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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을 다시 위대하게-30화 (30/195)

〈 30화 〉 [30화] 바다의 민족을 만나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원주민을 자극하면 안 되니 속도를 줄이면서 저 배 근처로 다가가서 말을 걸어보자.”

태자가 지시하자 턱에 흰 수염이 듬성듬성 난 선장 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대답했다.

“전하. 저 갈색 피부의 야만인들과도 대화를 나누실 수 있으십니까?”

“글쎄. 한번 해 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네. 어서 저 작은 어선에 배를 붙여보게나.”

“초나라에서도 부둣가의 인부들과 유창하게 대화하시더니 야만인의 언어까지······. 참으로 신묘한 능력이군요.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전하.”

선장은 선원들에게 지시를 내려 범선의 돛을 반쯤 접은 다음 돛이 없고 길이 5m 정도의 작은 카누 한 척을 향해 서서히 배를 몰아갔다.

그러자 카누 위에 서서 고기를 잡던 폴리네시아인 어부 네 명은 험악한 표정을 지으면서 우렁찬 목소리로 외치며 해안 쪽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대륙인이다! 대륙인이 우리의 바다를 침범했다!”

“산악 부족 놈들만으로도 벅찬데 대륙인까지 쳐들어오다니!”

“마을로 뱃머리를 돌려라! 어서 부족장님께 알려야 해!”

한부는 대만 원주민의 외침을 듣고 두려움과 기쁨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역시 오스트로네시아 어족의 언어도 바로 알아들을 수 있구나! 그나저나 이 시대의 대만 원주민도 외지인을 그다지 환영하지 않는 모양이구나.’

그는 원역사의 대만 원주민 중 여러 부족이 자기 마을 근해에 접근한 외국 선박을 습격하는 호전적인 민족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한부는 고조선의 범선을 보자마자 쏜살같이 뭍으로 도망치는 폴리네시아인의 카누를 보고 계에게 지시했다.

“선원들에게 내 신호가 떨어지면 언제든 무기를 들 준비를 하라고 일러둬라. 저들을 자극하고 싶지 않으니 큰 소리를 내지 말고 은밀히 움직여야겠다.”

“오! 천신이시여! 전하께서도 저들의 기묘한 말은 알아듣지 못하셨군요!”

“아니. 저들의 언어를 알아들었으니 일단 대화는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길쭉한 나룻배를 타고 도망가던 어부들의 말을 들어보니 당장 우리를 환영하지는 않을 것 같구나.”

“그래도 아직 교섭의 여지가 있다니 불행 중 다행입니다. 그럼 석과 선장에게 전하의 지시를 전하겠습니다.”

그 후 계는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선원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태자의 지시를 전했고, 선원들은 소금기를 머금은 바닷바람에 상하지 않게 천으로 싸두었던 철검을 나무상자에서 꺼내 허리춤에 찼다.

모든 선원이 무장을 마치고 몇 분이 흐르자 선수에 서 있던 석이 눈부신 햇살을 손으로 가리면서 전방을 바라보더니 한부에게 달려와서 보고했다.

“전하! 기묘하게 생긴 큰 배 한 척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다가옵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그래. 그 배 갑판 위에는 몇 명이나 나와 있었느냐?”

“갑판 위에 오두막 같은 것이 있어서 그 안까지 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스무 명은 넘어 보입니다!”

“우리랑 숫자가 엇비슷하단 말이지. 교섭이 틀어져도 일방적으로  당하지는 않겠어. 석아. 무슨 일이 너도 철검을 뽑을 준비를 해둬라.”

“소신은 검보다 이게 더 손에 잘 맞습니다. 저 야만인들이 전하를 해치려 들면 이걸로 머리통을 박살 내 버리겠습니다!”

석은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하면서 허리띠에 꽂아둔 자루가 짧은 편곤을 손으로 툭툭 두드렸고, 한부는 형제나 다름없는 부하를 보고 싱긋 웃으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참으로 믿음직스럽구나. 되도록 유혈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볼 생각이지만, 만약의 사태가 벌어지면 잘 부탁한다.”

