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조선을 다시 위대하게-8화 (8/195)

〈 8화 〉 [8화] 완벽한 철기 시대를 위하여!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아! 정말 개운하게 잘 잤네! 어젯밤에 마신 차의 효능이 정말 대단하구먼! 정신이 굉장히 말똥말똥해!”

“그러게 말일세! 안 그래도 요즘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푹 잤어!”

“그리고 어제 조선 태자의 말대로 정말로 차를 마시고 한 시진이 지나니까 마치 공중에 떠다니는 듯한 기분이 들고 식욕이 샘솟더군. 신선차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을만 해.”

“중원 여러 나라에 가져다 팔면 이문을 많이 남길 수 있겠구먼. 어서 돌아가서 철을 가져오세. 조선 태자가 신선차는 오직 철하고만 바꿔준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조정에서 과연 조선에 철을 팔도록 내버려 둘지 모르겠구먼.”

“조선 태자가 맛보기용으로 신선차를 조금 준다고 했어. 조정의 높으신 분들도 그 효능을 온몸으로 느끼고 나면 분명히 허락할 수밖에 없을 걸세. 자! 꾸물거리지 말고 얼른 모피 산 다음 제나라로 돌아가자고!”

어젯밤 왕검성의 궁궐에서 사긴과 비슷한 대접을 받은 제나라인 상인 두 명은 대마로 만든 차에 푹 빠지고 말았다.

대마를 섭취하면 진정제 성분 때문에 마음이 차분해지고 일시적으로 깊은 수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될 때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대마에 중독된 사람이 갑자기 투약을 중지하면 불면증에 시달리게 될 수 있고 심한 겨우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마는 아무리 아편이나 코카인 같은 최악의 마약과 비교하면 덜 위험해도 의심의 여지가 없는 마약의 일종.

하지만 마약이라는 단어조차 존재하지 않는 기원전 3세기의 고대인이 그런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제나라 상인들은 어서 고조선의 새 특산품으로 중계무역을 해서 떼돈을 벌 생각에 서둘러 한부에게 인사한 후 서둘러 항구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궁중 약사 천은 떠나가는 상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한부에게 말했다.

“전하께서 고안하신 삼 차가 제나라 상인들의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그렇지 않아도 차는 중원에서 비싸게 팔리는 물건이니 제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 겁니다.”

“분명 그럴걸세. 내년이 오기 전에는 우리 조선에서도 철제 도구를 쉽게 볼 수 있게 됐으면 좋겠군.”

“반드시 전하의 뜻대로 될 겁니다.”

대마 차는 두 사람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제나라로 건너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다만 한부의 예상과 조금 달랐던 점은 대마 차가 왕족이나 제후보다는 제자백가 중 유가의 학자들 사이에서 더 큰 인기를 끌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훗날 성악설과 순자(荀子)라는 경칭으로 유명해지는 제나라의 유학자 순황은 대마 차를 마셔본 후 감탄하면서 동료 학자들에게 말했다.

“조선에서 건너왔다는 이 차 말일세. 참으로 훌륭하지 않았나?”

“그러게 말일세. 맛과 향이 아주 그윽하더군. 차를 마시고 나서 느낀 몸이 붕 뜨는 것 같은 기분도 신기했고 말일세. ‘신선차’라는 이름처럼 훌륭한 물건이었네.”

“신선차라······ 아무리 생각해도 그 차를 신선차라고 부르는 건 옳지 못하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어제 조선에서 건너 온 차를 친구와 나눠 마셨는데, 차를 마시고 한 시진이 지나니 평소 성정이 거친 친구가 새끼 양처럼 순해지는 모습을 보았네. 그 차는 사람의 마음에서 악을 씻어내고 언행이 거친 이가 예를 알게 하는 모양이야. 그러니  ‘군자차’라고 부르는 게 좋겠네.”

“호······ 군자차라! 참으로 그럴싸한 이름이구먼!”

순황은 15세부터 제나라의 수도 임치에 있는 당대 최고의 학술원인 직하학궁에서 열심히 공부해 왔다.

그 덕에 29세 젊은 나이에 지금으로 치면 대학 총장격인 직하학궁의 좨주(祭酒)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주변의 인정을 받았다.

21세기의 한국으로 치면 겨우 20대 후반의 대학 교수가 유력한 서울대 총장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유명한 학자인 것이다.

그런 그가 대마 차에 군자차는 별칭을 붙이자 한부가 지은 신선차라는 이름과 함께 빠른 속도로 중원의 여러 나라에 퍼져나갔다.

그렇게 대마 차의 이미지가 좋아지자 그렇지 않아도 생산량이 적은 신상품의 가격은 엄청난 기세로 오르기 시작했다.

