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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이 귀환했다-72화 (72/117)

73화 면접은 중요하지 (2)

시간을 살짝 뒤로 당겨 백한영이 김태식에게 이력서 폭탄을 선물로 받았을 당시로 돌아가 보자.

“형, 이 사람은 어떻게 할까요. E등급인데.”

“E등급? 보통 어느 정도인데 걔네가.”

“어… 일반적으로 1년 정도 꾸준히 활동하면 대부분이 E등급 각성자가 돼요.”

“…그렇게 말해도 잘 모르겠네.”

김태식과 서류를 하나하나 살펴보던 백한영에겐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원래 백한영은 A등급과 S등급이 어느 정도로 강한지 잘 몰랐다. 자신과의 차이가 너무 심하니 S급을 봐도 고작 저 정도가 인류 각성자의 정점이라고? 하는 생각만 들었던 거다.

물론 고등급 각성자를 자주 접한 후로는 S급 각성자와 A급 각성자가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고등급 각성자의 얘기.

저등급 각성자, C등급까지만 가도 어느 정도인지 아예 감도 안 잡히는 것이다.

3류, 2류, 1류, 절정 이런 식으로 중원의 기준을 가져다 적용할 수 있으면 편하겠지만, 이놈의 각성자들은 하나같이 실력의 불균형이 심하고 툭 튀어나온 부분이 많았다. 평범하게 수련해서 강해진 사람과 비교하기 힘든 것이다.

“네가 보기엔 어때. 좋아?”

“유망해요. 능력 자체는 흔한 강화계 각성 능력인 수인화인데, 종류가 특이해서요.”

능력이 특이하면 좋은 건가. 근데 각성 능력에 의존하는 애치고 마음에 들었던 경우를 찾는 게 더 드물 것 같은데.

아. 백한영은 고개를 뒤로 젖혀 천장을 바라봤다. 머리가 아팠다.

“B등급도 있네요. 근데 이 사람은 살짝 애매한 게, 능력이 너무 흔하고 B등급에서 너무 오래 정체돼 있었어요. 어떻게 할까요.”

“…태식아.”

“네, 형.”

“이 방식으로는 안 되겠다. 하나도 모르겠어.”

애초에 백한영이 원하는 인재는 이런 식으로 뽑는 게 불가능했다.

백한영이 원하는 사람은 무공에 자질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그런 사람을 서류로 뽑는 게 가능할 리가.

만약 다른 길드에서 보편적으로 원하는 인재상이 백한영이 원하는 인재상과 똑같다면 이 방식으로 길드원을 뽑아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백한영의 기준은 다른 사람들에겐 뚱딴지같은 소리밖에 안 됐다.

백한영이 하려는 건, 그래. 현대사회에서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직원을 뽑고 싶어 하는 것과 똑같았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그런 사람을 원하지 않는데 굳이 그런 사람을 뽑고 싶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쾅. 백한영이 책상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깨달음을 얻었다.

“면접을 봐야겠다, 태식아.”

“원래 면접을 본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건 1차적으로 걸러 낸 후에 본다는 거였지.”

백한영이 무슨 소리를 한 건지 잠시 생각한 김태식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설마 싶어 김태식이 백한영에게 물었다.

“설마 이력서 넣은 사람 다 면접 보게요?”

“어.”

“이 많은 숫자를 전부 다요?”

“전부라고 해도 반 정도는 안 오겠지. 설마 얘네가 다 우리 길드에 오고 싶어 하겠냐. 일단 찔러 본 애가 반, 나머지 반도 이미 다른 길드에 들어갔을 거다. 이력서 받은 지 꽤 됐다며?”

그런가? 그럴듯한 백한영의 말에 김태식이 홀린 듯이 이력서의 산을 쳐다봤다.

저기서 반의반 정도만 찾아온다면… 할 만할지도?

“그래서 면접은 언제 봐요?”

“언제 보긴.”

백한영이 김태식을 유심히 바라봤다.

이해하지 못하고 눈을 깜빡이는 김태식에게 백한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장 문자 돌려. 시간은 금이잖아.”

“…저 혼자요?”

“애들도 데려와서 시키든가. 걔네는 좋아할 거다. 훈련을 쉴 수 있으니까.”

김태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많은 사람에게 문자를 보내는 건 중노동이었지만, 판단할 필요 없이 그냥 문자를 보내는 것만이라면 충분히 할 만했다.

“면접은 언제부터 볼 거예요.”

“슬슬 새 빌딩 완공되잖아. 거기 완공되는 즉시 단장 끝내고 면접 보자.”

“그러면 한 2주일은 걸리겠네요. 알겠어요.”

