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조선을 다시 위대하게-85화 (85/195)

[85화] 양평성 전투

상장군의 명령이 전군에 전달되자 고조선군의 병사들은 양평성 주변에 울타리를 치고 망루를 세우기 시작했다.

무명이 거느린 병사 중 고조선 왕실 직할령에서 차출된 병사 3만 명은 모두 건축기술을 익혔기에 고조선군의 포위망은 연나라군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양평성의 숨통을 조여왔다.

성벽과 망루 위에서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던 연나라의 양평성주와 장수들은 마치 탑을 쌓는 흰개미 떼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건물을 세우는 고조선군을 겁에 질린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수군거렸다.

“어떻게 저렇게 빨리 망루를 세울 수 있지?! 조선의 병사들은 평소에 창이나 활이 아닌 망치와 톱을 쓰는 훈련을 받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성주님. 적군이 성을 포위하는 솜씨를 보니 적장은 공성전에 서툴지 않은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격전을 치를 각오를 다져야겠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겠구려. 장군. 지금 성안에 있는 병사들은 전부 몇 명이나 되오?”

“요동의 다른 지역에서 도망쳐온 병사들까지 합쳐서 8천 명이 조금 넘습니다.”

“뭐라고?! 겨우 그거밖에 안 된다는 말이오? 어제 요동의 다른 지역에서 도망쳐온 병사들이 성안으로 들어오지 않았소!”

“어제 조선군이 가장 먼저 쳐들어온 서안평에서 도망쳐온 병사 약 1천 명이 성내로 들어오긴 했습니다만, 적군이 워낙 빠르게 진격해 온 탓에 다른 도시나 마을을 지키던 병사들은 양평성에 도착하지 못한듯합니다.”

“허······! 그럼 높은 성벽에 의지해 적의 공세를 막아내면서 지원군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겠소! 장군! 어서 망루 위의 궁수들에게 화살을 가져다주고 성벽 위에 기름이 끓는 가마솥과 적의 분온차를 부술 큰 돌을 넉넉하게 가져다 두도록 하시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성주님.”

양평성을 지키는 연나라군 병사들은 거의 일곱 배나 많은 고조선군을 보고 겁을 집어먹었지만, 성주와 장수들이 수도인 계에서 지원군이 보낼 거라는 말로 설득하자 마음을 다잡고 돌과 화살을 나르기 시작했다.

상장군 무명은 망루 위에서 연나라군 병사들이 성벽 위에서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다시 전군에 명령을 내렸다.

“뭣들 하느냐! 하루라도 빨리 이 성을 점령하고 계로 진격하고 계신 태자 전하를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 어서 포위망을 완성했으면 발석차와 분온차를 조립하라!”

상장군의 추상같은 명령이 떨어지자 고조선군 병사들은 닷새 만에 포위망을 완성하고 왕검성에서부터 끌고 온 우마차에서 공성 무기의 부품을 가져다가 바퀴가 달린 거대한 인력식 투석기와 공성용 장갑차량인 분온차를 가장 먼저 조립하기 시작했다.

후대에 서양에 전파되어 망고넬(mangonel)이라고 불리게 되는 동양의 인력식 투석기는 발사대에 큰 돌을 장전하면 지렛대의 반대편에 연결된 여러 개의 밧줄을 수십 명의 병사가 힘껏 잡아당기는 방법으로 큰 돌을 발사했다.

이 투석기는 고대에 서양에서 사용된 장력식 투석기나 서기 12세기에 발명된 무게추식 투석기보다 구조가 단순해서 빠르게 조립할 수 있고 크게 만들면 장력식 투석기보다 위력이 강한 것이 장점이다.

그래서 한부는 위력이 강하지만 구조가 복잡해서 설치하는 데만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리기도 하는 무게추식 투석기를 개발하는 대신 속도가 중요한 연나라 원정에는 빠르게 준비할 수 있는 인력식 투석기를 가져온 것이다.

그 덕에 고조선군 병사들은 불과 사흘 만에 높이가 5m나 되는 틀인 포가(砲架)에 길이가 약 8m인 장대를 설치해 발사대로 삼은 바퀴 달린 투석기 스무 대를 완성할 수 있었다.

마침내 마지막 투석기가 완성된 날 오후, 무명은 직접 모든 정란과 인력식 투석기의 상태를 점검한 다음 공격 명령을 내렸다,

“발석차 부대는 사정거리가 성벽에 닿을 때까지 전진하고 망루 위의 궁수와 노궁수 부대는 발석차를 끄는 아군을 엄호하라!”

상장군이 외치자 강철 경번갑을 입은 고조선군 병사들이 투석기를 끌면서 앞으로 나갔고 각궁과 노궁으로 무장한 고조선의 원거리 공격 부대 6천 명은 아군을 노리는 연나라군 궁수들을 견제했다.

