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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을 다시 위대하게-128화 (128/195)

[128화] 간단하지만 강력한 무기

상장군 무명은 한부의 말을 듣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에게 되물었다.

“가지가 달린 대나무와 작은 칼날이라······. 그런 것들로 전장에서 쓸 물건을 만들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적어도 죽창을 만드실 생각은 아니신 모양이군요.”

“백번 말하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게 이해하기 쉬울 것이오. 함께 병영으로 갑시다. 아마 지금도 하나나 두 개 정도는 금방 새로운 무기를 만들 수 있을 거요.”

한부는 무명과의 대화를 마친 후 자리에서 일어나 알현실 밖으로 걸어나갔고 세 장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태자의 뒤를 따랐다.

잠시 후 네 사람이 병영의 연병장에 나타나자 병사들을 훈련하고 있던 군단장 사마근이 하던 일을 멈추고 한부의 곁으로 달려와서 읍했다.

“군단장 사마근이 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같은 도시에 머무르면서도 경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건 오랜만이군. 사마근 군단장. 최근 몇 년 동안 못 보던 사이에 조선말 실력이 많이 늘었군. 그래.”

“감사합니다. 전하. 그런데 어인 일로 상장군과 장군들과 함께 병영을 찾아주셨는지요?”

“방금 떠오른 새로운 병기를 만들어 시험해보고 싶어서 왔네. 혹시 군수창고에 숙영지를 만드는 데 쓰는 대나무 중에서 창대와 굵기가 비슷하고 아직 가지를 잘라내지 않은 물건이 있나?”

“군수품으로 들여오는 대나무는 산지에서 이미 가지를 잘라내서 들여오기에 그런 물건은 없습니다. 전하. 하지만 말씀하신 대나무는 계성 주변에 있는 야산에 가면 그리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병사 몇 명을 보내서 성 밖으로 보내서 대나무를 대여섯 그루쯤 베어오라고 하게. 그리고 비수 몇 자루와 새끼줄도 필요하네.”

“곧 말씀하신 물건을 대령하겠습니다. 전하.”

사마근은 다시 한번 태자에게 읍한 후 휘하의 병사들에게 한부가 찾는 물건을 구해오라고 지시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필요한 물건을 구하러 간 병사들이 돌아오자 한부가 다시 사마근에게 지시했다.

“이제 이 대나무 줄기를 1장 5척(약 460cm) 정도 길이로 자른 다음에 줄기에 달린 잔가지에 비수를 매달아보게. 아, 그리고 병사가 저 물건을 붙잡을 수 있어야 하니 줄기의 맨 밑부분은 가지를 잘라내야겠군.”

“알겠습니다. 전하.”

잠시 후 고조선의 병사들은 태자가 시키는 대로 크리스마스트리에 장식품을 달 듯 대나무 가지에 작은 비수를 새끼줄로 묶어 매달았다.

몇 분 후 신무기가 완성되자 한부는 잔가지가 없는 줄기 쪽을 두 손으로 잡고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

“아무리 속이 빈 대나무라도 이렇게 길다 보니 제법 무겁구먼. 아마 여섯 근에서 일곱 근 정도는 되겠어.”

상장군 무명은 그런 태자의 모습을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물었다.

“호······ 그 칼날이 달린 대나무를 휘둘러서 적이 다가오지 못하게 쫓아내는데 쓰는 물건인 모양이군요. 전하. 그 새로운 무기를 뭐라고 부르면 되겠습니까?”

“앞으로 이 물건을 낭선(狼筅)이라고 부르겠소. 지금은 적당한 물건이 없어서 비수를 매달았지만, 앞으로는 대나무 자루의 끝에는 창날을 달고 가지에는 이리의 이빨처럼 작고 날카로운 세모꼴의 칼날을 달아 적군을 물리치는 데 쓸 것이오.”

“그래서 그 물건에 이름에 이리 낭자가 붙는 것이군요. 참으로 흥미로운 물건입니다. 확실히 진나라의 보병을 상대할 때는 요긴하게 쓰이겠군요.”

낭선은 원역사에서 왜구를 토벌했던 명나라의 장군 척계광이 일본도에 쉽게 창대가 잘려나가는 창을 대신하기 위해 최초로 군사용으로 사용한 무기로 역시 그가 고안한 유명한 진법인 원앙진에서 빠질 수 없는 무기이기도 하다.

