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화
* * *
마차로 이동하는 한 시간 동안 필립은 프리실라와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보통은 필립이 말하거나 질문했고, 그녀는 짧게 대답하거나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으나 나름대로 즐거워하는 기색이었다.
프리실라는 평민 출신으로 나이는 스물둘이었고 프리비아 아카데미의 졸업생이었다.
‘딱히 이상한 점은 없는데.’
프리실라는 자신의 암청색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푼수처럼 배시시 웃었다.
“너와 알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야. 요즘에는…정말 힘들었거든. 하지만 네 이야기를 들으니 뭔가 힘이 나는 것 같아.”
필립은 안쓰럽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대체 지금껏 얼마나 외로웠길래 한 시간 전 처음 만난 사람을 저런 눈으로 바라본다는 말인가.
저 신뢰와 내적 친밀감으로 가득한 시선이, 필립은 어쩐지 따가웠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프리실라. 나도 동갑내기 친구가 아카데미에 오래 남아 줬으면 좋을 것 같아서.”
“…고마워. 언젠가 나도 네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 흐익!”
갑자기 마차가 크게 덜컹거렸다. 바퀴가 아예 멈춘 걸 봐선 목적지에 도착한 것 같았다.
필립은 조심스레 마차의 문을 열었다. 앞쪽을 보니 페렉 교관과 학생들은 이미 마차에서 내린 뒤였다.
이곳은 필립이 ‘유세프의 황금 인장’을 얻을 때 왔던 호수의 건너편이었다. 습지 근처답게 갈대가 높이 자라 있었고,
‘…뭔가 기억이 날 것도 같은데?’
중요하지는 않으나 알아 두어서 나쁠 것 없던 정보가 생각날 것도 같았다. 물론 이 장소에 관련된 정보였다.
“모두 주목해 주십시오.”
페렉 교관이 진지한 표정으로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던전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여러분은 수많은 위협과 변수에 노출됩니다. 물론 저와 다른 교관님들이 최선을 다해 여러분이 안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지만, 그래도 실습 과정에서 언제나 사고는 일어납니다.”
그는 마치 정말로 불행한 사고가 일어날 것처럼 학생들의 눈을 하나하나 마주쳤다.
“제발 부탁인데, 뭔지 모르는 걸 함부로 건드리지 마십시오. 지금껏 제가 겪은 거의 모든 사고는 그런 식으로 일어났으니 말입니다.”
학생 다섯 명 중 두 명은 긴장한 표정을 지었으나, 나머지는 페렉 교관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페렉은 티 나지 않게 한숨을 뱉은 뒤 허리에 차고 있던 지팡이를 들었다.
그가 한 손으로 수인을 맺으며 지팡이를 허공에 몇 번 휘두르자 무성히 자라 있던 갈대밭의 어느 지점이 갑자기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흔들렸다.
그리고 나타난 건 지하 던전의 입구였다.
“제가 앞장설 테니, 교관님들께서는 낙오하는 학생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학생 여러분 중 저와 함께 선두에 설 사람 있습니까?”
페렉 교관이 묻자 남학생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좋습니다. 스테판 브레이. 다른 학생 여러분들은 잘 뒤따라오시길 바랍니다.”
스테판이라 불린 학생은 누가 봐도 모범생처럼 보였다. 그 소년은 셰릴과 마찬가지로 동그란 안경을 썼고 머리는 길었으나 단정했다
그는 던전으로 들어가기 직전 뒤를 돌아보았다.
그 시선의 끝에는 셰릴이 있었다.
‘음? 둘이 아는 사이인가?’
필립은 소년의 눈빛에서 걱정과 염려를 읽어냈다.
마침 셰릴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전 괜찮아요. 도련님.”
그때 셰릴의 옆에 서 있던 여학생이 셰릴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뭐해. 셰릴. 우리도 들어가야지? 내가 너보다 앞장서야겠어?”
셰릴은 그 여학생의 말을 듣자마자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 네. 죄송해요. 쟈니스 아가씨.”
‘존댓말을 한다고?’
이곳 아카데미에서는 평민과 귀족 사이의 간극이 그리 크지 않았다.
애초에 평민 부모가 이 아카데미에 자녀를 입학시켰다는 건 귀족 못지않은 능력을 지녔다는 뜻이었다.
‘…무슨 관계지?’
