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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의 하늘은 여전히 안녕하신지-46화 (46/210)

46화

아아아아, 울고 있는 라드의 비명이 땅에까지 들렸다.

라드 간 몸싸움으로 번진 듯 하늘에서 엉겨 붙어 힘을 겨루고 있었다.

히아신의 라드인 디디는 포악하게 상대의 옆구리에 발톱을 박아 넣었다.

상대 주자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라드를 조종하는 데에 열중했다. 경로를 되찾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게 보였다.

“너희 미쳤어!”

결국 무릎의 수장이 달려와 아트리스의 멱살을 잡았다.

아트리스는 그와 똑같은 심정이었으나 억지로 웃어 보였다.

“무슨 문제 있습니까?”

“지금 이게 뭐 하자는 거야. 다 같이 개싸움 한번 해 보자는 거야?”

“라드는 실전 전투에서 쓰는 것이라서, 진로 방해 정도는 괜찮다고 한 것은 수장님이십니다.”

“저게 진로 방해 정도가 아니니까 하는 소리잖아!”

그때 감시관이 다가와 무릎의 수장 옆에 섰다.

“라넌 경께서 자중하라고 하십니다.”

“뭐라고?”

무릎의 수장은 파르르 떨며 라넌 샤스가 있는 쪽을 응시했다.

실핏줄이 선 눈으로 그는 하늘을 바라봤다. 두 라드 전투에 초점이 가 있었다.

목표 지점까지는 비슷한 속도로 날아가고 있었다.

히아신은 상대 라드의 목을 물어 버리려는 게 분명했다. 아트리스는 떨고 있는 주먹을 뒤로 숨겼다.

무릎의 수장은 멱살 쥐었던 손을 놓았다. 대책 회의하자는 손짓을 하며 제 부대로 돌아갔다.

물론 가면서도 저주의 말을 씨불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목표인 파란 공을 지나쳐 하강하기 시작하는 히아신의 라드는 지나치게 공격적이었다.

연습 중에서도 그런 공격성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있었다면 진즉에 계획을 수정했을 거다.

잔뜩 공격당한 상대편의 라드는 추락 중에 흔들리는 정도가 심했다.

막판에 노련한 조종수가 정신 차리고 라드의 목을 끌어안아 직접 일으켰다.

라드의 긴 비명과 함께 땅에 쿵, 착륙하면서 커다란 흙먼지가 불어왔다.

바람이 일자 무릎 쪽 감시관이 깃발을 내렸다. 동시에 이쪽의 감시관도 깃발을 내렸다.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우위 없이 날아가고 있는 그리사와 상대편의 라드. 하지만 아트리스의 분노 어린 눈동자는 건너편 히아신에게 가 있었다.

죄책감 없는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제 라드인 디디를 데리고 대기 장소로 유유히 걷고 있다니. 속에서 무언가가 끓어 넘쳤다.

만약 일말의 차로 진다면 라넌에게 이야기해서 재경기를 요구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모든 걸 히아신이 망쳐 버렸다. 비겁한 수를 써도 이쪽이 더 심했다.

그리고 상대편은 약이 올랐을 거다. 제 동료가 당했는데 감정적이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가아아아악. 그리사의 에이가 지르는 비명 소리였다. 이제 이판사판 봐주는 것이 없었다.

몸싸움으로 서로를 밀치고 밀치는 광경에 아트리스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사 다음은 자신이었다. 아트리스는 멀찍이 밀려나는 그리사를 마지막으로 눈을 돌렸다.

“무스!”

소리 높여 외치자 그의 무스는 빠르게 날아와 엎드렸다. 시간 낭비하지 않고 날아오를 수 있게 무스의 등에 올라탔다.

분노한 상대에게 그리사의 에이는 맞고 밀쳐졌다. 그때 상대의 라드가 꼬리를 휙 쳤다.

에이의 몸통을 가격했다. 그런데 방향이 빗나가 그리사의 팔을 건드렸다.

“그리사.”

팔 하나가 나간 모양이었다. 그리사는 재빠르게 나머지 한 팔을 목줄에 휘감아 붙잡았다.

방향이 흐트러졌다. 그사이 치고 나간 상대의 라드는 푸른 공을 지나쳐 하강하고 있었다.

하강은 힘과 집중력을 동시에 요했다. 부상을 당한 그리사는 멈추는 대신 지점을 한 바퀴 돌고 하강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사의 장점은 안정적인 자세와 속도였다.

부상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장점을 한껏 살려 훌륭한 하강 자세를 보여 주고 있었다.

속도를 줄이는 대신 안정성을 택한 거다.

상대편의 라드가 땅에 떨어지고, 이어서 출발하는 주자의 얼굴을 알아본 아트리스는 입술을 짓씹었다. 무릎의 수장이었다.

리스트에 없던 그가 등장한 건 이후의 싸움이 더럽고 치졸할 거란 뜻이었다.

비웃으며 날아오른 그가 수장다운 속도로 비상하고 있었다.

쿵, 마침내 그리사가 착륙을 완료했다. 감시관의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아트리스 또한 날아올랐다.

그는 마벤의 비행 능력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 딱 한 번 평균 기록보다 높은 속도를 낼 수 있으나 그것을 지속하지 못했다.

대가로 얻는 두통은 다음 날 비행에도 지장을 줬다.

하지만 아트리스는 지금 따지고 잴 겨를이 없었다. 마지막 주자는 나디사였다.

누구의 도움도, 누구의 격려도 없는 외로운 마지막일 거다.

원하는 높이에 도달하자마자 아트리스는 본인이 낼 수 있는 한계치의 속도를 올렸다.

무릎의 수장도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그는 연신 뒤돌아보며 서로의 거리를 가늠하고 있었다.

“윽.”

