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조선을 다시 위대하게-52화 (52/195)

〈 52화 〉 [52화] 불교와 첨단기술로 상을 위협하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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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은 주인의 명을 받자마자 가병 몇 명을 데리고 등짐을 진 계를 저택 안으로 끌고 들어온 다음 몽둥이와 밧줄, 그리고 멍석을 마당에 늘어놓고 상을 불렀다.

“상이시여. 분부하신 대로 계를 끌고 왔습니다.”

“당장 녀석의 무릎을 꿇려라!”

상이 지시하자 계의 양팔을 붙잡은 두 병사는 그의 무릎 관절 뒷부분을 걷어차서 꿇어 앉혔다.

계는 대외적으로나마 아버지라는 작자의 집에서 도망치다 잡힌 노비와 같은 취급을 당하자 고개를 치켜들며 상에게 항의했다.

“아버지!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네가 정녕 그 이유를 몰라서 묻는 것이냐?! 하도 굶어서 피골이 상접 했던 것을 거둬줬더니 네놈이 은혜를 원수로 갚지 않았느냐?! 내 네놈을 멍석말이하여 본때를 보여줘야 직성이 풀리겠다!”

계는 계의 호통을 듣고는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그가 어린 시절 굶어 죽을 뻔했던 것은 상 완이 자기 영지에 잘못된 농업 정책을 시행했던 게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개 같은 놈! 우리 가족이 누구 때문에 그 꼴을 당했었는데! 제 놈이 가뭄이 든 해에 물을 많이 먹는 벼를 심으라고 강요한 탓에 우리 마을 사람들이 전부 굶어 죽을 뻔한 걸 벌써 잊었단 말이냐!’

그는 가병들의 구속을 뿌리치고 상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었지만, 태자의 명을 머릿속에 떠올리고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억누르고 다시 입을 열었다.

“아버지! 매를 맞더라도 소자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는지 말씀해주십시오!”

“저놈이 아직도 모른 척을 하는구나! 네놈이 대제사장님께서 돌아가시기 전날 밤에 날 찾아오지만 않았어도 제후들이 우리 가문을 이토록 업신여기지는 않았을 것 아니냐!”

“감히 어떤 자가 조선에서 왕검과 대제사장 다음가는 어른인 상의 가문을 업신여긴다는 말입니까?”

“대제사장님께서 왕검이 불교에 관심을 두는 것을 질책하시던 날에 돌아가시고 난 후로는 우리 가문이 부처의 저주를 받았다면서 멀리하는 경과 대부가 한두 명이 아니다!”

“제후들이 감히 아버지를 그리 대하다니······. 상심이 크셨겠습니다.”

“다들 불교인지 뭔지 하는 미신에 단단히 홀린 게야! 나라가 미쳐 돌아가고 있어! 이 내가 왕실의 계략에 넘어가 이런 꼴을 당하다니! 왕검이 대제사장님을 저주로 죽였는지 독으로 죽였는지는 모르겠으나 네놈이 왕검의 밀명을 받고 날 함정에 빠트린 게 분명하다! 내 손으로 대제사장님을 사지로 몰게 하려고 말이다!”

“그렇지 않습니다! 아버지께서도 분명 왕실이 주관한 대제사장님의 장례식에 참석하셨지요. 그날 왕검과 모후가 보인 눈물이 거짓된 것으로 보이셨습니까?! 그리고 대제사장님과 함께 입궁하시던 날 왕검은 예고 없이 찾아온 두 분을 보고 당 적잖이 당황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행동이 거짓된 것으로 보이셨습니까?!”

“음······.”

상 완은 계의 말을 듣고 무의식적으로 잊으려 했던 왕검성에서의 기억을 떠올렸다.

‘확실히 왕검의 태도가 연기로 보이지 않았다. 왕검은 만만치 않은 자이지만, 갑자기 찾아온 대제사장을 코앞에 두고 그렇게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의뭉스럽지는 않아. 그럼 설마 그 소름 끼칠 정도로 영악한 태자가 단독으로 대제사장을 죽였나?!’

그는 잠시 턱수염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태자가 속이 시커먼 놈이긴 해도 제 부모에게는 효심이 지극하기로 유명하지. 그러니 설마 대제사장을 독살하는 큰일을 아비 몰래 시도하지는 않았을 거야. 그럼 정말로 그 노인네가 하필 그날 급사했다는 말인가! 하필이면 그날에!’

