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조선을 다시 위대하게-54화 (54/195)

〈 54화 〉 [54화] 함정에 빠진 호랑이 (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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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가 무당을 벌한 소문이 바람처럼 퍼지는 동안 기원전 262년의 여름이 흘러가고 풍년이 든 가을이 찾아왔다.

고조선 왕실이 다스리는 지역의 백성들은 밭에서 누렇게 익은 밀과 서역에서 들여온 갖가지 새로운 작물을 수확하면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태자께서 하백을 모시는 무당을 죽이셨다는 소문을 듣고 물난리가 날까 봐 밤잠을 설쳤었는데, 다행히 별 탈 없이 지나갔구먼!”

“무당이라는 것들은 아무 일도 안 하고 평생 신만 모시는 주제에 신통력은 영 시원치 않다니까? 오히려 늘 나랏일로 바쁘신 태자께서 더 영험하신 것 같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으신 덕인가?”

“분명 그렇겠지. 그나저나 우리가 캐고 있는 이거 이름이 뭐였더라?”

“이 사람 보게? 아무리 건망증이 심해도 그렇지 자기가 심은 작물 이름도 기억 못 하나? 생강이잖아! 생강!”

하지만 호랑이 부족 출신 제후가 다스리는 지역의 영민들은 풍년이 들었는데도 대체로 표정이 밝지 않았다.

한부의 활약 덕에 고조선 전역에서 불교 신자가 나날이 늘고 있었지만, 호랑이 부족 출신 제후 중 상당수가 여전히 불교를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불교를 도입한 왕실과 더욱 사이가 나빠진 상의 영지에 사는 영민들은 늘 천벌이 내리거나 고향에서 내전이 벌어질까 봐 불안에 떨었다.

“상께서는 대체 무슨 생각이신 거지? 선대 대제사장님이 부처님을 욕보이다 급사하신 걸 직접 보시고도 불교를 배척하시다니······.”

“그러게 말일세. 게다가 왕실은 이미 몇천 명이나 되는 병사를 전부 강철 무기로 무장시켰다더군. 이거 어디 불안해서 살겠나?”

이쯤 되면 상도 못 이기는 척하고 불교를 받아 들일만 했지만, 그는 여전히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러다 날짜가 기원전 262년 10월 중순으로 접어들던 날, 상은 왕실이 전국의 제후들에게 배포한 불경을 읽어보고는 분통을 터뜨렸다.

“조선의 제후들에게 어찌 이따위 종교를 권한다는 말인가! 왕실의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한부는 원역사의 대승불교가 그렇게 했듯이 고조선의 백성들이 숭배하는 여러 신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감화되어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신(護法神)이 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고조선의 시조 단군왕검은 사실 불교에서 이상적인 성군으로 여기는 전륜성왕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금륜성왕이었으며 왕족은 그 후손이라는 사상을 전국에 전파하며 왕권을 강화해 나갔다.

상은 고조선의 제후 중에서도 가장 샤머니즘을 신봉하는 자였기에 고조선의 토착신을 부처의 아래에 둔다는 교리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 교리대로라면 천신조차도 부처를 지키는 근위병에 불과하다는 말이잖나! 내 목에 칼이 들어온다고 해도 왕실에 머리를 숙이지는 않을 것이야!”

그런데 그가 사납게 소리치면서 죽간을 내팽개치는 순간, 그의 장남인 경이 갑자기 방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큰일 났습니다!”

“깜짝이야! 이 녀석아! 무슨 일이 났길래 기별도 없이 안방 문을 여느냐!”

“천신 제전을 구경하러 간다는 핑계로 왕검성에 갔다고 돌아온 영민 2천 명 중 거의 절반 정도가 가족들과 함께 영지에서 도망쳤다고 합니다!”

“뭐라고?! 대체 왜?”

“돌아온 영민들이 말하길 아직 돌아오지 않은 자 중 대부분은 왕검성에 새로 지어진 불교 사찰을 보고 큰 감명을 받고 왕실 직할령에서 살기로 했다는 모양입니다.”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구나! 잠깐······. 그러고 보니 그 서신에 왕실이 기묘한 사찰을 지으려 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지! 설마 그 녀석 말이 사실이었나?!”

“아버지께서는 왕실이 어떤 사찰을 짓고 있는지 이미 알고 계셨습니까?”

“몇 달 전 계가 왕실의 음모를 막아야 한다면서 내게 서신을 가져왔었는데 그 내용이 너무 황당무계해서 집에서 쫓아냈었다.”

“오! 천신이시여! 그렇게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마셨군요!”

“그때가 마지막 기회였는지 어떤지는 내 눈으로 직접 상황을 보고 나야지 판단이 설 것 같다. 상인으로 분장한 다음 가장 충성스러운 가병 스무 명만 데리고 왕검성에 가보자꾸나.”

“왕검이 우리가 왕검성에 다녀간 사실을 알지 못하게 하고 싶으신 거군요. 알겠습니다. 아버지.”

