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조선을 다시 위대하게-49화 (49/195)

〈 49화 〉 [49화] 미신을 이용한 완전범죄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한부는 짐독이 든 성인 남자 새끼손가락과 비슷한 크기인 유리병을 품속에 넣은 다음 서둘러 궁궐의 주방으로 향했다.

그가 주방에 도착했을 때, 그곳의 궁녀들은 평소처럼 왕족의 조반상을 차리다 태자를 보자마자 화들짝 놀라며 인사한 다음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태자 전하! 어인 일로 직접 주방까지 납시었는지요?”

“곧 조반을 차려서 가져가겠습니다. 시장하시겠지만 잠시만 전하의 침실에서 기다려주십시오.”

그러자 한부가 궁녀 중 상급자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아직 주방에는 소식이 전해지지 않은 모양이군. 조금 전에 대제사장님께서 상을 비롯한 제후 스물여덟 명을 데리고 입궁하셨네. 이른 시간이기는 하나 왕검 폐하께서는 분명히 곧 연회를 베푸실 테니 미리 준비해 두게.”

“아침부터 귀빈께서 스물아홉 분이나 찾아오시다니······. 그렇다면 서둘러 주안상을 차리겠습니다. 전하. 다만 워낙 갑작스럽게 많은 귀빈을 대접해야 하다 보니 평소의 연회보다는 음식 가짓수가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어쩔 수 없지. 대신 식기만큼은 최고급품을 사용해 대제사장님을 모시는 데 결례가 없도록 준비해 보게나. 내 직접 왕실 보물창고 경비병들에게 말을 전할 테니 저기 있는 다섯 명은 날 따라와서 식기를 나르게.”

“분부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전하.”

그 후 한부는 주방에서의 볼일을 마치고 궁녀 다섯 명과 함께 왕실의 보물창고에 찾아갔다.

그는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에게 경례하는 경비병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연회에 사용할 식기와 술잔을 가져오려고 왔다. 어서 창고 문을 열어라. ”

“하오나 전하. 왕실 보물창고는 왕검 폐하의 허가가 있어야만 열 수 있습니다.”

“지금 왕검께서는 갑자기 궁궐에 찾아오신 대제사장님과 담소를 나누시느라 경황이 없으시다. 도저히 폐하의 허락을 구할 상황이 아니야. 그렇다고 귀빈을 대접하는 데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되지 않겠느냐?”

두 경비병이 잠시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고민하다가 창고 문을 열자 처음으로 왕실 보물창고 안을 본 궁녀들이 벌이진 입을 다물지 못하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 온갖 금은보화가 이 안에 다 있다는 말은 익히 들어왔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그러게······. 저 중에서 하나만 가질 수 있어도 소원이 없겠네.”

현재 고조선 왕실의 보물창고에는 제나라와 초나라에서 수입한 여러 사치품과 현대의 낭림산맥 동쪽의 은광에서 캔 은으로 만든 장식품, 그리고 한부가 아소카 대왕에게 선물로 받은 귀중품이 가득했다.

한부는 앞장서서 보물창고 안으로 들어가면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금은보화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궁녀들에게 지시했다.

“다들 잘 들어라. 지금부터 내가 허락하는 물건만 챙겨야 한다. 만약 작은 장신구 하나라도 몰래 가지고 나가려다 발각되면 경을 치게 될 것이야.”

“명심하겠습니다. 전하.”

“그리고 이번 연회에는 주로 은제 식기를 사용하되 대제사장님께는 코뿔소의 뿔로 만든 술잔을 드릴 생각이다. 그러니 너희는 저기 있는 은접시와 은술잔을 먼저 챙겨라.”

“전하! 코뿔소 뿔 술잔은 조선 땅에 단 하나뿐인 보물 중의 보물이 아닙니까?! 아직 왕검께서도 사용하신 적이 없는 물건인데 정말 대제사장님께 가져다 드려도 될는지요?”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 너희는 걱정할 것 없다. 왕검께는 대제사장님의 알현이 끝나면 내가 직접 허락을 받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코뿔소 뿔 술잔은 워낙에 귀한 물건이라 내가 직접 주방으로 가져갈 것이니 아무도 건드리지 마라.”