- 피융!

적군이 우수한 활과 쇠뇌로 아군의 사정거리 밖에서 일제히 화살을 쏘자 성벽 위의 연나라군 병사들이 다급한 목소리로 주변의 전우들에게 소리쳤다.

“화살이 날아온다! 빨리 포만(布幔) 뒤에 숨어!”

전우의 외침을 들은 연나라군 병사들은 삼베를 두껍게 짜서 커다란 나무틀에 끼워 장대에 매달아둔 성벽 위에 세워둔 화살막이용 방패 포만 뒤에 숨어서 쪼그려 앉았다.

그렇게 성벽 위의 병사 대부분이 포만 하나 뒤에 네다섯 명씩 모여서 몸을 숨기는 순간, 그들의 귓가에 비처럼 쏟아진 화살이 두꺼운 천에 명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투둑! 투두둑! 투둑!

주철로 만든 고조선군의 화살촉은 포만에 구멍을 내긴 했지만, 관통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연나라군 병사들은 치명상을 입지 않았다.

하지만 적군의 궁수들이 몸을 웅크리고 숨어있는 동안 사정거리가 75m 정도로 짧은 고조선군의 발석차 스무 대가 양평성의 망루와 성벽을 타격할 수 있는 거리에 도착했다.

무명은 아군의 인력식 투석기 부대가 무사히 목적지인 성문 근처에 도착하는 모습을 내려다보면서 다시 우레같은 목소리로 외쳤다.

“전 발석차! 성문을 향해 발사 준비!”

상장군과 함께 망루 위에 서 있는 한 병사가 깃발을 흔들어 신호를 보내자 체격이 좋은 병사들이 투석기 발사대의 한쪽 끝에 달린 가죽 주머니에 크고 묵직한 돌을 넣었다.

그런 다음 발사대의 반대편 끝에 달린 여러 개의 줄을 한 투석기당 수십 명의 병사가 달라붙어서 기합을 넣으면서 힘껏 잡아당겼다.

“영차!”

그러자 원역사에선 중국의 삼국시대 시대에나 등장했을 거대한 투석기의 발사대가 시소처럼 위로 솟구치면서 큰 돌 열 개가 무지개처럼 큰 포물선을 공중에 그리면서 하늘을 날아 성문과 성벽에 부딪혔다.

- 쾅! 쾅! 쾅! 콰과광!

몇몇 연나라군 병사들은 목표물인 성문에서 벗어난 큰 수박만 한 돌이 바로 옆에 떨어지면서 천둥소리가 같은 굉음을 내자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포만 뒤에서 뛰쳐나왔다.

“으아악! 사람 머리보다 큰 돌이 날아오잖아!”

“포만이 시야를 가려서 돌을 못 피하겠어!”

고조선군 궁수들은 그렇게 날아오는 돌이 무서워서 엄폐물을 포기한 적군에게 조준 사격을 가했고 온몸에 화살을 맞은 경솔한 병사들은 비틀거리다가 10m 높이의 성벽 밑으로 떨어지면서 단말마의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아아악!”

그렇게 아군 원거리 공격 부대와 투석기가 원역사에서 당나라군이 고구려의 요동성을 공격했을 때처럼 압도적인 물량과 우수한 무기로 쉴새 없이 성을 공격하여 적군의 혼을 빼놓는 동안, 고조선군의 다른 보병 부대는 성문 주변의 해자에 목제 다리를 설치하는 데 성공했다.

그 후 인력식 투석기 스무 대의 포격이 계속된 지 일주일째 되던 날 한낮, 쉴새 없이 날아오는 돌덩이를 맞고 점점 금이 가던 양평성의 성문이 마침내 부서지고 말았다.

고조선군 5만 명이 넘는 고조선군 병사들은 그 모습을 보고 무기를 하늘로 치켜들고 기뻐하면서 우레같은 함성을 질렀다.

“우와아아아아아아!”

“드디어 성문을 열었다!”

하지만 명은 아직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병사들을 질타했다.

“어리석은 놈들! 아직 연나라놈들은 양평성을 포기하지 않았다! 적군이 부서진 성문 쪽에 목책을 세우기 전에 분온차를 밀면서 성내로 돌입해라!”

상장군의 명이 떨어지자 고조선군 보병들이 분온차 안으로 들어갔다.

분온차는 커다란 손수레 위에 지붕이 있는 가건물을 올린듯한 모양을 한 차량 병기로 병사들을 성벽까지 안전하게 운반하는 데 사용됐다.