계는 그런 상의 표정을 보자마자 그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을 눈치채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버지. 부디 소자의 마음을 헤아려 주시옵소서. 지금 이 순간에도 간악한 태자가 서역에서 데려온 외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아버지를 비롯한 여러 경과 대부들의 세력을 약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미고 있습니다!”

“그건 또 무슨 해괴한 소리냐?!”

“잘 아시다시피 왕검은 얼마 전에 왕실과 불교에 우호적인 인물을 대제사장 자리에 앉혔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태자는 왕검성 한복판에 기묘한 불교 신전을 세워서 조선의 백성을 현혹하려 하고 있지요. 내년에 그 신전이 완성되면 몇 년 전 심한 가뭄이 들었을 때보다 더 많은 영민이 왕실 직할령으로 도망치고 말 겁니다!”

“대체 태자가 어떤 신전을 지으려고 하기에 그렇게 호들갑을 떤단 말이냐?”

“소자가 가지고 온 등짐에 그 신전에 관한 정보가 새겨진 죽간이 들어있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신전이 왕검성에 들어서는 걸 막아야 합니다!”

“그건 네가 가져온 죽간을 살펴보고 정하겠다. 여봐라! 저 녀석의 등짐을 뒤져서 죽간을 가져와라!”

상이 소리치자 마당에 있던 가병 중 한 명이 계의 등짐을 뒤져서 그 안에 들어있는 죽간을 주인에게 가져다주었다.

상 완은 원통형 모양으로 말려있는 죽간을 받은 다음 펴서 읽어보더니 한숨을 내쉬면서 계에게 대답했다.

“후······ 사실 나는 대제사장님께서 돌아가신 뒤로 지난 보름 동안 네가 태자와 붙어먹은 배신자라고 의심해 왔다. 그런데 그건 내 착각이었구나.”

“아버지! 드디어 소자의 말을 믿어주셨군요!”

“설마 배신자가 아니라 그냥 실성한 녀석이었을 줄이야······. 태자가 신선이 아니고서야 대체 어떻게 이런 신전을 짓는다는 말이냐?! 이런 놈을 총명하다고 착각해 양자로 삼은 나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질 정도구나.”

“아버지······?!”

“다시는 나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마라! 오늘부로 너는 내 양자도 아니고 귀족도 아니다! 꼴도 보기 싫으니 썩 내 눈앞에서 사라지거라! 여봐라! 이놈은 너희가 매질하느라 힘을 뺄 가치조차 없는 놈이다! 당장 이놈을 내 집에서 끌어내거라!”

주인이 성난 목소리로 외치자 가병들은 계를 저택의 대문 밖으로 끌어내서 내동댕이쳐 버렸다.

계는 저택 대문 앞에 대자로 뻗은 채로 늦가을의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이고 머리야······. 역시 한 번에 미끼를 물지는 않는구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에 묻은 흙을 털어낸 다음 자리에서 일어나 왕검성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 *

기원전 263년 11월 초 어느 날, 왕검성으로 돌아간 계는 미리 준비해둔 시내 외곽의 빈 민가에서 한부를 만나 며칠 전 상 완과 나눴던 대화 내용을 보고한 다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전하. 상을 꾀어내는 데 실패한 데다가 다시 그와 접촉하기도 어려워졌습니다. 변명할 생각은 없지만, 미끼로 주신 서적의 내용이 너무 황당무계한 것이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계야! 너도 내가 그 죽간에 적혀있는 사찰을 못 지을 거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냐?”

“그야 그럴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제단에 불을 피우고 기도를 올리면 저절로 문이 열리는 사찰이라니요? 전하와 함께 1만 리 길을 여행하면서도 그런 건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야 그렇겠지. 정말로 아직은 실재하지 않는 건물이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천재 크테시비우스 박사가 있지 않느냐? 박사라면 분명 내가 생각해낸 사찰을 지을 수 있을 거다.”

“그 말씀이 사실이라면 순박한 백성들은 그 사찰의 대문이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저절로 문이 열렸다 닫힌다고 생각하겠군요. 매일 엄청난 인파가 그 사찰을 보러 왕검성에 몰려들겠습니다.”

“그렇지. 그리고 구경꾼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면 가족과 이웃들에게 불교를 믿어야 한다고 말하고 다닐 테고 말이야.”

“게다가 상은 소문을 듣고 다시 소신을 믿기 시작하겠지요.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전하!”

