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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의 하늘은 여전히 안녕하신지-68화 (68/210)
  • 68화

    꽤 멀리 날아왔다. 나디사는 오두막 주인이 준 코코아를 마시며 바깥을 바라봤다.

    정신없이 두 쌍의 날개로 날다 보니 수비타 왕국의 수도에서 벗어난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저 빛을 보자마자 그곳으로 미친 듯이 날아왔다. 제 시력이 좋아져 여기가 무척 가깝다고 생각됐다.

    창을 날리고 사라진 란. 그리고 기적처럼 나타난 히아신.

    오두막 주인은 밑 동네에 사는 의사를 깨워서 데려와 그의 몸을 치료해 주었다.

    아직 히아신에게 빌린 돈이 남아 있으니, 돌아가면 그것을 이들에게 전해 주어야겠다.

    피가 멎지 않아 하얀 가루약을 뭉쳐서 막아 둔 곳이 고사이 피로 젖어 들었다.

    하얀 천을 새로 감아 둔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 것을 보니, 창에 담긴 신력 때문에 그런 걸지도 모른다.

    란은 진심으로 저를 죽이려고 했다.

    그러나 창을 던졌을 때의 그 표정은 본인이 한 짓을 후회하는 얼굴이었다. 그런다고 해서 저지른 죄가 사라지지는 않지만 말이다.

    나디사는 누워 있는 그의 등으로 가 젖은 천을 버리기 위해 움직였다.

    새 천으로 갈아 주려고 했다. 삼십 분 전에 들른 의사가 그렇게 해 주라고 했으니.

    여기 오기를 달햇다고 생각하며 그의 천을 푼 순간이었다. 나디사는 손이 움찔거렸다.

    그의 벌어진 상처가 아물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아무는 모양새가 이상했다.

    노란빛은 벌어진 상처를 벌리려고 하고 있었고, 검은빛은 벌어진 상처를 다물기 위해 싸우는 중이었다.

    두 개의 빛이 싸우고, 싸우다가 상처 부위는 점점 좁아졌다.

    하지만 상흔은 남는다. 검은빛으로 둘러싸여 사라지는 상처. 나디사는 그의 아문 등을 슬며시 만졌다.

    탁, 상처가 완전히 닫힘과 동시에 그녀의 손목이 잡혔다.

    아직 덜 깨어난 히아신의 눈이 나디사를 담았다.

    오두막 주인은 의사와 함께 내려가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이 어두운 오두막에서 반짝거리며 빛나는 그의 눈을 보자 다른 감정보다 앞선 것이 있었다.

    “왜 따라왔어.”

    그러면 고마워할 줄 알았나. 그 꼴을 보고 싶지 않아서, 그녀에게 생긴 처음으로 소중한 사람들이라서, 아무도 다치지 않고 저 혼자 끝내고 싶어서 몰래 나온 것이었다.

    그가 자신을 위해 감쌌다는 것은 알지만, 그 사실만으로 고마워하기엔 아까 느낀 절망이 너무도 깊었다.

    힘을 얻고, 더 강해지고 싶었다. 아까 그 창을 날려 버릴 정도로. 그랬다면 히아신이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텐데. 뜨거운 분노인 줄 알았는데, 뜨거운 감격이었나 보다.

    나디사는 그의 머리를 저도 모르게 꼭 끌어안았다.

    “……숨, 막혀.”

    그러면서 코끝을 제 가슴에 꾹 눌러 비비적거렸다. 살 내음 맡듯이 욕심을 채운다.

    나디사는 그의 머리를 밀었다.

    “장난치는 거 아니야. 그러면 적어도 막아서지는 말았어야지.”

    “못 피하잖아.”

    “피할 수 있었어.”

    “못 피했는데.”

    “너랑 이제 말 안 할 거야. 자꾸 이런 식이면.”

    히아신은 그 말을 듣고 삐친 것처럼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의 손이 향한 곳은 피로 물든 그녀의 셔츠였다. 그리고 제 벗은 상반신을 손으로 쓸어 만졌다.

    히아신은 장난스레 웃으며 그녀의 윗옷 단추를 하나 풀었다.

    “너도 벗어. 다 더러워졌어.”

    안 그래도 오두막 주인이 갈아입으라고 준 옷이 있었다.

    그의 시집간 딸이 입던 것이라고 내어 준 것이 생각났다.

    나디사는 일어서서 단추를 풀며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누워 있던 히아신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진짜 벗어?”

    무얼 기대하는 건지. 나디사는 그를 등지고 서서 단추를 마저 풀었다. 뒤에서 히아신이 꺄아, 꺄아, 소녀처럼 비명을 질렀다.

    자기가 눈을 가리고 있다고 하는 목소리를 들으니 정말 다 나은 모양이었다.

    단추를 전부 풀었다. 버리게 될 셔츠는 대충 구겨서 바닥에 놓고 낡은 감색 셔츠를 들어서 팔에 끼운 순간이었다. 뒤에서 훅 끼쳐 오는 바람에 나디사는 몸이 얼었다.

    “내가 잠가 줄게. 하녀처럼.”

    “……내가 할게.”

    “아니야, 아니야. 사양하지 마.”

    뒤에서 끌어안듯이 나온 그의 손이 아래부터 단추를 잠갔다.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그녀의 머리칼에 코를 박고 향기를 맡으면서 단추는 여러 번 구멍에서 벗어나게 실수를 연발하고 있었다.

