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조선을 다시 위대하게-42화 (42/195)

〈 42화 〉 [42화] 새로운 무기를 얻고 금의환향하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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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새는 고막을 긁는 듯한 울음소리를 내며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앞서나가던 파도 부족 선원에게 달려들었다.

깜짝 놀라면서 앞을 돌아본 선원은 손에 든 곡도를 마구 휘둘렀지만, 칼날은 발톱을 새우며 급강하하는 새를 막지 못했다.

두 새 중 한 마리의 발톱이 선원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자 새하얀 그의 웃옷에 붉은 선혈이 번졌다.

“아얏! 이 못생긴 짐승이 어디서 감히!”

선원은 상처 입은 어깨 위에 떨어진 자녹색 깃털을 털어내고 다시 검을 쥐며 새들을 매섭게 노려보았지만, 그의 기세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크어억!”

한부의 곁을 지키고 있던 석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면서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선원을 보자마자 한부에게 소리쳤다.

“전하! 저 새들은 아무래도 불길합니다! 소신이 저놈들을 처치할 때까지 뒤로 물러서 주십시오!”

“석아! 너도 나서지 마라! 저건 서쪽 대륙에서 맹독을 품은 새로 유명한 짐새다!”

“네?! 짐새가 실존한다는 말씀입니까?”

“저렇게 작은 상처만 내고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짐승은 달리 없다!”

짐새는 고대 중국의 기록에 등장하는 전설적인 새로 치명적인 독을 지닌 것으로 유명하다.

기록에 따르면 짐새는 독충과 독사, 그리고 독이 있는 식물 등을 먹어서 온몸에 맹독을 저장하는데 하늘을 날면 그 밑에 있는 식물이 모두 말라 죽고 이 새의 몸이나 배설물을 만진 사람이나 동물은 반드시 죽으며 깃털이 술잔에 스치기만 해도 그 안에 담긴 술이 독주가 된다고 전해진다.

한부는 다른 중국의 전설적인 동물과 달리 여러 역사서와 고대 중국의 공문서에 기록이 남아있는 이 무서운 새가 실제로 존재했었는지 늘 궁금하게 여겼지만, 지금은 진실을 알았다며 기뻐할 때가 아니었다.

“저 새를 만지면 죽을지도 모른다! 새가 흥분하지 않게 천천히 물러서면서 활시위에 화살을 걸어라!”

그는 그 말을 한국 조어, 고대 인도어, 대만 원주민의 언어로 차례로 외친 다음 하늘을 나는 짐새 두 마리를 피해 뒷걸음질쳤다.

다른 사람들도 태자를 따라 서서히 뒷걸음질 쳤지만, 짐새들은 여전히 위협적인 울음소리를 내면서 하늘을 빙빙 돌다가 수색대의 머리 위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한부는 급히 창을 높이 들었지만, 하늘 높이 날고 있는 짐새에게는 창날이 닿지 않았다.

‘이런 제기랄! 저 자식들이 폭격기처럼 깃털을 떨구면서 우리를 위협하려는 건가?!’

그렇게 맹독을 품은 새 두 마리가 막 수색대의 머리 위를 지나려는 순간, 계와 인도인들이 발사한 수십 개의 화살이 두 새의 날개와 몸통에 명중했다.

- 꽤애애애애액!

짐새 한 쌍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땅으로 곤두박질쳤고, 한부와 석은 잽싸게 뒤로 뛰어서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새의 몸통과 깃털을 간발의 차이로 피했다.

두 사람은 우렁찬 함성을 지르면서 고슴도치처럼 온몸에 화살이 박힌 채로 비틀거리며 일어나려는 두 새를 창으로 힘껏 내리찍었다.

“으아아아아아!”

“제발 죽어라!”

한부와 석은 치명상을 입은 두 독조가 완전히 움직임을 멈춘 걸 확인하고는 창에서 손을 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휴······ 전하 호랑이를 맨손으로 잡았을 때보다 더 진땀이 나는군요. 이번에는 정말로 죽는 줄 알았습니다.”