필립은 고민하며 학생들을 뒤따라 던전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던전 내부는 어둡고 습했다.
가까운 곳에 자리한 호수에서 전해진 습기 탓이었다.
다행히 바닥은 거친 돌로 만들어져 미끄러질 일은 드물었으나, 마법 학부 학생들은 그냥 걷는 것 자체를 힘들어했다.
필립은 맨 뒤에서 셰릴과 쟈니스의 모습을 살폈다.
두 소녀의 관계는 지독히도 수직적이었다.
셰릴은 걷는 내내 쟈니스의 눈치를 보았다.
자신의 숨소리가 쟈니스의 심기를 건드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던전이란 보통 마법사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특히 자신의 연구를 비밀로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마법사들이 던전을 조성합니다.”
실습에 참여한 인원들이 모두 모일 만큼 큰 공간이 나오자 페렉 교관은 잠시 멈춰 설명을 시작했다.
“보통은 인적이 드문 산이나 이런 분지에 던전을 만들고, 은폐 마법으로 숨깁니다. 보통은 그것만으로 충분하나 우연찮게 이곳을 발견한 침입자들을 위한 대비도 충분히 되어 있기 마련입니다. 바로 여기처럼 말입니다.”
그는 앞쪽 바닥의 한 지점을 지팡이로 가리켰다.
“필립 교관님? 잠시 저를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페렉의 호출에 필립은 눈을 깜빡였다.
“…저 말입니까?”
갑자기 자신을 왜 부르는 것인지 의문이었으나 그는 페렉 교관에게로 다가갔다.
“이 지점을 발로 밟아 보시기 바랍니다.”
“…이거 함정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실제로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한번 보여주고 싶어서 말입니다. 솔직히 교관님도 궁금하잖습니까?”
필립은 그 말을 부정하지 못했다.
‘솔직히 궁금하긴 하지. 뭐, 미리 답사까지 했다는데 위험하기야 하겠어.’
“그러죠, 뭐.”
필립은 페렉이 말한 지점을 발로 밟았다.
그 순간 뭔가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어?’
필립은 순식간에 검을 뽑아 휘둘렀다.
오러가 서린 검이 천장으로부터 발사된 다섯 발의 화살을 쳐냈고, 그의 발 근처로 쏘아진 화살 또한 페렉 교관이 시전한 실드 마법에 의해 튕겨나갔다.
고요한 가운데 학생들이 숨과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여러분 보셨습니까? 여기 필립 교관님처럼 뛰어난 실력을 가진 검사가 아닌 우리 마법사들은 이런 함정에 반응하려면 마법 방패를 온종일 시전하고 있어야 합니다.”
페렉 교관은 설명을 마친 뒤 어색한 표정으로 필립의 시선을 피했다.
‘…저 새끼가?’
필립은 미간을 좁혔다. 놀라서 비명이라도 질렀다면 창피를 당할 뻔한 것이었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자 학생들의 표정에 긴장감이 어려 있었다.
게다가 필립을 바라보는 시선에 놀라움과 존경심이 깃들어 있는 듯했다.
“보통 이런 함정으로 동료를 잃게 되면 남은 사람들은 사기를 잃고 돌아갈 겁니다. 하지만 필립 교관님께선 아직 살아 계시니,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도록 합시다.”
페렉 교관은 다시 앞장섰다. 그는 함정이나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멈춰서 설명했고, 그것들은 필립에게도 꽤 도움이 되는 정보였다.
곧 꽤 넓던 복도가 사람 하나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좁아졌다.
다행히 그리 넓은 던전이 아니었기에 일행은 곧 복도의 끝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 문을 열면 가디언 몬스터들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그것들과 실전을 치르게 됩니다. 저를 포함한 교관님들은 여러분 중 누군가의 목숨이 위협받지 않는 한 나서지 않을 것이니, 부디 협동심을 발휘해 잘 헤쳐 나가길 바랍니다.”
페렉 교관이 설명하며 나무로 된 문을 열자 낡은 경첩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참고로, 저희가 보고 들은 모든 것들은 교수님께 보고되어 그대로 여러분의 성적에 반영될 겁니다. 의논할 시간을 드릴 테니 충분히 준비하고 입장하십시오.”
마법 학부의 성적이란 검술 학부의 그것과는 성격이 조금 달랐다.
