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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을 다시 위대하게-140화 (140/195)

[140화] 진나라에 내분을 조장하다.

기원전 246년 2월의 어느 날, 한부가 형가를 영입하고 기뻐하고 있을 때 함양의 자기 집 서재에 책상 앞에 앉아있던 여불위는 위나라에 심어둔 간첩이 보낸 서신을 읽고 치를 떨고 있었다.

“간악한 동이족

놈들에게 감쪽같이 속아서 기껏 점령한 땅에서 병사를 물리다니! 그럼 그 새는 짐새가 아니었다는 말이지 않나! 곧 다른 나라에도 이 소식이 전해질 텐데 이게 무슨 망신이란 말인가!”

안읍 전투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나던 날, 위나라에 심어둔 간첩들이 진나라군이 쏜 화살에 맞고 죽은 짐새가 빠진 임진의 강에 여전히 독성이 없다는 사실을 여불위에게 보고했다.

여불위는 그제야 고조선군이 전장에 풀어놓은 짐새가 무해한 날짐승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분통을 터뜨리면서 한부와 위나라 왕을 상대로 한 복수전 준비를 더 서두르기로 마음먹다.

“왕흘 장군과 병사들을 죽인 독은 그 가짜 짐새가 아니라 대나무를 잘라다 만든 무기에 바른 독이었단 말이었군. 게다가 고조선의 기병은 이제 흉노의 마적 떼보다도 더 사납단 말이지. 우리 진나라도 새로운 병종을 육성하지 않으면 조선에게 중원의 패권을 되찾아오기 어렵겠구나. 어서 입궐해 왕에게 인가를 받아내야겠다.”

여불위는 자리에서 일어나 관복을 입고 저택을 나서서 함양의 궁궐에 도착하자마자 궐문 밖까지 나와서 그를 맞이하는 내관에게 물었다.

“대왕께서는 어디에 계신가?”

“대왕께서는 궐 안뜰에 과녁을 여러 개 세워놓고 궁술 연습을 하고 계십니다.”

“활시위를 당기고 계신다고? 흔치 않은 일이군. 어서 날 그곳으로 안내해라.”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여 상방님.”

내관은 허리를 숙여 여불위에게 인사한 후 그를 진나라 왕 영정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여불위가 궁궐 안뜰에 도착하자 마침 진왕 영정은 둥그런 과녁이 그려진 판자를 향해 막 활을 쏘던 참이었다.

14세 소년의 체격에 맞춰서 제작된 자그마한 활의 활시위를 떠난 화살은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가 50보 앞에 있는 과녁 한복판에 정확히 명중했다.

여불위는 그 모습을 보고 과장된 몸짓으로 손뼉을 치면서 소년 왕을 칭찬했다.

“폐하! 참으로 대단한 활 솜씨입니다! 한두 해만 더 연습하시면 신궁의 경지에 도달하시겠군요!”

진왕 영정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 여불위와 눈을 마주치면서 약간 쌀쌀맞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고맙소. 여 상방. 요즘 들어 활쏘기 재미를 붙였더니 제법 실력이 붙었다오.”

진왕 영정이 대답하자 여불위의 굵고 흰 눈썹이 조금 꿈틀거렸다.

‘여 상방? 이 녀석이 날 상방이라고 부른다고? 내가 다른 일로 바빠서 닷새쯤 궐을 찾지 못한 동안 어린 왕의 심경에 뭔가 변화가 있었구나.’

여불위는 은근한 말투로 어린 왕에게 그동안 자기를 아버지나 다름없는 사람이라는 뜻인 ‘중보’라는 호칭으로 불러오다가 오늘 갑자기 그를 관직명으로 부른 이유를 물었다.

“폐하. 마음속에 뭔가 근심을 품고 계십니까? 오늘은 평소처럼 소신을 살갑게 대해주시지 않으니 마음이 아프옵니다.”

“별일 아니니 괘념치 마시오.”

“폐하. 그러시지 마시고 허심탄회하게 말씀해주십시오. 폐하의 고민을 해결해 이 중보가 해결해 드리겠······.”

“여 상방! 당분간 그 중보라는 호칭은 집어치우시오!”

“폐······ 폐하?”

진왕 영정은 엉겁결에 여불위에게 소리를 지르고 나서 자기도 놀라서 멋쩍은 표정을 지으면서 변명을 늘어놓았다.

“미안하오. 여 상방. 사실 이틀 전 우연히 몇몇 궁인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우연히 들었는데 그 내용이 워낙 망측한 것이었소. 그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아서 신경이 곤두서 있다 보니 그만 경에게 짜증을 부리고 말았구려.”

