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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을 다시 위대하게-1화 (1/195)

〈 1화 〉 [1화] 프롤로그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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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해경 소속 500톤급 경비함정 516함이 저녁노을을 품어 붉게 물든 연평도 근처의 잔잔한 바다를 미끄러져 나갔다.

중국어 통역 담당인 한준 순경은 516함의 조타실에서 창밖을 바라보면서 바로 옆에 서 있는 함장에게 말했다.

“아직은 바다가 조용하네요. 순찰이 끝날 때까지 계속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한 순경. 꿈 깨. 가을 꽃게철은 중국어선 무리가 아주 떼강도처럼 몰려다닐 때거든. 아직은 잠잠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미친 듯이 몰려올걸?”

“후······ 역시 그렇겠지요? 저번에 단정타고 단속 나갔을 때 어떤 정신 나간 놈이 던진 손도끼가 바로 머리 옆을 지나갔었습니다. 그 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등골이 오싹하네요.”

“나도 봤어. 그것들은 어부가 아니라 해적이야! 해적! 그러게 명문대 사학과 나와서 뭐하러 해경 중국어 특채에 지원했어? 자네 원래 동아시아사 연구하려고 중국어에 일본어까지 배웠다면서.”

“대학교 3학년 때 할아버지께서 다른 연평도 어민들과 함께 직접 중국어선을 나포했다는 말씀을 듣고 진로를 바꿨습니다. 중국어선이 어획물을 싹 쓸어 갈 때마다 분통이 터진다고 늘 말씀하시거든요.”

“아! 그 일 기억난다! 그게 벌써 6년 전 일이구만. 그나저나 조부님께서 어업인이신 모양이지?”

“네. 연평도에 어선 한 척을 가지고 계십니다. 일흔이 넘으셨는데도 여전히 꽃게철이면 배를 몰고 바다로 나가십니다.”

“그래서 해경에 지원한 거였구먼. 그래도 공부했던 게 아깝겠어.”

“아닙니다. 어민들까지 직접 나서서 중국어선을 때려잡고 있는데도 EEZ를 넘어오는 중국어선은 매년 늘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그 모습을 보고 나니까 책상 앞에 앉아있을 기분이 싹 사라졌습니다.”

“얌전하게 생겼는데 열혈청년이었구먼. 그래도 그 결정 지금은 좀 후회하고 있지 않아? 우리 일이 좀 거친 게 아니잖아.”

“솔직히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없지는 않습니다. 위험한건 둘째치고 중국어선이 넘어와도 아무런 조치를 못 할 때가 이렇게 자주 있을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그 자식들 치고빠지는 전법으로 나오기 시작한 건 몇 년 안 됐어. 영악한 놈들 같으니······.”

함장이 그 말을 마치는 순간, 레이더 화면을 주시하고 있던 레이더 운용 요원이 큰소리로 외쳤다.

“현재 EEZ 내측 3마일 침범 불법 조업 중인 선박 발견! 방위 337.5도, 거리 6마일, 현재 침로 330도!”

레이더 운용 요원이 외치자 조타실 안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함장은 그 말을 듣자마자 능숙한 솜씨로 대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하여튼 양반은 못될 놈들이야! NLL 넘지 않게 조심하면서 그쪽으로 배를 몰아! 김 순경! 당장 해군에 무선 쳐서 저 새끼들 잡아도 되는지 물어봐!”

“알겠습니다! 함장님!”

한준은 그 말을 듣고 입술을 깨물면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자식들이 또 NLL 근처에서 우릴 조롱하고 있구나!”

2010년 초중반까지만 해도 난간에 철조망을 설치한 요새같은 어선 위에서 흉기로 무장한 선원들이 해경을 위협하는 것이 불법 중국어선이 대한민국의 EEZ를 침범하는 주된 수법이었다.

하지만, 근래에는 고속 엔진을 장착한 어선으로 한국의 EEZ에서 어획물을 쓸어 담다가 해경이 다가오면 잽싸게 북한 해역으로 도망치는 수법을 선호하는 중국어선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그런 이유로 한국 해경이 흉기를 든 어선 선원과 격투를 벌이다가 다치는 빈도는 줄었지만, 불법 중국어선 단속은 나날이 힘겨워지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516함이 현장에 막 도착했을 때, 1백 척이 넘는 중국어선들은 이미 연평도 어장에 어망 설치를 마치고 NLL을 살짝 넘어서 북한 해역으로 도망친 후였다.

그리고 그중 몇 척의 선원들은 갑판 위로 몰려나오더니 해경 경비정의 조타실에 레이저펜으로 광선을 쏘아 댔고, 심지어 무전기로 웃음 섞인 욕설을 퍼붓는 자들도 있었다.

- 캬하하하하! 바이츠! 바이츠!

함장은 무전을 듣자마자 도끼눈을 뜨면서 한준에게 물었다.

“한 순경. 아거 욕이지?”

“네. 백치, 머저리라는 뜻입니다.”

