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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을 다시 위대하게-36화 (36/195)

〈 36화 〉 [36화] 서방의 기술과 인재를 모으다. (4)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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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는 알현실에서 나오자마자 마우리아 제국의 관리에게 여행길에 필요한 물품을 주문한 다음 계와 석이 묵고 있는 숙소에 찾아가서 멋쩍은 표정을 숨기지 못하면서 말했다.

“음······ 계야. 석아. 너희 둘에게 긴히 할 말이 있다. 참 어떻게 일이 이렇게 돌아가는지······.”

“전하. 설마 계가 걱정했던 대로 마우리아국의 왕께서 제강법을 알려주지 않겠다고 했습니까?”

“그런 건 아니다. 다만 제강법과 다른 여러 앞선 기술을 조선에 전수해 주는 대신에 불교를 이 나라에서 서쪽 바다를 건너야 갈 수 있는 나라에 전파하고 오라더구나.”

“네?! 여기보다 더 서쪽에도 사람 사는 동네가 있다는 말씀입니까?!”

“물론 있고말고. 이집트라는 나라인데 조선에서 마우리아국 까지 왔던 길에 비하면 편한 여행길이 될 거다. 우리 셋이서만 날쌘 말을 타고 서쪽의 항구도시에 간 다음 그곳에서 배를 타면 석 달 안에 다녀올 수 있을 것 같구나.”

그 말을 듣고 계가 의아한 목소리로 태자에게 대답했다.

“전하. 석이는 덩치가 너무 커서 평범한 말은 못 타지 않습니까? 아! 이 나라도 그 한혈마라는 명마를 기르는 모양이군요.”

“궁궐에서 일하는 관리에게 물어보니 이 나라엔 한혈마는 없지만, 그에 버금가는 마르와리라는 명마가 있다더구나. 고맙게도 마우리아국의 왕께서 우리에게 그 말을 빌려주신다고 하셨다. 마르와리라면 분명 석이도 태우고 달릴 수 있을 거다.”

석은 뜻밖에 오랜 소원을 풀게 되자 뛸 듯이 기뻐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드디어! 드디어 나도 말을 탈 수 있게 됐구나! 전하! 이 먼 나라까지 온 보람이 있군요! 사실 그동안 다른 동문들은 전부 말을 타고 전장을 달릴 때 홀로 뚜벅이 신세일까 봐 걱정이 많았습니다!”

“나도 어서 네가 다시 말을 달리는 모습을 보고싶구나. 그럼 오늘 안으로 여행 준비를 마쳐라. 필요한 물건과 식량은 대부분 마우리아국에서 준비해주기로 했으니 옷가지만 챙기면 충분할 거다.”

“알겠습니다. 전하.”

"금방 짐싸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세 사람은 옷가지와 마우리아 제국의 관리가 준 노잣돈과 짐을 챙긴 후 서쪽으로 쭉 뻗은 포장도로를 따라 말을 달렸다.

석은 거의 3년 만에 달리는 말 등위에서 볼을 스쳐 지나가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자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전하! 이 마르와리라는 말 정말 대단합니다! 이렇게 체격이 크고 힘이 좋으니 마우리아국 최고의 명마라고 부를만하군요!”

“석아! 승마 중에 말을 줄여라! 그러다 혀 깨물겠다!”

한부는 오랜만에 말을 타는 부하 장수가 다칠까 봐 주의를 시켰지만, 사실은 그도 속으로는 인도의 명마에 감탄하고 있었다.

‘이번 생에 처음으로 말다운 말을 타보는구나! 꼭 고조선에 몇 마리 데려가서 길러야겠어!’

기원전 3세기의 고조선과 중원 대륙의 나라들은 아직 서역의 덩치 큰 말을 들여오지 못해 대부분 조랑말을 타고 다녔다.

그런데 조랑말은 어깨높이가 90cm에서 120cm밖에 안 될 정도로 덩치가 작고 힘이 약하다 보니 무거운 갑옷을 입은 병사나 거구의 병사를 등에 태우고 달리기 어려웠다.

반면 마르와리종의 말은 한혈마 보다는 덩치가 작고 힘이 조금 약했지만, 가장 작은 개체도 어깨높이가 140cm는 넘었고 지구력이 우수한 데다 주인에게 충성심이 강하기로 유명했다.

‘한혈마는 피지컬이 좋은 대신 성질이 급하고 사납기로 유명하다던데, 이 말은 강아지처럼 사람을 잘 따르네.’

한부는 언젠가 인도의 마르와리와 흉노에서 수입할 한혈마를 교배하여 성격이 순하고 충성심이 강하면서 힘도 좋은 새로운 명마를 만들어 내기로 마음먹었다.

