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조선을 다시 위대하게-15화 (15/195)

〈 15화 〉 [15화] 은 말고도 다른 자원이? (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나귀 다섯 마리를 끌고 온 고조선군 병사 스무 명이 앞서가는 태자의 뒤를 따라 그리 높지 않은 언덕을 향해 걸어갔다.

한부는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언덕 기슭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본 다음 병사들에게 지시했다.

“여기쯤이 좋겠네. 이 언덕 주변에서는 삽질을 한두 번만 해도 납광석이 쏟아져 나온다고 들었다. 어서 삽을 들고 땅을 파보아라.”

그 말에 그 자라의 병사 중 가장 고참병이 나귀 등에 얹어둔 삽을 들면서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구리나 주석만은 못하지만, 정말 납도 나름 귀한 물건인데 땅만 파면 나온단 말입니까?”

“저기 보이는 강가에 사는 주민들이 그렇게 말하더군.”

“그 촌부들 말이 사실이라면 생각보다 작업이 빨리 끝나겠군요.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고참병이 그 대답을 마지막으로 대화를 마치고 힘차게 땅에 삽을 박아넣자, 다른 병사들도 그를 따라서 삽질을 시작했다.

그렇게 몇 분 정도가 흐르자 병사들은 파도 파도 계속 나오는 은빛 알갱이가 빼곡히 박힌 암석 무더기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옆 사람과 속삭였다.

“어······? 설마 이거 전부 다 납광석인가?”

“이런 세상에······. 맞을 거야. 전에 대장장이가 납을 다루는 모습을 본 적 있는데, 그날 본 원석이 딱 이런 모양이었어.”

“평범한 촌구석인 줄 알았더니 그럭저럭 쓸모 있는 동네였구먼.”

한부는 병사들의 대화를 듣다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냥 쓸모있는 동네가 아니지. 이 지역은 한반도에서 한 손에 꼽을 수 있는 노다지라고!’

현재 고조선군이 머무르고 있는 지역은 현대 함경남도 단천시, 한반도 최대의 은 생산지이지 조선의 연산군 시대에 획기적인 은 제련법인 은연분리법이 발명된 곳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그러나 기원전 3세기의 고조선인들은 이 지역의 납광석에 꽤 많은 은이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분명 한창 단천은광산이 잘 돌아가던 시대에는 조선 왕실이 이 동네 광산에서만 한해에 은 5천 냥을 얻었다고 했었어. 그것도 민간업자한테 광산 운영을 맡기고 사용료로 받은 돈이 그 정도였다고 했지. 고조선 왕실이 직접 은광을 개발하면 은 매년 은 몇만 냥을 캐내는 것도 꿈은 아니다.’

이처럼 단천의 은 생산성은 고대 기준으로는 엄청난 것이었지만, 이 지역은 다른 유용한 지하자원도 상당히 많이 매장되어있다.

한부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왕검성으로 돌아가기 전에 단천 지역에서 다른 자원의 샘플도 채취해갈 생각이었다.

그는 병사들이 가져온 자루 몇 개가 납광석으로 가득 찬 것을 보고 다시 고참병에게 물었다.

“지금까지 파낸 납광석 무게를 다 합치면 어느 정도나 될 것 같나?”

“저울이 없으니 자세히는 말씀드리지는 못하겠습니다만, 한 1백 근 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

“납광석은 그 정도면 됐다. 잠깐 쉬었다가 이제 저기 먼발치에 보이는 희뿌연 민둥산으로 가보자. 아! 혹시 곡괭이도 몇 개 챙겨왔나?”

“필요할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일단 열 개 챙겨왔습니다.”

“저 산에는 쓸모있는 물건이 많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그나저나 벌써 숨을 헐떡이는 자들도 많군 그래.  다음 작업이 끝나고 군영으로 돌아가면 너희 모두에게 백미로 빚은 떡을 두 덩이씩 하사할 테니 기운 내라.”

“네?! 흰쌀 떡 말씀입니까? 전하! 저희 모두 아직 팔팔합니다! 지금 바로 출발하시지요!”

“자네 후임들은 꽤 지쳐 보이는데?”

“우리 조선의 아들들은 그렇게 나약하지 않습니다! 안 그러냐 얘들아?!”

“물론입니다! 이 정도는 그저 몸풀기 정도일 뿐입니다! 어서 출발하시지요 전하!”

방금 전까지 도살장에 끌려온 소 같은 표정을 지으며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병사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하얀 민둥산을 향해 힘차게 걷기 시작했다.