눈알이 햇볕에 탄 것처럼 따가웠다. 한 손으로 눈을 비벼 보니 모래알이 묻어 나왔다.

상대 수장의 움켜쥔 주먹에서 주황색 모래알이 떨어져 나왔다.

바람에 실려 온 모래를 한 손으로 막으며 달리는 수밖에.

그러나 한계치까지 쥐어 짜낸 아트리스는 두개골이 울리는 두통을 느꼈다.

아직 따라잡지 못했다. 모래를 감수하며 두 손으로 목줄을 쥔 차였다.

망막이 벗겨지기라도 한 듯 눈앞이 까맸다. 단순한 모래가 아니었던 건가.

푸르른 하늘이 그의 세상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흑백으로 변한 하늘을 보며 아트리스는 마른침을 삼켰다.

“무스.”

무스 또한 체력이 다한 것처럼 속도가 처진다. 이 이상 달리면 주인의 심장에 무리가 가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트리스는 목줄을 조이며 그의 의견을 전했다.

상관없으니 빠르게 달리라고.

까맣게 닫히고 있는 시야. 목표물을 돌아서 하강하고 있는 상대편. 급속 하강을 버틸 수 없을 만큼의 체력.

하지만 여기서 그가 멈춘다면 앞선 이들의 행보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

아트리스는 다소 무리한 방식이지만, 여유를 두지 않고 아래로 떨어졌다.

* * *

대기 장소에 있는 마벤은 나디사를 응원하듯이 괴성을 질러 댔다.

긴장감이 배를 싸하게 지나쳤다. 나디사는 감시관의 지시를 읽고 준비를 끝냈다.

하강을 시작한 아트리스의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중간 지점에서부터 한 손으로 조종을 하던 아트리스였으니. 중간에 문제가 생겼음이 분명하다.

상대편의 주자로 나온 이는 금발을 길게 기른 남자였다.

두 부대의 마지막 주자는 서로를 도발하지 않고 눈인사를 했다.

“믿는다.”

“잘하고 와!”

마지막 주자가 곧 그 부대를 대표했다. 환호와 박수갈채가 그의 비상을 더없이 영광스러운 것으로 만들었다.

“로마.”

로마는 그녀의 손바닥에 코를 비볐다. 주인의 긴장한 마음이 느껴지는지 로마의 얼굴에 잔주름이 졌다.

나디사는 그 주름을 손으로 펴 주며 웃어 보였다.

“해 보자.”

으르르릉, 소리를 낸 로마가 몸을 눕혔다.

나디사가 위를 확인한 순간이었다. 그녀의 수장은 최악의 하강을 하고 있었다.

“아트리스.”

상대편 주자가 도착하자마자 마지막 주자가 날아갔다.

그러나 아트리스는 앞뒤 안 가리고 날아오다가 그대로 쿵, 땅으로 떨어졌다.

감시관이 깃발을 내렸다. 정신이 딴 곳에 팔려 그것을 늦게 발견했다.

겨우 아트리스에게서 눈을 떼고 올라가자 야유 소리가 화살처럼 빗발쳤다. 그 야유 소리는 하늘을 오르는 내내 그녀의 뒤에 따라붙었다.

집중을 하고자 마음먹었지만 바람도 그녀의 편이 아니었다. 구름을 뚫고 비치는 초여름의 햇살이 검은 비늘에 튕겼다.

겨우 미련을 버리고 하늘에 왔다. 전진하기 위해 갖춘 자세는 흠잡을 데 없었으나 그녀는 출발하지 못했다.

“왜, 안 가고.”

당연히 먼저 날아갈 줄 알았던 상대 주자가 경합을 포기한 것처럼 있었다.

“너무 매너 있어서 놀랐나?”

문득 나디사는 불길한 아래쪽을 내려다봤다.

하얀 점들이 아트리스의 추락 지점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아마도 의사겠지. 실려 갈 정도로 심한 부상을 입은 모양이었다.

머리는 뜨거워지는데 눈은 서서히 풀렸다. 겉보기에는 온화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지막이니까 정정당당하게 하고 싶어 기다렸다. 너희들이 괜한 말을 꺼내면 안 되니까.”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싸우다가 갑자기 회개하나 싶었다.

그럴 리 없지. 정정당당하게 겨루자고 한 이유는 정정하지도 당당하지도 않았다.

남자는 금발을 하나로 질끈 묶으며 천천히 날아왔다.

“아트리스가 저렇게 된 것에 당신들 책임이 있는 겁니까?”

아트리스의 부상이 혹시나 경기 결과에 영향이 갈까 두려워 마지막 주자와 합의를 보려는 것이다.

“실력으로는 우리가 우위지만, 너희가 부상을 핑계로 꼼수 쓸 수도 있으니까.”

“……하.”

“자신이 없나? 나한테 이길 자신이?”

나디사는 고민했다. 독단적으로 제안을 받아들였다가 자신이 지게 된다면.

아트리스는 부상도 항의할 수 없고, 노디는 빼앗기고, 명예는 꿈도 못 꾼다.

신중해야 하지만, 그렇지만, 나디사는 천천히 하얀 장갑을 벗었다.

“대신 푸른 공 주변을 한 바퀴 돌고 내려가는 걸로 하죠. 여기서부터 출발하면 하강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장갑을 벗어 주머니에 쑤셔 넣은 뒤 나디사는 손에 목줄을 감았다. 장갑을 끼면 손 부상은 덜했으나 라드와의 교감이 떨어지는 듯했다.

상대편은 비웃음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셋을 세지. 셋.”

그의 옆으로 나란히 선 나디사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하얀 점이 아트리스의 주변에 바글거렸다.

“둘.”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하나.”

나팔꽃 색의 눈동자가 태양 아래서 찬란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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