그 후 세 사람은 온종일 말을 달리다 타고 있던 말이 지치면 고대의 무역로 그랜드 트렁크 로드 곳곳에 설치된 역관에서 다른 말로 갈아타면서 서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보름을 쉬지 않고 달리니 드디어 한부와 두 장수의 눈앞에 인도 아대륙 서부에서 가장 큰 무역도시 중 하나인 뭄바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뭄바이는 고조선의 사절단이 처음 마우리아 제국에 도착했을 때 들렀던 항구도시보다 훨씬 번화한 곳이어서 구경할 것도 더 많았지만, 한부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관광을 뒤로 미루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둘 다 그만 구경하고 빨리 따라오너라. 느긋하게 관광할 시간 없다. 어서 알렉산드리아에서 볼일을 보고 왕검성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느냐?”

“아······ 죄송합니다. 전하. 피부가 염소의 젖처럼 흰 사람들을 보다가 걸음이 느려졌습니다.”

“저들은 그리스인이라는 백인종이다. 우리가 갈 이집트란 나라도 저런 그리스인이 다스리는 나라지. 목적지에 도착하면 백인을 실컷 구경할 수 있을 테니 지금은 서두르자.”

태자 일행은 인파가 북적이는 거리를 빠르게 지나 무역항으로 가서 그곳의 세관 책임관에게 삼라트가 보낸 사절단임을 증명하는 상아로 만든 증표와 나뭇잎에 글을 적은 서류를 보여주었다.

세관 책임관은 서류를 빠르게 읽은 다음 한부에게 공손하게 인사하면서 입을 열었다.

“마르와리종의 말을 타고 오시는 걸 보고 귀한 분들이라고는 짐작했지만, 세 분뿐이라 설마 위대하신 삼라트께서 보내신 사절단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미리 합당한 준비를 하지 못한 점을 용서해 주십시오.”

“미리 전령을 보낼 시간이 없었으니 마음 쓸 필요 없소. 그보다 일정이 급해서 빨리 이집트로 가고 싶은데 적당한 배가 있소? 무역선이라도 상관없소만.”

“이집트로 떠나는 무역선이야 늘 있지만, 짐을 많이 실은 배는 속도가 느립니다. 내일 여객선을 타시는 편이 더 시간을 더 아낄 수 있을겁니다. 괜찮으시다면 내일 오전까지 날쌘 여객선을 준비해 놓겠습니다.”

“고맙소. 그럼 오늘 하루 우리가 묵을 숙소를 준비해주시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위대하신 삼라트의 입이시여.”

세 사람은 그날 하루 호화로운 숙소에서 푹 쉬고 다음 날 해가 뜨자마자 큰 돛이 세 개나 달린 범선에 올랐다.

계는 갑판에 오르자마자 뭄바이항을 드나드는 주변의 무역선을 지켜보더니 안심하면서 말했다.

“전하. 이렇게 많은 무역선이 한곳에 모여있는 모습은 태어나서 처음 봅니다. 마우리아국은 이미 그 이집트라는 나라와 오래전부터 바닷길로 무역을 해온 모양입니다.”

“그렇지. 그런데 네가 왜 그리 기뻐 보이는 건지 모르겠구나.”

“이미 여러 번 배가 오간 항로라면 우리가 처음 마우리아국을 찾을 때처럼 고생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야 물론이지. 앞으로 스무날 정도만 지나면 이집트의 수도 알렉산드리아에 도착할 수 있을 거다. 아마 그 나라의 왕은 우리에게 융숭한 대접을 할 것 같으니 기대해 보자꾸나.”

“겨우 세 명뿐인 사절단에게 그런 대접을 하겠습니까?”

“두고 보면 알 거다.”

한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계에게 그렇게 대답하더니 두 손으로 갑판의 난간을 잡고 북서쪽 바다를 바라보았다.

* * *

“위대하신 파라오시여. 조금 전 황궁에 도착한 전령이 보고하길 마우리아의 왕이 보낸 사절 세 명이 여객선을 타고 수에즈의 무역항에 입항했다고 합니다.”

후세에 프톨레마이오스 2세라고 불리게 되는 이집트의 파라오 필라델포스는 내관의 보고를 듣자마자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는 열심히 읽고 있던 파피루스 두루마리를 책상 위에 내려놓으면서 내관에게 물었다.

“그게 정말이냐?! 아소카 왕이 보낸 사절이 수에즈에 도착했다고?”

“그렇습니다. 사절단은 아마 오늘 해가 질 때쯤이면 알렉산드리아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뭐라고?! 그렇게 중요한 손님이 오는 걸 이제야 알리면 어떻게 하나?!”