백한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김태식은 바로 최동협과 신유나를 불러 문자를 돌릴 준비를 했다.

2주 후에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고 말이다.

* * *

새로 완공된 무신련의 빌딩은 지상 10층, 지하 3층으로 총 13층의 규모를 가지고 있었다.

빌딩은 무신련이 전부 사용하기로 했다. 세를 줘도 됐지만, 돈도 많은데,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아무튼 그런 무신련 빌딩의 지하 1층. 면접실 겸 훈련실에서 백한영이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

드륵. 문이 열리며 김태식이 안으로 들어왔다.

“형, 준비됐어요?”

“몇 명이나 왔니?”

“아까 말해 주지 않았어요?”

“다시 말해 줘.”

백한영의 말에 김태식은 명단이 적힌 서류를 겨드랑이에 끼우며 대답했다.

“오늘 온 것만 1,000명이 넘고 앞으로 4,000명은 넘게 올 예정이에요.”

“이상하다. 왜 이렇게 많지.”

“그냥 받아들여요. 형 예상은 틀렸어요.”

해 봐야 몇백 명 오고 끝인 줄 알았는데, 웬걸. 이력서를 넣은 사람의 대부분이 면접을 원했다.

“우리 길드가 이렇게 인기가 많다고? 우리 외부에서 봤을 땐 마조히스트만 있는 이상한 길드 아니었어?”

“형도 자기가 길드원을 빡세게 굴리고 있다는 자각은 있었군요.”

“이유가 뭐지. 설마 우리 길드의 실태를 모르는 것 아니야?”

아니었다. 관찰 예능 덕에 백한영이 길드원을 어떻게 굴리는지 이미 대부분의 각성자가 안 지 오래였다.

때문에 원래라면 이렇게 사람이 안 몰렸을 것이다. 아무리 강해지고 싶어도 정도가 있지. 복날에 개처럼 두들겨 맞는 꼴을 생생히 보고도 무신련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이 많을 리가.

지금 이렇게 사람이 몰린 건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이초아 때문인가? S급 각성자가 이력서를 넣었다는 소문이 퍼져서 그런 건가?”

“소문이 돌기 전부터 이력서가 잔뜩 들어왔잖아요. 다른 이유 때문이에요.”

“다른 이유? 너 뭐 짐작 가는 것 있어?”

“그게. 하하.”

김태식이 머리를 긁적였다. 직접 말하려니까 괜히 민망했다.

“그… 형, 아시죠?”

“뭐를.”

“저 등급 바뀐 거요.”

“S급으로 승급 신청한 거? 알지.”

“그것 때문이에요.”

“그게 왜.”

백한영이 짐작도 안 간다는 듯한 표정을 짓자 김태식이 천천히 말했다.

“저 S급으로 승급했잖아요.”

“안다니까?”

“그러니까, 저도 이초아 씨랑 똑같은 S급이라고요.”

“…그러네?”

그러고 보니 김태식도 이제 S급이었다.

즉, 외부에서 김태식이라는 걸출한 아웃풋을 보고 관심이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뜻이었다.

뭐야. 이게 모두 김태식 때문이었다고?

진짜 상상도 못 했다.

근데 어쩔 수 없었다. 백한영은 김태식이 검술의 기역 자도 모르던 시절부터 계속 데리고 다니며 키웠다. 그러던 애가 갑자기 사람들의 우러름을 받는다는 생각을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원래는 미친놈들이 미친 짓을 하네, 이 정도로 여기던 인간들이 S급 각성자가 나오니까 그 모든 게 S급이 되는 미친 짓이었다고 생각하고 몰려들었다는 거잖아.”

“바로 그거예요.”

“너 때문이네?”

“형 때문이죠. 형 때문에 S급이 된 거니까.”

“왜 나 때문이야. 너 내가 시키는 대로 안 했잖아.”

김태식은 각성 능력을 ‘진화’시키며 S급이 되었다. 그리고 그건 백한영이 원하던 방식이 아니었다.

자기가 선택한 길이니 뭐라 하지는 않겠지만, 이건 그거랑 관계없는 원론적인 얘기니까. 아닌 건 아닌 거다.

“형이 아니었으면 제가 이 정도로 클 수 있었을까요. 다 형 덕분이죠.”

“맞… 긴 한데 그 말이 튀어나온 맥락이 조금 그렇다?”

“그냥 받아들이세요. 전부 형 덕이에요.”

하아. 백한영은 한숨을 내쉬곤 손을 저었다. 전부 자신의 업보가 맞긴 했다. 수많은 사람이 보는 프로그램에서 길드 홍보를 한 것도, 김태식을 성장시킨 것도, 무작정 면접을 보겠다고 한 것도 전부 백한영이 한 일이다.

