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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이 귀환했다-100화 (100/117)

101화 아카데미 속 엑스트라 (1)

백한영은 생명의 영약 2개를 이리저리 살펴봤다.

생명의 영약은 쉽게 말해 수명을 늘려 주는 영약이라고 할 수 있었다.

동서고금 수많은 권력자들이 수명을 늘리기 위해 발악했지만 실패했다. 생명의 영약이 굉장히 귀한 물건이라는 뜻이다.

무림을 넘어 세상의 정점에 섰던 백한영도 딱 한 번 봤을 정도로.

은하랑 이모 하나씩 주면 딱 되겠다.

생각을 마친 백한영이 입을 열었다.

“바르세알.”

“알겠습니다.”

백한영은 바르세알에게 생명의 영약을 넘겼다. 이런 귀중품은 이제 그냥 바르세알에게 맡기면 됐다.

수행원이 생기니 편하긴 하구나.

바르세알, 1점 추가. 안정권까지 997점 남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대가를 받았으니 일을 해야지.”

돈을 받았으면 일하는 게 사회인의 덕목.

백한영은 파르니안이 부탁한 일을 처리할 계획을 세웠다.

“대비책 후보군, 편의상 용사라고 하자. 아무튼 용사 후보군을 찾는 게 중요해.”

“어떻게 말입니까?”

“이게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슬쩍 보면 알 수 있거든? 요컨대 재능이 있을 법한 애들을 잔뜩 보는 게 중요하다는 거지.”

사람의 재능이라는 게 복합적인 만큼 하나만 보고 결론을 내리긴 힘들었지만, 그래도 보편적으로 ‘재능’ 있다는 소리를 듣는 애들을 구별하는 건 슬쩍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각오라든가, 열망이라든가, 이런 요소도 중요했지만, 결국 그런 건 일정 이상의 재능이 있어야만 의미가 있었으니까.

각오로 승천경의 벽을 뚫는다. 사실 여기엔 생략된 문장이 있었다.

재능 있는 자가 각오로 승천경의 벽을 뚫는다, 이것이 올바른 문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승천경의 벽을 두들기기 위해선 일정 이상의 재능이 필수인 것이다.

뭐 아닌 경우도 있지만, 그건 너무 특수한 경우니까. 그런 것까지 하나하나 포함하면 끝이 없었다.

“사람을 모집할까요.”

“그렇게까지 하는 건 좀 그래. 여기에 시간을 무한히 투자할 수는 없잖아. 그냥 적당히 아무 애나 고르려고.”

“그렇다는 건?”

“이 세상에서 재능 있다고 분류되는 애들을 만나 보면 되지.”

재능이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티가 날 수밖에 없었다.

가령 김태식의 경우 백한영과 만나기 전에도 협회와 길드에서 유망주로 분류했었다.

신유나는 말할 것도 없었고, 최동협 또한 티가 안 나서 그렇지 주목하는 사람이 몇 명 있었다.

물론 재능을 어떻게 깎아 주느냐는 아예 다른 문제였지만, 어찌 됐건 재능 있는 자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티가 날 수밖에 없었다.

백한영은 그러한 성질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그 말은?”

“이 세상에 아카데미라는 게 있더라고. 대륙 제일의 아카데미라는데, 재능 있는 애들이 몰렸겠지.”

* * *

바벨 아카데미.

그곳은 대륙 최고의 아카데미였다.

바벨 아카데미는 먼 옛날 마왕을 죽인 초대 황제가 설립한 곳. 때문에 바벨 아카데미를 다니는 자들은 자부심이 어마어마했다.

자신들이 인류 최후의 보루이자 선봉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바벨 아카데미의 위상이 얼마나 뛰어나냐면, 황태자가 바벨 아카데미를 다니는 것이 아카데미가 생긴 후로 단 한 번도 끊기지 않은 전통일 정도였다.

머지않아 황제가 될 황태자가 입학하니 당연히 고위 귀족들도 아카데미에 입학했고, 고위 귀족들이 입학하니 그들과 친분을 쌓기 위해 평범한 귀족들도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위해 기를 썼다.

황족과 귀족들이 입학하는데 평민들이 가만히 있을까. 그들도 이를 악물고 입학시험을 쳤다.

이 세상에 얼마 없는 유일한 성공 루트다 보니 어떻게 보면 귀족보다 이쪽이 더 간절했다.

설립 이념이 이념인 만큼 입학하기 위해선 뛰어난 재능이 필요했지만, 요점은 양질의 인재가 끝없이 유입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바벨 아카데미의 신입생.

남작가의 영식, 마빈 플리밀은 요즘 한숨이 늘었다.

‘수업이 너무 어려워.’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마법에 재능이 있다고 판별된 마빈은 그 재능을 살려 바벨 아카데미에 입학하긴 했지만, 수준 높은 아카데미의 수업에 기가 죽은 상태였다.

