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조선을 다시 위대하게-20화 (20/195)

〈 20화 〉 [20화] 일석이조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한열 왕검은 태자의 말을 듣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 물었다.

“납으로 만든 무기라? 납은 무른 금속이니 분명 날붙이는 아니겠구나. 커다란 망치라도 만들 셈이냐?”

“아닙니다. 아버지. 소자가 만들어보고 싶은 건 그저 달걀만 한 납탄입니다.”

“납탄? 그냥 표면을 매끈하게 만든 납덩어리를 말하는 게로구나. 혹시 그걸 병사들에게 나눠줘서 적군에게 던지게 하려는 거냐?”

“바로 그렇습니다!”

“흠······ 그야 사람이 세게 던진 납덩이에 맞으면 다치겠지. 언뜻 생각하기에는 돌멩이를 던지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겠나 싶지만, 네가 그리 말하는 걸 보니 분명 뭔가 더 나은 점이 있겠구나. 궁궐 창고에 넘쳐나는 납덩이를 가져다가 네가 원하는 물건을 만들어보아라.”

“감사합니다. 아바마마. 그리고 물건이 완성되고 나서 무릿매를 잘 다루는 돌팔매꾼 몇 명을 빌려주시면 납탄의 위력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허락하마. 과연 얼마나 위력이 대단할지 벌써 궁금하구나.”

“아마 적잖이 놀라시게 될 겁니다. 그럼 지금 바로 준비를 시작하겠습니다. 아버지.”

한부는 한열 왕검에게 인사한 후 침실을 나오자마자 내관 참에게 지시했다.

“일전에 나하고 같이 연은분리법을 연구했던 대장장이 강을 궁궐로 불러주게. 궁궐 정원에서 산책하면서 기다리고 있겠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전하.”

그는 내관과의 대화를 마치고 정원으로 나갔다.

잠시 후 내관 참이 데려온 대장장이 강이 한부의 곁으로 다가와 허리를 숙이면서 인사했다.

“전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전하께서 소인을 찾으신다기에 화로에 불을 지피다 말고 달려왔습니다.”

“강. 오랜만이구나. 못 보던 사이에 얼굴빛이 많이 좋아졌구먼. 그래”

“모두 전하께서 부족한 소인에게 왕실 대장간과 제련소의 관리를 맡겨주신 덕분입니다.”

“부족하긴. 쇠 두드리는 솜씨가 뛰어나니 왕검께서도 자네에게 중임을 맡기는 것을 허락하신 게지. 그건 그렇고, 자네에게 또 맡길 일이 있다.”

“뭐든 말씀만 하십시오. 전하. 아무리 어려운 작업이라도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아니. 이번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거야. 지금부터 내가 바닥에 그리는 그림과 같은 모양의 납덩이를 일단 2백 개쯤 만들어다오. 아! 그리고 철로 만든 투구도 20개 정도 필요하겠군.”

한부는 그렇게 말하면서 바로 옆에 떨어져 있는 나뭇가지를 줍더니 흙바닥에 작은 타원을 하나 그렸다.

대장장이 강은 태자가 그린 그림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철로 만든 투구는 재고가 있습니다. 또 거푸집 몇 개만 만들면 금방 만들 수 있겠습니다. 필요한 납이 준비되면 납덩이 2백 개쯤은 하루 만에 만들어서 바치겠습니다.”

“내관 참에게 말해둘 터이니 궁궐 창고에서 납으로 만든 물건을 마음껏 가져다 써라. 납을 만질 때나 녹일 때는 독기가 몸에 들어오지 않게 주의하고.”

“명심하겠습니다. 전하. 그럼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 * *

대장장이 강은 한부의 명대로 궁궐 창고에서 납 조리도구를 가져다가 녹여 달걀 크기의 납탄 2백 개를 만들어 왕실에 납품했다,

그 후 한부는 왕검성 외곽의 공터에 과녁으로 삼을 허수아비를 여러 개 세운 다음 비왕 무가 선발한 돌팔매꾼 다섯 명에게 그곳에서 무릿매(슬링)로 납탄을 던지는 연습을 하도록 지시했다.

그로부터 사흘이 지나고 돌팔매꾼들이 납탄을 던지는 솜씨가 제법 볼만해지자 한부는 한열 왕검을 사격 연습장으로 불러서 돌팔매 시범을 선보였다.

“사수 앞으로!”

비왕 무가 외치자 돌팔매 꾼들이 질긴 끈으로 만든 무릿매를 들고 가로로 늘어섰다.

“사격 준비!”

돌팔매꾼들은 비왕의 두 번째 지시를 듣고 무릿매의 가죽 주머니 부분에 달걀만 한 납탄을 넣고 허공에 큰 원을 그리며 힘차게 돌리기 시작했다.

- 붕! 붕! 붕! 붕! 붕! 붕!

납탄에 충분한 원심력이 실렸을 때, 비왕 무는 마침내 사격 명령을 내렸다.