“전하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궁녀들은 태자의 명에 따라 은제 식기가 장식되어있는 선반에 다가가서 머리에 이고 있던 광주리를 바닥에 내려놓고 열심히 접시와 술잔을 담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한부는 잘라낸 코뿔소 뿔의 속을 파내고 밑부분에 은제 받침대를 달아서 만든 길쭉한 술잔을 손에 들고 생각에 잠겼다.

‘이 시대에 떨어졌을 때부터 각오한 일이지만, 오늘 내 손으로 처음 사람을 죽이는구나. 그것도 이렇게 음흉한 방식으로. 그래도 지금 살날이 얼마 안 남은 노인 한 명을 처치하면 앞으로 원래 순장 당할 운명이었던 젊은 남녀를 몇천 명쯤은 구할 수 있을 거다.’

그는 궁궐로 유인한 스물아홉 명 중에서 오직 한 명, 대제사장만을 자연사로 위장해 독살할 생각이었다.

궁궐에 찾아온 제후 전원을 대놓고 척살한다면 그들의 후계자들이 영지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병력을 이끌고 반란을 일으킬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제사장은 종교적 권위는 대단하지만, 영지나 사병을 가지진 않았기 때문에 그가 궁궐 안에서 급사한다고 해도 대신 보복해줄 후계자가 없었다.

게다가 지금 왕검을 만나고 있는 제후 중에는 대체로 고조선 왕실에 우호적인 곰 부족 출신자도 섞여 있으니 술병에 독을 섞어 궁궐의 연회장을 피바다로 만들어 버리는 건 실리만을 따져도 명백한 하책이 분명했다.

‘아마 곰 부족 출신 제후들은 대제사장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고 마지못해 궁궐로 끌려왔을 거다. 게다가 석이의 할아버지인 웅 장로까지 일행에 섞여 있다는 데 싹 다 죽여버릴 수는 없잖아. 대제사장이 코뿔소 뿔 술잔에 담긴 술을 먹고 죽었으니 독살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줄 사람들도 필요하기도 하고.’

대부분의 고대 중국인은 코뿔소의 뿔이 천하의 모든 독을 없앨 수 있는 영약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그 때문에 수많은 고대 중국의 군주와 고위 귀족들이 천금을 주고서라도 짐독도 해독한다는 코뿔소 뿔로 만든 잔을 얻기 위해 애써왔다 한다.

그리고 그 미신은 원역사보다 훨씬 활발하게 왕검성을 드나드는 제나라와 초나라의 상인들을 통해 현재의 고조선 지배계층에까지 널리 퍼진 상황이었다.

한부는 오늘의 완전범죄를 위해 짐독과 함께 많은 은을 주고 초나라에서 코뿔소 뿔 술잔을 준비한 것이다.

그는 궁녀들이 은제 식기를 챙기느라 정신이 없는 틈을 타 품에서 짐독이 든 유리병을 꺼내 뚜껑을 연 다음 코뿔소 뿔 술잔에 투명한 독액을 조금 흘려 넣은 후 술잔 안을 들여다 보았다.

‘이거면 됐다. 잔이 워낙 길고 뿔 끝부분이 좁고 짐독이 투명하다 보니까 뭐가 들어있는지 보이지도 않아. 이제 아버지를 만나서 연회를 열기만 하면 되겠구만.’

* * *

한편 한부가 완전범죄를 기획하고 있을 때 급히 알현실로 향한 한열 왕검은 대제사장과 호랑이 부족 출신 제후들의 추궁에 진땀을 빼고 있었다.

특히 대제사장은 눈에 불을 켜고 노성을 질러가면서 왕검에게 따지고 들었다.

“폐하! 정말로 폐하께서는 불교에 귀의하신 게 아니란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대제사장님! 같은 말씀을 몇 번이나 드려야 짐의 말을 믿어주실 겁니까?!”

“그렇다면 본인이 내일 왕검성의 시장 한복판에서 천신께 드리는 제사를 지내겠습니다! 폐하께서도 그 자리에 나오셔서 제물로 바친 소의 피가 들어있는 술을 드신 후에 천신께 절대로 조선의 왕족이 부처를 섬기는 일은 없을 것이며 조선 땅 어디에도 불탑을 세우지 않겠다고 맹세해 주십시오!”

“뭐라고요? 꼭 그렇게까지 하셔야겠습니까?”