이 고대의 장갑차는 내부의 바닥 면 사이사이가 띄어져 있어서 안에 탄 사람이 서서 앞으로 밀어 전진할 수 있었고 지붕과 차체에는 진흙을 바른 소가죽을 덮어서 불화살, 낙석, 끓는 기름 등을 막을 수 있었다.

한대 당 병사 열 명이 들어간 고조선군의 분온차 1천 대가 서서히 부서진 성문을 향해 다가오자, 미늘 갑옷을 입은 양평성주가 동요하는 장수와 병사들은 독려하면서 외쳤다.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 이제 조선군도 아군 분온차에 맞을까 봐 발석차로 돌을 날리지는 못할 거다! 반드시 이번 공격을 막고 다시 성문을 고쳐서 원군이 올 때까지 버티자!”

성주의 외침을 듣고 다시 용기를 얻은 연나라군의 장군도 주변의 장수들에게 다음 작전을 지시했다.

“부서진 성문은 새문도차로 막고 성벽 위에 남아있는 병사들에게는 분온차를 부술 큰 돌을 떨어트릴 준비를 하라고 전해라!”

“알겠습니다! 장군님!”

연나라군은 성문이 부서지면서 흐트러졌던 지휘체계를 간신히 회복하고 비슷한 2개의 바퀴가 달린 거대한 수레에 칼날이 촘촘하게 박혀있는 판자를 앞면에 단 새문도차를 끌고 와 부서진 성문이 있던 자리를 막았다.

연나라군의 새문도차는 높이와 폭이 성문과 거의 같을 정도로 거대하고 날카로운 칼날이 무수히 박혀있어서 고조선군의 보병대가 그곳을 지나려면 큰 희생을 치를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후방 부대를 지휘하고 있던 사마근은 먼발치에서 그 모습을 보고 무명에게 말했다.

“상장군님. 저 새문도차를 아군 보병대가 돌파하려면 많은 병사가 다칠 겁니다. 아군이 성문에 도달하기 전에 저 흉물스러운 물건을 부숴버리시죠.”

“네 생각이 나와 같구나. 지금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상자노가 몇 대나 있느냐?”

“총 다섯 대입니다.”

“그 정도면 되겠다. 상자노로 답궐전을 쏴서 다시 성문을 열어라.”

“상장군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사마근은 무명의 명을 받자마자 휘하의 장수들에게 거대한 쇠뇌인 상자노를 끌고 오도록 지시했다.

서양에서는 발리스타라고 불린 이 대형 쇠뇌는 투석기보다는 위력이 약했지만, 대신 정확도가 뛰어나 아군을 잘못 쏠 확률이 적은 편이었다.

상자노 다섯 대가 준비되자 사마근이 병사들에게 지시했다.

“답궐전을 장전하고 성문을 틀어막은 새문도차를 겨눠라!”

군단장이 명령하자 병사들은 화살촉부터 화살대까지 철로 만들어진 길고 굵은 화살 답궐전을 상자노에 장전하고 칼날이 박혀있는 적군의 수레를 겨누었다.

사마근은 사격 준비가 끝났을 확인한 다음 다시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발사!”

그 순간, 말뚝처럼 굵고 창처럼 긴 화살 다섯 대가 상자노의 현을 떠나서 고조선군의 분온차 바로 위를 날아갔고 그중 세 발이 연나라군의 새문도차에 명중했다.

- 쾅! 쾅! 콰광!

목재로 만들어진 새문도차의 앞면 판자가 번개처럼 날아온 철 화살에 맞아 부서지자 그 뒤에 서 있던 연나라군 병사들은 비명을 질러보지도 못하고 가슴이 꿰뚫려 즉사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양평성주는 고조선군에 항복하지 않고 병사들에게 최후의 저항을 명령했다.

“적의 분온차 무리가 해자를 건넜다! 성벽에서 이십 보까지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일제히 돌을 던져라!”

성벽 위의 연나라군 병사들은 성주의 명령대로 쏟아지는 화살비 속에서도 포막 뒤에서 숨어서 사람 머리만 한 돌을 집은 다음 재빨리 적의 분온차에 떨어뜨렸지만, 분온차의 경사진 세모형 지붕에 맞은 돌은 고조선군을 해치지 못하고 그대로 굴러떨어졌다.

연나라군 병사들은 그 모습을 보고 드디어 사기를 잃고 말았다.

“분온차의 지붕은 원래 평면이 아닌가? 그걸 경사지게 만드는 것만으로 낙석을 막다니······.”

“조선놈들이 대체 얼마나 오래전부터 우리나라를 공격할 준비를 해왔다는 거냐······.”

그렇게 무사히 성문 앞까지 도착한 고조선군의 팽배수들은 등에 메고 있던 방패와 환도를 양손에 쥐고 성문 안으로 우레같은 함성을 지르며 성문 안으로 돌격했다.

“와아아아아아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