검술 학부에서의 성적이 그저 성장을 나타내는 지표에 불과하다면, 마법 학부의 성적은 향후 마탑이나 유명 단체에 내밀 명함이나 다름없었다.
페렉 교관은 필립과 프리실라에게 손짓했다.
“후, 원래는 교수님께서 직접 실습에 오시기로 되어 있었는데…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그가 죽는 소리를 내자 필립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것치고는 매우 능숙하게 진행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사실 교수님이시라면 학생들을 직접 함정으로 밀어넣으셨겠지만, 아무래도 저는 그렇게까진 못해서 말입니다. 오늘 실습에 참여한 학생 중에 후작 가문의 영애가 있거든요.”
“후작 가문 말입니까?”
“예. 쟈니스 무르엘라. 그 유명한 무르엘라 가문 말입니다. 그 가문에 마탑의 쿼터마스터만 다섯 명이 넘습니다. 저 같은 건 저 아가씨가 콧바람만 불어도 날아가지 않겠습니까…?”
무르엘라 가문은 필립도 알고 있었다. 마법 학부의 교수 중 한 명도 무르엘라 가문 출신이었다.
대대로 뛰어난 마법사를 수없이 배출한 마법의 명가라 할 만한 가문이었다.
‘…그런데 내가 왜 모르지?’
그런 가문의 영애라면 필립의 데이터베이스에도 당연히 정보가 있어야만 했다.
필립은 또다시 위화감을 느꼈다.
‘잠…깐만.’
머릿속이 간질거리는 걸 느끼며 필립은 관자놀이를 눌렀다.
뭔가 기억날 것만 같았다.
“그러면 결정된 거지? 덴버스 네가 라이트 마법을 유지하면서 우리를 엄호하고, 나와 건터가 전면에서 버티는 사이 셰릴과 쟈니스 아가씨가 가디언의 수를 줄이는 걸로.”
학생들의 전술 회의가 끝난 듯했다. 스테판 브레이가 이들 중에선 대표격으로 보였다.
스테판이 다가오자 페렉 교관이 입을 열었다.
“회의가 끝나셨으면 이제 시작하십시오.”
“네. 교관님.”
* * *
고작 몇 걸음 앞만 겨우 보일 만큼 어두운 방이었다.
덴버 그로멜이 지팡이를 들고 주문을 외우자 그의 지팡이에 환한 빛이 깃들었다.
여기저기 널브러진 해골이나 말라비틀어진 시체가 보였다.
“너무 긴장하지 말고 배운 대로만 하면 쉽게 이길 수 있을 거야.”
쟈니스 무르엘라는 하품이 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으며 스테판 브레이를 바라보았다.
그 소년은 잔뜩 긴장한 3학년 학생 덴버스 그로멜을 격려하고 있었다.
“나, 나도 알아. 우린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저렇게 나댄다고 뭐가 바뀔 줄 아는 걸까?”
그녀는 스테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브레이 남작 가문은 대대로 무르엘라 후작 가문의 가신이었다.
기껏해야 가신 집안의 자손이면서, 그녀가 있는 자리에서 뭐라도 된 것처럼 행동하는 점이나,
자신이 세운 전략을 그녀가 그대로 따를 거라고 생각하는 점이 그랬다.
‘…건방져도 너무 건방져.’
그렇다고 스테판을 직접 깔아뭉갤 수는 없었다. 그건 명문의 체면을 해치는 일이었다.
그녀의 시선이 자신의 옆을 하녀처럼 지키고 있는 셰릴에게로 향했다.
동그란 안경을 쓴 곱슬머리 소녀.
셰릴은 브레이 가문의 후원을 받아 아카데미에 입학했고, 쟈니스는 그녀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작한다.”
달그락, 달그락.
아무렇게나 흩어진 뼈들이 소리를 내며 덜그럭거리더니 이내 뒤섞이며 형체를 이루었다.
스켈레톤. 흑마법으로 되살아난 유골.
그것들은 눈으로만 봐도 열 마리가 넘어 보였다. 그러나 쟈니스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아주 어릴 적부터 가문의 마법사들로부터 마법을 익힌 그녀는 꽤 수준 높은 마법을 구사할 수 있었다.
저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페렉 교관도 그녀보다 더 뛰어나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었다.
“하.”
