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 [35화] 서방의 기술과 인재를 모으다. (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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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는 아소카 대왕을 설득하기 전에 먼저 머릿속에 대승불교와 상좌부 불교에 관한 내용을 재빨리 떠올려보았다.
- 대승불교. 석가모니의 가르침에 일체의 자의적 해석을 거부하는 상좌부 불교를 비판하며 등장한 모든 중생의 구원을 목표로 하는 불교의 종파.
- 원역사에서 한반도와 중원 대륙에서 유행한 불교 종파는 대부분 대승불교에 속한다.
- 대승불교가 처음 인도에서 발생한 시기는 기원전 100년 경이니 기원전 3세기의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불교 종파이다.
그러나 아무리 머릿속 구석구석을 뒤져보아도 상좌부 불교의 교리 중에서 생각나는 건 그 종파가 석가모니만을 유일무이한 부처로 여기고 출가한 수행자만이 열반에 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는 사실 뿐이었다.
그는 전생에 동아시아사를 연구했고 불교 신자인 부모님을 뒀었던 덕에 대승불교에 관한 지식은 어느 정도 있지만,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유행했던 상좌부 불교의 자료를 접할 기회는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부는 한정된 지식만으로 도박 수를 던져보기로 했다.
‘조금만 말실수해도 화형당하는 중세 유럽도 아닌데 몸 사릴 거 없잖아? 그리고 결국 사람은 믿고 싶은 말을 믿어버리는 법이니까 승산이 전혀 없지는 않을 거야.’
그는 잠시 목청을 가다듬은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삼라트시여. 저는 불교가 승려 개인의 열반만을 목표로 하는 이기적인 종교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며칠 전에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불경 중 하나라는 숫타니파타를 읽어봤는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구절이 있었소. 이는 속세의 모든 인연을 끊어내고 홀로 수행해 열반에 드는 것이 불교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의미지 않겠소?”
“삼라트시여. 하지만 부처님께서는 제행무상(諸行無常), 즉 삼라만상은 한가지 모습으로 정해지지 않았으며 매 순간 생멸하고 변화한다고 말씀 또한 남기셨습니다. 그러니 석가모니께서 열반에 드신 지 2백 년이 넘는 세월이 지난 오늘날의 불교도 예전과는 다를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음······ 확실히 그 말씀을 그런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구려. 그럼 그대는 불교가 어떻게 변해가야 한다고 생각하오?”
“파탈리푸트라까지 오는 길에 만난 제국 북부의 백성들은 삼라트께서 선정을 베푸신 덕에 부족함 없는 삶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국 중부와 남부 지역은 아직 최근에 끝난 참혹한 전쟁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이제 불교는 이 가엾은 백성들이 영혼에 입은 상처를 치유하는 종교로 변해야 합니다.”
“아! 불쌍한 백성들! 그대의 말을 들으니 지난 몇 년 동안 짐이 쌓아온 수많은 악업이 마음을 짓누르는 것 같구려!”
“삼라트시여. 너무 괴로워하지 마십시오. 아무리 훌륭한 성군이라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나라를 다스릴 수는 없습니다.”
“그대는 짐이 나라를 다스리면서 얼마나 많은 피를 손에 묻혀왔는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요······. 짐은 삼라트가 되기 위해 어머니가 같은 남동생 한 명을 제외한 이복형제 아흔아홉 명과 그들을 따르던 신하와 궁녀, 그리고 그들을 낳은 선대 삼라트의 후궁을 모두 죽였다오.”
“네······?!”
“그리고 그렇게 피 묻은 옥좌에 앉은 뒤에는 사방으로 정복 전쟁을 벌여 수십만 명이나 되는 백성을 죽였소. 가장 마지막으로 점령한 칼링가 왕국 수도의 거리에서 죽은 백성들이 흘린 피가 짐의 발목까지 차오르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마음속에서 죄책감이 싹텄다오. 그대가 말하는 일체중생을 구원하기 위한 불교의 교리란 대체 무엇이오? 그 교리에 따라 나라를 덕으로 다스리면 짐이 쌓은 업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지겠소?”
한부는 그동안 아소카 대왕이 제국의 기반을 다지는 과정에서 죽인 사람 수가 과장돼서 기록됐다고 생각해왔던 터라 잠시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럼 진짜로 1백 명이 넘는 친족을 죽이고 황위에 올랐단 말이잖아. 킬방원도 이 사람하고 비교하면 노벨평화상 감이네······.’