이 큰 빗자루를 닮은 허술해 보이는 무기는 일반적인 창보다 길이가 훨씬 길고 질기고 탄력 있는 대나무의 특성상 검으로 단번에 창대를 잘라내기가 쉽지 않아서 갑옷을 입지 않은 보병을 상대할 때 유용했다.

그런데 낭선에 관심을 보이는 무명과는 달리 이목은 조금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하. 그 낭선이라는 물건은 때와 장소에 따라 잘만 쓰면 요긴하게 쓸 수 있겠지만, 언뜻 보아도 무게가 많이 나가 그것을 자유자재로 휘두를 수 있는 병사는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또 이리의 이빨처럼 작은 칼날로는 사람에게 긁힌 상처를 낼 수 있을 뿐이라 적군에게 치명상을 입히긴 어려워 보입니다.”

“경의 말에 일리가 있소. 낭선을 제대로 써먹으려면 힘이 센 병사에게 이 물건을 쓰는 법을 가르치고 그다음에 낭선병들이 팽배수나 극병과 연계하여 적을 상대하는 법을 가르쳐야 할 것이오. 그리고 대나무 가지에 매달 작은 칼날에는 독을 발라 부족한 살상력을 보충하면 충분히 제 역할을 할 거요.”

“독이라······. 확실히 독을 바른 낭선에 당한 적군은 바로 죽지는 않아도 통증 때문에 제대로 싸우기 어렵겠군요. 전하의 말씀을 들으니 어서 실전에서 이 새로운 무기의 위력을 확인해보고 싶어졌습니다.”

한부는 이목의 말을 듣자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짐독을 바른 낭선에 당하면 상처가 붓는 정도로는 끝나지 않겠지. 낭선에 바를 짐독이 충분한지 계에게 물어봐야겠구만. 혹시 짐독이 모자라면 붉은뿔사슴버섯을 졸인 독액만 발라도 명나라군이 썼던 낭선보다는 훨씬 위력이 강할 거야.’

그후 한부는 세 장군에게 낭선 제작과 낭선을 쓸 힘센 병사를 선별하라고 지시한 다음 다시 궁궐로 돌아가서 계를 불렀다.

계는 태자의 침실에 들어서서 허리를 숙여 인사한 후 침상에 걸터앉아있는 한부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부르셨습니까? 전하.”

“어서 와라. 계야. 요즘 들어 일 때문에 널 자주 부르게 되는구나. 맘 같아서는 그냥 사냥이나 가자고 부르고 싶은데 말이지.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전하. 하지만 천하가 어지러울수록 음지에 사는 자들은 바빠지는 법 아니겠습니까?”

“그러게 말이다. 어서 서쪽 대륙의 여러 나라가 힘의 균형을 이루어서 난세가 끝나야 할 텐데 말이지. 내년에 위나라를 침략할 진나라군을 함곡관 너머로 쫓아내면 그런 날이 더 가까워질 거다. 그래서 말인데, 내년 전쟁에 독이 없는 먹이를 먹여서 기른 짐새와 지금까지 만들어둔 짐독을 써야겠구나.”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여불위나 진나라의 장수를 암살하실 생각이신지요?”

“그럴 생각은 아니었다. 그런데 진나라의 요인을 암살하는 게 가능하겠느냐?”

“안타깝게도 진나라는 자국의 주요인물을 철통같이 경호하는 데다 백성들에게 서로 감시하게 하는 법을 철저하게 시행하여 자객을 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겠지. 우리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권모술수로 전국칠웅의 다른 나라들을 쥐락펴락해온 진나라가 아니더냐? 그런 나라의 요인들이 그리 쉽게 적국의 자객에게 틈을 보이지는 않을 거다.”

“그럼 전장에서 사용하는 병기에 독을 쓰실 생각이시군요. 짐독은 그 정도로 많이 구하기 어렵지만, 붉은뿔사슴버섯은 왕검성 주변의 깊은 산속에 농장을 만들어놨으니 내년 봄까지는 유의미한 양을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그거 반가운 소식이구나.”

“그런데 전하. 독이 없는 짐새는 전장에서 어떻게 쓰시려는지요?”

“서쪽 대륙의 사람들은 짐새를 몹시 두려워해서 다 자란 짐새 한 쌍이 산에서 발견되면 산 전체에 불을 지르고 짐새의 새끼를 데리고 도시에 들어가다가 발각된 자는 사형에 처한다고 들었다. 제나라의 명장 전단이 뿔에 칼을 달고 꼬리에 불을 붙인 소를 적진에 돌진시켜 연나라군을 물리쳤듯이 전장에 독이 없는 짐새를 잘만 쓰면 진나라군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을 거다.”

