먼저 대만 왕국의 수군에 대해서 알려주겠소. 대만인은 조선과 중원 사람들이 하늘을 신성하게 여기듯 바다를 숭배해서 남자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하면 수영과 하늘의 별과 새의 움직임을 보고 항해하는 법을 가르친다오. 덕분에 대만의 수군은 함곡관을 거치지 않고 작은 배를 타고 황하와 위수를 지나 함양 일대를 공격할 수 있소.”

“허허허! 그 말씀이 아니라면 대만인은 사람보다는 물개에 가까운 자들이로군요! 전하의 말씀이 아니었다면 아마 쉽게 믿지 못했을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이 장군?”

“그러게 말입니다. 극 장군. 전하. 어욱락의 병사들도 대만의 수군처럼 비범한 자들인지요?”

“어우락을 세운 왕은 진나라에게 멸망한 촉나라의 왕자이니 아마 다른 중원의 나라들과 비슷한 무기를 쓰는 병사를 부릴 것이오. 다만 남만의 원주민이 훈련한 코끼리에 병사를 태워서 전장에 내보내는 때가 많다고 하니 이들과 함께 진나라군과 싸울 때는 아군이 코끼리의 발굽에 밟히지 않도록 특히 주의해야 하오.”

“코끼리는 춘추시대에 이미 멸종한 동물인 줄 알았는데 아직도 실존하고 있었다는 말씀입니까?!”

“그 거대한 짐승이 전장에 모습을 드러내면 말과 사람이 함께 놀라겠군요. 분명 큰 전력이 될 겁니다.”

무명은 세 사람의 대화를 듣다가 흐뭇한 목소리로 한부에게 말했다.

“기이한 배를 탄 대만의 수군에 어우락의 전투 코끼리에 서역 출신 박사가 개발한 하늘을 나는 기구까지! 전하. 어린 진나라 왕이 온 천하에서 모인 흉악한 물건과 짐승이 함양으로 몰려오는 모습을 보고 안색이 창백해지는 모습을 생각하면 측은한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거기에 흉노의 기병대와 크테시비우스 박사가 개발 중인 낙타 등에 설치하는 상자노도 있다오. 그래도 아직 방심하긴 이르오. 진나라에 우리 정보가 새나가지 않도록 항상 만전을 기해주시오.”

“전하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 * *

군사회의를 마친 후 한부는 왕검성에 전령을 보내서 대만 왕국과 어우락에 사절을 보내 조만간 시작될 진나라 원정에 지원군을 요청해달라는 뜻을 전했다.

한열 왕검은 장남이 보낸 서신을 읽은 후 두 나라의 말에 능통한 외조 소속 신하를 선별해 대만 원주민이 모는 배에 태워서 사절로 보내 조선 왕실의 요청을 전했다.

그러자 대만 왕국은 과거 파도 부족을 산악 부족의 침략에서 구한 한부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어우락의 왕은 나라를 빼앗긴 조상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 고조선 왕실에 진나라 원정에 기꺼이 참여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이로써 고조선을 필두로 한 중원의 여러 나라와 흉노의 합종군이 동쪽에서 진군하면서 진나라가 함곡관을 지키기 위해서 그곳에 병력을 집중하면 그 틈을 노려서 어우락의 전투 코끼리 부대가 북진을 시작하고 대만 왕국의 수군은 함양상륙 작전을 시도한다는 한부의 전략이 한 발 더 현실에 가까워졌다.

그렇게 동아시아의 문명국 중 대부분이 전쟁을 준비하는 동안 시간이 흘러 어느새 기원전 244년의 봄이 찾아오자 드디어 고조선이 주도하는 진나라 원정의 막이 올랐다.

한부는 계의 병영 연병장에 한반도, 하북, 요동, 요서에서 징집한 고조선의 병사 20만 명을 도열시켜 놓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조선은 조금 무리를 하면 언제든 20만 대군을 동원할 수 있는 강대국이 됐구나. 이번 전쟁이 끝나고 내정에만 집중하면 얼마나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을지 정말 기대되네.”

그런데 그때, 손에 서신을 든 기병대장 석이 태자의 곁으로 다가와서 뜻밖의 소식을 전했다.

“전하! 기쁜 소식이 있습니다! 조금 전 제나라의 사절이 계에 도착했는데, 그자가 마중을 나간 우리 문관에게 제나라도 진나라 원정에 지원군을 보내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 겁많은 제나라 왕이 합종책에 낀다고 했다고?! 정말이냐?!”

“그렇습니다! 전하! 상방 후승이 밤낮으로 왕을 설득한 끝에 제나라 왕이 지원군 3만 명을 보내기로 했다고 합니다!”

“후승 그 친구는 그동안 뇌물 받은 값을 톡톡히 하는구나! 조나라의 곽개는 약물 중독으로 폐인이 되는 바람에 아무 쓸모도 없어졌는데 말이지! 그럼 이번에 함곡관을 치는 합종군 병사가 전부 몇 명이나 되느냐?”

“우리 조선군이 20만, 초나라 15만, 조나라 10만, 위나라 10만, 한나라 5만, 흉노가 5만, 제나라 3만이니 도합 63만 명입니다.”

“63만 명이라! 그 정도 대군이면 대만 왕국이나 어우락의 차례가 오기 전에 진나라가 멸망할지도 모르겠구나! 어서 다른 나라에 사절을 보내서 함곡관 쪽으로 원정군을 보내라고 전해라!”

“알겠습니다!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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