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화
고려군의 궁수와 쇠뇌병 공격에 거란군도 심하게 피해를 입고 있었다.
“막아라! 충차를 막아! 저쪽 서문이다! 서문에서 고려놈들이! 몰려온다!”
거란군 장수가 성곽에서 지휘하며 상황을 살피다가 고려군이 몰려드는 쪽을 보고 군사들에게 명령을 내리자 순식간에 군사들이 서문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한편 이의방은 단상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초조하게 군사들의 움직임을 바라보았다.
“합하, 조금만 더 기다려 보시지요.”
지금 당장 뛰어나가서 진두지휘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 나가면 사기는 더 올릴 수 있지만 아직 저렇게 거세게 저항하는 거란군에게 집중 공격을 당할 수 있어서 함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은성만 함락시키면. 건안성으로 갈 수 있는데. 이런, 이런…….”
이의방은 눈썰미를 찌푸렸다.
그리고 저 멀리 사다리를 타고 가는 누군가가 보였다.
“이영령 아니야?”
상장군이 스스로 사다리에 올랐다.
상장군 이영령이 올라가는 모습에 군사들은 사다리에 집중하였고 궁수들은 이영령이 다치지 않고 무사히 성곽을 오를 수 있도록 거란군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옳지. 그래! 그래… 그렇게! 조금만 더!”
이영령이 거의 다 올라간 모습에 이의방은 활짝 웃으며 단상에서 펄쩍 뛰었다.
“올랐다!”
이의방은 크게 소리쳤고, 이의방을 지키는 사병들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 틈을 타서 성곽에 팽배수들이 오르고 있었고 성곽에 선두에 선 이영령은 검을 휘두르며 거란군을 닥치는 대로 베어가고 있었다.
“아직 안 죽었네! 이영령이! 하하하하하!”
이영령을 뒤로 이어서 우학유, 최원호, 돈장이 사다리에 올랐다.
“그래! 올라가! 올라가 버려! 할 수 있어! 하하하하!”
이의방은 신이 나서 크게 웃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군사들을 베어가는 사이에 뒤에서 창병들이 이영령을 찌르는듯한 모습이 이의방 눈에 들어왔다.
이영령이 번쩍 창으로 들려 올려지면서 성곽 밖으로 내팽개쳐지는 걸 본 이의방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곧장 월도를 들고서 단상에서 내려와서는 말을 타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에 박지영 역시 사병들을 이끌고서 이의방의 뒤를 따랐다.
“진격하라! 진격해!”
이의방은 말을 타고 달리면서 군사들을 향해 외쳤다.
콰아앙! 콰앙! 콰앙!
충차로 성문을 때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한참을 말을 타고 뛰어서 이영령이 떨어진 곳에 도착해 말에서 내리자 팽배수들이 이의방에게로 곧장 다가와 방패를 추어올리며 이의방을 보호하였다.
이의방은 곧장 이영령에게로 향하였다.
이영령이 떨어진 곳에 팽배수들이 방패를 들어 올리며 이영령을 보호하고 있었고, 이의방은 군사들 사이를 헤집고 이영령에게로 다가갔다.
“하아~”
다행히도 이영령은 크게 부상당한 모습이 아니었다.
“하, 합하.”
“괜찮은가!?”
“예! 다시 올라갈 수 있사옵니다!”
이영령이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그대로 경직되었다.
“으… 으.”
이영령의 인상이 완전히 구겨졌다.
딱 봐도 떨어지면서 허리를 다친 모양이었고, 팔의 상태도 좋지 않았다.
최소 부러진 것 같았다.
“속히 이 상장군을 군영으로 안전하게 데려가라!”
“예! 합하!”
이의방은 그렇게 말을 하고서는 성곽 위를 바라보았다.
“전군은! 나를 따르라!”
이의방은 그렇게 외치면서 이영령이 들고 있던 방패를 들고서 사다리로 뛰어갔다.
무수히 떨어지는 돌덩어리들을 방패로 머리를 보호하면서 사다리에 올라탔다.
“하, 합하!”
그 모습을 뒤에서 보던 박지영이 당황했다.
이의방은 방패로 보호하면서 천천히 사다리를 올라가고 있었다.