주문 구조학부터 시작해서 기하학을 비롯한 각종 수학(마법사에겐 기본 중의 기본이다) 등등. 마빈이 따라가기 벅찬 수업이 너무나 많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시간이 지날수록 수업이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 않는다는 거다.

2학년이 되면 지금보다 수업이 더 많아질 거라던가?

4학년쯤 되면 전공과 특기를 정하지만, 오히려 배울 게 더 늘어난다고 하니, 마빈의 입장에선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더 문제는 나만 이런 것 같다는 거지.’

마빈은 평소의 강의 시간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이미 전공과 특기를 정해 버린 마법학과 수석이야 별세계 사람이니 논외로 친다지만, 평범한 학생들과 비교해도 마빈의 성취는 눈에 띄게 뒤처져 있었다.

적어도 다른 학생들은 많은 수업량을 버거워해도 이해하지 못해서 우울해하진 않는 것이다.

곧 중간 테스트다. 하지만 이 상태로 시험을 봐 봤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뻔했다.

기껏 바벨 아카데미에 입학했는데 낙제라니. 영지에 계신 아버지와 어머니가 피눈물을 흘릴 사안이었다.

‘이대로는 안 돼.’

마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론이 약하면 다른 부분을 살리면 됐다. 뛰어난 이론 마법사가 될 수 없다면 뛰어난 전투 마법사가 되면 됐다.

압도적인 전투 능력이 있다면 이론이 다소 부족해도 낙제를 당하진 않을 것이었다.

마음을 정한 마빈은 그대로 방을 나서 훈련실로 향했다.

바벨 아카데미의 훈련실은 대륙 제일답게 각종 마법이 떡칠돼 있어 다양한 훈련이 가능했다.

그중 가장 인기가 많은 건 바로 홀로그램을 이용한 가상 전투였다.

마빈은 장치를 만져 홀로그램을 작동시켰다.

[LV5. 그레이 울프]

그레이 울프. 늑대의 형태를 가진 몬스터였다.

으르릉. 홀로그램 그레이 울프가 마빈을 상대로 이빨을 드러냈다.

마빈이 마력을 끌어 올렸다. 여태 호들갑을 떨었던 게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그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마빈의 전투 감각이 깨어난 것이다.

그레이 울프가 땅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무서운 속도로 접근하는 그레이 울프. 마빈은 침착하게 사선으로 몸을 움직이며 마법을 발동시켰다.

2위계 제어계 마법, 파이어 컴프레스(Fire Compress).

구체의 형태로 응축된 불꽃이 그레이 울프에게 작렬했다.

펑! 가벼운 폭발음과 함께 공중에 붕 뜨는 그레이 울프.

크아아앙!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던 그레이 울프가 허공을 박차고 마빈에게 낙하했다.

콰앙! 그레이 울프가 착지한 땅이 움푹 패며 흙먼지가 일어났다.

‘빨라.’

그레이 울프는 절대 만만한 몬스터가 아니었다. 괜히 용병들 사이에서 그레이 울프를 혼자서 상대하면 C급 용병으로 인정해 주는 게 아니다.

‘마법의 발동 속도가 너무 느려. 이대로면 당한다.’

처음엔 괜찮았지만, 근접전으로 바뀌고 나자 느린 캐스팅 속도가 발목을 잡았다.

방법이 없나? 뭔가 뾰족한 수가.

크앙! 그레이 울프가 마빈에 다시 달려들었다.

아직 마법을 준비하지 못한 상황. 마빈은 될 대로 되라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장저를 내질렀다.

퍽! 마빈의 장저가 정확하게 그레이 울프의 턱을 가격했다. 잠깐 뇌가 흔들린 그레이 울프가 비틀거린 순간. 마빈의 팔꿈치가 그레이 울프의 정수리를 정확히 가격했다.

엄청난 충격에 그레이 울프가 잠시 정신을 못 차렸다. 마빈의 몸이 기민하게 움직였다. 녀석의 몸에 올라탄 마빈은 그대로 팔로 목을 졸랐다.

약간의 시간이 지났다.

[YOU WIN!]

현실성 없는 메시지와 동시에 주변이 차가운 기계실로 변해 버렸다.

가상의 전투가 끝난 것이다.

격한 전투에 지친 마빈이 자리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마빈이 입을 열었다.

“나 마법사인데 이래도 되는 것 맞아?”

견제, 치명타, 마무리 전부 마법이 아니라니. 이게 마법사야, 무술가야.

심지어 무술을 배워 본 적 없는 마빈이었기에 지금 상황이 더 어이없었다.

머리가 터지도록 공부한 마법은 도움이 안 되고, 살면서 접해 본 적 없는 무술 비스름한 것이 더 익숙하다니. 나는 왜 이 모양일까.

