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조선을 다시 위대하게-46화 (46/195)

〈 46화 〉 [46화] 아파트와 소방대 (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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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 일행이 수도에서 가까운 석회암 산지를 찾아낸 이후 왕검성의 궁궐 창고에는 금방 대마 콘크리트를 만들 재료가 쌓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보름이 흐르자 한부는 드루수스와 함께 석회와 삼 줄기가 가득한 창고를 둘러보면서 확보한 자재의 품질을 확인했다.

드루수스는 석회가루를 손가락으로 문질러보고 삼 줄기를 꼼꼼히 살펴본 다음 태자에게 말했다.

“전하. 석회와 대마 양쪽 다 품질이 좋은 편입니다. 이제 물을 퍼다가 대마 콘크리트를 만들기만 하면 되겠습니다.”

“드디어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겠구만! 그럼 인부들을 소집하는 데로 다시 박사를 부르겠네.”

“전하. 혹시 제 지시를 전하께서 통역하셔서 인부들에게 전하실 겁니까?”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나? 조선에서 태어난 사람 중 라틴어를 할 수줄 아는 사람은 달리 없다네.”

“소인의 생각에는······.”

“왕검께서 자네를 박사직에 임명하셨으니 앞으로는 자신을 소신이라고 부르게.”

“아,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전하. 소신의 생각에는 마우리아 제국 출신 왕실 근위병들을 이번 건설작업의 인부로 삼아서 이번 건설작업에 동원하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마우리아 제국 출신 병사들을? 그자들은 전원 직업군인 출신이라 인술라는 고사하고 작은 헛간 한 채 지어본 사람도 없을 걸세.”

“어차피 조선 출신 인부들도 대마 콘크리트 건물은 지어본 적은 없는듯하니 어차피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 가르쳐야 하는 초심자입니다.”

“음······ 그럴 수도 있겠구먼.”

“그리고 마우리아 제국 출신 기술자 중에는 그리스어를 할 줄 아는 자가 몇몇 있고 소신 또한 이집트에서 5년쯤 노예로 지내면서 그리스어를 익혔습니다. 그러니 아직 업무를 맡지 못해 시간만 보내고 있는 마우리아 제국 출신 기술자 중 몇 명에게 통역사 노릇을 하게 하면 전하께서는 그동안 다른 업무를 보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 그거 정말 기발한 생각일세! 근위병들도 자신과 전우들이 살 집을 짓는 작업이니까 최선을 다해서 일하겠지. 잠깐만, 기왕이면 앞으로는 왕실의 병사 전원에게 건축 기술을 가르치면 어떻겠나?”

“조선 출신 병사들에게도 말씀입니까?”

“그렇다네. 모든 병사가 건물을 짓고 도로를 까는 법을 익히면 전장에 도로를 건설해서 병참을 원활하게 하고 요새나 숙영지를 짓기 수월해질걸세. 그리고 병사들도 평시에 건축가로 일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으니 여러모로 도움이 되겠지.”

“전하께서는 참으로 놀라운 분이군요! 지중해 세계에서도 그런 일을 해냈던 나라는 오직 로마뿐입니다!”

“모두 박사가 있어서 생각이라도 해볼 수 있는 일이지. 인술라 건설작업을 마치고 조선말을 익히면 바로 조선 출신 병사들에게 건축 기술을 가르쳐주게.”

“반드시 그리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앞으로 한 서너 달 후에는 그리스의 올림픽처럼 전국의 뛰어난 운동선수가 왕검성에 모여서 실력을 겨루는 제전이 열리는데, 그 전에 인술라 몇 채쯤은 완공할 수 있겠나? 물론 부실한 건물을 짓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장담은 드릴 수 없겠군요. 일할 사람은 넘쳐나지만, 하나같이 초심자이니 건물을 올리는데 시간이 적잖게 걸릴 겁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는 일을 그르친다는 말이군. 알겠네. 욕심은 부리지 않을 테니 제대로 된 건물을 세워주게.”

“기대해 주십시오. 전하. 천 년이 지나도 끄떡없는 단단한 인술라를 짓겠습니다.”

드루수스는 태자와 함께 건축 자재 품질검사를 마친 다음 인도 출신 병사 5백 명과 함께 왕검성에서 가까운 대동강 변에서 대마 콘크리트 벽돌을 만들기 시작했다.

마우리아 제국에서 온 병사들은 석회가루와 삼 줄기, 그리고 물을 섞은 걸쭉한 액체를 긴 나무 막대로 휘젓는 드루수스의 몸짓 하나하나를 눈에 담으면서 자신이 살 집을 짓는 방법을 배워나갔다.

한편 한부는 인술라 건설 현장에서의 통역 업무를 마우리아 제국 출신 기술자들에게 맡기고 드루수스처럼 박사직에 임명된 크테시비우스의 숙소에 찾아가서 그에게 물었다.

