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신이 귀환했다-74화 (74/117)

75화 견원지간 (1)

면접은 총 일주일 동안 진행됐다.

수많은 사람을 평가하며 백한영은 고민했다.

일단 백한영의 마음에 완벽하게 드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 사람은 진작 이름을 날렸을 테니 당연했다.

그렇다면 임시로 자동 사냥 기계가 되어 줄, 이른 시일 내에 S급 각성자가 되어 줄 사람은 있었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애매했다.

쓸 만해 보이는 사람은 많지만 이것저것 깎아야 하는 부분이 많다고 해야 되나.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그렇게 백한영은 무공에 자질이 있는 사람과 무공에 재능이 없더라도 없더라도 각성 능력이 쓸 만한 녀석을 가려냈고, 최종적으로 4명 정도가 합격했다.

“많이 뽑는다고 하지 않았어요?”

“아무나 뽑을 수는 없잖아.”

새롭게 길드원이 된 사람들은 다음과 같았다.

이초아, 마법계 각성자.

금성화, 신성계 각성자.

배예린, 제어계 각성자.

청진호, 강화계 각성자.

이초아를 제외한 세 명 중 금성화는 무공에 재능이 없는 사람이었다.

무공을 넘어 애초에 몸을 쓰는 것 자체를 자신 없어 했지만, 이 사람은 뽑아야 된다고 김태식이 강력 주장 해서 뽑았다.

희귀한 신성계 각성자에 각성 능력 자체도 굉장히 좋다든가. 잘 모르는 영역이었지만 추천도 있었고 딱 봐도 괜찮아 보였기에 합격시켰다.

배예린과 청진호는 심플했다. 두 사람은 무공에 꽤 높은 자질을 보였다.

벌써 그들에게 가르쳐 줄 무공을 골라 놓은 백한영이 말했다.

“신입은 지금 뭐 해?”

“동협이랑 유나랑 얘기 중이에요.”

“무슨 얘기?”

“저희 길드가 돌아가는 형태라든가 이것저것 알려 주는 중이에요.”

무신련은 상당히 기형적인 길드다.

일반적인 길드의 목적은 게이트를 공략하는 데에 있었다.

길드의 수입은 대부분이 게이트를 공략했을 때 나왔고, 그렇기에 길드는 온갖 방법을 써서 길드원이 게이트를 공략하기 편하도록 도왔다.

금전적인 지원을 해 주는 것도, 장비를 대여해 주는 것도, 각종 노하우와 성장 방식을 가르쳐 주는 것도, 전부 게이트 공략을 위해서였다. 돈을 버는 게 목적이고 나머지는 수단이었다.

그러나 무신련은 그렇지 않았다.

애초에 무신련은 게이트 공략을 자주 나가지 않았다.

해 봤자 실전 경험용으로 던전 게이트를 가끔 공략하는 정도가 끝이었다.

무신련은 어디까지나 재능이 있는 애들을 긁어모아 가르치기 위해 설립된 곳이었다. 돈 같은 것에 백한영은 관심이 없었다.

무신련에 들어왔다면 일반적인 길드처럼 게이트 공략을 목적으로 두는 게 아니라 강해지는 것 자체에 목적을 둬야 했다.

이게 무슨 말이냐.

죽도록 백한영 밑에서 굴러야 된다는 거다.

아마 최동협과 신유나는 이 점을 돌려 말해 주고 있을 것이었다.

사실 그대로 경험담을 풀어 줬다가는 기껏 생긴 후배가 도망갈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아마 안 도망갈걸요.”

“그래? 왜?”

“형이 면접 보러 온 애들한테 한 짓을 떠올려 봐요. 불합격한 애들도 형이 어떤 인간인지 이미 감을 잡았을걸요?”

“너 요즘 왜 그렇게 신난 것 같냐.”

“최근 밥맛이 좋긴 해요. 소냐 덕분에 그런가. 아. 말 나온 김에 저 오늘 일찍 가 볼게요. 소냐랑 어디 가기로 해서.”

김태식의 말에 백한영은 의자에 앉은 채로 손을 휘저었다. 얼른 소냐에게 가 버리라는 의미였다.

장난스레 경례를 하고 사라지는 김태식을 빤히 쳐다보던 백한영은 이내 책상에 엎어졌다. 요즘 쉬지 않고 일해서 그런가. 뇌가 휴식을 요구했다.

게임, 게임을 해야 돼.

요즘 신작 게임 뭐 나온 건 없나.

백한영은 스마트폰을 작동시켰다. 그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이번 주말엔 게임을 실컷 할 생각이었다.

