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조선을 다시 위대하게-26화 (26/195)

〈 26화 〉 [26화] 상남자의 호랑이 사냥 (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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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 몸도 제법 봐줄 만 해졌네. 지난 몇 년 동안 고생한 보람이 있구만.”

기원전 265년의 어느 초겨울날, 17세가 된 한부는 궁궐의 욕실에서 목욕하던 중 자기 몸을 바라보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180cm에 가까운 큰 키와 마치 강철로 벼려낸 명검처럼 탄탄한 마른 근육질.

지난 4년 동안 거의 매일 크로스핏, 승마, 무술훈련 그리고 5대 영양소를 고루 갖춘 고단백 식사를 거르지 않은 덕에 일궈낸 노력의 결실이었다.

한부는 13살에 대제사장이 자신에게 내려준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았던 난제를 해결할 때가 됐음을 깨달았다.

“슬슬 사냥을 시작해야겠다. 계속 궁궐에 갇혀있으면 고조선 발전 계획에 차질이 생기겠어.”

그는 목욕을 마친 후 옷을 입고 욕실 밖으로 나오자마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내관 참에게 지시했다.

“참. 지금 비왕에게 사람을 보내서 급히 상의할 일이 있으니 최대한 빨리 내 침실로 오라고 전하게.”

“그리하겠습니다. 전하.”

내관이 종종걸음을 걸으며 복도 저편으로 사라져가자 한부는 자기 침실로 걸어간 다음 책상 앞에 앉아 제나라에서 들여온 유가의 서적을 읽으며 비왕을 기다렸다.

그로부터 약 한 시간이 흐르자 관복을 입은 비왕 무가 침실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태자에게 인사했다.

“비왕 무가 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어서 오시오. 비왕. 요즘 일부러 찾지 않으면 비왕의 얼굴을 보기가 영 어렵구려.”

“한동안 전하께서 만드신 등자라는 물건을 이용해서 기병을 훈련하느라 공사가 왕검 폐하와 전하를 자주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예전에는 10년은 걸려야 실전에서 쓸만한 기병을 양성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2년이면 충분하니 참으로 대단한 물건입니다.”

“등자가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니 참으로 다행이오. 다만 절대로 외국에 등자가 유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주시오.”

“명심하겠습니다. 전하.”

“그건 그렇고, 사실 오늘은 그대에게 꼭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사람을 보냈소.”

“말씀해 주십시오, 전하. 소신의 능력 안의 일이라면 뭐든 하겠습니다.”

“본인에게 경험 많고 몸놀림이 날랜 호랑이 사냥꾼을 소개해줬으면 하오.”

“호랑이 사냥꾼 말입니까?! 전하! 설마 벌써 대제사장님께서 내리신 시련에 도전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렇소. 완전히 자란 호랑이가 아니라 막 부모에게서 독립한 녀석을 골라서 잡을 생각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전하! 덜 자란 녀석이라도 호랑이는 호랑이입니다. 적어도 후사를 남기신 다음 호랑이 사냥에 나서시는 게 어떨지요?”

“아직 혼인도 안 했는데 언제 아들을 낳을 때까지 기다리란 말이오? 게다가 재작년에 남동생이 태어났으니 본인이 아들을 낳지 않아도 왕가의 혈통이 끊길 걱정은 줄었잖소.”

“전하께서는 소신이 반대해도 결국 호랑이를 잡으러 산에 오르시겠지요. 알겠습니다. 전하. 수일 내에 조선 최고의 호랑이 사냥꾼 세 명을 구한 다음 사람을 보내 알려 드리겠습니다.”

“아니. 호랑이 사냥꾼은 한 명이면 충분하오.”

“전하! 대제사장님께서는 전하를 포함해 네 사람이 호랑이 사냥에 나서도 괜찮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물론 단둘이 호랑이를 잡으러 갈 생각은 없소. 동문인 계와 석도 데려갈 생각이오.”

“이룡도 단원 중 가장 뛰어나다는 두 사람 말씀이시군요. 하오나 이번만큼은 숙련된 노련한 사냥꾼을 한 명이라도 더 데리고 가시는 편이 나을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노련한 사냥꾼을 세 명이나 데려가면 대제사장님께서 호랑이를 잡은 건 본인이 아니라 사냥꾼들이라고 판단하실 수도 있지 않겠소? 그리고 지난 4년간 함께 훈련을 받아온 동문들과 손발이 더 잘 맞을 듯하오.”

“음······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확실히 사냥꾼을 세 명이나 데려가면 전하께서 호랑이 사냥에 직접 참여하셨다는 증거가 없다고 생각하는 자들도 없지는 않겠군요.”

