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조선을 다시 위대하게-39화 (39/195)

〈 39화 〉 [39화] 귀향길에 오르다. (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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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 일행은 전직 로마 군단병을 영입한 날부터 사흘 동안 마늘과 양파 등 다른 농작물의 종자를 사들이면서 마우리아 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마침내 마우리아 제국의 사절단이 알렉산드리아를 떠나는 날, 그들을 배웅하러 나온 파라오 필라델포스는 태자 일행에게 말 두 마리가 끄는 수레 두 대에 가득 실려있는 값진 물건을 보여주면서 한부에게 말했다.

“이건 귀한 패엽경을 선물해주신 삼라트께 보내는 짐의 성의요. 부디 무사히 파탈리푸트라에 도착해 삼라트께 이 물건들을 전해주길 바라오.”

“반드시 그리하겠습니다. 삼라트께서는 분명 파라오께서 보여주신 호의에 기뻐하실 겁니다.”

“아, 그리고 그대가 짐에게 선물한 아름다운 은거울의 답례도 하고 싶구려. 이 선물이 그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소.”

파라오가 그렇게 말하면서 옆에 있는 근위병 두 명을 흘끗 바라보자, 두 병사가 자신들의 발밑에 놓여있는 청동 상자를 열었다.

한부는 청동 상자 안에 들어있는 파피루스 두루마리 여러 개를 보고 나서 파라오에게 물었다.

“파라오시여. 이 두루마리들이 어떤 학문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선대 파라오의 스승이었던 대수학자 유클리드가 남긴 기하학 원론이라는 책의 사본이오. 그대는 나이에 비해 대단히 박식하고 지혜롭지만, 수학에 대한 조예만큼은 평범해 보여서 조금 안타까워서 이 서적을 주고 싶었소.”

“아! 이 귀한 것을 선물해 주시다니요! 파라오시여! 참으로 감사합니다! 거대한 나일강과도 같은 파라오의 관대함에는 전능하신 세라피스께서도 탄복하실 겁니다!”

“아직 스무 해도 살지 않은 젊은이가 서적을 보고 이렇게 기뻐하다니. 역시 그대는 짐과 비슷한 구석이 있구려. 기하학은 군주와 대신이 반드시 익혀야 할 학문이니 그대가 유용하게 사용해 주길 바라오.”

한부는 파라오에게 다시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뒤로 돌아서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현대로 가져가면 몇백억 원에 팔렸을 엄청난 유물이잖아! 그나저나 고조선 시대에 기하학이라니! 기하학을 고조선에 전파하는 건 크테시비우스한테 맡겨야지. 왕검성에 돌아가는 길에 크테시비우스한테 미리 한국 조어를 가르쳐야겠네.’

기하학은 도형과 공간의 성질에 관한 연구를 하는 수학의 한 분야로 정확한 토지를 정확하게 측량하는 데 필요한 실용적인 학문이다.

또한 유클리드가 기하학 연구에 사용했던 공리 체계는 근대 수학의 근원인 만큼 파라오가 선물한 두루마리 열세 개는 잘만 사용하면 고조선에서 수학과 기초과학을 싹 틔울 씨앗이 될 것이었다.

그 후 그리스인과 로마인이 합류한 태자 일행은 마차를 타고 무역도시 수에즈를 경유한 다음 그곳에서 다시 고대 인도의 범선을 타고 마우리아 제국으로 출발했다.

태자 일행 중 고조선인 세 사람과 로마인 드루수스는 이미 항해에 익숙했지만, 그리스인인 크테시비우스 일가는 뱃멀미에 시달리며 고통스러워했다.

“후······ 대양은 거칠고 사납기 이를 데 없는 곳이었구나······. 전하.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 마우리아 제국에 도착하겠습니까? 제 부모는 심한 뱃멀미 때문에 선실에 앓아누워서 일어나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저번에는 수에즈에서 마우리아 제국의 무역도시인 뭄바이까지 가는 데 20일쯤 걸렸었지. 이번에도 아마 비슷할 것 같구먼.”