그 후 몇 달이 흘러 기원전 271년의 가을이 끝나갈 때 즈음이 되니 수많은 제나라 상인들이 배를 타고 서해를 넘어와 철제 공구와 농기구, 그리고 무기를 대마 차와 바꿔가기 시작했다.

제나라 상인들이 장사를 마치고 귀국한 후 한열 왕검은 장남과 함께 왕검성의 군수창고에 보관된 철기를 보고 감탄하면서 한부를 칭찬했다.

“태자야! 지금까지 조선의 철기는 왕실 소속 장인 몇 명이 가지고 있던 철제 도구 몇 개가 전부였다. 그런데 이제 네 덕에 드디어 우리도 이렇게 많은 철기를 보유하게 됐구나! 이렇게 철제 농기구가 많이 있으면 내년 중에는 왕검성 주변 50리 안에 있는 숲과 늪을 농경지로 개간할 수 있겠다!”

“그리고 왕실이 약해진 틈을 타 왕실에 반기를 든 패수 이남의 부족들을 다시 복속시키기 수월해 질 겁니다.”

“물론 그 반역자들도 처단해 나가야지. 아무튼, 어제 통역관을 끼고 궁에 찾아온 제나라 상인과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네가 만든 신선차가 중원에서는 같은 무게의 금과 거래된다고 하더구나. 내년에는 삼을 더 많이 재배해서 신선차를 더 많이 만드는 게 좋겠다.”

“아바마마. 소자의 생각에는 갑자기 삼밭을 늘리면 우리 조선에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한번 자세히 설명해 보아라.”

“그 이유는 전부 세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 이유는 흉년이 들면 백성들이 곤궁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곳 반도 땅은 산이 많고 토질이 좋지 못한 데다 여름에만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는 기후 때문에 아직 영토의 면적에 비해 농지가 좁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곡식과 채소를 기를 논밭을 줄이고 그 땅에 삼을 심었다가 만약 흉년이라도 들면 많은 백성이 하루에 한 끼를 먹기도 힘들어질 겁니다.”

“신선차를 팔아서 얻은 이윤으로 제나라에서 식량을 수입하면 해결될 문제가 아니더냐?”

“조선에 흉년이 들었을 때, 제나라에는 풍년이 들 거라는 보장은 없지 않겠습니까?”

“음······ 네 말에 일리가 있다. 그럼 두 번째 이유는 뭐냐?”

“두 번째 이유는 갑자기 신선차의 생산량을 늘리면 그만큼 찻값이 떨어질 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지금 신선차는 효능도 효능이지만, 희귀한 물건이라는 이유로 비싸게 팔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시장에 상품이 많이 풀리면 찻값이 폭락하고 말 겁니다.”

“과연······. 그럼 마지막 세 번째 이유는 무엇이냐?”

“세 번째 이유는 갑자기 삼밭을 늘리면 제나라가 신선차의 주원료가 무엇인지 눈치챌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우리 조선은 신선차의 재료와 제조법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조선 땅에 삼밭이 늘어나면서 그와 동시에 신선차 생산량이 증가하면 왕검성에 드나드는 제나라 상인들이 뭔가 눈치챌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호······ 대단한 통찰력이다. 네가 정말 열 살 소년이란 말이냐? 조선의 장래가 참으로 밝구나.”

“과찬이십니다. 아바마마.”

“주변에 다른 사람이 없을 때는 과한 겸양을 차리지 않아도 좋다. 아무튼, 신선차를 더 만드는 게 좋은 방법이 아니라면 철기 수입량은 이 정도로 만족해야겠구나. 언젠가는 조선의 장인들도 철 제련법을 밝혀낼 테고.”

한열 왕검은 평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한부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아쉬운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현재 고조선이 대마 차 제조법과 원료를 숨기듯이 제나라도 철기 제련법과 철광산 개발을 위한 철광석 발견 노하우를 철저하게 감추고 있었다.

그리고 중원의 다른 나라에게 철 제련법을 배우는 것도 아직은 어려운 일이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연나라는 아직 고조선하고 적대 중이지. 그리고 다른 나라들은 상인들이 자주 왕래하기에는 지리적으로 너무 멀어. 어떻게 중원에서 철기 제조법을 빼내 올 방법이 없을까?’

그때, 한열 왕검이 뭔가를 떠올리고는 생각에 잠겨있는 아들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아! 태자야. 그러고 보니 제나라 상인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중원에서는 네가 만든 차가 신선차 말고 군자차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고 있다는데, 알고 있었느냐?”

“군자라 하면 중원의 유가에서 인격자를 부를 때 쓰는 말인 군자 말씀이신가요?”