“그럴 수밖에 없을 거요. 그럼 본인의 청을 들어주는 걸로 알고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겠소.”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전하.”

비왕 무는 태자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다음 침실 밖으로 나갔고 한부는 비왕의 뒷모습을 보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비왕에게 속내를 완전히 털어놓지 않아서 좀 미안하구만. 그렇지만 내가 어떤 방법으로 호랑이를 잡을 생각인지 알면 기겁할 테니 어쩔 수 없잖아. 그럼 계하고 석에게도 사냥 일정을 알려줘야지.’

한부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룡도의 무술 훈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훈련장에 도착한 후 날렵한 갈색 말을 탄 채로 과녁에 활을 쏘는 계와 커다란 보병용 편곤을 능숙하게 휘둘러 허수아비를 쓰러트리는 석을 보고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계야! 석아! 너희는 조선의 태자보다 과녁과 허수아비가 더 좋은 모양이구나! 내가 왔는데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 걸 보니 말이다!”

그러자 두 사람은 즉시 활과 편곤을 눈이 쌓인 바닥에 던져두고 태자의 곁으로 달려가서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태자 전하!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용서해 주십시오! 전하! 훈련에 열중하다 보니 전하께서 다가오시는 걸 미처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지. 다만 전장이나 사냥터에서도 적이 다가오는 걸 눈치채지 못하면 목이 달아날지도 모르니 주의하거라.”

“전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체격은 작지만 날쌔고 활을 잘 쏘는 계는 상 완이 왕실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서 이룡도에 심은 호랑이 부족의 끄나풀이었지만, 한부와 지난 4년 동안 한솥밥을 먹으면서 완전히 그의 사람이 되었다.

계는 친부와 친형제들의 생살여탈권을 가진 상 완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태자에게 호랑이 부족의 정보를 알려주고 호랑이 부족의 제후들에게는 있으나 마나 한 소소한 왕실의 정보를 던져줌으로써 상의 의심을 피했다.

그리고 키 190cm가 넘는 거구로 자란 석은 지략은 부족하지만, 힘과 무예가 뛰어났고 서글서글한 성격 덕에 동문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다.

한부는 그런 두 사람을 흐뭇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날씨가 추워 수업을 쉬는 날에도 이토록 열심히 훈련하다니, 정말 훌륭하구나. 조선의 무관이 모두 너희 둘처럼 근면했으면 벌써 연나라에게 잃은 땅을 전부 되찾았을 거다.”

그 말에 석이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저이면서 대답했다.

“말도 못 타는 놈이 땅 위에서 싸우는 법이라도 열심히 익혀야 하지 않겠습니까? 말과 한 몸처럼 움직이는 계를 보면 너무나 부럽사옵니다 전하.”

“너무 자책하지 마라. 덩치가 너무 커서 말이 네 체중을 버티지 못하는 걸 어쩌겠느냐? 언젠가 요동의 고토를 전부 회복하고 다시 조선과 흉노가 교역을 트면 네 거구를 태우고도 바람처럼 달리는 말을 하사해주마.”

“정말 천하에 그런 말이 있단 말입니까?!”

“물론이지. 흉노에는 말이 흔해서 일개 기병도 한혈마(汗血馬)라는 덩치 크고 날쌘 말을 타고 다닌다고 들었다.”

“감사합니다! 전하! 어서 저도 어린 시절처럼 말을 타고 바람같이 달려보고 싶습니다!”

한부는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는 석을 보고 미소 지은 다음 계에게 말했다.

“계야. 너도 부모·형제의 안부가 늘 걱정될 텐데도 지금까지 잘해줬다. 네가 공을 세워 왕실의 무관이 되면 상이라 할지라도 네 가족이 왕검성으로 이사 가는 것을 감히 막지는 못할 거다.”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전하. 하지만 서쪽 대륙과 달리 조선은 평화롭기만 하니 공을 세울 기회가 없을까 봐 두렵습니다.”

“공을 세울 기회가 없으면 만들면 되지. 둘 다 나와 함께 조선의 역사에 길이 남을 사냥을 해보지 않겠느냐?”

“역사에 길이 남을 사냥이라 하시면 4년 전에 대제사장님께서 전하께 내리신 시련을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바로 맞췄다. 그 사냥에 너희 둘을 꼭 데리고 가고 싶다. 물론 강요는 하지 않겠다만.”

석은 태자의 말을 듣고 커다란 주먹으로 가슴을 탕탕 치면서 호기롭게 대답했다.

“전하! 그 무슨 섭섭한 말씀입니까! 오히려 네 명밖에 못 가는 호랑이 사냥에 데려가 주신다니 영광입니다!”