“그럼 아직 보름은 더 이 끔찍한 고통을 견뎌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오오! 바다의 주인이신 포세이돈이시여! 제발 불쌍한 제 가족을 지켜주소서!”

한부는 갑판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잔잔한 바다를 향해 소리치는 크테시비우스를 보고 마우리아 제국에서 한반도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마지막 순간까지 비밀에 부치기로 마음먹었다.

바다의 신이 그리스인 젊은이의 애원을 들어줬는지, 태자 일행을 태운 배는 순풍을 등에 업고 인도 아대륙을 향해 나아가 예정보다 이틀 일찍 뭄바이에 도착했다.

배가 선착장에 닻을 내린 후 한부가 두 부하 장수와 함께 갑판에서 내려오자, 무역항의 세관 책임관이 몇몇 호위병과 함께 마중을 나와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무사하신 모습을 다시 뵙게 되어 참으로 기쁩니다. 위대하신 삼라트의 입이시여.”

“환대에 감사하오. 부처님의 가호 덕에 겨울이 시작되기 직전에 뭄바이항에 도착해서 참으로 다행이구려. 삼라트께 이집트에서의 선교 성과를 보고해야 하니 어서 우리 일행이 탈 마차와 짐을 실을 수레를 준비해주시오.”

“삼라트께서는 이미 이틀 전에 사절께서 불교 전파의 임무를 달성하셨다는 보고를 받으시고는 크게 기뻐하셨다고 합니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본인은 파라오를 알현하고 겨우 사흘간 알렉산드리아에 머물다 바로 마우리아 제국에 돌아오는 길이오.”

“위대하신 삼라트께서는 마우리아 제국 신민의 발길이 닿는 모든 곳에 당신의 눈과 귀를 심어두십니다.”

“허······ 삼라트께서 광활한 영토를 원활하게 다스리시는 비결이 바로 거기에 있었구려. 과연 천하의 군주 중에서 전륜성왕의 칭호가 가장 잘 어울리는 분이시오.”

아소카 대왕 치하의 마우리아 제국은 고대 국가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치밀한 첩보망과 정교한 행정제도를 갖추고 있었다.

아소카 대왕은 인도 역사상 가장 자비로운 성군으로서 역사에 이름을 남겼지만, 그 위업은 반항적인 지방의 토호를 암살하거나 전국에 첩자를 심어 정보를 수집하는 뒷공작이 함께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부는 항해하기 어려운 겨울을 파탈리푸트라에서 나는 동안 아소카 대왕이 제국을 통치하는 비결을 조금이라도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첨단기술에만 관심을 두다가 간과하고 있었지만, 기원전 3세기에 21세기의 인도보다도 훨씬 넓은 영토를 몇십 년 동안 아무 탈 없이 다스리는 거 자체가 거의 신기에 가까운 일이지. 얼른 아소카 대왕을 만나서 얘기를 꺼내 봐야겠다.’

그는 잠시 후 무역항의 인부들이 태자 일행이 타고 온 배에서 짐을 내려 수레에 싣자마자 수하들을 이끌고 파탈리푸트라로 출발했다.

여러 인종으로 구성된 삼라트의 사절단이 뭄바이의 성문을 나선 후 며칠 지나지 않아 계절은 겨울로 접어들었지만, 북인도의 겨울 날씨는 한반도의 가을 날씨와 비슷한 정도였기 때문에 그들이 여행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그렇지만 태자 일행은 이집트로 떠날 때와 달리 명마 대신 마차를 탔기에 약 석 달이 흘러 양력으로 기원전 263년 1월 중순이 되어서야 파탈리푸트라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마우리아 제국의 수도의 거리에는 그들이 이집트로 떠나던 몇 달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건설 현장이 많이 보였다.

한부는 자신이 탄 마차의 옆에서 말을 모는 호위 기병에게 근처에 있는 건설 현장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물었다.