의미 없는 시간이었고,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
쟈니스는 이곳에서 배울 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고작 스켈레톤 몇 마리에게 겁먹을 만큼 수준 낮은 것들과 같은 전투를 치러야 한다는 것도 싫었다.
셰릴처럼 평민 출신의 학생인 건터가 화염구 주문을 영창하는 모습을 보자 그녀는 짜증이 확 치미는 걸 느꼈다.
‘…장난하는 거야? 내가 이런 애들하고 같이 어울려야 해?’
“화염구는 안 돼. 건터! 효과가 없을 거라고!”
스테판이 급히 외쳤고, 건터는 허둥지둥 주문을 취소했다.
쟈니스는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수인을 맺으며 주문을 외우자 그녀의 지팡이에 마력이 모여들었다.
“아…아가씨?”
당황한 셰릴이 그녀를 불렀다. 셰릴은 쟈니스가 영창하려는 마법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칼날바람’
4위계 바람 마법 중 물리력이 가장 큰 마법이었다.
“다들 피해!”
그녀를 말릴 수 없다고 생각한 셰릴이 스테판과 남학생들에게 소리쳤다.
“어…?”
그 목소리에 반응한 건 스테판뿐.
스테판은 급한 대로 덴버스의 교복 소매를 붙들고 끌어당겼다.
곧 사람의 뼈마디쯤은 날카롭게 저밀 수 있을 만큼 예리하고 세찬 바람이 그와 덴버스가 있던 자리를 조금 비껴서 스켈레톤을 난자하기 시작했다.
갑옷도 입지 않은 스켈레톤들이 그 속에서 버틸 수 있을 리 없었다.
스테판은 자신의 손에 붙들린 채 벌벌 떨고 있는 덴버스의 어깨를 두드렸다.
“괜찮아?”
“어… 응. 괜찮아. 너는?”
“나도 괜찮아. 하지만….”
그는 눈에 힘을 주고 쟈니스 무르엘라를 노려보려 했다.
하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아주 어린 시절, 자신이라는 존재를 자각한 시점부터 그는 무르엘라 가문의 가신으로 키워졌다.
“아가씨… 방금은….”
화를 낼 수도, 그녀를 탓할 수도 없었다.
“방금은… 뭐?”
쟈니스의 차가운 목소리가 돌아오자 스테판은 가슴이 답답해지는 걸 느꼈다.
“그저… 조금 위험하지 않았나 싶어서요.”
쟈니스 무르엘라는 스테판의 조심스러운 태도에도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건 내 실력을 못 믿는다는 이야기야? 내가 고작 4위계 마법을 못 다뤄서 너희를 다치게 했을 거라는 말이지?”
“그게 아니라… 아까 세운 계획대로 하는 편이 성적에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해서….”
“그러면, 네 성적이 떨어질지도 모르니 날 탓하고 싶다는 얘기구나.”
스테판은 입술을 앙다물었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셰릴이 끼어들었다.
“아가씨… 그게 아닌 걸 아시잖아요.”
쟈니스는 셰릴을 바라보며 가학적인 미소를 입에 걸었다.
“이젠 평민까지 날 가르치려 드네. 스테판. 어떻게 생각해? 내가 저 천한 계집애한테 가르침을 구해야 할까?”
순식간에 셰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저… 저는 그럴 생각이 아니었어요. 아가씨. 주제넘게 들렸다면 정말 죄송해요.”
‘쟤들 대체 뭘 하는 거야? 전투가 완전히 끝나지도 않았는데?’
한편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필립은 혀를 찼다.
검술 학부였다면 직접 나서서 상황을 중재했을 터였으나 여기서 잘못 나섰다간 페렉 교관과 프리실라가 곤란해질 것이 뻔했다.
애초에 페렉 교관도 팔짱을 낀 채 서 있을 뿐 개입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아까부터 이게 무슨 소리지?’
필립은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걸 느끼곤 귀를 기울였다.
곧 그의 날카로운 감각에 뭔가가 걸렸다.
물컹한 물체가 거친 표면 위로 이동하는 것 같은 소리였다.
그리고 그 소리는 학생들이 모여 있는 자리의 위쪽에서 들리고 있었다.
그 물체가 떨어져 내리려는 그 순간 필립은 땅을 박찼다.
새카만 뭔가가 쟈니스 무르엘라를 향해 낙하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