“잘 알고 있구나. 제나라의 순황이라는 유학자가 신선차를 마시면 거친 사람도 순해진다고 그런 이름을 붙여서 유행하고 있다는구나. 참 재미있는 이야기야.”

그 말을 듣는 순간, 한부의 머릿속에 한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순황이면 성악설의 그 순자잖아?! 그 네임드 유학자가 대마 차를 그렇게 좋아한단 말이지? 이 시대면 제나라에서 순자의 영향력이 꽤 대단할 텐데! 어쩌면 대마차를 순자한테 선물하면서 잘 설득하면 고조선의 청동기 시대를 끝낼 수도 있겠구만. 어차피 실패해도 밑져야 본전이니까 무조건 질러봐야겠다.’

한부는 머릿속에 할 말을 정리한 다음 최대한 간곡한 목소리로 한열 왕검에게 말했다.

“아바마마. 방금 말씀하신 순황은 젊은 나이에 직하학궁의 좨주 제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유학자라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부디 소자가 제나라에 가서 순황에게 가르침을 받고 올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뭐라고?! 태자! 그게 무슨 말이냐! 절대로 안 된다! 겨우 열 살 소년이 풍랑이 몰아치는 바다에 나간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아바마마. 조선에서 제나라까지의 바닷길은 겨우 백 리가 조금 넘는 정도라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나라의 상선보다 작은 우리 조선의 배를 타도 겨우 뱃길로 하루 정도이니 별 일 없을 겁니다.”

“음······ 그래도 허락할 수 없다. 아비로서 서해 용왕의 변덕에 네 목숨을 맡기고 싶은 마음은 터럭만큼도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이미 조선과 제나라의 법도와 풍습이 서로 다른데 순황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눈다 한들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느냐?”

“우리 조선은 몇백 년 전에 제나라와 연나라에서 빌려 온 관직체계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나라는 학문을 중시하는 나라라 세월이 흘렀으니 국가 통치를 위한 제도에도 많은 발전을 이루었을 겁니다. 단군왕검께서 소자에게 중원의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주신 이유가 바로 이런 때 조선의 부흥을 위해 사용하라는 뜻 아니겠습니까?”

“허나 지금의 제나라 제도가 우리 조선의 현실에 맞으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외국의 제도를 그대로 들여오는 게 아니라 조선의 현실에 맞게 고쳐서 우리 것으로 만들면 분명 아바마마께서 나라를 다스리시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하여튼······ 정말 한 마디도 안 지는구나. 이제 더는 너를 언쟁으로 이길 수 없다는 건 잘 알겠다. 네 소원을 들어줄 테니 어서 여행을 떠날 채비를 하거라.”

“감사합니다 아바마마!”

“녀석, 좋아하기는. 욘석아! 이 애비는 부인을 설득할 생각을 하니 벌써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렇게 한부는 순황과 담판을 짓기 위한 여행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왕후 연은 끔찍이 아끼는 장남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넌다는 말을 듣고 거의 실신할 뻔했지만, 결국 한부와 왕검의 끈질긴 설득에 짧은 해외 유학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왕후 연은 한열 왕검과 함께 다시 궁 밖으로 나서는 아들을 배웅하면서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태자. 항해 중에는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함부로 바다에 뛰어들거나 배의 난간에 기대면 절대 안 돼요. 이 어미의 말을 꼭 마음에 새기세요.”

“명심하겠습니다. 어마마마. 소자가 위험에 처하면 이번에도 비왕 무가 지켜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태자! 그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요?! ‘이번에도’라도 라니!! 저번에 전국 순행을 돌던 중에 역시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하군요!!”

한부는 자신의 말실수 때문에 근심 걱정이 번져가는 어머니의 표정을 보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차! 이러다가 어마마마한테 호랑이 사건 걸리는 거 아니야?! 여기서 잘 대처해야 제나라에 갈 수 있는데! 뭐라고 변명하지?!’

그렇게 한부가 뇌에 과부하가 걸리도록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비왕 무가 먼저 왕후 연에게 대답했다.

“왕후마마. 별일 아니었으니 너무 심려치 마시옵소서. 그저 불경스러운 꿀벌 한 마리가 태자께 덤비기에 소신이 손으로 낚아챘을 뿐입니다.”

“아······ 그런 거였군요. 혹시 맹수나 비적 떼가 태자를 해치려 한건 줄 알고 가슴이 철렁했다오. 우리 태자는 어려서부터 벌레를 아주 무서워했었지요.”

한부는 눈치 빠른 비왕 무의 대처에 감탄하면서 그에게 은근히 감사의 눈빛을 보냈다.

‘군사적 재능도 뛰어나지만, 센스도 보통이 아니라니까? 이번 출장 다녀와서 아바마마께 보너스를 좀 주자고 부탁해야겠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