두 부자는 대화를 마치자마자 평민들이 즐겨 입는 수수한 삼베옷을 입고 두건을 눌러써 얼굴을 가리고 하인들에게 소가 끄는 수레에 상품으로 보일법한 짐승 가죽 따위를 싣게 한 다음 병사 스무 명과 함께 저택을 나섰다.

그로부터 며칠 후 왕검성에 도착한 상은 성문을 지나자마자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럴 수가······! 겨우 1년 만에 전혀 다른 도시가 되어 버렸구나!”

이제 왕검성의 궁궐 근처에는 왕실 근위병이 살 3층 아파트 단지가 완공되었고, 그 모습을 매일 보는 성안에 사는 평민들도 나무판자와 지푸라기 대신 대마 콘크리트나 진흙을 구워서 만든 벽돌로 가족이 살 집을 짓기 시작했다.

또한 몇 달 전부터 항해 실력이 뛰어난 대만 원주민들이 대만과 동남아시아에서 나는 여러 가지 특산품을 가지고 고조선에 찾아와서 은세공품이나 철제 도구와 바꿔 가기 시작하자 왕검성의 시장에는 여러 나라와 부족의 상품이 넘쳐났다.

상 완이 그렇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연신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경이 아버지의 소매를 잡아끌면서 왕검성 한복판에 우뚝 서있는 사찰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버지. 저게 바로 그 소문의 불교 사찰인 모양입니다.”

그곳의 사찰은 커다란 화강암을 쪼아서 만든 석제건물이었는데, 규모가 크지 않을뿐더러 겉으로 보기에는 마치 시내에 옮겨 놓은 작은 동굴에 나무문을 달아 놓은 듯한 투박한 건물이었다.

상은 사찰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돌로 지었다는 게 특이할 뿐 그렇게 웅장한 건물은 아니구나.”

그런데 그때, 머리를 삭발한 고조선인 승려 다섯 명이 사찰 앞에 세워진 제단에 숯을 올려놓고 불을 피우면서 그 자리에 앉아 불경을 외기 시작했다.

그러자 제단 속에 설치된 긴 관을 통해서 지하에 있는 물이 반쯤 들어있는 탱크 속의 공기가 팽창하자 탱크에서 밀려 나온 물이 다음 장치로 넘어가면서 문을 여는 장치가 작동했다.

- 끼이이이이익.

마침내 사찰의 두꺼운 나무문이 자동으로 열리자, 그 안에 있던 금박을 입힌 웅장한 불상이 모습을 드러냈고 사찰 주변의 행인들이 일제히 불상을 향해 합장했다.

상 완은 그 모습을 보고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면서 아들에게 말했다.

“소문을 들었을 때는 설마 했었는데 정말로 왕실이 계가 말했었던 대단한 건물을 지었구나······. 무지한 백성들이 부처의 신통력이 대단하다고 믿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어······.”

“아버지! 이제 이를 어찌하면 좋다는 말입니까?! 이대로 있다가는 아직 우리 가문의 영지에 남아있는 영민들도 기회만 생기면 왕실 직할령으로 도망치려고 할 겁니다! 지금은 왕실에 머리를 조아리고 불교를 수용하는 것만이 살길입니다!”

“못난 소리 하지 마라!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리 가문과 왕실의 권위는 비슷한 수준이었음을 잊었느냐?! 상의 후계자로서 감히 그런 말을 입에 담다니!”

“그럼 앞으로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그저 가문 논에 심은 벼처럼 우리 가문이 천천히 말라죽을 때까지 기다리시렵니까?”

“오히려 그 반대다. 아무리 목소리를 죽여도 여기서 할 말은 아니니 조용한 숙소를 잡고 나서 다시 얘기하자.”

상은 곧 상인들이 묶는 숙소의 주인에게 밀 두 되를 주고 방을 잡은 다음 그 안에서 밀담을 나누었다.

“오늘에야 드디어 결심이 섰다. 기회를 봐서 왕검성과 궁궐을 급습하여 왕족의 씨를 말리는 수밖에 없어.”

“아버지! 설마 반역을 꾀하시려는 겁니까?!”

“그럼 다른 좋은 수가 있느냐? 왕실의 기세는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고 있다. 이제 보통의 수로는 이 세력 구도를 깰 수 없을 것이야.”

“하지만, 왕검성의 성벽은 높고 튼튼하며 왕검성 수비대와 왕실 근위병은 모두 강철로 만든 무기와 갑옷을 입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승산이 있겠습니까?”

“우리에게 성문을 열어줄 아군이 있는데 성벽이 높은 걸 왜 걱정하느냐?”

“설마 성문을 지키는 병사 중에 간자를 심어두신 겁니까?!”

“의도치 않게 그렇게 됐지. 아까 남문을 지나오면서 계의 모습을 보지 못한 게냐?”

“거기에 계가 있었습니까?!”