하지만 그런 생각을 그대로 입 밖에 냈다가는 고조선의 태자 일행은 아무론 소득도 없이 국외로 추방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는 침착하게 마음을 다잡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아소카 대왕의 마음을 달랠 대답을 들려주었다.
“삼라트께서는 분명 황실의 권위를 강화하고 이웃 나라를 정복하시면서 많은 피를 흘리셨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이상적인 군주가 되실 수 있습니다.”
“짐을 위로하려는 마음은 아름다우나 불교는 덕치를 중하게 여김을 잘 알고 있으니 이번만은 그대의 말을 쉽게 믿을 수 없구려.”
“삼라트시여. 불교는 덕치의 수레바퀴를 굴려서 온 나라의 백성을 교화하는 이상적인 군주를 전륜성왕(轉輪聖王)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륜성왕은 금륜왕, 은륜왕, 동륜왕, 철륜왕 네 가지로 나뉘는데 그중 가장 계급이 낮은 철륜왕은 일단 무력으로 세상을 정복한 다음 나라를 덕으로 다스립니다.”
“오······! 그렇다면 그대는 짐에게 그 철륜왕이 되라고 말하는 게요?”
“그렇습니다. 삼라트시여. 선정을 베풀어 백성을 구원하고 교화하여 스스로 철륜왕이 되신다면 새로이 쌓은 선업이 과거의 악업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입니다. 또한, 온 나라의 백성은 삼라트께서 굴리시는 올바른 통치의 수레바퀴를 단 큰 수레에 올라 열반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겠지요. 저는 이것이 바로 지금 시대에 가장 이상적인 불교, 대승(大乘:큰 수레)불교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한부는 교묘한 화술로 기원전 3세기에 이미 존재하는 불교의 전륜성왕 사상에 미래의 대승불교를 살포시 얹었다.
아소카 대왕은 그의 말을 경청한 후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조선의 태자여! 그대는 배움을 청하러 짐의 나라에 왔다더니 오히려 짐에게 큰 가르침을 주었구려! 대체 어느 불경에서 그런 말씀을 읽은 것이오?!”
“조선에는 불경이 많지 않아 평소 참선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자 노력했습니다.”
“과연! 석가모니께서도 보리수 아래에서의 참선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으셨다고 하셨소. 그런데도 근래의 불교 승려들은 불경의 문구에만 집착하며 스스로 깨달음을 얻으려 하지 않는구려. 조선의 태자여. 며칠만 더 짐의 궁궐에 머물러 주시오. 그대가 여러 불교 승려와 토론을 하며 대승불교의 교리를 전파하는데 지혜를 빌려주면 더 바랄 게 없겠소.”
한부는 그 말을 듣자마자 그리 깊지 않은 불교 지식의 밑천이 드러날까 봐 골치가 아팠지만, 그렇다고 이제 와서 아소카 대왕의 부탁을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기꺼이 그렇게 하겠습니다. 삼라트시여.”
“고맙소. 앞으로 열흘 후에 법회를 열겠소. 그때까지 푹 쉬시면서 여독을 푸시오.”
“삼라트시여. 허락하신다면 법회가 열리기 전까지 황궁의 도서관에서 불경을 읽고 싶습니다. 참선과 불경의 해독을 병행해야 참된 부처님의 가르침에 도달할 수 있을 듯합니다.”
“먼 길을 오느라 많이 피곤할 터인데 참으로 대단하시구려. 황궁 도서관의 사서에게 얘기해 둘 터이니 마음껏 이용해도 좋소.”
그 후 한부는 아소카 대왕과 몇 마디를 더 나눈 다음 응접실에서 나오자마자 안내역을 맡은 궁녀와 함께 황궁의 도서실로 향했다.
‘미치겠네! 현생에서도 벼락치기 시험공부를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냐고!’
* * *
한부가 도서관에 틀어박혀 패엽경(나뭇잎에 불교의 가르침을 적은 불경)을 읽기 시작한 지 열흘째 되던 날, 드디어 거대한 궁궐의 알현실에서 법회가 열렸다.
한부는 많은 마우리아 제국의 대신과 백성이 지켜보는 가운데 저명한 고승과 논쟁하다 망신을 당할까 봐 전전긍긍했지만, 다행히 걱정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소카 대왕이 승려들에게 법회 참석을 강요하지 않은 덕분에 보수적인 불교 승려들은 대승불교의 교리를 논하는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불만을 표시했기 때문이다.