“전단의 화우지계를 모방한 짐조지계로군요! 전하의 끝을 알 수 없는 지혜에 다시 한번 탄복했습니다!”

“뭘 그 정도까지야. 그래서 하늘을 날 수 있고 길이 잘 들어서 주인이 부르면 돌아올 줄 아는 짐새를 내년 봄까지 몇 마리나 준비할 수 있겠느냐?”

“아직 정확한 마릿수를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그 정도로 길이 잘든 짐새는 대여섯 마리 정도밖에 준비하지 못할 듯합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겠구나. 벌써 진나라 병사들이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짐새를 보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기대되는구나.”

* * *

새로운 무기 낭선을 개발한 후 하북에 주둔한 고조선의 장수와 병사들은 태자의 지휘에 따라 다가오는 진나라와 한나라의 연합군을 상대할 준비를 해나갔다.

그러는 동안 한반도의 고조선 왕실은 이미 동화작업이 충분히 진행된 반도 남부 부족의 여러 부족장과 장로의 동의를 얻어 왕실 직할령을 늘려나갔다.

덕분에 고조선 왕실은 상대적으로 질이 떨어지는 동맹부족

병사 대신 충분한 훈련을 받은 정규군을 더 많이 징집하게 되었고 원래 고조선의 정규군 1개 군단 5천여 명에 동맹부족

병사 5천여 명이 동행하던 편제가 정규군 1개 군단 7천여 명에 동맹부족

병사 3천여 명이 합류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폭풍 전의 고요와 같은 몇 달이 흘러 드디어 기원전 246년의 4월 시작되자 드디어 진나라의 상방 여불위와 장군 왕흘이 이끄는 보병 40만 명과 기병 3만 기, 그리고 전차 4천 승이 함양 인근의 병영을 떠나 동쪽으로 진군했다.

그러자 한나라는 진나라의 보복을 피하고 위나라 땅을 조금이라도 빼앗을 생각으로 진나라 왕의 요청에 따라 보병 9만 명에 기병 3천 기, 그리고 전차 5백 승을 준비해 진나라군과 합류하기로 한 함곡관으로 보냈다.

이에 위나라의 무기왕은 15만 대군을 일으켜 위나라의 서쪽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옛 수도인 안읍으로 향하면서 진‧한 연합군의 침략에 대비하는 한편 계에 사신을 보내 고조선에 지원군을 요청했다.

한부는 궁궐 알현실에서 무기왕이 보낸 서신을 읽고 나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위나라 사신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탐욕스러운 진나라가 폐주 어의 복권을 명분 삼아서 결국 어진 왕께서 다스리시는 위나라를 못살게 구는구려. 우리 조선은 결코 진나라의 횡포와 이에 부화뇌동하여 형제의 나라를 공격하려는 한나라의 작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오.”

“감사합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전하!”

“본인이 직접 20만이 넘는 대군을 이끌고 위나라를 구원하겠소. 다만 진‧한 연합군의 진격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바로 안읍으로 향할 것이오. 서둘러 그대의 왕께 돌아가서 우리 병사들이 위나라 영토를 지나는 동안 먹을 군량을 준비해주셨으면 한다고 전해주시오.”

“그리하겠습니다. 전하.”

사신과의 회담을 마친 후 한부는 자리에서 일어나 곁에 있는 시중을 드는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상장군과 이목 장군, 그리고 극신 장군에게 내일까지 출진 준비를 마치라고 전해라! 목적지는 위나라의 옛 도성 안읍이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전하.”

다음날인 기원전 246년 4월 10일 아침, 계의 외곽에 있는 병영에 한반도, 하북, 요서, 그리고 요동 각지에서 징집된 고조선의 병사가 집합했다.

한부는 연병장의 단상 위에서 다양한 병장기를 들고 있는 수많은 병사를 흐뭇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상장군 무명에게 말했다.

“상장군. 예정했던 병력이 전부 모인 것 같구려.”

“그렇습니다. 전하. 무려 스무 개나 되는 군단의 병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니 참으로 장관이로군요.”

“드디어 그대의 원한을 풀 날이 왔으니 마음껏 복수의 칼을 휘둘러 보시오. 상장군.”

“감사합니다. 전하. 반드시 수명이 다하기 전에 복수를 완수하고 이 흉물스러운 가면을 벗어 보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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