그렇게 두 사람이 대화를 마치는 순간, 대만 원주민의 배가 태자 일행이 타고 있는 범선에서 몇 미터쯤 떨어진 곳까지 다가왔다.

길이가 약 18m 정도 되는 카누 두 척 위에 설치한 널찍한 갑판 위에는 건장한 체격의 장정 수십 명이 손에 커다란 나무 몽둥이나 돌도끼를 들고 고조선의 선원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한부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마른 침을 삼키면서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이 인간들 누가 폴리네시아인 아니랄까 봐 체격이 마오리족 수준인데? 아무리 철기를 가지고 있어도 해상에서 맞붙으면 우리 쪽 피해도 장난 아니겠다. 무조건 이 자리는 평화롭게 넘겨야 해.’

하지만, 그런 한부의 생각을 알 리 없는 원주민 전사들은 갑판 위에서 머리 위로 무기를 휘두르며 우레같은 함성을 질러댔다.

“크아아아아아! 증오스러운 대륙인을 죽여라!”

“저놈들을 제물로 바쳐서 선조의 원수를 갚자!”

그리고 마침내 대만 원주민의 카누가 고조선의 범선 옆에 멈춰서는 순간, 한부가 유창한 대만 원주민의 언어로 성난 전사들에게 외쳤다.

“잠깐 기다려주시오! 우리는 대륙인이 아니오! 무기를 내려놓고 대화를 나눠봅시다!”

그러자 야수처럼 으르렁거리던 원주민 전사들은 놀란 토끼처럼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머뭇거렸다.

“이럴 수가! 외지인이 우리 부족의 말을 할 줄 알잖아?!”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한부는 그 찰나의 순간에 열심히 머리를 굴려 원주민들의 호감을 살만한 대답을 찾아냈다.

“우리 가문의 선조께서도 파도 부족의 후예이시오. 선조께서는 먼 옛날에 일족을 이끌고 저 섬을 떠나 여기서 북동쪽에 있는 반도에 정착하셨소.”

그러자 원주민 전사 중 유난히 체격이 크고 험상궂은 인상의 전사가 앞으로 나서면서 한부에게 소리쳤다.

“거짓말하지 마라! 교활한 대륙인 녀석아! 네가 어떻게 우리 부족의 말을 배웠는지는 모르지만, 파도 부족 사람 중에서 너희처럼 피부가 하얀 사람은 없다!”

“선조께서는 반도에 정착하신 다음 주변의 부족을 정복하고 나라를 세우신 다음 원주민과 융화하는 길을 택하셨소. 그로부터 수백 년이 지나 우리 일족의 모습과 문화는 많이 변했소, 하지만 나 같은 왕족은 고향을 잊지 못하여 대대로 파도 부족의 언어를 계승해왔소. 내가 가증스러운 대륙인이었다면 파도 부족의 언어를 배우려 할 이유가 있겠소?”

한부가 입에 모터라도 단것처럼 그럴싸한 거짓말을 늘어놓자 살기등등하던 원주민 전사들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정말 저놈의 선조가 우리 부족 출신인 거 같은데? 대륙인 중에 우리말을 할 수 있는 놈이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도 없어.”

“야! 속지 마! 저놈들 피부 좀 보라고! 절구로 빻은 조개껍데기처럼 하얗잖아!”

“하지만 우리 부족의 말을 하는 놈 덩치 하나는 어지간한 전사보다 커. 또 다른 한 녀석은 완전히 거인이잖아. 장로님께서 대륙인들은 전부 왜소하다고 말씀하셨었다고.”

“그럼 이놈들을 어떻게 해야 하지? 전사장님.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한부를 위협했던 전사장은 왈가왈부하던 원주민 전사들이 하나같이 자기를 바라보면서 명령을 기다리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판단을 미뤘다.

