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화
“아, 아. 너무 그러지 마… 역관은 자기 일을 다 하고 있는 건데. 왜 그러나.”
“송구하옵니다 합하.”
“그래, 뭐 이 상황에서 항복하려고 하는 놈들이 있나. 가한을 잡으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
이의방은 피식 웃었다.
“이놈들을 모두 하옥시키고. 석성처럼 은성은 감문위(監門衛) 대장군 김덕신이 맡도록 하라.”
“예! 합하!”
김덕신이 답하였고 사병들은 거란군 장수들을 모두 끌고 성곽 아래로 내려갔다.
“조원정에게 파발을 띄워서 그곳에 행정력이 특출난 이들 20인을 뽑아서 은성으로 보내라 해.”
“안주에 행정관들을 말이옵니까?”
“음. 서경에서는 석성으로 파견했으니. 안주에서도 파견을 보내야 할게 아닌가. 그리고 개경으로 파발을 띄워서 개경에서도 흥화진으로 행정의 특출난 자들을 뽑아 보내라고 해.”
“예, 합하.”
돈장이 대답하자 이의방은 천천히 몸을 돌아서 군사들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은성도! 고려의 성이 되었다! 모두 고생하였다!”
“와아아아아~!”
군사들은 함성을 지르자 이의방이 손을 올렸다.
“석성처럼! 이 성도 관리할 것이니. 석성에 있으면서 경험하였던 것을 토대로 은성을 정리해야 할 것이다! 모르는 게 있으면 주위 군사들이나 장수들에게 물어서 처리하라!”
“예! 합하!”
군사들은 대답하고 곧장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였고. 각 조를 짜서 움직이는 군사들이었다.
거기에 어떻게 할지 모르는 군사들은 부장들이 이끌고서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었고 직접 데리고 다니는 부장들도 있었다.
“이 정도면 행정관들 뺨치는 수준이네. 하하하하!”
이의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군사들의 움직임과 어떻게 처리를 하는지 세밀하게 살피었고 부족한 점이 보이는 게 있다면 각 장수들에게 말하며 부족한 곳을 사병을 통해 채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은성을 완벽하게 고려의 것으로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 * *
달포 후.
이의방은 은성에서 재정비를 가지고서 건안성으로 출발할 준비를 하였다.
감문위(監門衛) 대장군 김덕신은 이의방의 명대로 은성을 관리해 나갔고, 성민의 거란족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으며 그들이 일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더불어,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여 조원정에게 파발을 띄워 군사를 건안성으로 보내라고 다시 파발을 띄웠다.
“준비는?”
“차질 없사옵니다. 출발하여도 될 듯싶사옵니다.”
이의방은 돈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장대에서 건안성으로 출발하기 위해 군사들이 모두 대열을 갖추고 있었다.
“가자.”
“예, 합하.”
이의방은 몸을 돌아서며 김덕신을 바라보았다.
“이곳이 중요하다. 무슨 일이 있으면 석성과 흥화진으로 파발을 띄우도록 하게.”
“예, 합하.”
김덕신이 고개를 숙이며 답하자 이의방이 김덕신의 어깨를 툭! 손으로 치며 곧장 장대 아래로 내려가려고 할 때였다.
“급보요!”
저 멀리서 들리는 급보라는 소리에 이의방이 몸을 돌아서자 보이는 것은 기수들과 함께 오는 전령이었다.
전령은 곧장 성문 앞에 다다르며 말을 멈추어 세웠다.
“어디서 온 누구냐!”
“비사성에서 온! 전령이옵니다!”
김덕신이 올라오라며 손짓하자 전령은 급히 말에서 내려서는 장대로 뛰어 올라갔다.
“합하, 비사성의 전갈이옵니다.”
전령은 이의방에게 건네준 장계를 받으며 곧장 펼쳐 보았다.
[합하, 해군의 1군과 신호위(神虎衛)는 비사성을 함락 후 해군 2군과 합류하여 목양성을 함락하였다는 보고를 드리옵고, 함락 후 정리가 되는 대로 건안성에서 합류하겠사옵니다.]
“하하하하하!”
이의방은 크게 웃었다.
“무슨 일이옵니까.”
우학유가 물었다.
“해군하고 박존위가 비사성과 목양성을 함락하였다는구만!”
“잘되었사옵니다!”
“하하하하! 전령은 듣거라.”
“예, 합하!”