“그게, 사실은 조금 독특한 방법으로 호랑이를 잡아보고 싶어서 말이지. 지금부터 그 방법을 설명할 테니 나와 함께 갈지 말지를 고민해 봐라.”

그후 한부는 두 사람에게 전생에 다큐멘터리 방송에서 봤었던 러시아의 전통 호랑이 사냥법을 설명해주었다.

계는 설명을 모두 듣고 나더니 두 눈을 접시처럼 크게 뜨면서 태자에게 물었다.

“저······ 전하! 외람된 말씀이오나 혹시 여기 오시기 전에 약주나 신선차를 드셨는지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조선인은 신선차를 마시면 곤장을 맞는다는 걸 잊었느냐? 맨정신으로 하는 말이다! 부모에게 독립한 지 얼만 안된 호랑이를 노리면 승산이 있다니까?!”

“전하! 이런 무모한 방법으로는 호랑이가 아니라 멧돼지를 상대로도 목숨이 위험합니다!”

계가 떨리는 목소리로 한부에게 대답하자 석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소리쳤다.

“크하하하하! 역시 전하는 조선 최고의 사내대장부이십니다! 그 사냥에 성공하면 왕검성의 아이들이 전하와 저희를 칭송하는 노래를 부르고 다닐 겁니다!”

그 말을 듣고 계가 석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석! 웃음이 나오냐?! 이 계획에서 제일 목숨이 위험한 건 바로 너라고!”

“목숨을 걸지 않고 어떻게 천하에 명성을 떨치겠다는 거냐? 그렇게 겁이 나면 넌 빠지던가.”

“큭······ 전하만 사지에 가시게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 전하. 이미 결심을 굳히신 겁니까?”

“그래. 지금은 이런 수를 써서라도 꼭 주변의 존경과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저도 전하와 함께하겠습니다. 천신께서 우리 세 사람을 지켜주시길!”

* * *

한부가 호랑이 사냥에 나서기로 마음먹은 다음 날, 태자 일행 세 사람은 비왕 무가 소개한 사냥꾼, 그리고 사냥개 세 마리와 함께 왕검성 일대에서 가장 높은 눈 덮힌 대성산의 숲에 들어섰다.

두꺼운 털옷을 입은 네 사람은 발이 눈에 빠지지 않게 하는 덧신인 설피(雪皮)를 신고 손에 철제 창과 밧줄을 들고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울창한 나무 사이를 지났다.

무리의 선두에서 나아가던 중년의 호랑이 사냥꾼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바닥에 엎드려 뭔가를 살피고는 한부에게 대답했다.

“호랑이의 변과 발자국입니다. 변이 아직 따듯한 걸 보니 이 근처를 떠난 지 얼마 안 됐습니다. 그리고 발자국 크기가 약간 작은 걸 보니 찾으시던 덜 자란 호랑이입니다.”

“그거 잘됐군! 하늘이 우리를 도우시는 모양이야!”

“전하. 정말로 무기 없이 호랑이에게 덤비실 겁니까? 덜 자란 호랑이라도 부모에게 독립한 녀석이라면 표범 따위보다는 훨씬 사납습니다.”

“이미 결심을 굳혔네. 여기 호랑이보다 훨씬 덩치 큰 석이를 믿어보게나.”

“후······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다만, 세 분 중 한 분이라도 위험하실 것 같으면 곧바로 창을 휘두르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나도 우리 중에 누군가 피를 보는 건 원치 않네.”

그런데 바로 그때, 냄새를 맡으며 조심스럽게 나가던 사냥개들이 갑자기 고개를 쳐들면서 전방을 향해 짖기 시작했다.

- 컹! 컹! 컹! 컹! 컹!

사냥꾼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전방을 살피다가 풀숲에서 반짝이는 호랑이의 안광을 보고 급히 사냥개들에게 지시했다.

“얘들아! 가라!”

그러자 사냥개 세 마리가 일제히 앞으로 달려나가 호랑이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 크르릉!

포효와 함께 풀숲에서 튀어나온 호랑이는 주변을 맴도는 사냥개를 노리고 앞발을 휘둘렀지만, 주인처럼 노련한 사냥개들은 항상 간발의 차로 발톱을 피하며 아직 경험이 부족한 호랑이를 농락했다.

한부는 호랑이가 혼란에 빠진 것을 보고 석의 등을 손바닥으로 치면서 지시했다.

“석아! 네 차례다!”

그러자 석은 창을 눈밭에 던져버리고 굵은 밧줄 하나만 손에 쥔 채 호랑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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