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화
히아신은 골 빈 짐승처럼 바로 덤벼들지 않았다. 충동적으로 불을 붙인 입맞춤이었다. 교활한 남자를 건드린 그녀 쪽이 책임을 져야 했다. 마르지 않은 그의 입술에서 설탕 맛이 났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이 없어 그만 입술을 떼어 보고 싶었다.
그때 맨질맨질한 혀가 그녀의 입술을 조심스럽게 핥았다. 숨이 컥 막히다 못해 메슥거렸다. 입술을 맛본 혀의 주인은 그녀를 제 쪽으로 팍 끌어당겼다.
그의 품에 폭 안겨 나누는 입맞춤은 중독성이 강했다. 머리가 당겨지는 순간 그의 허벅지를 말처럼 타고 앉았다. 인사치레하듯이 서로를 탐색하던 입맞춤은 탐욕의 영역으로 접어들었다.
헐떡이며 혀를 주고받는 데에 집중하던 나디사는 시야가 밝아질수록 두 뺨이 화끈거렸다. 상대의 반응에 구애받지 않고 입맞춤하려는 그를 억지로 떼어 놓았다. 허벅지로 들어온 그의 손이 위로 향할 때마다 나디사는 눈을 질끈 감았다. 제발 그가 입을 열지 않길 바랐으나 그건 쓸데없는 소망인 듯싶었다.
“아무것도 안 입었네.”
“……다 젖었으니까.”
“그래…….”
부드러운 맨살의 감촉을 느끼듯 손길은 느긋함을 찾았다. 허벅지로 올라온 그의 손이 둔부까지 한 뼘 모자란 곳에서 멈추었다. 위아래로 오가는 동작만 반복하는 게, 꼭 아무런 흑심 없이 그녀의 몸을 덥혀 주는 것만 같았다.
속옷이 가려 주던 부위를 거리낌 없이 맡길 만큼 그의 손길엔 정성이 있었다. 그를 올라타 앉은 나디사는 입 안으로 들어온 혀를 받아 내고, 타액을 삼키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사이 간계에 능한 손은 점점 더 영역을 넓혔다. 둔부를 잡아 흔들어 본 손이 만족을 모르는 듯이 등으로 떠났다. 곧은 뼈를 건드리며 올라와 호시탐탐 둥근 언덕을 노렸다.
“아…….”
순식간에 위치를 바꿔 그녀의 봉긋 솟은 가슴 근처를 움켰다. 거기 있는지 몰랐다는 눈치로 손을 내린 그는 신음에 민감했다. 그녀가 반응을 보이면 그게 언제든 손을 뗐다. 그리고 심심한 사과의 말을 짧게 전했다. 반성은 혀로 했다. 그걸 그녀의 입 안에서 사탕처럼 굴렸다. 그렇게 신경을 돌리려 해 봤자 나디사는 가슴 근처에서 있는 그의 손을 쭉 응시하고 있었다.
“그만 만져…….”
“응? 어디를.”
그녀의 밑가슴을 손끝으로 살랑살랑 간질이고 있었다. 목적은 가슴 정점에 있는, 울긋불긋한 유두였다. 손으로 간만 보던 그는 그만 만지라는 말을 하자마자 치마 끝을 잡았다.
“히아신.”
그를 애타게 부른다고 치마가 내려올 리 있겠나. 훌러덩 올려 버리는 그의 대담한 손길 덕에 나디사의 가슴선이 드러났다.
“그럼 만지지 말고 빠는 건 괜찮지?”
추접스러운 욕망에 진 히아신의 입술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녀의 허락 없이 출발한 입술은 그토록 원하던 정점을 핥아 물었다.
“우, 읏.”
가슴 전체가 당겨 들어가는 느낌은 알싸하고 찌릿했다. 젖을 먹인다는 비유가 괜히 나온 게 아님을 실감한 나디사는 눈을 깜빡였다. 고개를 낮춘 그는 한 번 문 것을 지독히도 놓지 않는다. 혀로 유두를 둥글리는 감각이 그녀의 허리를 들렸다.
“잠시, 아!”
본능에 기인한 그의 수작질은 그녀보다 한 수 위였다. 그녀가 허리를 드는 그 순간 허벅지만을 쥐고 있던 손이 재빠르게 달려갔다. 두 개의 손가락이 여유가 생긴 다리 틈을 지났다. 고이 아껴 둔 음부 안으로 쑤시듯 손가락을 들였다.
“읏, 으…….”
굽힌 손가락의 지문이 새겨지게 속살을 찔러 댔다. 그녀가 익숙해지기를 바라듯이 그는 찌르고 기다리는 시간의 간격을 지능적으로 벌렸다. 빌어먹게 굵은 손가락이 굼틀거리며 음부를 적응시켰다.
“괜찮아, 나디사.”
가슴을 물던 입을 잠시 빼두고 그는 그렇게 말했다. 그의 손가락을 빼고 싶어 들썩들썩 움직이는 그녀를 달래듯이. 이번처럼 특수한 경우에는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손가락 덫에 물린 그녀는 전진도 후진도 반갑지 않았다.
“나는 질문하고 싶을 뿐이니까, 응?”
“무슨, 으, 질문.”