“죽일 놈들! 도둑질도 모자라서 우릴 놀려?! 김 순경. 해군 측에서 아직도 답변 안 왔나?”

“북한 경비함정이 마침 이 부근을 순찰하고 있다고 합니다.”

“젠장! 저놈들이 다시 우리 EEZ 깊숙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나포할 수 없잖아!”

한준은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간신히 분노를 억누르며 창밖의 중국어선 무리를 반격할 방법을 궁리하다가 수면 위로 살짝 드러난 어망의 끝부분을 보았다.

“함장님. 당장 중국어선을 나포할 수 없으니 저기 보이는 어망이라도 철거하면 어떻겠습니까?”

“어? 조류 때문에 어망 끝부분이 남쪽으로 떠내려왔구나! 좋은 아이디어야! 저거 죄다 걷어내면 짱깨들이 열 좀 받겠어!”

함장은 즉시 우렁찬 목소리로 선내 방송을 시작했다.

“단정요원 배치! 단정요원 배치! 잠시 후 불법 중국어선이 설치한 어망 제거 작업 예정. 단정 하강요원 배치!”

그는 방송을 마친 후 한준에게도 지시를 내렸다.

“한 순경! 자네도 단정 타고 출동해! 그리고 다른 단정요원들한테 만약에 저 새끼들 우리가 어망 수거하는 거 보고 열 받아서 NLL 넘어오면 명령 기다릴 것 없이 바로 나포해버리라고 전하고!”

“알겠습니다! 함장님!”

한준은 함장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출동 준비를 하기 위해 조타실 밖으로 달려나갔다.

중국어에 능통한 요원이 있어야만 적법한 절차를 밟으면서 중국어선을 나포할 수 있다.

그가 보호장구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경비정의 갑판 위로 올라가자 먼저 출동 준비를 마치고 고속단정에 탄 건장한 해상특수기동대원 한 명이 한준에게 손짓하면서 소리쳤다.

“한 순경! 빨리 와! 아직 파도 잠잠할 때 얼른 작업 끝내자고!”

“지금 갑니다! 강민철 경장님! 함장님께서 만약 중국어선이 달려들면 바로 나포하라고 하십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한준이 서둘러 고속단정에 올라타자 해경 아홉 명을 태운 고속단정이 물살을 가르며 어망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마침내 해경의 고속단정이 목적지에 도착한 후 해경특공대원 한 명이 516함과 로프로 연결된 갈고리를 중국어선이 설치한 어망에 건 다음 모선에 무선을 쳤다.

“로프 연결작업 완료!”

단정에서 온 무전을 듣자마자 516함의 선원 수십 명이 갑판 위로 몰려나와 마치 어부가 그물을 끌어올리듯 구호에 맞춰 어망과 연결된 밧줄을 힘차게 잡아당겼다.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그런데 바로 그때, 커다란 중국어선 한 척이 어망 수거 작업을 막기 위해 무작정 해경의 고속단정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NLL 너머를 주시하고 있던 운전 요원은 그 모습을 보고 재빨리 단정을 몰아 공격을 피한 다음 중국어선 바로 옆에 배를 댔다.

그 순간, 진압 방패를 손에 든 해경특공대원들이 앞장서서 중국어선에 오르기 시작했고, 갑판 위의 중국인 선원들은 대한민국 해경들을 향해 욕설을 퍼부으며 도끼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왕빠딴!(개자식)”

- 쾅! 쾅! 쾅! 쾅!

욕설과 고함, 그리고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든 방패에 흉기가 부딪치면서 나는 둔탁한 소리가 노을로 물든 서해의 평온함을 산산히 부숴버렸다.

한준은 방패를 든 대원 바로 뒤에서 모래탄이 든 산탄총의 총구를 내밀어 도끼를 휘두르는 선원 세 명의 허벅지를 향해 연거푸 방아쇠를 당겼다.

- 탕! 탕! 타앙!

흉기를 든 선원들은 12게이지 산탄총에서 발사된 모래알갱이가 선원들의 허벅지에 박히자 비명을 지르며 갑판 위에 쓰러졌다.

“끼아아아아악!”

해경특공대원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잽싸게 불법 중국어선의 갑판 위로 뛰어올랐다.

한준은 그들의 뒤를 따라 마지막으로 배에 올라 무전기로 516함에 보고했다.

“강민철 경장 외 4명 등선 완료!”

해경특공대원들은 갑판에 오르자마자 모래탄이 들어있는 12게이지 산탄총과 테이저건을 범죄자들에게 겨누었다.

그러자 겁을 먹은 갑판 위의 선원들은 곧바로 꼬리를 내리고 수갑을 채우라는 듯 두 손을 내밀면서 항복했다.

하지만 해경들의 임무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었다.

“조타실 점거해!”

강민철 경사가 마지막 선원의 손에 수갑을 채운 다음 우렁찬 목소리로 외치자 해경특공대원들이 조타실를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

그들이 올라탄 중국어선이 이미 북쪽을 향해 뱃머리를 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선과 NLL까지의 거리를 고려하면 어선에 올라탄 해경 대원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겨우 5분 남짓, 그 사이에 조타실을 제압하지 못하면 최악에는 대원 전원이 납북되고 만다.