“당연하지요! 조선을 지켜주시는 천신께 바칠 제물도 부족한 판에 수천 리나 떨어져 있는 나라의 신을 섬길 이유가 없잖습니까? 그렇게 먼 곳에 자리 잡은 잡신의 신통력이 조선 땅에 닿기나 하겠습니까?!”

대제사장의 말을 마치자 이번엔 상 완이 입가에 미소를 띠면서 한열 왕검에게 말했다.

“폐하. 부디 대제사장님의 조언을 귀담아들어 주시옵소서. 대제사장님께서는 천신의 입이시니 이분의 말씀이 곧 천신의 말씀입니다.”

“크흠······!”

한열 왕검은 대제사장의 무례함과 상 완의 의뭉스러운 표정 때문에 가슴 속에서 화가 끓어올랐지만, 간신히 이성의 끈을 놓지는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두 노회한 구렁이들에게 사약을 먹이고 싶구나! 하지만 천신의 간택을 받은 대제사장에게 해를 가하면 반드시 왕실에도 불행이 닥칠 것이야. 짐이 그런 짓을 했다가는 우선 신앙심이 깊은 부인부터 충격을 받고 앓아눕겠지······.’

왕검은 결국 대제사장의 호통과 제후들의 독촉을 견디지 못하고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알겠습니다. 대제사장님. 말씀하신 대로 대제사장님께서 주관하시는 제사에 참석해 천신께 조선의 왕족이 불교를 믿지 않을 것임을 맹세하겠습니다. 불탑 건축 건도 취소하도록 하지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폐하. 그리고 내일 제사에는 태자도 데리고 오도록 하십시오. 이 사달이 난 건 모두 태자가 외국의 삿된 종교를 들여왔기 때문이니 말입니다.”

“후······ 그리하겠습니다.”

상 완은 왕검이 대제사장에게 굴복하는 모습을 보고 신이 났는지 다시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폐하. 한 가지 더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짐에게 또 뭘 바란단 말이오?!”

“태자가 다른 나라에서 데려온 외인들도 이제 전원 조선에 귀화했으니 당연히 고향의 신앙을 버리고 전능하신 천신을 섬겨야 마땅할 겁니다. 부디 그들이 가져온 부처의 시체라는 기묘한 구슬과 나뭇잎에 적은 주문서를 스스로 부수고 태우게 하여 진정한 조선인으로 거듭났음을 증명하게 하소서.”

“뭐요?! 그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지켜온 신앙을 어찌 하루아침에 버리게 할 수 있단 말이오?”

“그렇다면 그들을 다시 고향으로 돌려보내는게 옳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않으면 외인들이 다시 젊은 태자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지 않으니 말입니다.”

그러자 대제사장은 한 손으로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한열 왕검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 무슨······!”

왕검은 태자가 죽을 고비를 넘겨 가면서 왕검성에 가져온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패엽경을 폐기하라는 말에 호통을 치려 했지만, 곧 곰 부족 출신 제후들의 표정을 보고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왕실과 호랑이 부족 사이에 갈등이 있을 때마다 왕검에 편에 서주었던 그들도 지금만큼은 걱정으로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왕검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곰 부족의 제후들도 짐과 태자가 다른 나라의 종교에 심취해 천신을 모독하려 든다고 생각하고 있단 말인가······. 나라와 왕실이 평안하려면 지금은 물러날 수밖에 없겠구나’

그는 다시 자리에 앉으면서 상 완에게 대답했다.

“알겠소. 대제사장님께서 불교가 천신을 모독하는 종교라고 판단하셨으니 조선의 백성이 부처를 섬기게 내버려 둘 수는 없겠지요.”

“소신의 충언을 받아들여 주셔서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폐하!”

그렇게 왕검이 대제사장과 상 완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자 살벌했던 알현실 안의 분위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화기애애해졌다.

한열 왕검은 한시라도 빨리 알현실 밖으로 나가고 싶어서 한부의 예측대로 대제사장을 달래기 위한 연회를 여는 시간을 앞당기기로 했다.

“대제사장님. 서로 간의 오해가 풀렸으니 이제 자리를 옮겨서 화해의 술잔을 나누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기꺼이 폐하와 술잔을 나누겠습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마치고 겉으로나마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자 알현실에 있던 제후들도 왕검과 대제사장을 따라 알현실 밖으로 나섰다.

한열 왕검은 알현실 밖으로 나오자마자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내관에게 지시했다.