“크흠······ 아무래도 이놈들을 마을로 데려가서 부족장님과 장로님들께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여쭤보는 게 좋겠다.”

그는 부하들에게 그렇게 대답한 다음 다시 한부에게 소리쳤다.

“이봐! 거기 너! 네가 혈관에 정말로 파도 부족의 피가 흐르고 있다면 네 부하들에게 무기와 배를 우리에게 넘기라고 전해라! 그럼 부족장님께 너희를 데려가 주겠다!”

“바다의 신께 우리를 해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면 그렇게 하겠소.”

“적어도 마을에 도착할 때까지는 그러겠다고 맹세하지. 하지만 최종적으로 너희를 어떻게 할지는 부족장님께서 판단하실 것이다.”

한부는 원주민 전사장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갈등하기 시작했다.

‘후······ 이 호전적인 놈들 말을 믿어도 되려나? 우리를 함정에 빠트려서 죽일 만큼 교활한 부족으로 보이지는 않긴 한데. 그래.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지. 하지만 다른 사람들까지 위험부담을 질 필요는 없다.’

그는 결심을 굳힌 후 전사장의 제안에 대답했다.

“좋소! 대신 부족장님은 나 혼자 뵈러 가겠소!”

“안될 말이다. 우리 부족의 땅에 발을 들이는 자는 모두 부족장님께 인사드려야 한다.”

“그럼 내 부하들은 바다 위에서 나를 기다리라고 하겠소.”

“음······ 그 정도 부탁은 들어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부족의 카누가 이 이상하게 생긴 배 주위를 계속 맴돌 테니 허튼짓을 할 생각은 하지 마라.”

“조상의 명예를 걸고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거요.”

한부는 그렇게 파도 부족 전사장과 합의한 다음 선원들에게 지금까지의 대화 내용을 알려준 다음 지시했다.

“우리 전원이 무기를 버리고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건 너무 무모하니 나 혼자 저들의 부족장을 만나고 오겠다. 원주민 부족장과의 협상이 좋게 끝나면 횃불을 휘둘러 알려줄 테니 너희는 바다 위에서 내 신호를 기다려라.”

태자의 말을 듣고 석이 울상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전하!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전하 혼자만 저놈들의 소굴에 가시게 내버려 둘 순 없습니다!”

“석아. 네가 날 따라오면 만약 내가 원주민에게 붙잡혔을 때 누가 날 구하러 오겠느냐? 만약 내일 해가 뜰 때까지 신호가 없으면 저기 보이는 마을로 날 구하러 와다오.”

“후······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면 어쩔수 없군요.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전하.”

한부는 석을 달래서 선실 안에 들여보낸 다음 계와 뒷일을 맡겼다.

“내가 없는 동안 석과 선원들을 잘 다독여다오. 최대한 빨리 신호를 보내겠다.”

“전하. 꼭 혼자 가셔야겠습니까? 저 마을은 높은 나무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는게 마치 작은 요새처럼 보입니다. 전하께서 저들에게 붙잡히시면 이 정도 인원으로는 구출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라. 아까 원주민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어떻게 해야 설득할 수 있을지 대강 감이 잡힌다.”

“음······ 그럼 전하를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허나 내일 아침까지 전하의 신호가 없으면 소신과 석 둘이서라도 전하를 구하러 갈 겁니다.”

“두 사람다 정말 믿음직스럽구나. 그럼 먼저 섬에 가서 기다리고 있으마.”

한부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선원 한 명 한 명과 작별인사를 나눈 후 철검을 계에게 맞기고 대신 왕검성에서 가져온 은제 잔무늬거울 몇 개를 챙긴 다음 홀로 파도 부족의 카누에 탔다.

전사장은 한부의 옷 위를 더듬어 무기가 없는 것을 확인한 다음 돛 근처에 서 있는 전사들에게 말했다.