“하······ 그러게 말이다. 소문처럼 하늘을 날면 주변의 초목이 말라 죽을 정도는 아니지만, 깃털에 몸에 닿기만 해도 중독되는 맹독이라는 건 사실이었구나. 참으로 무시무시한 새다.”

목숨을 건진 두 사람이 이마에 흐른 땀을 손으로 훔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을 때, 대열 중간에서 궁수들과 함께 행동하던 계가 달려오면서 소리쳤다.

“전하! 무사하십니까?!”

“계야. 너와 마우리아국 출신 병사들이 제때 활을 쏴준 덕분에 목숨을 부지했다. 정말 고맙구나.”

“무사하셨군요! 전하! 천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네 마음은 이해한다만, 죽은 사람이 생겼으니 마냥 기뻐할 때는 아니구나. 먼저 다른 사람들에게 짐새에 관한 설명을 해주고 희생자를 애도해야겠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전하.”

한부는 자리에서 일어나 몸에 묻은 흙을 털어낸 다음 인도인 병사들과 파도 부족의 선원들에게 짐새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그러자 최연장자인 파도 부족 선원이 슬픔을 감추지 못하면서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친구가 그토록 위험한 독에 당했군요······. 전통대로라면 오지를 탐험하다 죽은 전사는 고향으로 시신을 운반한 다음 성대한 장례를 치러야 하는데······.”

“하지만 저 용감한 전사는 만지기만 해도 위험한 치명적인 짐독에 당했소. 너무나 안타깝게도 그의 시신을 배에 실어서 파도 부족의 마을로 옮기려고 하다가는 또 다른 짐독의 희생자가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오.”

“우리 모두 은인과 같은 생각입니다만, 그렇다고 동포의 시신을 아무렇게나 내팽개치고 갈 수는 없습니다.”

“그럼 여기서 간략하게 나마 장례의식을 치르는 수밖에 없겠군요.”

“역시 그 수밖에는 없겠지요. 그런데 아무리 은인의 일족과는 옛 선조가 같더라도 전통에 따라 장례식에는 우리 부족 사람만 참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의식을 마칠 때까지 가까운 곳에서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소. 그동안 다른 사람들과 함께 주변을 경계하며 맹수를 쫓아낼 테니 안심하고 의식을 진행하시오. 다만 해가 지기 전에는 숲에서 나가야 함을 잊으면 안 되오.”

“감사합니다. 부족의 은인이시여.”

파도 부족의 선원들은 한부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자마자 동료의 시신 옆으로 다가가 날이 넓은 단검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그동안 인도인 병사들은 태자의 지시에 따라 장례를 치르는 부족민들의 주변을 둥그렇게 둘러싸서 그들이 안전하게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지켜주었다.

그렇게 한창 장례절차가 진행되고 있을 때, 한부는 근처의 바위에 걸터앉아 두 부하 장수와 함께 주변을 경계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각할수록 뭔가 이상하구만······.”

“전하. 또 뭔가 문제가 생겼는지요?”

“그런 게 아니라, 아까 우리가 죽인 짐새 한 쌍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람을 잡아먹는 새가 아닌데 왜 우리에게 죽자고 덤볐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돼서 말이지. 석아. 혹시 뭔가 짚이는게 있느냐?”

“음······ 아마 제 놈들의 영역을 침범당해서 화가 났었던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보통은 이렇게 많은 사람을 보면 우리가 지나갈 때까지 잠시 물러났다가 돌아올 터인데. 그놈들은 마치 뭔가를 지키려는 것처럼 필사적으로 덤볐었어.”

그때, 계가 한부의 말을 듣고는 잠시 뭔가를 궁리하다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전하. 혹시 저기 죽어있는 짐새 두 마리는 알이나 새끼를 지키려고 했던 게 아닐지요? 소신도 어린 시절 끼닛거리가 없어서 까치둥지의 알을 꺼내려다가 어미 까치에게 호되게 당한 적이 있습니다.”

“어?! 그럴듯하구나! 그럼 이 근처에 새끼 짐새 몇 마리가 숨어있을지도 모른다는 거군!”