‘이왕이면 화끈한 액션 게임이면 좋겠… 응?’

백한영이 책상에 엎어진 상태로 고개만 들었다. 누군가 사무실에 들어왔다.

어색해하는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는 이초아를 확인한 백한영이 손을 흔들었다. 반갑다는 뜻이었다.

낯선 사무실에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한 이초아가 쪼르르 다가가 입을 열었다.

“뭐 하고 계세요?”

“아무것도…….”

실제로 백한영은 할 일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다

원래 업무였던 최동협과 신유나를 데굴데굴 굴리는 일도 신입 길드원 탓에 못 하고, 다른 일을 하기엔 그런 건 전부 김태식에게 일임한 지 오래였다.

신입 길드원에게 이상한 첫인상을 심어 줄까 봐 출근한 거지, 아니었다면 지금쯤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백한영이 책상에 기대고 있던 상반신을 일으키며 말했다.

“이초아 씨는 여기 왜 왔어요?”

“왜 왔냐뇨. 그게 이제 막 길드에 들어온 사람에게 할 말이에요?”

“아니긴 한데, 뭔가 이초아 씨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이미지여서요. 자주 못 볼 줄 알았어요.”

백한영이 중원에서 경험한 바로는 술법사란 족속들은 하나같이 골방을 좋아했다. 때때로 동굴 속을 좋아하는 놈들도 있었다.

그래서 마법사인 이초아도 그러지 않을까 어림짐작한 것이었는데.

“제가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그래요?”

반응을 보니 아닌 모양이었다.

“…정말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성격으로 보여요?”

아닌가? 제대로 짚었나?

어느 쪽이야.

백한영이 볼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렇다기보다는 마법사의 이미지가 보통 그렇잖아요. 연구를 좋아하고 막 그런 거요. 그 얘기를 한 거예요.”

“아. 전 또 뭐라고요.”

이초아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초아는 자신이 사교적인 성격이 아닌 걸 잘 알았다. 때문에 무신련에 합격한 뒤로 이초아가 가장 고민한 건 과연 남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였다.

이전에도 다른 사람과 협업은 많이 했지만, 그거랑 길드 생활을 하는 건 다른 문제였으니까.

그래서 백한영이 혼자서 어쩌고 하는 얘기를 했을 때 이초아는 살짝 움찔했다. 혹시 걱정했던 부분이 지적당한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뭐, 백한영은 단순히 마법사의 스탠더드 타입을 떠올리며 말한 것뿐이긴 했지만.

그나저나 골방에 틀어박혀 연구만 하는 마법사라니. 언제적 이미지야, 그게.

백한영의 낡은 가치관에 이초아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밖에 안 나가는 건 그냥 혼자가 좋아서지 마법사의 이미지랑은 관계가 없었다.

그 근거로 각성자가 되기 전부터 방에 틀어박혔던 과거의 이초아를 제출하겠다.

…역시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게 맞잖아, 라고 누가 지적한다면, 맞다. 좋아했다. 근데 마법사 이미지랑은 관계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다.

팩트 체크는 확실히 하고 넘어가야지. 그게 바로 마법사의 자세였다.

혼자서 이런저런 결론을 내린 이초아가 이내 백한영에게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딨나요?”

“누굴 찾으세요?”

“저 말고 다른 신입 길드원들도 궁금하고 기존의 길드원들도 궁금하네요.”

“태식이는 애 돌보러 집으로 돌아갔고, 나머지는 길드 구경 하는 중일 거예요.”

백한영의 말에 이초아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처음 왔으면 안내부터 받는 게 맞았다.

이초아는 옆에 있는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저는 뭘 할까요?”

“뭘 하냐고요?”

이초아의 말에 백한영은 잠시 고민했다.

저 말을 한 게 다른 신입 각성자였다면 하하 웃으며 바로 수련실로 데려갔을 것이다. 애가 심심해서 할 일을 찾고 있으면 놀아 주는 게 어른의 도리였으니까.

하지만 이초아는 S급 각성자에 마법사였다.

S급 각성자였기에 백한영이 길드원에게 바라는 1차 목표엔 이미 도달했고, 마법사인 탓에 조언해 줄 수 있는 부분도 적었다.

아까 말했듯 무신련은 일반적인 길드랑은 성향이 많이 달랐다.

무신련은 어디까지나 백한영을 위한 S급자동세계방어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수단이었고, 그렇기에 일과의 대부분이 수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즉 무신련에서 백한영에게 조언을 받을 수 없다는 건 할 일이 확 줄어든다는 것과 똑같은 뜻이었다.