“쯧쯧쯧! 그렇게 눈썰미가 없어서야! 원! 계는 어쩐 일인지 병졸로 강등되어 벌써 1년 동안 성문이나 지키고 있다고 들었다. 한때는 태자의 최측근 무관이었는데 말이지.”

“아마 호랑이 부족 출신이고 이제 귀족 신분도 아니다 보니 이룡도 졸업자 중에서 차별을 당하고 있는 모양이군요.”

“분명 그럴 거다. 그 녀석을 다시 끌어들여서 성문을 열게 하면 거사를 치러볼 만 할 거야. 내 서신을 하나 적어줄 터이니 가병 한 명을 보내서 계에게 전해주도록 해라.”

“음······. 알겠습니다. 아버지. 제발 천신께서 우리를 도와주셨으면 좋겠군요.”

그날 밤, 상 완은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계에게 사람을 보내 자신의 숙소에서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계 도련님. 잠시 저와 함께 가시지요. 상께서 도련님을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상을 모시는 사람 같은데 왜 나를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거요? 내가 그분께 파양된 걸 모를 리가 없을 텐데 말이오.”

“상께서는 얼마 전부터 그 일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고 지금은 깊이 후회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다시 도련님과 부자의 연을 맺고자 일부러 왕검성에 찾아오셨습니다.”

계는 병사의 말을 듣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태자 전하의 예상이 맞았구나. 상이 여기까지 와서 나를 찾는다는 건 뭔가 안 좋은 일을 꾸미고 있다는 뜻이겠지. 전하와 함께 두 번째 호랑이 사냥을 할 때가 됐군.’

그는 속내를 숨기고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병사에게 대답했다.

“상께서 아직 나를 자식으로 여기고 계셨단 말인가! 그럼 어서 아버지께서 계신 곳으로 날 안내해주게!”

병사는 계에게 두 손을 모아 읍한 다음 등불을 들고 앞장서면서 그를 상 완의 숙소로 안내했다.

계가 방안으로 들어서자 상과 경은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면서 그를 맞이했다.

“계야! 이게 얼마 만이냐! 그동안 몸 건강히 잘 지냈느냐?!”

“병졸로 강등된 것 이외에는 별 일없이 잘 지냈습니다. 상과 큰 도련님께서도 무탈하셨는지요?”

“동생. 우리 사이에 어찌 그런 경칭을 붙이는가? 아버지와 형이라고 부르게. 아버지께서는 동생을 다시 양자로 들이실 생각이니 말일세.”

세 사람은 한참 동안 각자의 속마음을 숨긴 채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덕담을 나누었다.

상 완은 그러다가 대화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판단이 서자 신세 한탄을 하면서 속셈을 드러냈다.

“어쩌다 우리 가문이 이 지경이 됐단 말이냐?! 내가 계를 실성한 것으로 착각해 내치는 바람에 천벌을 받은 모양이다! 계가 왕실의 기밀을 내게 알려줬을 때 뭐라도 했더라면 이런 수모를 당하지는 않았을 터인데!”

“아버지. 근래에 영지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불교에 현혹된 영민들이 구멍 난 독에서 물이 새나가듯이 영지를 탈출해 다른 지역으로 도망치고 있다. 그 무지한 것들은 오랜 전통과 신앙을 지킬 생각은 안 하고 서역의 종교에 빠진 왕실에 붙을 생각만 하고 있구나!”

“역시 우리 가문과 한씨 왕가는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살 수 없는 모양입니다.”

“그렇지만 왕실의 세력은 나날이 강해지니 보통의 방법으로는 이 난관을 이겨내기 힘들 거다. 계야. 혹시 왕검성의 왕족 전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때가 언제인지 알고 있느냐?”

계는 그 말을 듣고 목소리를 낮추면서 대답했다.

“이미 거사를 치르실 생각이시군요. 일이 잘 풀리면 정말 소자를 다시 양자로 삼고 다시 무관으로 일할 수 있게 해주시겠습니까?”

“무관이 아니라 비왕 자리에도 앉혀주마.”

“실은 소자 또한 소자를 토사구팽한 태자를 벌하고 싶어 늘 제후들이 거사를 일으키는 날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소자에게 이날을 상상하면서 머릿속에 그려둔 계책이 하나 있는데 들어주십시오.”

“어디 말해 보아라.”

상이 허락하자 계는 한부가 미리 알려준 그럴싸한 기습 작전을 설명했다.

그가 말을 마치자 경은 긴장된 표정을 지으면서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 너무 무모한 작전입니다. 만에 하나 거사에 실패하면 우리는 왕검성 안에 고립되고 말 겁니다.”

“오히려 그렇기에 그 교활한 태자도 우리 행동을 예측하기 어려울 거다. 분명히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어.”

“하지만······.”

“그만! 어차피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우리 가문은 말라 죽는다! 어차피 죽을 운명이라면 호랑이답게 마지막까지 적과 싸워보기라도 해야 할 것 아니냐!”

“후······ 아버지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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