해경 대원들이 조타실 입구에 도달하자 튼튼해 보이는 철문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고, 대원 몇 명이 쇠 지랫대를 두꺼운 철문의 문틈으로 찔러넣었다.

한준은 다부진 체격의 동료들이 철문을 여는 모습을 보고 다급한 목소리로 다시 516함에 보고했다.

“출입문 개방 중에 있음!”

그러나 마치 은행 금고문처럼 튼튼한 철문은 건장한 대원 두 명이 쇠 지렛대에 매달렸는데도 꿈쩍하지 않았다.

강민철 경사는 그 모습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면서 문 앞에서 낑낑거리는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빠루 치워! 그리고 얼른 드릴 가져와!”

강민철 경사는 부하 대원이 가져온 드릴을 직접 손에 쥐고 철문의 잠금장치를 뚫기 시작했다.

- 왜애애애애애애앵!

드릴이 불꽃을 튀기면서 철문을 파고들자 조타실 안의 선원들은 그 작업을 방해하려고 일부러 어선을 좌우로 흔들며 배를 몰았다.

자칫하면 강철도 뚫는 드릴에 손가락이 잘릴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

하지만 강민철 경사는 이를 악물고 몸의 중심을 잡아가면서 마침내 중국어선이 NLL을 넘기 전에 잠금장치를 부순 다음 철문을 세차게 걷어차서 열었다.

- 덜커덩!

한준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다시 무전기로 본선에 보고하면서 동료들과 함께 조타실 안으로 진입했다.

“출입문 개방 완료!”

해경특공대원들이 조타실에 들이닥치자 중국어선 선원들은 곧바로 머리 위로 손을 들어 올리면서 투항했다.

한준은 그들 중 함장으로 보이는 중년의 선원을 노려보면서 중국어로 소리쳤다.

“선박등록증을 제출하시오!”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불법 중국어선의 선원들은 해경특공대가 일단 조타실을 점거하고 나면 대부분 얌전해진다.

그들도 오랫동안 한국의 EEZ를 침범하다 보니 근육질의 특수부대원 출신이 즐비한 해경특공대에게 정면에서 맞서봐야 승산이 없다는 것을 몸으로 익혀왔기 때문이다.

그 덕에 한준은 순조롭게 어선의 함장과 대화하며 중국어선 나포를 위한 법적 절차 대부분을 마칠 수 있었다.

“후······ 거의 다 끝났네. 이렇게 오늘도 무사히 지나가는구나.”

강민철 경사는 그 모습을 보고 미소지으면서 한준에게 말했다.

“한 순경. 단정타고 출동한 게 이번이 몇 번째야?”

“오늘로 네 번째입니다.”

“샷건 쏘는 솜씨 보니까 이제 통역 말고도 한 사람 몫은 톡톡히 하겠더라. 아까 배 흔들려서 멀미 날 텐데 잠깐 갑판에 나가서 찬바람이라도 쐬고 와.”

“아직 멀쩡합니다. 게다가 불법 어획물 확인 작업이 남지 않았습니까? 아마 이 배 갑판 밑에 갓 잡은 꽃게가 득실득실할 겁니다.”

“한 순경 많이 터프해졌네. 그럼 얼른 작업 마무리하고 연평도로 끌고 가자고. 서 경장, 박 순경. 한 순경하고 같이 가서 어창(어획물 저장고) 확인하고 와.”

“알겠습니다. 강 경사님.”

세 사람은 강민철 경사에게 대답한 후 조타실에서 나와 기름 냄새와 비린내가 진동하는 갑판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세 해경이 선내 화장실 앞을 지나치는 순간, 그곳에 숨어있던 중국인 선원 한 명이 갑자기 문을 열고 튀어나왔다.

그는 고함을 지르며 일행 중 맨 뒤에서 걸어가던 한준의 뒷머리를 노리고 쇠파이프를 내리쳤다.

“취쓰!(죽어!)”

한준은 급히 몸을 숙이며 두 팔로 불의의 습격을 막으려 했지만, 그의 반응속도 보다는 쇠파이프가 반박자 빨랐다.

- 퍼억!

소름 끼치는 타격음이 울려 퍼지자 한준은 비명도 질러보지 못하고 의식을 잃은 채 앞으로 넘어졌다.

두 해경특공대원은 동료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자마자 쇠파이프를 휘두른 중국인 선원을 제압한 후 와 붙잡힌 범죄자에게 소리쳤다.

“시발! 이 싸이코 자식아!”

두 사람 중 선임인 서 경장이 자기 옷자락을 찢어 피가 흐르는 한준의 머리에 두른 후 호흡을 멈춘 동료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한 순경! 한준! 정신 차려!”

서 경장은 쉬지 않고 그의 가슴을 양손으로 눌러댔지만, 허공을 응시하는 한준의 눈동자는 사그라져가는 불꽃처럼 점점 빛을 잃어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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