“크테시비우스. 박사는 알렉산드리아에 살 때 이미 물을 퍼 올리는 장치를 발명했다고 했었지?”

“그렇습니다. 전하. 펌프라고 부르는 물건이지요. 그 원리는 지렛대와 피스톤을 이용하여······.”

“아, 원리는 굳이 내게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네. 들어봐야 머리만 아플 것 같아서 말이지. 그보다 그 펌프로 민가의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장비를 만들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전하. 소신은 열아홉 살 때 이미 소방용 물 분사기를 만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랬었구먼! 그럼 이미 박사의 발명품을 화재 현장에서 써본 적이 있나?”

“불행히도 아직은 그럴 기회가 없었습니다. 전하께서 소신을 기용하시기 전까지는 어리고 가난한 이발사가 만든 이상한 기계장치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요.”

한부는 그의 말들 듣자마자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그럼 인류 역사상 최초의 소방 단체 타이틀은 고조선 왕립 소방대한테 돌아가겠네. 그런 거 얻는다고 이 시대의 누군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괜히 가슴이 웅장해지구만.’

크테시비우스는 한부를 따라 고조선에 오지 않았다면 장차 파라오에게 재능을 인정받아 이집트의 왕립 연구기관인 무세이온의 초대 책임자가 될 운명이었다.

그는 그토록 중요한 직책에 올랐음에도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대신 그 후로 크테시비우스가 발명한 여러 기계장치가 이집트에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피스톤 펌프를 장착 소방용 물 분사기이다.

원역사에서 알렉산드리아의 관리들은 바로 이 소방용 물 분사기를 이용해 세계최초로 소방단체를 조직했었지만, 이제 그 타이틀을 고조선이 갖게 된 것이다.

한부는 들뜬 목소리로 크테시비우스에게 다시 물었다.

“나는 알렉산드리아의 시민들과는 다르네. 박사의 재능을 아주 높게 평가하고 있지. 박사가 소방용 물 분사기를 만들어내면 그 물건을 말 두 마리가 끄는 마차에 싣고 다니면서 화재 현장에 투입할 걸세.”

“감사합니다! 전하! 발명가에게는 자기가 만든 물건이 널리 사용되는 것보다 기쁜 일은 없지요! 재료가 준비되면 바로 제작을 시작하겠습니다.”

“어떤 재료를 준비해야 하겠나?”

“펌프를 만들려면 튼튼하면서도 물에 자주 닿아도 녹슬지 않는 관이 많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시험해본 바로는 청동관만한 게 없었지요.”

“청동관이라······. 그건 좀 곤란하구먼. 목재 같은 다른 재료로는 관을 만들기 어렵겠나?”

“나무 관으로 펌프를 만들면 몇 주 지나지 않아서 금방 썩어버릴 겁니다.”

“음······. 그것참 안타깝구먼.”

한반도에서는 주석이 조금도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청동은 고조선에서 제사용품이나 왕족의 장식품을 만들 때나 쓰이는 값비싼 귀금속이다.

제나라나 초나라와의 무역이 활발해진 덕에 고조선 왕실의 재정이 상당히 풍족해지기는 했지만, 아직 왕검성 이외의 지역에까지 청동으로 만든 펌프를 보급하기는 예산이 부족한 상황.

한부는 비싼 청동을 쓰지 않고도 펌프를 만들어낼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뭔가 좋은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마우리아 제국에서 가져온 강철을 좀 쓸까? 그건 무기를 만들 때 쓰려고 아껴둘 생각이었는데.’

인도 아대륙 남부에서 생산된 철광석은 인이나 바나듐 같은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이 철광석으로 생산한 강철은 단단하면서도 1천 년 이상 비바람을 맞아도 거의 녹슬지 않는 천연 합금이다.

한부는 전생에 서기 4세기에 인도 델리에 세워진 철 기둥이 21세기까지도 녹슬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기록을 읽은 적이 있어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고조선에서 인도 아대륙까지의 먼 거리를 생각하면 마우리아 제국에서 자주 강철괴를 수입하기는 어려울 게 분명했다.

고조선의 태자와 그리스인 발명가는 청동을 대체할 파이프 재료를 찾기 위해 수십 분 동안 의견을 주고받았지만, 쉽게 대체품을 찾지 못했다.

“관을 만드는 데는 쓸만한 금속이 생각보다 별로 없구먼. 그래.”

“아! 그러고 보니 로마인들은 납으로 수도관을 만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납으로 펌프에 쓸 관을 만들면 어떻겠습니까?”

“그건 좀 어렵겠네. 조선에서는 사람 손이 닿는 물건을 납으로 만드는 걸 꺼린다네. 이대로 논의를 계속해도 소득이 없겠네. 차라리 싼 값에 주석을 수입할 방법을 찾는 게 빠르겠어. 나는 주석 시세를 알아보러 갈 테니 박사는 그동안 펌프의 구상도라도 그리고 있게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전하.”

