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하의 하늘은 여전히 안녕하신지-88화 (88/210)

88화

깃털처럼 가벼운 입맞춤이었다. 잠깐 자신을 감싸던 입술과 팔이 사라진 것을 느꼈다.

그리고 언제 넘어왔는지 모를 히아신이 옆으로 왔다. 안아 드는 손길에 몸이 올라가고, 그의 목에 손을 감았다.

부드럽게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그의 손길이 좋았다.

이윽고 침대에 누운 것을 깨달았을 차였다.

나디사는 히아신의 어깨를 밀었다. 순순히 입술을 떼고 밀려난 그는 별 때문에 성스럽게 보이기까지 했다.

“……이야기, 하고 싶어.”

“어떤 이야기?”

“아무거나.”

히아신이 이 일로 저가 싫어진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이처럼 얇은 잠옷을 입고 남자와 침대에 눕는다는 건 큰 용기가 필요했다. 아니, 이 선을 넘고서 그가 너무도 커질까 봐 걱정이었다.

히아신은 실망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표정으로 그녀를 끌어안아 제 몸 위에 올려 두었다.

히아신의 몸에 올라타 누운 자세가 된 나디사는 당황했다. 그는 그녀의 머리를 대견한 듯이 쓰다듬으며 물었다.

“공주님이 듣고 싶은 이야기가 뭘까.”

“……나에게 진심으로 사랑을 느껴?”

나디사는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해서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다른 남자 동료들을 볼 때와 히아신을 볼 때의 감정이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사와의 데이트에서 느낀 편안함은 히아신과의 데이트에서는 없었다.

제 모습을 신경 쓰고, 구두가 창피한 건 히아신 앞에서뿐이었다.

이 마음을 이대로 내버려 두면, 결국 그녀는 히아신을 마음 깊은 곳에 둘 것만 같았다.

히아신의 마음이 궁금했다. 그가 말하는 사랑은 너무도 쉬워 보였다.

그에게 시계 하나 건네주기 힘든 그녀에 비해, 그는 수시로 사랑한다는 말을 꺼냈다.

“나디사. 나의 마음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아.”

마벤이 부러웠던 적이 있었다. 그는 아트리스를 향한 마음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는 듯이, 그 마음에 언제나 당당했었다.

무심한 척하다가 그에게 볼 장 다 보인 자신과는 달랐다.

히아신은 마음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의 손이 나디사의 턱선을 가볍게 지나쳤다.

“나는 듣고 싶어.”

“그렇게 말하면 말해야겠지만……. 이후의 네 반응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네. 나는 지금의 이 간질간질함이 좋거든.”

그래도 그녀는 진실이 듣고 싶었다. 나디사가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짓자 히아신은 웃었다. 진실을 위해 벌린 그의 입술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네 무덤은 내 손으로 만들 거야. 네가 평생 나를 보지 않아도, 평생 나를 증오하더라도, 가장 아름다운 땅에, 가장 아름다운 묘비석을 만들어 지어 주고 나는 그 앞에서 죽어야지.”

나디사는 그의 말을 들을수록 그게 사랑과 어떤 연관이 되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의 입술이 다가와 그녀의 입술에 맹세를 전했다.

쪽, 하고 떨어지는 부드러운 입맞춤. 그의 손은 점차 내려가 그녀의 둔부를 잡았다. 그대로 나디사의 몸이 넘어갔다. 그의 위에 있다가, 단숨에 아래로 내려왔다.

히아신은 나디사의 목에 코를 박았다.

“걱정하지 마. 네가 나의 사랑을 의심하더라도, 거부하더라도, 그 아이는 영원히 네 것이니까.”

달콤한 목소리에 마음이 넘어간 것 같았다. 머릿속에서 들리는 외침을 무시하고, 나디사는 지금 이 별, 오두막, 그리고 남자가 주는 감정에 충실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둔부부터 허벅지로 이어지는 선을 그의 손이 천천히 쓸어 만졌다. 그의 목을 끌어안고 입맞춤을 느끼던 나디사는 툭, 툭, 단추가 풀어지는 소리에 눈을 떴다.

어느새 그 얇은 잠옷을 벗어 던지고 위에 올라탄 히아신이 나디사의 귓불을 살짝 깨물었다.

“읏…….”

간지럽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의 숨이, 손이 너무도 간지러웠다.

나디사의 신음을 듣자마자 히아신은 그녀의 허벅지에 손자국이 날 정도로 꽉 잡았다.

입맞춤은 틈이 날 때마다 이어졌다. 히아신은 마치 그것으로라도 진정하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허벅지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다시 밖으로 나와 바깥쪽만 쓸고 다니는 손에는 망설임이 있었다.

그 망설임을 만들어 내는 건 그의 이성이리라. 하지만 입맞춤의 횟수가 많아질수록 히아신의 눈에는 이성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순간순간 그것을 느낀 나디사는 제 쇄골에 혀를 대는 모습을 보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음…….”

그는 자기가 사다 준 얇은 침의를 벗기지 않았다. 그의 굵은 손마디가 침의 위를 돌아다녔다. 얇게 비추는 침의 아래의 곡선을 탐하듯 조심스럽게. 그러나 언제까지나 조심스럽진 않았다. 유독 가슴 밑에 머물러 있는 그의 손길이 민망스러워, 나디사는 그걸 지적할 수도 없었다.