“죄······죄송합니다. 위대하신 파라오시여. 그 사절단은 뭐가 그리 급한지 세관을 통과하자마자 인도의 명마를 타고 알렉산드리아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에즈에서 출발한 전령이 제때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대체 무슨 사정이 있길래 그리 급하게 달려오고 있단 말인가? 어서 왕궁의 응접실에 잔칫상을 준비해라!”

“알현실이 아니라 응접실에서 사절단을 만나실 예정이신지요?”

“그럼 마우리아의 사절을 옥좌 밑에서 무릎 꿇릴 생각이었느냐?! 어서 준비해라!”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위대하신 파라오시여.”

파라오 필라델포스는 내관이 종종걸음으로 도서관 열람실에서 나가는 모습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짐도 어서 예복을 입어야겠구나. 사절을 잘 구워삶아 이번 기회에 향신료 무역 선단의 규모를 늘려달라고 해봐야겠다.”

현재 파라오 필라델포스 치하의 이집트는 알렉산드로스 대왕 사후 그 후계자들이 제국을 나눠 가지면서 형성된 고대 헬레니즘 왕국 중 가장 큰 번영을 누리고 있었다.

이렇게 그리스인 왕조 치하의 이집트가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선대 파라오 시절부터 외교능력과 주변의 적국을 효율적으로 정벌하고 영토를 넓힌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집트가 동양과 서양을 잇는 무역 허브였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이집트는 동양의 상품을 싼값에 사들여서 지중해 세계에 비싸게 파는 중계무역으로 큰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이런 이집트의 무역 상대국 중 마우리아 제국은 후추나 정향 같은 유럽에선 부르는 게 값인 귀한 향신료를 팔아주면서 막대한 자금력으로 이집트의 상품을 많이 사갔기 때문에 제파라오의 가장 중요한 고객이었다.

하지만 마우리아 제국으로선 이집트를 거치지 않아도 북서쪽 국경을 맞댄 셀레우코스 제국에도 향신료를 팔거나 서양의 물건을 수입하면 되기에 파라오 필라델포스는 전성기를 맞은 마우리아 제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었다.

파라오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나온 다음 왕궁에서 예복으로 갈아입었을 때, 한부 일행은 막 알렉산드리아의 성문을 지났다.

계와 석은 인구 1백만 명이나 되는 대도시에 발을 들이자마자 이번에도 호들갑을 떨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전하! 조금 전까지만 해도 파탈리푸트라가 천하에서 가장 큰 도시인 줄 알았는데 알렉산드리아에 비하면 지방의 중소도시에 불과했던 모양입니다! 이 세상 어딘가에는 여기보다 더 큰 도시가 있겠습니까?”

“석아.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 이 도시가 지금은 세상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일 거다. 이 도시는 서방과 동방을 잇는 교통의 요지이기 때문에 이토록 번성할 수 있었지. 우리 조선의 왕검성도 언젠가 서남쪽의 더운 나라들과 서쪽 대륙을 잇는 무역도시가 되면 이렇게 발전할 수 있을 거다.”

“어서 그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전하!”

잠시 후 태자 일행이 알렉산드리아의 궁궐 앞에 도착하자 마치 낫처럼 크게 굽은 검을 허리에 찬 왕실 근위병들이 말에서 내리는 한부에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마우리아의 사절단 여러분, 알렉산드리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저는 왕실의 근위대장 세페우스라고 합니다.”

“반갑소. 위대하신 삼라트의 입인 한부라고 하오. 파라오께 삼라트 아소카의 말씀을 전하러 왔소.”

“파라오께서는 응접실에서 사절단 여러분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바로 파라오께 안내해 드려도 되겠습니까?”

“좋소. 일정이 급하니 그렇게 합시다.”

태자 일행은 말에서 내린 다음 왕실의 근위병과 내관을 따라 응접실로 향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후 내관이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청동문을 열자 반라의 무희 수십 명과 식탁 위의 호화로운 음식, 그리고 식탁 앞에 앉아있는 파라오와 몇몇 대신이 모습이 드러냈다.

아직 10대인 계와 석은 무희들의 모습을 보고 얼굴이 삶은 문어처럼 빨개지면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지만, 한부는 전생과 현생의 나이를 합치면 40대 중년이었기에 간신히 이성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번뇌퇴산! 번뇌퇴산! 고대 이집트의 연회가 이런 분위기라는 거 진작 알고 있었잖아! 불교 전파하러 와서 여자보고 넋이 나가 있으면 모양새가 안 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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