그렇게 마빈이 땅을 파고 들아가고 있을 때, 훈련실 문이 열리면 누군가 들어왔다.

“다 썼나?”

“어? 어어.”

“그러면 나와라. 이 훈련실은 너만 쓰는 게 아니다.”

“미안…….”

전투에서 보여 준 냉철한 모습은 어디 가고 다시 소심해진 마빈.

마빈은 훈련실에 들어가는 남자를 곁눈질로 살펴봤다.

‘무술학과 차석이다.’

남자는 무려 공작가의 영식으로, 신입생을 넘어 학생들 사이에서 유명인이었다.

우웅―!

훈련실이 작동했다.

외부와 차단된 곳인 만큼 밖에서 안의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마빈은 무술학과의 차석이 어떻게 하고 있을지 예상을 할 수 있었다.

아마 화려하게 홀로그램 몬스터를 분쇄하겠지. 심지어 몬스터도, 그레이 울프가 뭐야. LV10 팔리언 같은 걸 상대하겠지.

마빈은 한층 더 우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누군 팔리언을 학살하는데, 누군 그레이 울프 상대로 고전하고. 나, 이대로 괜찮을까.”

“오. 쟤는 확실히 조금 다르네. 팔리언? 그걸 10마리나 소환했는데도 전혀 안 밀리잖아.”

“누구세요?”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마빈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마빈의 물음에 남자는 얼굴에 쓴 선글라스를 살짝 내리며 말했다.

“저 녀석이 누군지 아나?”

“무술학과 차석이에요. 공작가의 영식이고, 이름은―.”

“차석이라. 쟤가 차석이면 수석은 더 뛰어나겠네? 판타지 세상이라 그런가. 인재가 아주 잘 모여 있어. 흡족해.”

선글라스를 원래대로 되돌린 남자는 이내 턱을 쓰다듬었다.

“내공을 다루는 실력이 뛰어나네. 검 실력은 애매하지만.”

남자의 말에 마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훈련실 내부는 밖에서 볼 수 없을 텐데, 남자가 마치 안이 훤히 보이는 것처럼 얘기했기 때문이다.

‘그냥 머리가 이상한 사람인가?’

잘못 걸린 건가 싶어 마빈이 불안해하는 표정을 지었을 때였다.

치익. 훈련실의 문이 열리고 무술학과의 차석이 밖으로 나왔다.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어? 나는 잠깐.”

“비켜라. 방해된다.”

“아. 미안.”

하루에 사과만 두 번 하며 다급히 옆으로 비키는 마빈.

마빈을 옆으로 치워 버린 무술학과 차석은 그대로 걸음을 옮겨 훈련장을 벗어났다.

마빈은 멍하니 무술학과 차석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부럽다.’

저 당당한 모습마저 부러운 마빈이었다.

나도.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면, 참 좋을 텐―.

“그런데 쟤는 살짝 애매한데.”

“기준에 못 미치십니까.”

“기준에 못 미친다? 그것보다는 내가 여기서 평생 살 게 아니잖아. 그래서 소수의 인원을 제대로 가르칠 생각인데, 저 정도의 재능은 살짝 애매할 수 있다 그거지.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나쁘지 않아.”

마빈은 생각하다 말고 귀를 쫑긋 세웠다. 옆에서 흥미로운 얘기가 흘러나왔다.

남자 둘이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 갔다.

“혹 마음에 드는 사람을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는지요.”

“뭐, 적당한 애를 발견하긴 했어.”

“그게 누군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남자들의 말에 마빈은 당황했다.

이 사람들은 누구길래 이런 소리를 하는 거지.

것보다 무술학과 차석의 재능이 마음에 안 든다니. 대체 저 남자를 만족시킨 사람은 얼마나 뛰어난 녀석이길래―.

“누구긴. 바로 앞에 있잖아.”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턱짓을 했다. 그러자 그의 수행원으로 보이는 은발의 남자가 마빈이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호오. 이자가.”

“오늘 내가 본 애들 중에서는 가장 재능이 뛰어나. 일단 우리 길드원들보다는 압도적인데?”

“흥미롭군요.”

왜 내 쪽을 보면서 말하는 거지. 내 뒤에 누가 있나?

마빈이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러나 거기엔 텅 빈 훈련실만 있을 뿐이었다.

고개를 바로 한 마빈은 선글라스를 쓴 남자와 시선을 마주쳤다.

선글라스를 쓴 남자, 백한영이 선글라스를 벗으며 말했다.

“이름이 뭐니, 용사 후보 1아.”

“저요? 저 말하는 거였어요?”

“얘가 재능은 있는데 살짝 눈치가 부족하네. 그러니 마법 같은 거나 쓰고 있지. 너 맞아. 이름이나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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