“이게 어떻게 보이는지 몰랐으니 입어 준 거겠지? 아, 사랑스러워.”

그러고는 그녀의 밑가슴에 입을 맞춘다.

얇은 침의로는 가릴 수 없는 그 뜨거운 입술과 혀의 느낌이 곧장 나디사의 몸을 떨게 만들었다.

“그건…….”

어떤 말로 그를 말려야 할까. 아니, 말려야 하나. 이 분위기를 깨지 않으면서, 그를 설득할 말을 알고 있는가.

히아신의 혀가 기어코 침의 위로 솟은 가슴의 정점을 머금었을 때 나디사는 질끈 눈을 감았다.

소름 돋는 느낌이 등골을 치고 지나갔다. 쭉, 그가 가슴을 빨아 먹자마자 가슴 부분이 투명하게 변했다.

히아신은 반대편 가슴에도 똑같은 일을 저질렀다. 그의 혀가 둥그런 가슴을 핥고서 지나가면, 그 자리만이 투명하게 변했다.

살갗이 온전히 드러나는 침의 아래에는 속옷 한 장이 없었다. 원래도 그녀는 속옷 대신 잠옷 한 장만을 입고 자는 타입이기도 했다.

해서 그 얇은 침의가 그에 의해 녹아드는 것처럼 보일 때마다 시선이 바빠졌다.

이게 이렇게 야한 잠옷인 줄 몰랐다. 가슴만 강조되는 침의를 바라보다가, 이내 제 배꼽과 삼각지로 이어지는 부분까지 모두 드러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꼴로 그와 술을 마시고 대화를 했다니.

나디사는 채 벗기지도 않고서 쪽, 쪽, 입을 맞추며 아래로 내려가는 히아신을 보며 미칠 것 같은 기분에 시달렸다.

“천천히.”

간신히 나디사는 그 말을 내뱉었다. 배꼽 밑으로 내려가던 그의 입술이 멈추었다. 히아신은 그녀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천천히?”

“응.”

그 말을 후회하게 된 것은, 그의 위치가 상당히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은 후였다. 그녀의 음부 바로 위에서 멈춘 그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었다.

그게 얼마나 자극적인지 나디사는 미처 몰랐었다.

뜨거운 숨이 얇은 침의를 통해 들어와 아무것도 없는 여린 밀지 위를 돌아다녔다.

오므라진 음부로, 그녀의 말대로 천천히 천천히 내려가는 입술이 미칠 것 같았다.

결국 나디사는 그가 음부로 완전히 내려가기 직전, 그의 머리를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만…….”

“응?”

그리고 마주한 그의 눈은 이미 반쯤 풀려 있었다. 제 음부 위에 얼굴을 기대고 누운 히아신은 뺨을 쓱쓱 비볐다.

“아…….”

아주 여리고 부드러운, 씻을 때도 제대로 보지 못한 곳이었다.

그곳에 난 잔털이 히아신의 뺨에 짓눌리고 밀리는 느낌. 기어코 히아신의 입술이 그곳에 닿았다.

침의는 그곳을 가려 주지 못했다. 곡선, 그것의 윤곽. 히아신은 손을 써서 침의를 양옆에서 늘이듯 누르고 있었다.

덕분에 그녀의 모든 선은 그의 눈에 훤히 보였다.

“세상에, 나디사.”

부끄러운 감탄사를 연발하던 히아신은 혀를 내밀어 그 위를 핥았다.

도톰한 둔덕이, 잔털이 가려 주던 음부가 발굴하듯이 드러났다.

적셔진 침의가 달라붙어, 오히려 그 선이 흉하게 드러났다. 나디사는 손으로 두 눈을 가렸다. 그런다고 그 일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여러 번 핥고, 또 핥고. 축축한 소리가 무언가를 빨아당기는 소리가.

젖은 침의가 살에 달라붙는 느낌이 드는 때에. 치마가 위로 슬금, 슬금, 올라왔다.

“으.”

“놀랐어?”

치마가 허벅지 위로 올라갔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차가운 손가락이 음부의 갈라진 틈을 훑었다. 건조하고 마른 그곳을 훑은 손가락의 느낌에 나디사는 그의 손목을 잡고만 싶었다.

그러나 눈을 뜨고 본 그의 눈은 너무도 그것을 갈망하고 있었다.

만약 그만두라고 하면 당장이라도 그만둘 테지만, 나를 가엽게 봐 달라는 듯한 그 눈빛.

그 눈빛에 속아 넘어간 나디사는 그의 손을 막고 있던 허벅지의 힘을 풀었다.

뜻을 알아차린 히아신은 그녀의 허벅지에 입을 맞추곤, 아직 누군가를 받는 게 익숙지 않은 둔덕 사이로 손가락이 들어섰다.

아주 조금만 들어섰을 뿐. 그것도 고작 하나가. 그런데도 나디사는 허리를 일으켜 그의 손목을 잡았다.

아니라고 말하려는 순간. 히아신의 불길한 미소와 함께 손가락 하나가 푹, 안을 찌르며 들어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