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화
그리고 동시에 그녀의 가슴에 입을 맞췄다. 봉긋한 가슴을 한 번 빨아 본 후, 안으로 들어가는 데에 성공한 손가락을 살며시 움직였다.
“아, 조금…….”
“아프게 해서 미안해, 아, 정말로, 진심으로, 내 마음을 다해서.”
하지만 그의 미소는 여전했다. 미안하다는 말만 들었지, 그의 표정을 보지 못한 나디사는 한 번 더 방심했다.
가슴을 물고 핥던 히아신이 손가락을 움직여 중간중간 내벽을 문지르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마다 뒤로 움직이던 나디사는 어느새 벽이라는 것을 깨닫고 한숨을 내쉬었다.
나디사의 한숨 소리에 내벽을 톡, 건드리던 손가락이 스르르 빠져나왔다.
“많이 아팠지.”
아프진 않았다. 그가 속살을 건드릴 때면 이상한 느낌이 찌릿 하고 전해질 때도 있었다.
그는 눈을 내리깐 나디사의 눈두덩이와 뺨에 입을 맞췄다.
이제 그만두는 건가. 묘한 안도감과 아쉬움이 교차하려는 그때 히아신이 사라졌다.
정확히는 히아신의 머리가. 침의 밑으로 들어간 히아신의 얼굴을 하늘하늘한 천이 덮고 있었다.
히아신.
그의 이름을 부르지도 못했다. 그의 머리가 최종적으로 향하고 있는 곳은 손가락을 겨우 받아 낸 그곳이었다.
다리 사이에 볼록 튀어나와 있는 그의 머리는 신부의 면사포를 뒤집어쓴 것만 같았다. 상황은 전혀 딴판이었지만.
어쩔 줄 모르는 나디사의 손은 다급히 그의 어깨나 머리를 밀었으나 밀고 들어온 그의 머리는 원하던 곳에 도착했다.
주인과 달리 부드러운 숨결. 그것이 먼저 나디사의 다리 사이로 들어왔다. 몸을 쓰다듬던 굵은 손가락이 음부의 문을 열었다. 양옆으로 벌어진 음부 때문에 속살이 드러났다.
그의 혀가 그것을 놓칠 리 없었다.
“히아신, 아.”
이럴 거면 손가락이 나았다. 혀로 누군가의 그것을 핥아 준다는 건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자연스럽게 허벅지를 모아 그의 진입을 방해하고 싶었지만, 그의 혀가 음부에 닿는 것이 빨랐다.
그의 애꿎은 얼굴만 다리 사이에 끼운 꼴이 됐다. 나디사는 완전히 앉아서 그의 머리를 잡았다. 아플까 봐 세게 잡지도 못하는 그녀를 느끼며 히아신이 웃는 줄도 모르고.
“흣.”
상상했던 감각이라는 게 있지 않는가. 손가락이 들어왔을 때 느낀 감각. 그리고 혀가 들어오리라고 생각하고 예상한 감각.
하지만 그 미끄러운 혀가 들어와 손가락이 지나간 자리를 그대로 답습할 때.
“으, 아…….”
나디사는 예상치 못한 국면을 맞았다. 그가 숨이 막힐까 걱정되지만, 치마를 들어 줄 수도, 다리 힘을 풀 수도 없었다.
침의 밑에 가려진 그의 머리를 무작정 붙잡는 수밖에.
원치 않는데도 자꾸 몸을 들썩이게 된다. 속살을 쭉 빨아먹는 그의 입술이 얄밉고 싫었다.
천박하게 혀로 속살을 마구 건들다가, 나오는 것도 없는 그곳을 쭉쭉 빨아 마신다.
히아신은 코끝까지 사용했다. 콧날, 코끝, 그런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부위가 둔덕을 헤집듯이 들어오고 있었다.
“음…….”
말도 못 하는 주제에 신음을 흘린 히아신은 그녀의 음부를 사과 먹듯이 한 입 크게 입 안에 넣고서 빨았다.
그의 혀가 그 틈새를 진하게 핥고서 떨어지는 순간 나디사는 아래가 뜨거워졌다.
“이건, 안 아프지?”
면사포를 쓴 신부처럼 고개를 든 그가 침의를 쓰고서 말했다.
그의 입가가 젖어 있었다. 나디사는 그의 머리를 잡던 손을 놓았다.
“이건, 그만.”
그러자 히아신의 손이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었다. 이유 모를 액체로 젖은 그곳을 만지작거리다가 실컷 빨고 핥은 음부 속으로 들어갔다.
두 개였다. 한 번에 푹, 찌르고 들어와 혀로 마음껏 핥고 희롱한 속살을 눌러 댄다.
원을 그리듯 둥글린 그의 손가락에 의해 고통은 사라졌다. 한 손가락도 겨우 받았던 곳이 삽시간에 달라져 있었다.
“아, 아…….”
나디사의 반응도 달라졌다. 손을 둘 데를 몰라 이리저리 몸만 틀던 그녀의 손을 히아신이 잡아 주었다.
그녀는 지금 이 감각을 주는 이가 누군지 알면서도, 양손으로 그의 손 하나를 꼭 잡았다.