“주방에 서른 명이 먹고 마실 주안상을 준비하라고 전해라. 시간이 촉박하겠지만, 음식과 식기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폐하. 태자가 이미 폐하께서 연회를 여실 것을 예측하고 주방에 술과 음식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려두었나이다. 지금쯤 연회장에 주안상을 마련되어 있을 테니 그쪽으로 안내하겠습니다.”

“태자가 말이냐? 내 자식이지만, 참으로 영민한 녀석이로다! 그럼 어서 앞장서거라!”

내관은 머리를 조아리며 어명을 받은 다음 왕검과 귀빈들을 연회장으로 안내했다.

잠시 후 그들이 연회장 앞에 도착한 다음 내관이 미닫이문을 열자, 대제사장과 제후들은 화려한 은제 식기에 놓인 음식으로 가득한 잔칫상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참으로 호사스러운 연회로군요! 모든 접시와 젓가락까지 은입니다!”

“허허허! 폐하! 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독기가 정화되는 기분입니다!”

고대 동아시아에서 은은 독을 빨아들이는 귀금속으로 여겨졌기에 술잔에 은침을 담가서 색이 변하면 독주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짐독은 은 제품을 변색시키지 않는 고대의 몇 안 되는 독 중 하나였고 그렇기에 한부는 독살의 혐의를 피하기  위해 은제 식기를 사용한 것이다.

그런데 그때, 왕검과 제후들의 곁으로 손에 코뿔소 뿔 술잔을 든 태자가 다가오더니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태자 한부가 왕검 폐하와 대제사장님을 뵙습니다.”

한열 왕검은 그런 아들을 보고 흡족한 표정을 지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태자야. 네 기민한 판단 덕에 왕실의 격에 어울리는 잔칫상을 대제사장님께 대접할 수 있겠구나! 참으로 잘했다.”

“과찬에 감사드립니다. 폐하.”

“그런데 손에 든 건 코뿔소 뿔로 만든 술잔이 아니냐? 그 귀한 것을 왜 여기까지 들고 왔느냐?”

“늘 왕실의 안녕을 위해 천신께 기도를 올려주시는 대제사장님께 조금이나마 성의를 표시하고 싶은 마음에 가져왔습니다. 폐하. 언제나 조선과 왕실을 위해 힘써주시는 대제사장님께 이 보물을 선물하시면 30만 백성이 폐하의 관대함을 칭송할 겁니다.”

대제사장은 그 말을 듣자마자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코뿔소 뿔 술잔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호······ 저게 바로 그 만독을 정화한다는 코뿔소 뿔잔이군요.”

한열 왕검은 황금으로 만든 잔보다도 귀한 보물을 대제사장에게 주고 싶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눈물을 머금고 그에게 말했다.

“대제사장님. 좋은 잔에 따르는 술은 맛도 좋은 법입니다. 어서 자리에 앉으셔서 코뿔소 뿔 술잔에 따른 곡주를 맛보시지요.”

“정말로 저 귀한 것을 본인이 받아도 되겠소이까?”

“선대 왕검께 군주는 한 입으로 두말하지 말아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대제사장님.”

“참으로 감사합니다! 폐하!”

흥분한 대제사장이 서둘러 상석에 앉자 다른 사람들도 궁녀들의 안내에 따라 자기 자리에 앉았다.

모든 사람이 착석을 마치자 기다리고 있던 큰 술병을 든 궁녀가 서른 개의 술잔에 차례로 술을 따랐다.

한열 왕검은 궁녀가 마지막 잔에 술을 따르는 것을 확인한 후 대제사장에게 말했다.

“대제사장님. 부디 연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천신께 빌어 이 조선과 왕실을 축복해주십시오.”

“기꺼이 그리하겠습니다. 폐하.”

대제사장은 뜻밖에 값진 보물을 선물로 받아서 기분이 좋았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술잔을 높이 들며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전능하신 천신이시여! 부디 조선과 왕실이 영원한 번영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보우하여 주시옵소서!”

대제사장이 건배사를 외치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단숨에 손에 든 술잔을 비웠다.

그런데 그 순간, 술을 마신 대제사장이 술잔을 바닥에 떨어뜨리더니 입에서 피를 흘리며 잔칫상 위로 넘어지고 말았다.

- 쿠당탕!

그 모습을 본 왕검과 제후들은 넋이 나가 있다가 상 완의 날카로운 고함을 듣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안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