한부는 그 모습을 보고 조금 당황하면서 나귀의 등에 올라탔다.

‘이야······. 쌀떡 성능 확실하네. 하긴 고조선 시대의 평민들에게 백미는 21세기 한국의 1등급 한우나 마찬가지겠구나. 난 거의 매일 흰쌀밥 먹는데. 좀 미안하구만.’

병사들은 온통 희뿌연 색의 돌로 이루어진 민둥산에 도착하자마자 태자에게 물었다.

“태자 전하. 여기서는 어떤 물건을 캐내면 되겠습니까?”

“여기 지천으로 널려 있는 흰 돌을 좀 가져가면 된다. 이번에도 넉넉하게 한 1백 근정도면 되겠구만.”

“그냥 아무 바위나 깨서 가져가면 된다는 말씀이군요.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고참병이 대답하기 무섭게 스무 병의 병사들은 한 몸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즉석에서 만든 노동요를 불러댔다.

“흰돌 캐고 흰떡 먹자! 흰돌 캐고 흰떡 먹자!”

병사들은 그야말로 산을 뽑을 기세로 철제 곡괭이를 휘둘러 흰색 바위를 부수고 그 파편을 삽으로 퍼서 자루에 담았다.

한부는 그 모습을 흐뭇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런 속도면 한낮이 되기 전에는 일이 끝나겠구나. 그나저나 이 산이 통째로 마그네사이트란 말이지? 인터넷 뉴스 기사에서 봤던 사진하고 여기 지형이 거의 똑같아서 금방 찾았네.”

마그네사이트는 탄산마그네슘을 많이 포함한 무른 광물로 이 광물을 적당한 온도로 열처리하면 질 좋은 내화벽돌이나 마그네슘 비료를 만들 때 쓰이는 원료 마그네시아를 만들 수 있다.

단천에 매장된 마그네사이트의 규모는 현대 기준으로 약 36억 톤, 21세기의 대한민국이 약 1만 8천 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그는 마그네슘 비료가 고조선 시대의 농경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자세히 알지 못했지만, 질 좋은 내화벽돌의 유용성만은 잘 알고 있었다.

‘내화벽돌로 더 높은 온도를 낼 수 있는 화로를 만들면 지금보다 질 좋은 철을 생산할 수 있을 거야. 북한에 7천조 원어치의 지하자원이 묻혀있다는 헤드라인 덕에 기사를 꼼꼼히 읽어둬서 천만다행이다. 그때 같이 읽었던 내화벽돌 제조법은 잘 기억 안 나지만, 그렇게 복잡했던 것 같지는 않았어. 계속 실험하다 보면 언젠가는 성과가 나오겠지.’

한부는 스무 명의 병사와 함께 한낮이 되기 전에 작업을 마치고 고조선군의 진영으로 돌아왔다.

그는 약속대로 병참 부대의 장교에게 작업에 동원된 병사들에게 쌀떡을 주라고 지시한 다음 왕검의 막사로 들어가서 아버지에게 인사했다.

“아버지. 다녀왔습니다.”

“그래. 생각보다 일찍 돌아왔구나. 정말로 납광석이 많이 있더냐?”

“삽질을 한두 번만 해도 납광석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검은 돌에 은빛 알갱이가 빼곡히 박혀있는 것이 품질도 뛰어나 보였습니다.”

“그 정도로 많았단 말이냐? 네가 납광석으로 은을 만드는  데 실패해도 이 지역을 영지로 삼는 걸 고려해 볼 만하겠다.”

“아버지. 지켜봐 주십시오. 왕검성에 돌아가면 소자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 * *

성공적인 원정을 마친 고조선군은 그해의 마지막 낙엽이 나뭇가지를 떠나기 전에 왕검성에 돌아와 개선식을 시작했다.

백마를 탄 한열 왕검과 그 옆에서 작은 말을 타고 있는 태자가 성문 안으로 들어서자, 대로변으로 몰려나온 백성 수천 명이 바닥에 납작 엎드려 절을 하며 대승을 거두고 돌아온 군주를 맞이했다.

왕검과 태자 다음으로는 비왕 무가 이끄는 기병대가 지나갔고, 그 뒤를 보병대와 전리품을 실은 수레, 그리고 손발이 밧줄로 묶인 포로 수백 명이 차례로 따라갔다.

기세등등한 개선행렬이 궁궐에 도착하니 미리 마중을 나온 모후 연이 한열 왕검과 한부를 환영했다.

“폐하! 위대한 승리를 경하드리옵니다!”