석은 그 말을 듣고 다시 창대를 움켜쥐더니 맹수가 으르렁거리는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전하! 그 새의 모습을 한 악귀들이 자라서 또 사람을 해치기 전에 모두 죽여없애야 합니다!”

“석아. 너무 성급하게 굴지 마라. 짐새는 독이든 먹이를 먹지 않으면 그저 평범한 새일 뿐이다. 그리고 그 녀석들을 잡아다가 조선에 데리고 가면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 같구나.”

“혹시 짐새 새끼를 길러서 약용으로 쓰실 생각이신지요?”

“음······ 그런건 아니다. 아무튼, 먼저 파도 부족이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 주변의 풀숲과 나무 위를 뒤져보자.”

“알겠습니다. 전하.”

세 사람은 대화를 마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처음 짐새를 발견했던 곳 주변의 풀숲을 조심스럽게 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10분이 지났을 때, 한부는 창대로 시냇가 근처의 풀숲을 들추고 나서 드디어 지푸라기로 만든 새 둥지와 그 안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는 새끼 새 열두 마리를 발견했다.

- 삐약! 삐약! 삐약!

아직 눈도 뜨지 못한 새끼 새들은 사람 발소리에 겁을 먹었는지 연신 울부짖었다.

한부는 새 둥지를 보자마자 크게 기뻐하면서 근처에서 풀숲을 뒤지던 계를 불렀다.

“계야! 여기로 와보거라! 드디어 짐새의 둥지를 찾았다!”

두 사람 중 계가 먼저 태자의 부름을 듣고 달려오더니 아직 몸에 깃털도 나지 않은 새끼 새들을 내려다보면서 한부에게 물었다.

“전하. 이 녀석들을 짐새의 새끼로 단정하기엔 좀 이르지 않을는지요?”

“둥지 주변을 잘 살펴보아라. 먹다 남은 전갈 꼬리나 딱 봐도 독이 있을 것 같은 버섯 조각이 널려있잖느냐? 아직 어린 새끼에게 독이든 먹이를 먹일 어미 새는 짐새 말고는 없을 거다. 그나저나 아무리 새끼 새라도 손을 천으로 감싼 다음 잡는 게 안전하겠구만.”

“전하의 깊은 지혜에 다시 한번 탄복했습니다.”

“뭘 이런 걸 가지고.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지.”

“이 새끼 새들을 잘 길러서 짐독을 만들면 조선의 백성들을 괴롭히는 제후들을 응징하는 데 요긴하게 쓸 수 있겠습니다.”

한부는 그 말을 듣고 눈을 크게 뜨면서 계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역시 너는 내 뜻을 알아챘구나.”

“그렇게 강한 독을 지닌 새의 깃털이 몇 보 앞에 떨어져 있는데도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습니다. 짐독이 제나라의 책에서 읽은 대로 무색, 무미, 무취인 데다 해독제도 따로 없는 맹독이라면 천하에 이보다 암살에 잘 쓰일 수 있는 물건은 없겠지요.”

“그렇지. 네 말대로 나는 짐새의 독을 왕실의 안녕을 위협하고 짐승을 제물로 바치듯 백성을 죽여서 파묻는 무리를 제거하는 데 사용할 생각이다. 그러려면 먼저 이 녀석들을 건강하게 길러야겠지.”

“옳으신 말씀입니다. 배로 돌아가시면 새끼 짐새를 마우리아국에서 데려온 수의사에게 맡기시지요. 분명 다양한 새를 다뤄봤을 테니 짐새를 기르는 법도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네 말대로 하는게 좋겠다. 최소한 대여섯 마리 정도는 살려서 데려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 * *

새끼 짐새를 얻은 태자 일행은 장강 남쪽의 아열대우림에서 식후와 식량을 보충하고 폭풍우에 찢어진 범선의 돛을 수리한 다음 닷새 만에 대만을 향해 출항했다.

그들이 폭풍우를 견뎌낸 후 정박했던 곳은 현대의 홍콩에서 동쪽으로 50km쯤 떨어져 있던 해안가였기에 대만에 있는 파도 부족의 마을까지 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파도 부족의 부족장은 다시 한부를 보고 크게 기뻐하며 그를 환영했다.