“여기가 좋은지.”
“아!”
쉬고 있던 손가락을 조금 움직였을 뿐인데 내벽은 엄살을 떨며 자극을 받았다. 손으로 닦일 만큼 흐르던 시큼한 아랫물에서 소리가 났다. 그는 물때를 아는 목마른 어부였다.
“아니면, 여긴지.”
“응, 장난, 하지 말라고…….”
“장난이라니, 나디사, 나의 공주님.”
쪽, 그는 혀로 가지고 놀던 가슴을 뱉어 냈다. 침을 묻힌 그 언덕 위에 입을 맞췄다. 그의 음탕한 상상을 뒷받침해 줄 소리가 아래서 들려왔다. 빗소리라고 착각하고 싶을 만큼 너저분한 음색을 그의 손가락이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아, 흐…….”
“나디사, 입술, 입술 줘.”
입이 빈 그는 금단 증세에 시달리는 사람처럼 애탄 눈을 하고서 말했다. 그의 손가락은 기억력이 좋아 지나온 자리를 되짚고 또 되짚는다. 젖은 음부에서 나는 소리는 민망한 수준을 넘어섰다. 나디사는 감은 눈을 떴다.
“아!”
애무에 관해선 지독한 히아신은 물에 분 손가락을 빼냈다.
“읏…….”
나가면서까지 속벽을 지분거린 손가락질에 그녀의 허리가 떠올랐다. 허전해지기 무섭게 오물거리는 음부가 수치스러웠다. 그는 자랑스러웠겠고.
“나디사 맛이 그리웠어.”
혀를 보인 히아신의 이어지는 행동은 수치심을 아예 놓은 듯했다. 아래를 휘젓고 나간 손가락이 혀에 붙었다 떨어진다. 이성은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그의 천박한 혀 놀림에 정염을 느꼈다. 손바닥에 놓인 아래는 흠뻑 저어지길 바랐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아, 아…….”
갈증이 풀리지 않은 나디사는 그의 입술을 삼켰다. 오므리는 방법을 잊은 아랫도리엔 그의 손가락이 들어와 주었다.
이번 손가락은 거칠었다. 예의를 차려 맛만 보여 주던 저번과는 비교가 안 된다. 무려 세 개가 들어왔다. 더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느낌인데도 그는 키스 도중 웃기나 했다.
그리고 다음을 기약하듯 입술을 떼어 냈다. 나디사는 그의 턱 밑에서 얕고 빠른 숨을 쉬었다.
“아름다워, 나의 나디사, 하…….”
본인이 손가락 쑤심이라도 당하는 듯이 그녀가 울먹일 때는 저가 더 안쓰러워했다. 하지만 세 개로도 반응이 약하다 싶으면 혀를 써서 가슴을 괴롭혔다. 아래 사정은 봐주지 않고 손을 푸는 그에게 다음은 없었다.
“으, 음, 응…….”
허리를 비트는 그녀의 몸짓은 애처로웠다. 휘어진 손가락이 물을 퍼내는 게 더는 부끄럽지 않았다. 허벅지로 타고 내려가기까지 하니 말이다. 그나마 그의 하얀 바지는 아랫물이 적셔도 티가 나질 않아 다행이었다.
열감이 오른 나디사의 눈이 흘깃 아래를 향했다. 저 혼자만 당하기 억울한 그녀의 손이 희생양을 찾아다녔다. 꺼내기 쉽게 모든 장치를 풀어 둔 바지 속으로 작은 손이 들어갔다.
“아, 나디사…….”
그건 싸움이었다. 누가 먼저 절정에 도달하게 하느냐의 싸움. 눈이고 머리고 하얀 눈밭이 되어 구분 못 하는 상태. 그걸 그녀 혼자만 독차지할 순 없었다. 그도 제 손길 밑에서 흐트러지고 신음하기를 바랐다. 그녀의 작은 손이 나오기만을 갈망하는 길고 무지막지한 그것을 잡았다. 음부 속에 든 손가락은 복수라도 하듯이 물 먹은 살을 긁어내렸다.
“응, 아, 아!”
그의 성기를 쥐고서 앞으로 고꾸라졌다. 히아신은 쓰러진 그녀의 머리통에 꿀을 발라 둔 사람처럼 입술을 가져다 댔다. 빗소리와 섞여든 그 입맞춤 소리에 귀가 우는 듯싶었다. 외설적으로 말아 굴리던 손가락이 한 지점을 파낼 무렵이었다.
“하, 거기만, 으…….”
“응, 여기만, 좋아……. 여기만 눌러줄게.”
반대로 입력된 히아신은 내벽을 무참히 긁어대기 시작했다. 허리 운동을 멈춘 나디사는 고개를 뒤로 꺾었다.
복수심만으로는 이길 수 없었다. 신음이 입에서 떨어져 나감과 동시에 그의 손가락을 물었다. 갈라진 속살에 낀 손가락은 절정을 아는 양 얌전한 태도로 있었다. 한 바퀴 돌고 온 나디사의 세상은 아직 어지러웠다.
“힘들, 어.”
“이런, 나디사…….”
참을성 없는 그의 성기는 뽀얀 액을 뚝 떨어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