“대체 무슨 말씀을 들으셨기에 그러십니까?”

진왕 영정은 여불위의 질문을 듣고 주변에 있는 내관들에게 말했다.

“여 상방과 할 얘기가 있으니 모두 물러가거라.”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폐하.”

내관 세 명이 어린 왕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한 다음 물러가자 진왕 영정이 다시 여불위와 눈을 마주치면서 말했다.

“이틀 전 검술 연습을 하러 가다가 궁녀 두 명이 짐이 등 뒤에 있는 줄도 모르고 궐의 안뜰을 비로 쓸면서 수군거리다 이런 말을 하더군요. 사실은 짐이 선왕의 자식이 아니라 상방 여불위의 자식이라고 말이오.”

“그런 발칙한 것들을 보았나! 폐하! 그 궁녀들은 유언비어를 퍼트려 왕실의 권위에 먹칠한 대역죄인이옵니다! 부디 엄하게 벌하시옵소서!”

“이미 가지고 있던 검으로 그 두 년을 참하였소. 여 상방. 그런데 정말로 뭔가 짚이는 점이 없소?”

진왕 영정은 그렇게 말하면서 싸늘한 눈초리로 여불위를 바라보았다.

사마천의 사기 등 몇몇 원역사의 사료에는 여불위가 아끼던 무희인 조희에게 자기 아이를 임신시킨 다음 소양왕에게 바쳐 후에 조희가 낳은 태자가 바로 진시황이라는 기록이 남아있다.

그러나 조희가 소양왕의 부인이 된 후 약 12개월이 지난 다음에 영정이 태어났기 때문에 현대의 역사가 중에는 진시황이 여불위 친자식이라 여기는 학자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여불위도 진왕 영정을 자기 자식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기에 어린 왕의 말을 듣자마자 분통이 터졌지만, 속마음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참으로 억울하구나! 어쩌다 그따위 유언비어가 어찌 의심 많은 녀석의 귀에 들어갔다는 말이냐! 내가 비록 조희가 왕후가 된 후에도 몇 번 품은 적이 있긴 하지만, 모두 선왕이 비명횡사한 뒤의 일인데 어찌 영정이 내 자식일 수 있단 말인가? 나를 음해하려는 무리가 헛소문을 내고 다니는 게 분명하구나!’

여불위는 진왕 영정이 의심을 거두게 하려고 어린 왕이 등에 메고 있는 화살통에서 화살 한 대를 집어 두 손으로 잡더니 자기 목을 찌르는 시늉을 하면서 소리쳤다.

“폐하! 소신은 절대로 태후께서 선왕과 혼인하신 후에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적이 없습니다! 폐하께서 소신을 대역죄인이라 의심하시니 스스로 목숨을 끊어 진나라 왕실에 대한 충절을 증명하겠나이다!”

그러자 진왕 여정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재빨리 여불위의 손에서 화살을 빼앗은 다음 그에게 사과했다.

“여 상방! 짐이 잘못했소! 더는 이 일로 경을 의심하지 않으리다! 그러니 제발 자결하겠다는 말은 하지 마시오!”

“소신의 마음을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폐하.”

“후······. 대체 누가 그따위 유언비어를 퍼트리고 다녀서 짐과 상방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하는지 모르겠소.”

“십중팔구 조선의 태자에게 매수된 자들일 것입니다. 전하.”

“동이족들이?! 그 발칙한 놈들을 하루라도 빨리 물리쳐야 할 터인데!”

“소신의 생각도 폐하와 같습니다. 조선은 진나라 왕실이 몇 대에 걸쳐 진행해온 중원 통일의 대업을 방해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으며 나날이 그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동이족을 중원에서 몰아내지 않으면 천하는 언제까지나 여러 나라로 갈라져서 전란이 멈추는 날이 없을 겁니다.”

“조선의 병사들은 하나같이 사납고 질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들었소. 다시 동벌을 시작하려면 먼저 동이족의 강병에 지지 않는 강한 병사를 길러야 할 것이오.”

“저번 전쟁에서 우리 진나라군을 가장 괴롭혔던 건 바로 낭선이라고 부르는 기묘한 동이족의 무기였습니다. 낭선은 대나무만 많이 구할 수 있으면 만들기 쉽고 힘이 좋은 병사는 금방 사용법을 배울 수 있으니 우리나라도 낭선병을 많이 육성하면 어떻겠습니까?”