“이보게. 혹시 저기서 일하고 있는 인부들이 무슨 건물을 짓고 있는지 아는가?”

“저 건물은 완공되면 왕립 동물병원으로 쓰일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동물병원? 수도 한가운데에 짐승을 치료하는 병원이 들어선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삼라트의 입이시여. 위대하신 삼라트께서는 불교에 귀의하신 뒤로 파탈리푸트라에 양로원과 고아원, 그리고 빈민을 위한 병원과 동물병원을 많이 짓고 계십니다. 덕분에 수도의 백성들은 매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위대하신 삼라트의 관대함을 칭송하고 있지요. 이 모든 게 사절께서 새로운 불교의 교리를 주장하시어 삼라트께 불심을 심어주신 덕분입니다,”

한부는 그 대답을 듣고 감탄하다가 고조선의 현실을 머릿속에 떠올리고는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푹 쉬었다.

‘후······ 부럽구만. 고조선은 아직 원시적인 샤머니즘이 판지고 있는데 마우리아 제국은 근대국가 뺨치는 복지국가가 되고 있네.’

호위 기병은 한부가 대승불교를 만들어낸 덕분에 아소카 대왕이 복지제도를 시행하게 됐다고 말했지만, 그의 말은 사실과 거리가 멀었다.

원역사의 마우리아 제국도 아소카 대왕이 상좌부 불교에 귀의한 이후 전국 곳곳에 약초밭을 조성해 무상의료를 실시했으며 인류 역사상 최초로 동물보호법을 제정하고 국가 차원에서 수의사를 육성했기 때문이다.

한부는 같은 마차를 타고 있는 두 부하 장수에게 아소카 대왕이 막 시행하고 있는 복지제도에 대해 알려주었고, 계와 석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중얼거렸다.

“허허허······ 계야. 우리나라에서는 산사람도 일부러 죽여서 순장하는데 마우리아국에서는 짐승을 치료할 병원을 짓고 있다고 하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전하. 언젠가 우리 조선의 왕실도 마우리아국처럼 관대한 제도를 시행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예상과는 달리 한부는 계의 말을 듣고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조선에서 이런 제도를 시행했다가는 나라가 망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런 제도를 시행한 나라는 언젠가 왕실의 곳간이 비어버리게 마련이거든.”

“그럼 아소카 왕께서도 훗날 그런 곤란을 겪게 되신다는 말씀입니까?”

“그분께서 왕위에 앉아계실 때는 마우리아국이 태평성대를 누릴 것이다. 하지만 이 나라의 태자가 왕위를 물려받을 때부터는 십중팔구 전국 곳곳에서 문제가 생길 거다. 그러니 강대국의 문물이라고 무분별하게 받아들일 게 아니라 조선의 현실에 맞는 문물만 받아들여야 함을 명심해라.”

“전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그는 자기 말을 정확히 이해한 계를 보고 미소지으면서 근대적 복지국가의 환상을 마음에서 지웠다.

‘고대의 복지국가는 아소카 대왕이나 유지할 수 있지. 한국으로 치면 세종대왕의 내정능력에 광개토대왕급 군사적 재능을 지닌 먼치킨이잖아. 원역사의 마우리아 제국은 아소카 대왕 사후에 빛의 속도로 망해갔는데 이번 역사에서도 그렇겠구나.’

그렇게 한부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태자 일행을 태운 마차가 파탈리푸트라의 궁궐 앞에 섰다.

아소카 대왕은 내관에게 이집트로 떠났던 사절단이 도착했다는 보고를 듣고 몸소 궁궐의 입구까지 마중 나와서 두 팔을 벌리며 한부를 환영했다.

“어서 오시오! 조선의 태자여! 다시 그대의 무사한 모습을 보게 되어 너무나 기쁘오!”

“분에 넘치는 환대에 감사합니다. 삼라트시여. 분부대로 이집트의 파라오에게 부처님의 말씀과 불경을 전하고 왔습니다. 제 뒤에 있는 수레에는 파라오가 불경에 대한 답례로 삼라트께 보낸 선물입니다.”

