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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의 하늘은 여전히 안녕하신지-99화 (99/210)

99화

그때와는 달랐다. 아픔과 낯선 감각에 실려 바람처럼 날아간 그 밤과는.

별로 가득했던 천장은 이곳에 없었다. 낡은 여관의 창문 밖은 희부연 비안개가 자욱했다. 캄캄한 창문에 비치는 모습에 나디사는 입술을 꽉 다물었다. 이토록 난잡한 자세는 생각도 못 해 보았다.

말 타듯 그의 위에 올라타 앉아 있질 않나. 저 남자의 무자비한 손은 둔부를 움켜쥐고 있지 않나. 게다가 그녀의 음부 밑에 눌린 것은 남자의 그것이 분명했다.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꼿꼿하게 세운 것을 그녀의 밑구멍에 은근슬쩍 문질렀다. 나디사는 참다 참다 시선을 창문 쪽으로 돌렸다. 히아신은 서두름 없이 제 허리를 움직이며 적정한 때를 기다렸다.

“하…….”

나디사는 창문에 비치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눈치 빠른 그는 창문 속 그녀와 눈을 맞추며 웃었다.

“저기에 내가 또 있네?”

그를 깔고 앉은 탓에 아래가 움직이면 그녀도 같이 움직였다. 창문에 비치는 그녀의 표정을 달구듯이 그는 허리를 더욱 음탕하게 움직였다. 시간이 갈수록 단단해지는 성기가 느껴져 나디사는 결국 다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아…….”

“느껴져?”

“말, 걸지 않았으면 좋겠어.”

“사랑한다고 하면.”

그는 그 말에 무서우리만큼 집착했다. 오기가 생긴 나디사는 그를 정면으로 마주 봤다. 의미심장한 눈길이 오가자 그는 둔부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음부의 갈라진 틈에서 놀고 있던 성기가 찌걱, 찌걱, 물이 나오는 소리를 점점 키웠다. 그가 의도했든 아니든 자극을 연달아 받은 음부 새로 물이 비어져 나왔다. 매끄러워지는 그의 움직임을 본 나디사는 시선 둘 곳을 잃어버렸다.

“아, 이러면 반칙이지.”

“아!”

“우리는 눈으로도 사랑을 나누고 있었는데.”

한 번에 내벽을 가르고 들어온 뭉툭한 성기의 끝이 너무나도 잘 느껴졌다. 나디사는 무의식에 가까운 손길로 그의 어깨를 꽉 끌어안았다.

“흣…….”

무슨 의도에선지 그는 들어와 있음에도 한참을 가만히 안아 주고만 있었다. 심지어 사과하듯 등을 쓸어 주는 행태에 속아 넘어가 팔을 천천히 풀었다.

“봐 봐.”

히아신은 고개 든 그녀의 얼굴을 눈으로 살폈다. 성기를 무식하게 찔러 넣은 사람이라곤 생각되지 않는 단정한 느낌의 시선이었다.

고이는지도 몰랐던 눈물을 그의 손가락이 닦아 주었다. 그를 계속 보고 있는 건 힘든 일이었다. 특히나 이런 자세로 말이다. 나디사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솔직해지기로 마음먹었다.

“이건, 조금, 그래.”

“어떻게 그런데?”

“알잖아.”

“난 모르지. 여자가 아니니까.”

“히아신.”

“알았어. 그러면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해 줘야지, 너도. 그래야 공평하지. 공주님.”

그가 이렇듯 잔인하고 간절하게 요구하니까 더 들어주고 싶지 않았다. 히아신은 고집스레 다문 나디사의 입술을 보고 답을 얻은 눈치였다. 방심한 틈을 타 허리를 쿡 위로 들었다.

그녀의 안에 파고든 것 또한 속살의 한 지점을 길게 눌렀다. 치덕거리는 소리가 무시할 만한 수준을 넘어섰다.

“아, 응…….”

입술을 꾹 물어 봤자 그의 입술은 더한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 가슴을 아닌 척하며 함박 입에 담았다. 쭉, 가슴을 빨아서 놓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짓궂게 가슴 정점을 깨문 히아신 때문에 나디사는 허리를 들었다. 그러나 그가 노린 게 바로 그 지점이었다.

“흐, 으윽!”

그녀가 허리를 드는 순간만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쫓아와 쿡 처박아 버렸다. 어느새 그녀는 제 가슴에 달린 그의 뒷머리를 잡고 있었다. 무얼 나올 것도 없는데 그는 정성스레 봉긋한 가슴을 물고 핥아 댔다.

한번 입으로 들어가면 도무지 놓아주질 않는다. 그러면서도 빼먹지 않고 허리를 위로 쳐올리기 시작했다. 그 동작에 속도가 붙었다.

나디사는 도망칠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잔뜩 성난 성기가 난입할 때마다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 한 번에 받아들이기 어려울 만큼 묵직한 그것은 익숙하게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푹, 내벽을 누르며 성기가 들어온 그 시점에 히아신은 그녀의 허리를 꽉 붙들었다. 그 이유를 알게 된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흐, 아아, 응…….”

“더, 좋지?”

얄밉게도 히아신은 그녀의 느끼는 얼굴에 마구 입을 맞췄다. 그는 끝까지 밀어 넣은 다음 허리를 천천히 앞뒤로 흔들었다. 그 때문에 안 그래도 흥건하던 허벅지가 더욱 젖어 들고 있었다.