    겨우 하나가 툭, 잠겼다. 그의 숨이 목 언저리에 닿는 순간 나디사는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서 내려온 입술이 목에 닿았다. 나디사는 몸을 움직였다.

    단추를 겨우 하나 잠근 손이 그녀의 허리를 안아서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팔뚝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는 사이 꼼지락거리며 올라온 손은 두 번째 단추를 잠갔다.

    “음, 나디사…….”

    그녀의 목선에 여러 번 입을 맞춘 히아신은 이내 셔츠를 살짝 벗기고 어깨까지 점령했다. 목선과 어깨를 넘나드는 그의 입술은 다친 사람답게 열을 품고 있었다.

    뜨거운 숨결이 목선을 오갈 때마다 나디사는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그때 히아신은 세 번째 단추를 잠그다가 말고 안은 팔을 이용해 그녀의 몸을 뒤로 돌렸다.

    “아……. 이럴 줄 알았어. 이렇게 아름다울 줄 알았다고. 내가 선택한 신이 아름답지 않을 리 없지.”

    “히아신, 아.”

    벽에 등이 닿았다. 닿자마자 가슴에는 다른 것이 닿았다. 속옷 위로 솟은 가슴에 입술이 내려왔다. 한참을 붙어서 가만히 있었다.

    그가 죽은 것처럼 숨도 쉬지 않고 있기에, 나디사는 눈을 감고 있는 그의 머리를 조심히 쓰다듬었다.

    “왜 그래?”

    “이런 기분이었구나.”

    그의 손은 얌전한 그의 시선과 달리 음험하게 뒤로 들어가 속옷 끈을 끌어당겼다. 출렁, 속옷이 떨어지며 그녀의 가슴은 해방을 맞았다.

    스르르, 아래로 떨어지는 속옷과 함께 뜬 그의 눈은 영롱한 녹색의 호수 같았다.

    눈물이 떨어지지는 않으나 그의 눈은 이유 모를 물로 가득 차 있었다. 히아신은 몸을 세우고 그녀의 앞에 섰다.

    나디사의 입술은 제 허리를 안은 손이 몸을 들어 올리는 순간 그의 입술 안으로 들어갔다.

    부드러운 입맞춤. 그에게 안겨, 마치 올라타듯이 그의 상반신에 매달려 있었다.

    그는 두 팔로 나디사의 허벅지와 둔부를 받치고 있는 중이었다.

    피에 절여져 있던 그가 가쁜 숨이 아닌, 부드러운 숨을 내쉬며 나디사의 정신을 앗아 갔다. 그의 입술을 핥고, 무는 것은 두 사람이 같이 저지르는 일이었다.

    온몸이 뜨거웠다. 그때 나디사는 아래서 자꾸 제 둔부를 찌르는 물건이 신경 쓰여 아래를 내려다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칭얼거림에 다시 입술에만 집중했다. 그 둔탁하게 찌르는 감각은 점점 노골적으로 다가왔다.

    “하, 아아…….”

    히아신은 눈을 감고 허리를 부드럽게 쳐올리고 있었다. 제 둔부에 눌리는 것이 무엇인지 뒤늦게 알아차린 나디사의 눈가가 빨개졌다.

    그 빨개진 눈가를 본 히아신은 혀를 내밀며 할딱거렸다.

    “빨아도 돼?”

    “응?”

    하지만 대답도 하기 전에 그는 그녀의 뺨부터 눈두덩까지 아프지 않게 깨물었다.

    그로도 모자라는 것처럼 나디사를 안아 들고 정신없이 움직인 그는 그녀를 푹신한 침대 위에 눕혔다.

    그가 누워 있던 곳이었다. 그가 남긴 체취, 향수 냄새, 피 냄새가 뒤엉킨 곳에 눕자 나디사는 점차 판단력이 흐려졌다.

    누워서 제 입술을 핥는 사내에게 설레고 있었다.

    그의 손이 미끄러져 들어간 곳은 그녀의 허벅지 안이었다. 바지 위로 쓰다듬는 그의 손은 아닌 척 나디사의 음부를 노리고 있었다. 나디사는 그가 연신 제 아랫도리를 허벅지에 문지르는 것을 목격했다.

    눈을 감고 정신을 잃은 것처럼 그 동작에 모든 걸 걸었다. 히아신은 허리를 잘게 떨며 그녀의 허벅지에 그 흉흉하게 드러난 윤곽을 꽉 눌렀다.

    “아, 아아, 하…….”

    혀를 내밀고, 눈을 꽉 감은 그가 희미하게 웃으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터질 듯이 부푼 그의 바지 앞섶을 본 나디사는 내려오는 그의 입맞춤에 눈이 감겼다.

    “신이 나를 품어 주다니, 이런, 하아……. 영광이.”

    나디사는 그제야 아까부터 머리가 멍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무리하게 개방한 두 쌍의 날개. 여기까지 날아와 두 눈을 부릅뜨고 버틴 건 아마도 히아신의 안전을 위해서였다.

    그가 무사하다는 걸 알게 되자마자 쏟아지는 피곤을 누르지 못했다. 나디사는 점차 수마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쪽, 쪽, 그녀의 입술과 뺨을 탐하는 소리는 그치지 않는다.

    나디사는 떨어지는 입술 소리를 들으며 의식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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