다른 길드라면 게이트 공략이라도 자주 가며 S급 각성자인 이초아의 힘을 자주 빌렸겠지만, 까놓고 말해 이곳에서는 이초아가 활약할 일은 거의 없었다.

굳이 할 일을 정해 주자면 개인적으로 마법 연구를 해 주면 좋았다. 하지만 그러면 이초아의 입장에서 무신련에 들어온 메리트가 너무 떨어졌다. 혼자서 마법 연구를 하면 혼자서 활동하는 것과 차이가 없었으니까.

자신이 오고 싶어 했고, 이미 합격을 한 걸 떠나서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렇다는 거다.

이런 속마음을 다 알려 주는 건 살짝 그랬지만, 그래도 거짓말을 할 수는 없으니.

솔직히 말해 주는 게 맞았다.

“제가 이초아 씨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적을 것 같아요. 이초아 씨는 마법사인데 전 검사잖아요.”

“그건 이미 알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은 제가 가르쳐 줄 수 있어도, 이초아 씨는 혼자서 연구해야 될 텐데. 괜찮겠어요?”

“마법사는 원래 그래요. 시간 날 때 대련만 해 주시면 돼요.”

“그 정도야 언제나 해 드릴 수 있죠. 남는 게 시간이라.”

백한영의 시원한 대답에 이초아가 맑게 웃었다. 기분이 좋은 듯했다.

고작 이걸로 저렇게 기뻐하다니. 해 줄 수 있는 게 너무 적어 살짝 양심의 가책을 느낀 백한영이 고개를 돌렸다. 시선을 마주 보기 힘들었다.

“왜 그러세요?”

“저쪽에 뭔가 지나간 것 같아서. 귀신이라도 봤나 봐요.”

이초아의 말에 적당히 대답하며 백한영은 생각했다.

‘최동협이랑 신유나는 대체 길드 구경을 어떻게 시켜 주길래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얼른 좀 와라.’

* * *

금성화, 배예린, 청진호는 이번에 무신련에 새로 들어온 길드원이었다.

셋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건 금성화였다. 성별은 남자고 올해로 27살. 사실상 백한영을 제외하면 길드 내에서 가장 나이가 많았다.

금성화는 기본적으로 온화한 성격이었다. 지인들 사이에서도 중재를 주로 했고, 기본적으로 싸움을 좋아하지 않았다.

몬스터와 싸울 때는 예외였지만, 사람과는 절대 싸움을 하지 않는 게 금성화의 철칙이자 가치관이었다.

때문에 금성화는 지금 상황이 매우 당황스러웠다.

“룰은?”

“전투 불능이 되는 쪽이 패배. 물론 중간에 항복을 해도 패배.”

“간단해서 좋네.”

수련실에서 마주 보고 각각 검과 도를 손에 드는 청진호와 배예린.

그걸 보며 금성화는 최동협과 신유나를 바라봤다.

금성화가 입 모양으로 말했다.

이걸 어떻게 하실 겁니까.

무언의 압박이 느껴진 걸까. 최동협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실수했네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모든 건 청진호의 질문에서 시작됐다.

“최동협 씨, 저희가 뽑힌 기준이 뭔지 아십니까?”

“기준이요?”

“저희보다 강한 사람도 많았는데, 저희가 뽑힌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건 저 말고 교관님, 그러니까 길드장님이 잘 알 텐데……. 듣기로는 재능을 보고 뽑았다던데요?”

재능.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단어였다.

그런 단어가 입 밖으로 튀어나왔으니 다음에 나올 말은 정해져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러면 저희 중 누가 가장 뛰어난 재능이라고 합니까?”

“네? 그건―.”

“당연히 나지.”

최동협의 말을 끊으며 배예린이 끼어들었다. 그녀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은 스스로의 재능을 한 치도 의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었다.

“너라고?”

청진호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누군가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 발동된 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상황. 이럴 때 가장 적절한 건 듀얼, 아니 대결밖에 없었다.

두 사람이 마주 보게 된 데에는 이러한 속사성이 숨겨져 있는 거다.

날이 선 분위기. 금성화가 온화한 얼굴을 하며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얘들아. 오늘은 첫날이잖아. 좋게―.”

“셋을 세고 시작해.”

“셋? 잠깐. 영에서부터 셋이야, 일에서부터 셋이야.”

“당연히 일에서부터지.”

완벽히 무시당한 금성화가 상처받은 표정으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나도 이제 몰라.

될 대로 되라지.

금성화가 모든 걸 포기하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직후.

쾅!

수련실에서 검과 도가 만나며 거대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누가 신입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인가를 가리는 대련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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