까짓것 며칠 고생하면 끝이겠지. 실수를 했으면 대가를 치르는 게 맞아.

“형, 면접자 들여보낼게요.”

“그래.”

김태식이 말이 끝나고 얼마 후. 사람들이 훈련실 안에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훈련실에 늘어서서 백한영을 살펴보는 각성자들. 그들의 표정엔 약간의 긴장과 호기심이 깃들어 있었다.

대체 저 인간이 뭐길래 몇 달 전까지만 해도 B등급이었던 김태식을 S등급으로 만든 것일까.

백한영은 몰랐지만 지금 저 주제로 각성자들 사이에선 굉장히 많은 얘기가 돌았다. 대한민국의 4번째 S급 각성자가 탄생한 것이다. 조용하면 그게 더 이상했다.

S급에 도달하기 위해선 재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었다.

몇 달 사이에 B급에서 S급이라니. 아무리 유망주라지만 김태식 수준의 각성자가 이렇게 빨리? 어떻게 봐도 외부적 요인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그 요인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백한영을 지목했다.

평범한 성장 곡선을 그리던 김태식이 백한영을 만난 뒤로 급격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일련의 사태에 백한영이 관련됐다고 추측하는 게 합리적이었다.

‘저 사람이 백한영?’

‘보기에는 평범한데.’

‘등급은 A급이지만, 사람을 가르치는 데 천부적인 자질이 있을지도 몰라.’

‘어쩌면 나도.’

저마다 다른 생각을 품는 면접자들. 그런 면접자를 훑어보던 백한영이 입을 열었다.

“저희 무신련에 지원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대답은 없었다. 백한영도 딱히 답을 듣기 위해 말한 건 아니었기에 빠르게 말을 이었다.

“여러분이나 저나 시간이 없는데, 빨리빨리 진행하도록 하죠.”

백한영이 품에서 리모콘 같은 걸 꺼내 조작했다. 그러자.

우웅―!

훈련장 내부에 각종 트랙이 생성됐다.

갑자기 장애물 경기장이 돼 버린 주변을 멍하니 보는 면접자들에게 백한영이 말했다.

“이제 달리세요.”

“네?”

“한 10바퀴 정도 돌면 됩니다. 뭐 하세요. 뛰세요.”

어어… 어?

사태가 파악되지 않은 면접자들 사이에서 누군가 앞으로 뛰쳐나갔다.

‘멍청한 녀석들. 이건 위기 대처 능력을 보는 시험이다.’

전투는 변수의 덩어리다. 때문에 각성자는 돌발 상황을 자주 겪을 수밖에 없었다. 변수는 상수였고, 그것에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가 중요했는데, 그걸 알아보기 위해 장애물 달리기를 시킨 것이다!

…라고 판단한 면접자가 선두로 달려 나가자 뒤이어 눈치 빠른 면접자들이 장애물 경기장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쩌적. 경기장 위에 얼음이 맺혔다. 타인을 방해하면 안 된다는 규칙이 없었다는 걸 눈치챈 누군가가 각성 능력을 발동한 것이다.

장애물 경기장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안 그래도 난이도가 높은 장애물이 많았는데 거기에 각성 능력까지 추가되니 두 배로 정신이 없어졌다.

“젠장. S급 각성자를 키워 낸 길드라 그런가. 면접부터 제정신이 아니구만.”

“그래서 포기하겠다는 거냐?”

“아니. 마음에 들었어.”

쾅! 가벼운 폭발이 일어났다. 힘과 힘이 충돌하는 장면을 훈련실 겸 면접실 한가운데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백한영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냥 뛰라고 했을 뿐인데 자기들끼리 난리가 났네.”

각성자 협회에서 교관 노릇 했던 경험을 살려 가볍게 운동신경이나 볼 예정이었는데, 백한영의 말을 곡해한 면접자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고 아주 난리가 나 버렸다.

흠. 팔짱을 낀 백한영이 말했다.

“나쁘지는 않네.”

저렇게 마음껏 날뛰어 주니까 재능을 판별하긴 훨씬 쉬웠다.

내가 있으면 안전에도 문제없고, 그냥 저걸 정식 면접 방식으로 할까?

펑펑 터지는 폭발음을 들으며 백한영은 마음속으로 면접자들의 점수를 매겼다.

아쉽게도 합격자는 없었다. 전원 기준 미달이었다.

“다음 애들을 보고 싶은데… 쟤네를 어떻게 진정시키지?”

이 방법, 다 좋은데 원할 때 종료시키는 게 어렵네.

역시 보류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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