“박존위에게 내가 갈 때까지 잘 포진하고 있으라 하고 해군 대장군 이경수와 잘 의논해서 경계를 철저히 하라 전하라.”
“예! 합하!”
전령이 고개를 숙이며 곧장 장대 아래로 내려가서 다시 말을 타고 기수들과 함께 돌아가는 것을 보며 이의방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면서 장수들과 함께 장대 아래로 내려갔다.
이의방이 장대로 내려와 곧장 말 위에 올라타자 장수들도 말 위에 올라탔고, 이의방은 군사들 사이로 나아가며 군사들에게 소리쳤다.
“전군! 건안성으로 간다!”
“추우웅!”
군사들은 소리치며 답하였다.
얼마 후 은성을 지나서 길을 따라 쭉 올라왔을 때였다.
“건안성으로 가는데 이렇게 깊은 산중이 있었나?”
초입에서 멈춰선 이의방이었고 돈장은 지도를 펼쳐 살피었다.
“이쯤인 듯싶사옵니다.”
이의방은 돈장이 가르치는 곳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 표기 잘 해두게. 역수 고개처럼 관문 하나 만들어 버리게.”
“그리하겠사옵니다. 합하.”
돈장은 미소를 지었다.
“합하, 척후를 보내오리까?”
우학유의 물음에 주위를 살피고는 고개를 끄덕이자 우학유는 곧장 부장에게 명령을 내렸다.
“척후를 풀어라!”
“예! 상장군!”
“척후를 풀라는 명이다! 산등성이로 오르고! 기병은 전진하라!”
“예! 장군!”
척후를 투입하려는 기수가 깃발을 올리자 뒤에 있던 척후병들이 앞으로 뛰어나와 산등성이를 오르기 시작했고 기병들은 길을 따라 빠르게 나아갔다.
수십 명의 척후가 산등성이를 오르며 곳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미, 미친놈들 저놈들이 사람이란 말인가?”
숨어 있던 거란군이 아주 작은 소리로 고려군에 기겁했다.
갑주를 입고서 저렇게 빠르게 산등성이에 올라 산을 살피는 게 가능한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히 해라. 놈들에게 들켜서는 안 돼.”
“예.”
거란군은 숨을 죽인 채로 가만히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척후병들을 살피었다.
그런가운데 고려군의 척후병들은 산을 오르면서 가만히 서서는 위쪽을 바라보았다.
거란군이 있는지 없는지 보이지 않았다.
“올라… 올까요?”
거란군 장수 한 명이 물었다.
“올라올 수 없다. 이곳은 저 밑에보다 더 가파르고 험준하다.”
거란군 장수는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고려군 척후들을 가만히 살피었다.
고려군 척후들은 아군들을 바라보며 수신호를 주고받기 시작하더니 곧장 산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준비해.”
“예, 장군.”
옆에 있던 이들이 곧장 제 자리로 모두 향하기 시작했다.
투툭.
나뭇가지를 밟았는지 소리가 들렸고, 거란군 장수 몇몇이 그대로 움직임을 멈추고 기다렸다.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려군 척후가 바로 몸을 돌아서 다시 살피기 시작하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몸을 돌아서서는 산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걸 지켜보던 거란군 장수가 수신호를 주자 다시 장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합하! 아무런 문제 없사옵니다!”
척후의 말을 들은 이의방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주위를 살피었다.
“팽배수를 왼편으로 더 보강하고 기병은 선두에 서게 하여라.”
“예, 합하.”
“팽배수를 왼편으로 이동시켜라! 기병은! 선두에 선다!”
우학유가 외치자 부장들이 소리치기 시작하였고 팽배수들은 바로 왼편으로 이동하였고 기병들이 이의방 앞으로 나오기 시작하며 선두에 서기 시작했다.
이의방은 뒤를 슬쩍 보고는 이동하는 군사들을 살피며 다시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한참을 들어서자 이의방은 말 안장 뒤에 달린 방패를 꺼내어 왼손에 장착하고 고삐를 부여잡았다.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는 것이었다.
군사들 역시 주위를 살피면서 경계해 들어갔다.
팽배수들은 더욱더 긴장하였다.
앞에 이의방이 방패를 꺼냈으니 경계를 느슨하게 하면 안 되었다.
특히나 팽배수들 전체가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삐이이익!