그와 맞닿는 살에서 물소리가 커져 갔다. 이런 자극에 약한 나디사는 그의 허리 움직임을 멈추고 싶어 등과 어깨로 정신없이 손이 오갔다. 그러는 사이 그의 못된 동작은 더욱 치밀해져 갔다.

“고집이 세서, 더, 사랑스러운 걸 알까 모를까, 흐…….”

그의 손이 허벅지 아래로 들어왔다. 이곳이 너무 더우니 창문을 열자고 제안하며 그를 잠시나마 멈출 작정이었다.

갑자기 허벅지가 들렸다. 몸이 살짝 뜬 사이 그의 허벅지가 맞붙어 왔다. 푹, 푹, 찌르고 들어오는 그의 성기에서 질퍽한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아, 으, 응, 아!”

사람이 내는 열기 때문에 땀이 흘렀다. 거기에 정체 모를 액이 섞여 허벅지 안쪽으로 흘렀다. 그가 한 번 치받고 들어올 때마다 그 물이 종아리로 튀어 왔다.

그의 것이 들어온 후부터 내내 벌어져 있던 음부는 가여울 지경이었다. 그는 이 음란한 몸짓에 빠져 있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기어코 손을 아래로 내렸다.

톡, 불거진 음핵을 찾아내는 동안 나디사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그의 손은 멈추지 않고서 그 튀어나온 조그마한 살덩이를 손끝으로 문질렀다.

“으, 읏, 아아!”

반응이 달라졌다. 그는 가만히 앉아 있고 오히려 그녀가 날뛰었다. 그의 손에 묶인 허리 때문에 많이 움직이진 못했다. 의도한 것처럼 그의 성기를 꾹 눌러 앉아 품었다가, 다시 튀어 올라 일어났다.

그러는 동안 그의 성기가 빗물 맞듯이 젖어 드는 게 보였다. 나디사는 이럴 바엔 보지 않는 편이 낫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이 괘씸하기 짝이 없는 남자는 손가락에 음핵을 끼워 꼬집었다. 눈이 다시 뜨일 수밖에 없도록.

“손, 하지, 마, 으…….”

“키스.”

“나쁜, 자식.”

“아, 나디사, 잠자리 중에 욕하는 게, 하, 얼마나 매력적인 줄 알아?”

그리고 그의 혀가 밀려 들어왔다. 욕을 내뱉은 그녀의 혀를 단죄하는 것처럼 물고 빠는 행동이 거칠었다. 숨을 막을 기세로 달려든 키스에 익숙해질 차였다. 나디사는 그날처럼 요의가 밀려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 느낌이 지나고 난 다음에는 어김없이 머리가 하얘지곤 했다. 눈을 질끈 감고 버티려는 찰나 음핵을 괴롭히던 손가락이 그걸 못하게 만들었다.

허벅지가 달달 떨리기 시작하며 그의 어깨를 팍 밀쳤다. 그가 떨어져 나가면서 더운 신음이 방 안을 메웠다.

“아! 으, 응!”

다리만 떨리는 줄 알았는데 허리도 같이 떨었다. 조금이나마 진정해 보려고 하는 순간 그가 위로 번쩍 안아 들었다.

음부를 꽉 채우고 있던 성기가 빠져나가는 것조차 고통스러운 감각이었다. 그의 번들거리는 성기를 보지 않기 위해 눈을 감은 찰나.

다리가 붙잡혔다. 위로 들어 올려진 다음, 당연한 차례인 것처럼 그녀의 몸이 뒤로 넘어갔다.

나디사는 드러누워 아래를 바라봤다. 맹렬히 돌진하는 그의 머리를 보며 손을 뻗었다. 아쉽게도 닿지 못한 그 찰나에 그의 머리는 다리 사이로 들어왔다.

들어온 머리는 적절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혀를 내밀며 그녀를 쳐다보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장난스럽게 휘어지는 그의 녹색 눈을 보며 역시 믿을 만한 남자는 아니라는 생각이 확실시되어 가고 있었다.

“으!”

떨림이 멎기도 전이었다. 우둘투둘한 혀의 돌기가 음부 속으로 파고들었다. 장난을 가장한 이 움직임은 그녀의 절정을 이어지게 만들었다.

끝이 없는 쾌감은 공포나 다름없었다. 다리 사이에 그를 끼우고 음탕한 여자처럼 허리를 흔들었다. 안을 샅샅이 핥는 움직임은 다른 동작을 바라고 있었다.

이내 후르릅, 핥으며 제 허벅지에 흘린 것을 입 안으로 넣었다. 그 소리를 마지막으로 나디사의 허리는 휘어졌다. 그녀가 그의 머리를 붙들고 버텨 내는 때에도 그 음탕한 소리는 이어졌다.

“아, 아!”

마침내 그녀의 손이 그의 머리를 털듯이 놓았다. 그러나 그의 가혹한 애무는 끝나지 않았다. 다시 봐도 참으로 잔인한 남자가 아닐 수 없었다.

흔들라면 흔들라고 하지, 파고들 테면 파고들라고 하지. 벌써 몇 번째일지 모를 절정을 겪은 나디사는 팔다리가 축 늘어져 있었다.

더운물을 퍼 온 그가 가끔 그녀의 다리를 닦아 주며 이렇게 말하곤 했었다.

“너무 흘려서 조금 가여워 보여.”

겉보기엔 다정한 처사였다. 침대 옆으로 뜨거운 물그릇을 가져온 그는 첨벙첨벙 물소리를 내며 그녀의 아래를 닦아 주었다.

그 손길이 호의라고 생각하는 시절은 이미 다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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