“하아, 응.”
하나도 겨우 받고서, 그마저도 아파 찡그리던 나디사의 안을 두 개의 손가락이 쑤시고 헤집는 중이었다.
그나마 처음에는 매너 있는 척 들어오던 손가락이 익숙해지자마자 깔아뭉개고 앉는 것처럼 나가지 않고서 있었다.
“아, 잠시, 쉬고 싶어.”
그 목소리는 작아서 못 들은 것처럼 히아신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똑똑히 들었을 것이다. 찰박, 찰박, 작은 물소리가 손가락에서 나자마자 히아신은 곧장 혀를 그리로 데려갔다.
“그건…….”
손가락 두 개가 박힌 곳으로 다가간 히아신이 미약하게 흐르기 시작한 물을 받아 마셨다.
그 두 개로는 만족스럽지 않다는 듯이 웃은 히아신은 엄지를 써서 톡 튀어나온 살점을 부드러이 문질렀다.
혀, 엄지, 그 두 개로 수줍게 숨어 있던 음핵을 자극했다. 도망치듯 숨는 음핵을 기어코 찾아내 기쁨의 입맞춤을 했다.
받는 상대에게는 기쁨보다는 충격이 오고 있지만.
“하, 아, 으!”
비교적 얌전하게 둔부를 움직여 움찔거리는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던 나디사의 반응이 확연하게 바뀌었다.
그의 손을 꽉 잡고 나디사는 허리를 흔들었다. 그의 머리를 떼어놓고 싶어서 흔들었으나 그 흔들림 덕에 음부로 들어간 손가락은 내벽을 누르고 노는 일이 훨씬 쉬워졌다.
알아서 손가락으로 달려와 달라붙는 내벽을 살며시 긁기만 해도 나디사는 전과 다른 양의 물을 흘렸다.
“음, 아, 이게 나디사의 물이야? 아, 어쩌면…….”
“마시지, 마, 아아…….”
손가락으로 자극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그는 펌프 손잡이를 상하로 움직이듯 손가락을 움직여 그녀의 물을 받아 냈다.
혀로 직행하는 그 물을 마시며 히아신은 끝없이 신음을 흘렸다.
그의 입가가 전부 젖을 즈음, 나디사는 몸부림치며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했다.
다리를 흔들고, 둔부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그의 손가락을 뱉고 싶었던 이유는 점점 더 쌓여 가는 쾌락이 그녀의 뇌까지 닿았기 때문이었다.
히아신의 입술이 음핵을 쪽 빨아당겼다. 손가락은 깊은 곳까지 들어가 가위질을 했고. 나디사는 본인이 듣기에도 야한 신음을 내지르며 그의 머리를 두 다리로 감싸듯 조였다.
“아!”
히아신은 나디사가 움직임을 멈추고 절정을 느끼는 그사이 손가락을 빼내었다.
아쉬워 벌름거리는 그 구멍 사이에 혀를 끼워 넣고 흐르는 물을 끝끝내 제 것으로 만들었다.
다리가 달달 떨렸다. 나디사는 무엇보다 자기가 그 짧은 시간에 변한 것이 믿기지 않았다. 나디사의 치마를 위로 올리며 몸을 일으킨 히아신은 그녀의 위로 올라와 뺨에 입을 맞췄다.
“사랑해, 조금만 더 먹어도 돼?”
“아니, 싫어.”
나디사는 토라진 사람처럼 고개를 천천히 그에게서 돌렸다. 아래가 축축했다.
온몸을 휩쓸고 지나간 열기는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바꾼 것 같았다. 아직까지 그 여파에 시달리고 있던 나디사는 제 등을 안고서 천천히 눕히는 히아신 때문에 심장이 쿵, 쿵, 뛰었다.
싫다는 그녀의 부루퉁한 입술도 사랑스럽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그와 무슨 일을 저질렀는데. 고작 저 손가락 한 번에 마음이 풀어졌다.
“그러면 내 거를 먹어 줄래?”
“네, 거?”
히아신의 말에 그의 아래가 보였다. 언제 꺼내 놓았는지 모를 남성의 물건을 보자마자 나디사는 눈을 의심했다. 만약 저런 게 있었다면, 아니 달려 있었다면, 그걸 나디사가 보지 못했을 리 없었다.
저렇게 커다란 것을 숨기고 다닌 히아신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볼 때마다 크기가 달라지는 것 같았다. 경악할 만큼의 크기를 보자마자 나디사는 머리털이 쭈뼛 서는 기분이었다.
그를 피하려면 이 호수 속에 뛰어들어야 했다. 뒤로 물러나던 나디사의 앞으로 그가 다가왔다.
반쯤 누운 그녀의 옆으로 그의 팔이 섰다. 통로도 차단당했다.
누운 그녀는 약간 힘겨운 듯 찡그린 히아신을 바라보며, 그리고 아플 만큼 부푼 그것을 보며 걱정스러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그럼, 잠깐만, 넣었다 빼는 건?”
하하, 히아신은 드물게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웃었지만, 이내 그녀의 말에 알았다며 짧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
알았기는 무슨. 정확히 5분 뒤에 든 나디사의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