“여기서 지체할 시간이 없다! 어서 마을로 돌아가자!! ”

전사장이 외치자 파도 부족의 전사들은 카누에 설치된 삼각돛 두 개를 활짝 펼치면서 해변을 향해 배를 몰아갔다.

잠시후 한부가 20여 명의 전사와 함께 파도 부족의 마을에 들어서자 근육질의 중년 남자가 그들 곁으로 다가와 전사장에게 호통쳤다.

“전사장! 대륙인을 포박하지도 않고 마을로 데려오다니 제정신인가?! 선조께서 대륙인의 핍박을 이기지 못하고 바다를 건너 이 섬에 정착하신 역사를 잊은 겐가?!”

“부족장님. 이 자는 우리 파도 부족의 말을 유창하게 하는 데다 자기 일족의 선조가 우리 부족 출신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대륙인이 우리말을 해? 자네 또 음주 항해를 한 건 아니겠지?”

한부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고개를 숙이면서 파도 부족의 부족장에게 인사했다.

“선조의 동포이신 파도 부족의 부족장님께 인사드립니다. 먼 북동쪽 반도에 자리 잡은 나라인 조선의 태자 한부라고 합니다.”

부족장은 한부의 인사를 듣고 역시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말했다.

“전사장의 말이 완전히 헛소리는 아니었군. 이자를 내 집으로 데려오너라. 이자의 말을 한번 들어봐야겠다.”

그후 한부는 나무로 지은 부족장의 집에서 부족장과 다섯 명의 장로 앞에서 전생에 쌓은 역사 지식을 총동원하여 오래전 항해를 떠나 먼 땅에 정착한 폴리네시아인의 후손을 연기했다.

그러면서 현대인도 놀랄만한 정교한 무늬가 새겨진 고조선의 은제 잔무늬거울을 선물하니 파도 부족의 원로들도 그의 말을 믿고 말았다.

파도 부족의 부족장은 다뉴세문경과 같은 방법으로 만든 은거울을 받고 기뻐하면서 한부에게 대답했다.

“참으로 훌륭한 선물이오! 파도 부족의 후손이 이토록 정교한 물건을 만들 수 있게 됐다니 참으로 자랑스럽소!”

“그토록 기뻐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부족장님.”

“이토록 귀한 선물을 받았으니 그대와 그대의 부하들을 초대해 잔치를 열어야 마땅하겠지만, 곧 바다를 잊은 자들이 이 마을을 공격할지도 몰라서 그럴 수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오. 오랫동안 울타리 안에서 농성하려면 말린 물고기 한 마리가 아쉬울 테니······.”

“바다를 잊은 자들이라면 혹시 산악 부족을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그렇소. 우리 파도 부족과 같은 선조를 두고도 항해하는 법을 잊고 농사와 사냥에만 몰두하면서 우리 마을을 공격하는 가증스러운 놈들이라오.”

“용맹한 파도 부족이 곤경에 처할 정도라면 그자들의 숫자가 많은 모양이군요.”

“우리 파도 부족은 전부 2.500명쯤 되고 바다를 잊은 자들은 6천 명이 넘소. 그놈들이 우리를 공격하려고 장정을 모으고 돌과 뼈를 갈아 도끼와 화살을 만들고 있다고 하니 걱정이 크다오. 아예 부족 전체가 배를 타고 고향을 떠나야 할지도 모르겠소.”

한부는 부족장의 말을 듣고 입가에 미소를 띠면서 대답했다.

“부족장님. 제가 산악 부족을 물리칠 방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대신 그 야만인들의 위협이 사라지면 작은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그게 정말이오? 바다를 잊은 자들은 무기를 들고 싸울 수 있는 장정만 2천 명이 넘는다고 하오.”

“부족한 전사의 숫자는 지혜로 메꾸면 됩니다.”

“음······ 어디 얘기나 들어봅시다! 정말로 산악 부족을 물리칠 수 있으면 부족장 자리를 달라는 청만 빼고는 뭐든 들어주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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