“아주 훌륭하오! 곧 그대를 위한 연회를 열 터이니 흥겨운 음악과 좋은 음식을 즐기면서 여독을 푸시오!”

잠시 후 태자 일행은 황실의 하인들에게 시중을 받으며 먼지가 묻은 여행복을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궁궐 연회장으로 향했다.

아소카 대왕은 고조선의 예복을 입은 한부가 자리에 앉자 그에게 술 대신 우유를 권하면서 입을 열었다.

“불교에 귀의한 후로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술을 끊고 대신 연회에선 우유를 마시고 있소. 그 덕분인지 요즘은 머리가 맑고 몸이 가볍구려.”

“술은 정신을 어지럽히고 몸의 균형을 무너트립니다. 성군이신 삼라트만을 바라보며 사는 백성들을 위해서라도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그대 덕에 불교에 귀의한 이후 짐은 정신과 몸이 건강해졌다오. 또한 그대가 짐의 부탁대로 불교 전파에 큰 공을 세웠으니 짐도 그대가 원한다면 그대와의 약속을 지킬 것이오. 하지만 그 전에 그대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겠소.”

“어떤 제안인지 여쭤봐도 될는지요?”

“그대만 승낙한다면 그대와 짐의 장녀를 혼인시켜 부마로 삼고 징차 삼라트의 자리를 물려주려 하오. 저기 맞은편에 보이는 처녀가 짐의 장녀요. 아비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꽤 미인이지 않소?”

한부는 아소카 대왕의 갑작스러운 제안을 듣고 우유를 마시다 사레들리고 말았다.

“콜록! 콜록!”

그가 입가에 묻은 우유를 손수건으로 닦고 고개를 들자 2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아리따운 인도의 공주가 수줍게 미소 지었다.

한부는 그녀의 모습과 은근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소카 대왕을 차례로 바라본 다음 생각에 빠졌다.

‘솔직히 내 인생만 생각하면 고조선의 태자보다는 마우리아 제국의 후계자가 나으려나? 아니다. 이제와서 고조선의 가족하고 동문들을 배신할 순 없지. 게다가 마우리아 제국 태자의 단단한 지지세력하고 피비린내 나는 암투를 해서 이길 자신도 없고.’

그는 그렇게 마음을 정리한 후 아소카 대왕에게 대답했다.

“위대하신 삼라트시여. 분에 넘치는 제안에 감사합니다. 하오나 저도 한 나라의 태자로서 조국을 저버릴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제게는 동방의 여러 나라에 불교를 전파해야 할 사명이 있으니 겨울이 끝나면 조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아······ 참으로 안타깝구려. 마음 같아서는 그대가 다른 나라에 가더라도 딸을 주고 싶지만, 정략이 없는 황족의 결혼이란 없으니 너무 섭섭하게 여기지 마시오.”

“그런 말씀 마시옵소서. 삼라트께서 이미 약속하신 보상만으로 제겐 과분합니다.”

“그대와의 약속을 잊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내일부터 동쪽의 항구도시의 조선공들이 그대의 일행이 타고 갈 범선 서른 척을 건조할 것이오. 그리고 조선으로 보낼 불교 승려와 다양한 분야의 기술자 백여 명을 파탈리푸트라에 소집하겠소. 그 외에 또 짐에게 바라는 게 있소?”

“삼라트께서 허락하신다면 제국의 저명한 학자들에게 아르타 샤스트라에 기반을 둔 제왕학을 배우고 싶습니다.”

아소카 대왕은 그 말을 듣고 두 눈을 크게 뜨면서 놀라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브라만 계급 사이에서만 대대로 전해져오는 전략서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니······. 그대는 또 한 번 짐을 놀라게 하는구려. 좋소. 이 나라에서 짐보다 아르타 샤스트라에 통달한 자는 없으니 봄이 올 때까지 짐이 그대에게 제왕학을 전수하겠소.”

“삼라트께서 직접 말씀이십니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삼라트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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