“발사!”

비왕의 마지막 외침이 푸른 가을 하늘에 녹아들자 다섯 개의 납탄이 번개처럼 날아가 약 100m 앞에 서 있는 허수아비가 쓰고 있는 철제 투구에 차례대로 명중했다.

- 캉! 캉! 캉! 카강! 캉!

한부는 전탄이 표적에 명중한 것을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면서 병사들에게 말했다.

“전 탄 명중했구나! 어서 자기가 맞힌 투구를 가지고 돌아와서 왕검께 보여 드려라!”

“알겠습니다. 전하.”

돌팔매꾼 다섯 명은 전방의 허수아비 쪽으로 걸어가 바닥에 떨어진 투구를 들고 돌아온 다음 왕검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으면서 투구를 앞으로 내밀었다.

한열 왕검은 모든 투구에 꽤 큰 구멍이 뚫려있는 모습을 보고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말했다.

“이······ 이럴 수가?! 직접 보고도 믿기질 않는구나! 태자야! 납은 돌과 비교해도 그다지 단단한 물건이 아닌데 어떻게 철제 투구를 박살 낸 것이냐?!”

“납은 같은 크기의 돌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폐하. 그래서 같은 크기의 돌을 던졌을 때보다는 훨씬 강한 위력을 낼 수 있습니다.”

“참으로 신기하구나! 이 정도 위력이라면 적군의 전차를 끄는 말도 제대로만 맞히면 일격에 쓰러뜨릴 수 있겠어!”

한부는 감탄을 금치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납이나 철은 돌보다 밀도가 높아 같은 무게의 돌보다 크기가 훨씬 작다.

그렇기에 같은 무게의 돌을 던졌을 때와 비교해 공기의 저항을 덜 받아 더 강한 위력을 낼 수 있다.

고대 카르타고와 로마 제국은 이런 점을 잘 이해하고 기원전부터 납탄과 철탄을 적에게 던지는 전술을 전쟁에 이용해 왔는데, 한부는 고조선군도 이 전술을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과 함께 싸운 발레아레스 출신 돌팔매꾼 용병들은 200m밖에 있는 적의 머리도 정확히 맞췄다는 기록을 읽은 적 있어. 납탄이나 어른 주먹만 한 돌을 무릿매로 던지면 당대에 존재하는 모든 갑옷과 투구를 박살 냈다니까 연나라군의 철제 갑옷도 얼마든지 부술 수 있을 거야.’

게다가 납탄은 만드는 데 노력과 시간이 많이 드는 화살과 달리 거푸집에 녹인 납을 붓기만 하면 만들 수 있으니 생산속도도 빨랐다.

한열 왕검은 크게 기뻐하며 돌팔매꾼 다섯 명에게 백미 다섯 되를 상으로 내린 후 비왕 무에게 물었다.

“비왕. 철이나 납으로 만든 화살촉을 만들면 활을 쏴서 철제 투구를 뚫을 수 있소?”

“아마 어려울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폐하.”

“조금 전의 돌팔매 시범을 보니 무릿매의 사정거리가 박달나무 활보다 더 길었소. 위력과 사정거리 모두 돌팔매가 활보다 나으니 더는 궁수를 육성할 필요가 없을 것 같소.”

그 말을 듣고 한부가 왕검에게 말했다.

“폐하. 소자의 생각으로는 돌팔매꾼과 궁수를 함께 육성하는 편이 강한 군대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 듯합니다.”

“그래? 그 이유를 말해보아라.”

“돌팔매는 위력이 강하지만, 연사속도가 느립니다. 하지만 숙련된 궁수는 빠른 속도로 적에게 많은 화살을 퍼부을 수 있습니다. 또한 돌팔매꾼은 무릿매를 공중에 돌릴 공간이 필요해서 띄엄띄엄 배치할 수밖에 없지만, 궁수는 좁은 대열을 유지하면서도 적에게 사격을 가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좁은 성벽 위에서 밑에 있는 적군에게 사격을 가할 때는 궁수가 돌팔매꾼보다 유용할 겁니다.”

“음······ 전장의 상황에 따라서 유용한 무기가 달라진단 말이구나. 네 말대로 돌팔매꾼과 궁수 양쪽을 모두 중히 여기며 육성해야겠구나.”

“폐하. 기왕이면 왕실의 병사들뿐만 아니라 백성들도 평소에 돌팔매를 배우게 하고 유사시에 병사로 징집하면 외적을 물리치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네 말에 일리가 있다만, 그렇지 않아도 농사일로 바쁜 백성들에게 군사훈련까지 시키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겠느냐?”

“백성들이 돌팔매를 훈련이 아니라 놀이로 여기도록 유도하면 어떻겠습니까?”

“돌팔매를 놀이로 여기게 한다? 뭐 좋은 생각이라도 있느냐?”