한부는 크테시비우스에게 자동문이 장착된 사찰을 만들게 해서 불교 전파에 이용할 생각이었다.

원 역사에서 인류 역사상 최초의 자동문은 서기 1세기의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출신의 그리스인 기계공학자 헤론이 신전에 설치할 목적으로 발명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근대의 증기 기관장치 발명자인 제임스 와트나 뉴커먼보다 약 1,600여 년쯤 앞선 시기에 원시적인 증기기관을 발명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바로 이 증기기관을 이용해 자동문을 설계하고 만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자동문을 만들려면 적지 않은 인력과 물자가 필요하긴 하지만, 작동원리만 놓고 보면 기원전 3세기의 인물인 크테시비우스가 발명했던 수력 파이프 오르간이나 자동인형이 적용된 물시계보다 특별히 복잡할 것도 없는 물건이었다.

한부는 자동문을 보고 벌어진 입을 다물지 고조선인들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리자 자기도 모르게 음흉한 미소를 짓고 말았다.

‘여기다가 고조선 특유의 홍익인간 사상에 대승불교를 접목한 새로운 교리만 만들면 순식간에 전국에 불교가 전파되겠지. 이거 참. 이제는 하다 하다 교주 노릇도 하게 생겼구나. 그래도 꿈 드립만으로 새로운 신도 만들어내는 이 시대의 이집트 파라오들보다는 훨씬 낫지.’

그는 머릿속에 앞으로의 계획을 세운 다음 계에게 당부했다.

“계야. 너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앞으로 한동안은 너를 홀대하는 척할 수밖에 없겠다.”

“소신이 상의 신뢰를 더욱 쉽게 얻도록 하실 생각이시군요.”

“그렇지. 그리고 상이 너를 파양한 이상 평민 신분인 너를 무관의 자리에 앉혀두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알겠습니다. 전하. 그럼 앞으로 소신은 어떻게 처신하면 되겠습니까?”

“상은 지금 네가 실성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너를 파양했다는 소식을 알려오겠지. 그럼 상이 보낸 전령이 궁궐에 도착하자마자 너를 병졸로 강등하여 왕검성의 성문을 지키게 할 것이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1년이 아니라 10년이라도 참고 견디겠습니다. 전하.”

“고맙구나. 상과 호랑이 부족 출신의 반항적인 제후들을 처리하고 나면 반드시 너를 다시 중하게 쓸 것이다. 내 예상이 맞으면 길어야 1년 정도일 테니 그동안만 참아다오.”

한부는 그렇게 계와의 대화를 마치고 민가에서 나와서 이번에는 그곳에서 멀지 않은 크테시비우스의 작업장으로 향했다.

태자가 작업장에 도착하자 크테시비우스는 손에든 공구를 놓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전하! 어인 일로 소신의 누추한 작업장을 찾아주셨는지요?!”

“저번에 말했던 자동문에 관해서 얘기해 보려고 찾아왔다오. 그런데 또 뭔가 유용한 물건을 발명하던 중이었나 보구려.”

“새로운 물건을 발명한 것은 아니고 대나무 펌프의 압력을 높일 수 있도록 개량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소신이 만든 펌프는 소방용으로는 쓸만하지만, 지하수를 퍼 올리는 데는 힘이 좀 부족해서 말입니다.”

“훌륭하구려! 특히 강에서 멀고 우물을 파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아주 쓸 만할 거요!”

“분명히 그럴 겁니다. 그나저나 드디어 자동문이 달린 불교 사찰을 지으시려는 모양입니다.”

“그렇소. 다른 곳에도 재물이 들어갈 곳이 많으니 큰 토목 공사를 벌일 수는 없지만, 대신 신기한 물건을 많이 갖춘 신기한 사찰을 지어서 백성들의 이목을 끌 생각이오.”

“그럼 전에 보여드렸던 구상도에서 제일 작은 사찰을 지으실 생각이시군요. 그러면 내년 봄에 공사를 시작하면 그해의 가을밀을 추수하기 전에 완공할 수 있을 겁니다.”

한부는 천재 그리스인 기계공학자의 대답을 듣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내년부터 불교가 제대로 전파되기 시작하면 드디어 상과의 악연이 끝나겠구나. 그 녀석이 내가 던질 미끼를 물면 죽을 것이고 물지 않으면 천천히 말라죽을 테니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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