“좋은 생각이구려. 그리고 도저히 믿기 어려운 얘기지만 조선의 쇠뇌와 활은 우리 진나라의 것과 성능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뛰어나다고 하니 위나라의 무졸 같은 중갑 병도 함께 육성하여 적군이 쏜 화살을 막아내며 적과 싸우도록 하시오.”

“전하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 * *

진왕 영정의 여불위에 대한 의심을 거둔 날로부터 약 3주가 지나던 날, 한부는 함양에 간신히 자리를 잡고 잠입한 고조선 암부의 요원이 보낸 서신을 읽고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

“음······. 여불위가 진시황의 아버지라는 유언비어 정도로는 약발이 별로구나. 역시 여불위가 조희에게 노애를 소개해주기 전까지는 이간질은 무리인가?”

원역사의 여불위는 진시황의 아버지 소양왕의 죽은 후 태후 조희가 집요하게 잠자리를 요구해오자 다른 사람들이 둘의 관계를 눈치챌 것을 두려워하여 노애라는 젊은 남자를 거세하지 않은 채로 내관으로 들여 음탕한 태후에게 소개해주었다.

노애는 다른 능력은 모두 보잘것없는 인물이었지만, 정력만큼은 대단히 출중해서 태후 조희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 그녀와 수년에 걸쳐 불륜을 저질렀고 그 결과 조희는 노애의 아이를 둘이나 낳았다.

그후 노애는 태후의 권세를 등에 업고 여불위를 위협할 정도의 권세가가 되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다 진왕 영정이 이 사실을 눈치채자 함양에서 반란을 일으켰다가 관군에게 붙잡혀서 거열형을 당해 사지가 찢겨 죽었고 조희가 낳은 사생아들은 자루에 갇힌 채로 몽둥이에 맞아 죽었다.

그러니 이제 가만히 때를 기다리기만 해도 진나라에는 내분이 일어나겠지만, 한부는 무능한 노애 대신 여불위가 반란을 일으키길 원했다.

‘원역사에서 노애의 반란이 일어날 때는 여불위도 그 정신 나간 놈을 말리기 어려울 정도로 정치적 입지가 약해져 있었단 말이지. 진시황이 슬슬 머리가 굵어져서 자기 세력을 어느 정도 확보했는데 여불위는 여전히 권세가 막강하고 조희가 막 노애를 만나기 시작하는 딱 그 타이밍에 이간계를 쓰면 꽤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은데······. 그런데 어떻게 해야 어린 진시황이 그 충격적인 소문을 믿게 할까?’

원역사에서 조희와 노내의 관계가 진시황에게 발각된 것은 노애가 권세가가 된 후에 태후와의 관계를 스스로 떠벌리고 다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노애가 어리석은 자라도 권력을 잡기 전에 태후와의 관계를 여기저기 말하고 다닐 리는 없었고 어린 진나라 왕이 자기 어머니가 여불위도 아닌 한낱 내관과 불륜을 저지른다는 소문을 쉽게 믿을 것 같지 않았다.

물론 함양 시내에 같은 소문이 꾸준히 돈다면 의심이 많은 진시황의 성격상 진위조사에 나설 수도 있겠지만, 법률이 엄격하고 백성들이 서로 감시하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진나라의 수도에서 암부의 요원들이 오랫동안 같은 헛소문을 퍼트리고 다니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었다.

“음······. 우리 요원들을 위험에 덜 노출 시키고 이간계를 쓸 방법이 없을까? 뭔가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한부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갑자기 입가에 음흉한 미소를 띠면서 중얼거렸다.

“좀 황당한 방법이긴 하지만, 한번 해볼 만 하겠다.”

그는 사람을 시켜서서 암부의 수장 계를 자신의 침실로 불렀다.

계는 한달음에 한부에게 달려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으면서 인사를 올렸다.

“암부의 수장 계가 전하를 뵙습니다. 어인 일로 그리 급히 소신을 찾으셨는지요?”

“계야. 넌 상장군을 포섭할 때 만났던 함양에서 만난 인물 중에 아직 서신을 주고받으면서 지내는 자들이 있지? 네가 오랜만에 한 번 더 함양에가서 해줬으면 할 일이 있다.”

“말씀만 하십시오. 전하.”

“진나라에 면종이 제작법을 전파하고 그곳에서 서적을 만드는 사업을 벌여라.”

“전하! 어찌 국가의 기밀 중 하나를 적국에 던져주려 하십니까?”

“네가 함양에서 만들어서 판 책이 진나라 왕과 여불위를 사이를 갈라놓으면 그다지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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