“제후들에게 각자의 영지에서 돌을 잘 던지는 자들을 대표로 뽑게 하고 매년 추수가 끝나면 왕검성에 불러 돌팔매 대회를 여는 겁니다. 많은 사람이 모인 김에 천신께 제사를 지내면 더 좋겠지요. 그리고 대회에서 우승한 돌팔매꾼에게 큰상을 내리시면 많은 백성이 짬이 날 때마다 돌 던지는 연습을 즐길 겁니다.”

“그거 괜찮은 생각이구나! 마침 며칠 후면 올해 추수가 끝나니 제후들에게 전령을 보내 대회에 참석할 대표를 보내라고 권해봐야겠다.”

“소자의 청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폐하.”

* * *

한열 왕검은 궁궐로 돌아가자마자 낭림산맥 서쪽의 제후들에게 전령을 보내 앞으로 한 달 후에 왕검성에서 돌팔매 대회를 열 것임을 알렸다.

대회 참석은 선택사항이었지만, 많은 제후가 자기 영지의 대표를 왕검이 주최한 대회에 참여하게 했고 자신도 수많은 영지의 주민과 함께 석전을 구경하러 왕검성에 찾아왔다.

한부는 거리를 순시하다가 대회 시작 사흘 전부터 왕검성으로 몰려드는 인파를 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내 예상보다 훨씬 많은 선수가 왔구나! 다들 밥 굶을 걱정이 없어지니까 오락거리에 굶주려있었나 보다. 내년부터는 대회 종목을 늘려도 되겠어!’

그가 돌팔매 대회를 통해 달성하려고 하는 목표는 단순히 뛰어난 병사를 육성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부족연맹국가인 고조선은 영토가 그리 넓지 않음에도 부족에 따라 문화가 달라 주민들 간에 이렇다 할 동질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한부는 매년 고조선의 백성들이 한자리에 모여 즐길 수 있는 스포츠 행사를 개최해 다양한 지역 사람들이 한 데 어울려 웃고 떠들면서 친목을 다질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다.

‘고대 그리스 올림픽은 기원전 776년에 처음 개최됐었지. 올해를 기점으로 고조선에서도 고대 올림픽을 여는 거다!’

그렇게 모두가 기다리던 대회 날의 아침이 밝자 왕검성 성벽 바깥의 공터에서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제사가 시작됐다.

수천 명의 선수와 구경꾼이 모인 가운데 대제사장이 청동화로에 불을 피우고 무릎을 꿇고 앉아서 하늘을 우러러보며 주문을 외우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살찐 황소 한 마리를 청동검으로 죽여 제물로 바쳤다.

대제사장은 소의 목에서 흘러나온 피를 청동잔에 담아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 조금씩 마시게 한 다음 근엄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지금부터 천신께 바치는 제전(祭典)을 시작한다! 모든 선수는 부족과 자신의 명예를 걸고 온 힘을 다해 대회에 임하여라!”

제사장이 선언을 마침과 동시에 수십 명의 선수가 과녁이 준비된 경기장으로 들어섰다.

납탄 열 개를 약 200m 밖에 떨어져 있는 작은 나무판자 열 개를 향해 던져서 가장 많이 맞힌 선수가 승리하는 경기로 동점자가 나오면 하나씩 과녁을 추가하면서 최후의 1인을 가리는 경기.

자기 고향에서는 하나같이 최고의 돌팔매꾼으로 명성이 자자한 젊은이들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무릿매에 납탄을 장전하고 허공에 돌리다 과녁을 향해 힘차게 던졌다.

그렇게 대회는 거의 한 시간 동안 계속되었고 마침내 왕검성 대표와 곰 부족의 장로 대부 웅의 영지 출신 선수 둘이 결승전을 치르게 되었다.

먼저 왕검성의 대표가 과녁을 명중시킨 후 웅의 영지 대표가 던진 납탄이 아슬아슬하게 과녁에서 빗나가자, 신선처럼 흰 수염을 길게 기른 점잖은 대부가 이마를 탁 치면서 큰 소리로 한탄했다.

“이런! 제기랄!”

그와 동시에 손에 땀을 쥐고 경기를 지켜보던 왕검성의 백성들이 경기장으로 뛰쳐나오면서 우승을 거머쥔 고향의 대표를 헹가래 치면서 기뻐했다.

“만세!!! 석이가 해냈다! 우리 동네 석이가 조선 최고의 돌팔매꾼이다!”

한열 왕검도 그 모습을 보고 크게 기뻐하면서 백성들을 향해 소리쳤다.

“지금부터 사흘 동안 왕검성에서 축제를 열겠다! 모든 식량과 물자는 왕실에서 댈 테니 모두 마음껏 즐기도록 해라!”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이 왕검의 말을 듣고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지만, 상 완만은 초조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면서 식은땀을 흘렸다.

‘이 행사가 모두 그 어린 태자의 머릿속에서 나왔단 말이지······.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 두면 왕실의 세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겠구나. 적어도 그 녀석이 옥좌에 오를 때까지만이라도 정치에 끼지 못하도록 수를 써야겠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