한부는 대화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사신단 숙소 밖에서 기다리던 내관과 함께 궁궐로 향했다.

그런데 왕검성의 거리를 지나던 중 그의 눈에 성인 남자의 팔뚝처럼 굵은 대나무 다발을 어깨에 짊어지고 가는 인부 몇 명이 보였다.

한부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들뜬 표정을 지으면서 내관 참에게 물었다.

“참 내관!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내가 나라 밖에 나가 있는 동안 조선 땅에서 저렇게 굵은 대나무가 자라기 시작했나?!”

“전하. 저 인부들이 짊어지고 가는 대나무 다발은 아마 초나라에서 들여온 것일 겁니다. 초나라는 우리 조선보다 날씨가 따듯해서 그런지 저렇게 굵은 대나무가 많이 자란다고 합니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청동관 대신 대나무를 쓰면 되는걸!”

한부는 그렇게 외치면서 인부에게 달려가더니 나중에 대금을 주겠다고 말하고 대나무 줄기 하나를 얻어서 다시 크테시비우스에게 돌아갔다.

크테시비우스는 방금 숙소 밖으로 나갔던 태자가 갑자기 자기 방에 다시 들이닥치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 물었다.

“전하? 혹시 제 숙소에 귀중한 물건이라도 두고 가셨는지요?”

“그게 아닐세! 드디어 청동관을 대체할 물건을 발견했네! 혹시 이걸 자를만한 톱을 가지고 있나?”

“가지고 있습니다. 전하.”

“그럼 어서 이 나무를 반으로 잘라보게.”

“네?! 음······.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리스인 발명가는 태자가 명하는 대로 톱을 들고 대나무 줄기를 반으로 자르자마자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소리쳤다.

“이럴 수가! 전하! 이 나무는 줄기 속이 관처럼 비어있군요! 게다가 단단하면서도 가볍기까지!”

“이건 조선에서 대나무라고 부르는 식물이라네. 박사는 마우리아 제국에 체류했던 기간이 짧아서 못 봤었나보군. 이걸 청동관 대신 펌프의 재료로 쓸 수 있겠나?”

“가능합니다! 가공 난이도를 생각하면 청동관보다 더 훌륭한 재료군요!”

“이 흔한 대나무가 그렇게 극찬할 정도로 좋은 물건인 줄은 몰랐네.”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께서 인간에게 주신 선물이라고 부를만합니다. 만약 이것보다 더 굵은 대나무가 있다면 수도관으로도 쓸 수 있을 텐데 조금 아쉽군요.”

“어?! 대나무 수도관?!”

한부는 크테시비우스의 말을 듣자마자 전생에 인터넷 뉴스에서 읽었던 기사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까 현대에도 부탄이나 동남아 국가 중에는 대나무 수도관을 쓰는 지역이 꽤 있었어! 대나무로 수도관을 만든 다음 석회석을 이용한 공법으로 누수를 막으면 이 시대에는 꽤 쓸만하겠는데?’

한반도에서 수도관으로 쓸 만큼 굵은 대나무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열대나 아열대 지방에서는 전봇대와 비슷할 정도로 굵은 대나무도 쉽게 볼 수 있다.

앞으로 고조선과 아열대 지방인 대만의 원주민 사이의 무역이 활성화되면 고조선 전체에 대나무 수도관을 까는 것도 꿈은 아니었다.

한부는 잠시 한반도 전역에서 수돗물을 사용하는 희망에 부풀었다가 다시 고조선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정신을 차렸다.

‘아무리 물자와 예산이 풍부해도 인구가 부족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지금은 다른 것보다 중앙집권화하고 한반도 통일이 우선이지. 눈앞의 과제에 먼저 집중하자.’

* * *

그 후 한부는 아파트 건설 현장과 크테시비우스의 작업장을 오가고 왕검성의 백성들에게 불교를 전파하면서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어느덧 계절은 가을에 접어들었고 드디어 첫 번째 왕검성 시내에 완공을 앞둔 인술라 몇 채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부는 한영 왕검과 함께 대마 콘크리트로 만든 벽돌을 쌓고 벽돌 사이에 다시 콘크리트를 발라서 짓고 있는 건물을 올려다보면서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드디어 조선 최초의 3층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벽돌만으로 이렇게 높고 웅장한 건물을 짓다니! 참으로 훌륭하구나! 완공까지는 얼마나 걸린다고 하더냐?”

“드루수스 박사가 말하길 아마 올해 안에 열 채쯤은 완공될 거라고 합니다.”

“그렇게 빨리? 로마라는 나라의 건축 기술이 참으로 대단하구먼. 천신께 바치는 제전을 구경하러 온 제후들이 이 건물을 보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눈에 선하다! 태자야! 참으로 장한 일을 해냈다!”

한부는 아버지의 칭찬을 듣자 머릿속에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특히 상 완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너무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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