“부족의 은인이여! 이렇게 다시 만나서 너무나 반갑소! 바다의 신께서 그대에게 순풍만 보내주셨나 보구려!”

“그분께서 딱 이틀만 빼고는 순풍을 보내주셨지요. 그런데도 탐험 도중 부족의 전사가 희생되서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괘념치 마시오. 우리 부족의 전사들은 그 정도의 위험은 견뎌낼 각오로 그대를 따라 먼바다로 나갔소. 그들은 명예로운 항해자이자 탐험가로서 죽었으니 지금쯤 조상님들과 함께 커다란 카누를 타고 저승의 바다를 항해하고 있을 것이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부족장님. 그리고 이건 부족장님께 드리는 선물이니 부디 받아주십시오.”

태자가 그렇게 말하면서 눈빛을 보내자 인도인 병사들이 각각 철제 농기구와 사탕수수의 종자가 들어있는 커다란 상자를 몇개 들고 왔다.

부족장은 농기구를 보고 크게 기뻐하면서 한부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귀한 철로 만든 농기구라니! 참으로 호사스러운 물건이구려!”

“그리고 이 종자는 꿀처럼 달콤한 즙이 나오는 사탕수수라는 식물의 종자입니다. 저와 같은 배를 타고 마우리아국에서 돌아온 전사들에게 사탕수수를 재배하는 법과 그 즙으로 사탕이라는 음식을 만드는 법을 이미 알려줬으니 한번 길러보시지요.”

“이것도 세상에 둘도 없는 귀한 선물이군! 우리가 처음으로 만든 사탕을 만들면 조선에 사절단을 보내 그대에게 선물하겠소!”

“그럼 저도 고향에서 훌륭한 음식과 선물을 준비하면서 파도 부족의 손님들을 기다리겠습니다.”

한부는 그렇게 고조선과 대만 원주민 사이에 무역 길을 놓은 다음 드디어 조선으로 향해 배를 몰아갔다.

‘고대 베트남의 왕국을 포섭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건 좀 아쉽구만. 나중에 또 기회가 있겠지. 그나저나 5년은 걸릴 줄 알았는데 2년 만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어떤 표정을 지으실지 궁금하네!’

* * *

기원전 263년의 초여름 어느 날, 한열 왕검은 비왕 무와 함께 현대의 평안남북도 지역을 대부분 정복하고 왕검성에 돌아와 개선식을 치르고 있었다.

왕검성의 백성들은 철갑을 두른 채로 백마를 탄 왕검과 왕실의 병사들이 성문 안으로 들어서자 길가로 나와 절을 하면서 만세를 불렀다.

왕검이 궁궐 앞에 도착하니 모후 연이 기쁨의 눈물을 글썽이면서 남편을 맞이했다.

“폐하! 무사히 돌아오셔서 이렇게 다시 용안을 보여주시니 소첩은 너무나 감격스럽습니다!”

“다녀왔소! 부인! 우리 왕실의 영토를 엄리대수(압록강) 이남까지 넓히고 왔다오!”

“두 해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참으로 대단한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폐하!”

“사실 연나라군이 모두 물러간 덕에 예전에 왕실을 섬기던 여러 부족이 짐의 군대를 보자마자 항복한 덕이 컸소. 언제 이웃 부족의 침략을 받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조선 왕실의 보호를 받고 싶었을 거요.”

“하루에 이렇게 좋은 소식을 두 가지나 듣다니! 모두 천신께서 조선 왕실을 지켜주신 덕분입니다.”

“짐의 개선식말고 좋은 소식이 또 있소?”

“물론이입니다! 폐하! 드디어 태자가 유학을 마치고 서쪽 항구마을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그것도 외국에서 사귄 대국의 왕에게 받은 선물을 잔뜩 실은 범선 수십 척과 함께 말입니다!”

한열 왕검은 아내의 말을 듣고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소리쳤다.

“그게 정말이오?! 녀석! 아마 5년은 걸릴 거라더니! 천신이시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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