대신 그 자리에는 개혁적인 성향의 젊은 승려들이 참석해 여러 분파로 나뉘어 발전 없는 논쟁만 일삼는 기존 불교 종파들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인간이셨던 석가모니께서도 수행을 통해 부처가 되셨습니다! 그런데 다른 수행자는 아무리 큰 깨달음을 얻어도 부처가 될 수 없다는 교리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맞습니다! 조선의 태자께서 말씀하신 대로 이제 불교는 일체중생을 구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 전란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백성의 마음을 다독여줘야 합니다!”
한부는 그런 젊은 승려들에게 반야심경 등 이 시대에는 없는 불경의 내용을 알려주면서 토론에서 제 몫을 해냈다.
아소카 대왕은 옥좌에 앉아 수백 명의 승려가 토론을 나누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근엄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오늘 이후로 국내의 여러 불교 종파 중 대승불교가 정통설이며 짐 또한 대승불교에 귀의할 것임을 선포하노라! 종교의 자유를 존중하는 오랜 전통에 따라 다른 종파를 탄압하지는 않을 것이나, 외국에 포교하는 불교 종파는 대승불교로 통일한다!”
한부는 삼라트의 선언과 함께 법회가 끝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마음을 놓았다.
‘휴······ 진짜 이 자리에 고명한 승려가 별로 없어서 살았다. 그나저나 어쩌다 보니 세계사를 바꿔버렸네. 이제 대승불교는 전생보다 2백 년은 빨리 뻗어 나가겠구만.’
원역사의 아소카 대왕은 기원전 260년경에 불교에 귀의한 후 인도 아대륙 전역과 동남아시아, 그리고 그리스의 여러 나라에까지 선교사를 보내 불교를 전파했다.
게다가 한부가 고조선으로 귀국한 후에 동아시아에도 대승불교를 전파하면 불교는 현시대의 유일무이한 세계종교가 될 것이었다.
‘중원 대륙 근처의 이민족 나라나 부족에 먼저 불교를 전파하면서 외교 관계를 맺는 것도 괜찮겠다. 고조선을 중심으로 한 불교국가연합이 전국칠웅을 둘러싸는 형세가 되면 진나라를 견제하는 대 도움이 되겠어. 먼저 진나라랑 국경을 접한 베트남 쪽부터 가볼까? 어차피 귀국길에는 그쪽 근해를 지나니까.’
그런데 그때, 황궁의 하인 한 명이 토론을 마치고 다른 승려들과 함께 알현실 밖으로 나서는 한부의 곁으로 다가와서 고대 그리스어로 말을 걸었다.
“전하. 위대하신 삼라트께서 전하와 말씀을 나누고 싶어 하시기에 모시러 왔습니다.”
한부는 하인의 말을 듣고 놀란 눈으로 내관을 바라보았다.
그 내관은 다른 황궁의 하인과 같은 옷을 입고 있었지만, 다른 고대 인도인보다 피부가 하얀 걸 보니 고대 그리스인임이 분명했다.
그는 의외의 장소에서 고대 그리스어를 듣자 신기한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고대 그리스어로 대답했다.
“왜 산스크리트어가 아니라 그리스어로 말을 걸었지?”
“위대하신 삼라트께서 전하께 그리스어로 말을 걸어보라고 명하셨습니다.”
“삼라트께서? 그분의 깊은 뜻을 헤아리기 어렵구나. 그런데 자네는 그리스 출신인 것 같은데 어쩌다 이곳에서 일하게 된 건가?”
“저는 마우리아 제국과 북서쪽 국경을 맞댄 셀레우코스 제국에서 태어났습니다. 고향인 국경도시를 습격한 이집트군에게 포로가 되는 바람에 이 파탈리푸트라의 황궁까지 노예로 팔려와 황족의 그리스어 가정교사 노릇을 하게 됐지요..”
“허······ 괜한 걸 물어서 미안하네.”
“괜찮습니다. 위대하신 삼라트께서는 아랫사람들에게 관대하시니 이 나라 황궁에서 하인으로 사는 게 언제 적군에게 죽을지 모르는 위험한 나라에서 사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 그런데 혹시 파탈리푸트라에서 로마 출신 노예를 본적이 있는가?”
“전하. 로마는 마우리아 제국 서쪽 항구도시에서 배를 타고 홍해를 건넌 다음 다시 지중해라는 넓은 바다를 건너야 갈 수 있는 먼 나라입니다. 소인은 황궁에서 일한 지 아직 5년 정도밖에 안 되긴 했습니다만, 아직 파탈리푸트라에 로마 출신 노예가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슬슬 출발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삼라트께서 옥좌에 앉으신 채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 내 정신 좀 봐! 어서 가세.”
한부는 그리스인 노예와의 대화를 마치고 서둘러 옥좌 앞으로 다가오자 아소카 대왕이 그를 칭찬했다.