효시(嚆矢)의 소리가 들리자 이의방은 깜짝 놀라 방패를 추어올렸다.
“공격하라!”
공격하라는 소리가 산 위에서 들렸고, 팽배수들은 곧장 앉아서 방패를 받치었고 2열에 있던 군사들이 방패를 겹치며 울타리를 만들었다.
파파팍!
곧장 화살들이 떨어져 왔다.
“으아악!”
“컥!”
퍼, 퍽!
화살에 맞은 기병과 군사들이 일제히 쓰러졌다.
“동요하지 마라! 천천히, 그리고 빠르게 움직여라!”
장수들은 현 상황에서 매우 침착하게 군사들을 지휘하였다.
“기병은! 치고 나아가라!”
“기병은! 앞으로 나아가라! 이곳을 벗어나라!”
이의방은 앞줄에 선 기병들에게 소리쳤다.
이곳에 기병들이 있으면 더욱더 피해만 크니 말이다.
두두두두!
기병들은 이의방의 명령에 따랐고 곧장 앞으로 미친 듯이 화살이 떨어지는 곳에서 탈출하기 시작했다.
티티팅!
화살들이 방패에 맞으며 튕겨 나갔다.
“놈들이 통나무와 바위를 굴리지 않는다! 천천히 안전하게 이동하라!”
우학유는 방패로 자신의 몸을 보호하면서 군사들에게 외치었고 군사들은 우학유와 장수들의 명을 받자마자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합하! 이곳에서 바로 벗어나시지요.”
“되었다. 거센 공격이 아니야! 버틸만해!”
지형을 계속 봐온 이의방이었다.
통나무나 바위를 굴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통나무를 굴리면 뿌리가 깊고 큰 나무에 막히게 될 것이고.
바위를 굴린다 할지라도 위력이 떨어지는 바위 공격은 팽배수에게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할 것이었다.
“천천히! 움직여라! 놈들이 근접으로 들어올 수 있다!”
돈장이 소리치며 공격에 방어하였다.
군사들을 일정하게 빠른 속도로 그곳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장창수들과 궁수들은 몸을 최대한 낮추며 팽배수들과 발을 맞추어 나아갔다.
계속되는 화살 공격, 하지만 처음 공격보다 확실한 방어 덕분에 더 이상 아군의 피해가 없었다.
거란군도 군사들에게 피해가 없는 걸 아는지 이제는 부장들을 향해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퍼퍼퍽!
히이이잉~!
갑옷과 방패로 보호하는 부장들의 말을 쏘아 맞히며 부장들을 떨어트리기 시작하는 거란군이었다.
“이런! 개X끼들이!”
“합하! 먼저 가십시오! 합하를 뫼시어라!”
“예!”
부장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이의방을 감싸던 부장들은 답하였다.
“합하!”
“가자아!”
두두두두!
이의방은 최대한 빠르게 그곳을 벗어나고 상장군들은 말에서 내려 말에 몸을 기대고 방패를 이용해서 천천히 나아갔다.
“쳐라~!”
화살 공격이 멈추고 거란군 측에서 공격령이 떨어지자 거란군사들이 미친 듯이 산 아래로 뛰어 내려오기 시작했다.
“팽배수! 준비!”
돈장이 소리치자 군사들은 모두 발길을 멈췄다.
장창수들은 방패 사이에 장창을 걸고 뛰어오는 거란군을 향해 찌를 준비하고, 궁수들은 허리에 패용한 칼을 빼어 들었다.
“쳐라!”
거란군은 일정 거리 안에 들어오자 몸을 날려 팽배수에게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팽배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며 오히려 다리와 왼팔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날아올라 공격해오는 거란군을 방패를 이용해 받치더니 그대로 뒤로 넘겨 버렸다.
푸푸푹!
칼을 빼 들고 있던 궁수들이 뒤로 넘긴 거란군을 찔러 죽이기 시작했다.
뒤로 밀려드는 거란군은 장창병이 양손으로 장창을 내질러 거란군을 찔러대기 시작했다.
푸푸푸푹!
가슴팍과 복부, 또는 어깨를 꿰뚫어 버리는 고려군의 방어 공격에 거란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하였다.
간신히 가까이 붙은 거란군이 공격을 가하면 한쪽 무릎을 굽히고 막고 있는 팽배수들이 철퇴와 도끼를 이용해 가차 없이 거란군의 다리를 공격하거나 발을 내리찍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