“다녀왔소! 부인! 예상보다 큰 성과를 거둬서 매우 기쁘구려! 이제 낭림산맥 동쪽의 땅도 우리 조선의 세력권이라오!”

“그게 정말입니까?! 천신께서 폐하를 도와주신 게 분명합니다!”

“그리고 단군왕검께서 우리 태자를 축복하신 덕분이겠지. 이 어린 녀석이 며칠 내내 말을 타면 피곤하다고 칭얼댈만하건만, 아주 의젓하게 짐의 곁을 지켰다오.”

“소첩도 우리 장남 덕에 요즘 아주 마음이 든든합니다. 태자! 이렇게 무사한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나올 것 같습니다!”

“덕분에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모후께서도 그동안 안녕하셨는지요?”

“안전한 궁궐에서 편안하게 지낸 이 어미에게 무슨 일이 있었겠습니까? 그나저나 태자 전보다 조금 야위었군요. 그동안 끼니를 거르거나 하지는 않았겠지요?”

“물론입니다. 모후시여. 그저 말을 오래 타서 살이 조금 빠졌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저녁을 먹기 전에 다과상을 좀 내오라고 할 테니 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

“아······ 모후시여. 소자 원정길에서 가져온 물건으로 실험해 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다과는 나중에 들도록 하겠습니다.”

“여독도 풀기 전에 갑자기 무슨 실험을 한단 말입니까?”

한열 왕검은 두 모자의 대화를 듣다가 싱긋 웃으면서 아내에게 대답했다.

“글쎄 이 녀석이 납으로 은을 만들어내겠다는구려.”

“네?! 폐하. 평소에 즐기지 않으시던 농담을 하시니 당황스럽습니다.”

“이 농지거리 같은 말이 사실이라오. 정 믿기질 않으면 한번 태자에게 물어보시오.”

“태자. 폐하의 말씀이 사실인가요?”

“사실입니다.”

“설마······ 설마 원정길에 머리를 다친 건 아니겠지요?!”

“절대 아닙니다! 며칠만 기다리시면 소자의 말이 사실임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모후 연은 너무 당황한 나머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지만, 한열 왕검은 입가에 아빠 미소를 지으며 아들을 격려했다.

“짐이 전에 얘기했던 기한은 기억하고 있겠지? 그동안은 왕실의 인력과 재물을 네가 쓰고 싶은 만큼 쓰게 해주마. 어디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해봐라.”

“정말 감사합니다! 폐하!”

한부는 아버지의 격려에 여행길의 피로를 잊고 서둘러 궁궐 안으로 들어가서 자신의 시중 담당인 내관 참을 불러 지시를 내렸다.

“어서 커다랗고 밑이 둥근 무쇠 화로 한 개와 질 좋은 숯, 그리고 매운 재와 깨진 질그릇 조각하고 이번 원정길에서 가져온 납광석을 궁궐 정원의 공터로 옮겨 놓아라.”

“화로를 제외한 물건은 얼마나 준비하면 되겠습니까?”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다만 시간이 충분치 않으니 가능하면 두시진 이내로 준비하라.”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전하.”

“아! 그리고 물건이 전부 준비되면 손재주가 좋은 화로 장인과 금속 제련에 능한 대장장이도 한 명씩 궁궐로 데려와라. 조선인이든 제나라인이든 관계없다.”

“그리하겠사옵니다. 전하.”

내관이 빠른 걸음으로 준비물을 가지러 간 사이에 한부는 흙먼지가 묻은 외출복을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내관 참의 보고를 기다리면서 잠시 눈을 붙였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자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내관 참이 침실에서 쉬고 있던 태자의 곁으로 다가와서 보고했다.

“태자 전하. 분부하셨던 화로 장인과 대장장이, 그리고 물자를 모두 궁궐의 정원 안에 대령해 두었습니다.”

“수고 많았다. 그럼 어서 정원으로 나가보자.”

한부는 내관과 함께 좁은 복도를 지나면서 시대를 약 1,800년쯤 앞선 기술의 원 역사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연은분리법······. 원 역사의 조선 왕실은 그렇게 좋은 기술을 자국 백성이 개발했는데도 왕실이 중국에 은을 뺏길까 봐 두려워서 기술도 은광도 그냥 묻어뒀었지. 그러는 와중에 기술이 일본에 유출돼서 일본인들만 떼부자로 만들어 버렸고. 이제부터는 고조선이 동아시아 최고의 은 생산국이다.’

그는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하면서 궁궐의 정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