“조선의 태자여. 진심으로 감사하오. 짐은 그대 덕분에 불교에 귀의해 마음의 그늘을 지우고 나라를 평안케 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소. 감사의 뜻으로 그대에게 보검 한 자루를 선물하고 싶소.”
아소카 대왕은 그렇게 말하면서 곁에 있던 근위병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근위병이 금으로 만든 자루와 검집에 온갖 보석이 박힌 보검 한 자루를 가져와 두 손으로 고조선의 태자에게 건네주었다.
한부는 보검을 받은 후 아소카 대왕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지금까지 본 무기 중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검입니다. 삼라트시여. 귀한 선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검은 겉모습도 아름답지만, 도신을 우리나라에서만 만들 수 있는 강철로 만들었기에 대단히 날카롭고 튼튼하다오. 그 검과 부딪히면 주철로 만든 검은 박살 나고 청동검은 크게 휘어져 버릴 거요.”
“이런 검을 제 고향에서 만들 수만 있으면 저도 언젠가 동방의 철륜왕이 되어 온 세상에 불교를 전파할 수 있을 겁니다.”
아소카 대왕은 그 말을 듣고 미소 지으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짐이 그대의 입장이었어도 우리나라의 제강법을 탐냈겠지요. 짐의 부탁을 한 가지만 더 들어주면 제강법 말고도 조선의 부흥에 필요한 모든 것을 아낌없이 지원하겠소. 짐의 청을 들어주면 그대는 작은 배 여섯 척을 몰고 우리나라에 왔지만, 돌아갈 때는 수백 명의 기술자와 많은 물자를 실은 거대한 범선 수십 척과 함께 돌아가게 될 거요.”
“지나칠 정도로 관대한 보상이군요. 삼라트시여. 제게 어떤 부탁을 하시려는 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조금 전에 황실의 가정교사와 대화하는 걸 보니 그대는 그리스어도 아주 능숙하게 하더군요.”
“삼라트시여······. 혹시 저를 그리스인의 나라에 선교사로 보내고 싶으신 겁니까?”
“참으로 과한 부탁이라는 건 알고 있소. 허나 우리나라에는 아직 그리스어에 능숙하면서도 불법에도 밝은 자가 없다시피 하오. 부디 불교를 세계에 전파하는 성스러운 임무를 맡아주시오.”
한부는 아소카 대왕과 대화를 나누면서 처음으로 짜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미친 거 아니야?! 아무리 불교 전파에 진심인 편이라도 그리스까지 어느 세월에 다녀오느냐고! 보상만 받고 일은 대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그는 세계 최강대국의 황제를 앞에 두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머릿속에 뭔가를 떠올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후······ 어쩔 수 없군요. 그리스인의 나라에 다녀오겠습니다.”
“고맙소! 조선의 태자여! 참으로 고맙소.”
“다만 저도 한 나라의 태자인 만큼 도저히 조국을 오래 떠나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이집트의 수도 알렉산드리아에만 불교를 전파하고 오겠습니다. 그리고 일개 선교사가 아닌 마우리아 제국의 사절 신분으로 이집트의 파라오와 만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알렉산드리아라······. 그 나라는 요즘 그리스계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다스리고 있으니 그리스인의 나라라고 할 수 있겠구려. 그대의 요청을 받아들이겠소. 여행을 떠날 준비를 마치면 바로 짐에게 알려주시오.”
“알겠습니다. 삼라트시여.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한부는 아소카 대왕에게 인사를 한 후 알현실에서 나오면서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두드렸다.
‘여기서 알렉산드리아까지 가려면 대충 육로가 1,400km에 뱃길이 2,000km. 미친 듯이 멀어 보여도 무역로가 워낙 잘 닦여있으니까 길에서 버리는 시간은 생각보다 적을 거야. 아마 말을 탈 줄 아는 최소 인원만 데리고 빨리 가면 편도로 40일쯤 걸리겠지. 그리고 그 동네에서 얻을지도 모르는 이득이 너무 커.’
고대의 알렉산드리아는 인구가 최대 1백만 명으로 추정되는 당대 최대의 대도시로 그곳에서라면 건축기술을 익힌 로마인 노예와 고대 인도에도 없는 귀중한 상품작물을 구할 수 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한부가 알렉산드리아에서 얻으려는 가장 큰 이득은 그 두 가지가 아니었다.
‘헬레니즘 시대의 3대 천재 기계공학자 중 한 명인 크테시비오스. 그 사람만 고조선으로 데려올 수 있으면 기원전의 산업혁명도 꿈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