한 손에는 방패 한 손에는 월도를 든 상태로 사다리를 잡고 올라가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이의방은 능숙하게 사다리를 타고 다리에 힘을 주며 올라갔다.
이의방은 점점 성곽에 가까워지는 순간 몸을 앞으로 하며 사다리에 기대어서는 월도를 들어 올려 거란군의 복부를 향해 찔러 넣어버렸다.
푸욱!
거란군이 입에 피를 흘리며 그대로 성곽 밖으로 떨어지자 이의방은 몸을 최대한 사다리에 기대었다가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고 박지영이 그 뒤를 따랐다.
이의방이 천천히 사다리를 타고 성곽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모든 이들에게 귀감이 된 것인지 군사들은 미친 듯이 사다리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궁수들은 최대한 상장군과 이의방을 보호하면서 활을 쏘기 시작했다.
이의방은 자신을 공격하려는 거란군이 창을 아래로 내지르자 월도로 창을 쳐내며 한 발짝 나아가면서 월도를 다시 휘둘러 거란군의 목을 베어 버렸다.
“합하!”
이미 먼저 성곽에 오른 우학유의 목소리가 들렸고 우학유는 팽배수들을 이끌고 이의방이 오르고 있는 곳으로 미친 듯이 거란군을 처리하며 오고 있었다.
방패로 얼굴을 가격하고 방패를 이용해 거란군을 밀쳐내고 검을 찔러 들어가며 온갖 힘으로 밀어붙였다.
그리고 이의방이 성곽에 발을 내디뎠다.
주위에서 거란군이 밀려 들어오자 이의방은 온 힘을 다해서 성곽 쪽으로 몸을 내밀었다.
그리고 굴러서는 월도로 거란군의 다리를 베어 버리며 거란군 장수가 있는 장대까지 월도를 휘두르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뒤에서는 이영령이 이의방의 앞으로 튀어나가 거란군을 베고 찌르며 길을 열어갔다.
“와아아아!”
그 모습에 군사들은 벌써 이겼다는 듯 함성을 내지르며 사다리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이의방이 성곽에 발을 들이대자마자 승기를 단번에 잡아 버린 것이었다.
물론 선두 주자였던 이영령의 공이 제일 컸으나 이의방도 못지않았고 모든 장수와 군사들에게 이의방의 실력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의방은 월도를 꽉 쥐고 방패를 왼손에 들고서는 주위에 움직이는 거란군이 보이면 월도로 등과 복부에 찔러 넣으며 숨통을 끊어버리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파아악!
성문의 빗장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오자 이의방은 미소를 지었다.
성문이 깨지며 열리자 물밀 듯이 군사들이 은성으로 뛰어 들어가기 시작하며 거란군과 거란 민들을 가리지 않고 거의 학살 수준으로 은성을 장악하기 시작하였다.
이의방을 따르는 사병들은 박지영의 뒤를 따르며 성곽을 장악하며 이의방의 양측으로 에워싸면서 이의방을 호위하였다.
성곽을 장악해 가는 고려군은 성곽에서 아래로 성 아래로 내려가며 성문으로 들어오는 군사들과 합류하면서 은성 곳곳을 다니며 민가에 불을 지르고 보이는 대로 다 죽이기 시작하였다.
이의방은 현재 상황에 있어서 어떤 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마음대로 하게끔 내버려 두고 있었다.
턱!
이의방은 장대 굳게 닫힌 문을 보았다.
“문을 부숴라!”
“예! 합하!”
“문을 부숴라!”
도끼를 든 사병들이 앞으로 나가며 문을 찍어 내리며 부수기 시작했다.
콰앙! 쾅! 쾅!
수십여 명이 달려들어 도끼로 찍으며 문을 부수기 시작하자 도끼로 찍히며 뜯어지는 문이 눈에 들어왔다.
그 사이로 거란군사들이 창을 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몇몇 장수들도 눈에 들어왔다.
거의 다 문을 때려 부숴갈 즘에 반대편에서도 도끼질하기 시작하는 소리가 들렸다.
“합하, 괜찮으시옵니까?”
“어! 매제! 하하하하!”
이의방은 우학유를 바라보며 크게 웃었다.
“아직 나 쓸만해. 안 그래?”
“다행이시옵니다. 합하.”
우학유는 고개를 숙이었고 우학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합하, 이제… 그만하시는 게 어떠십니까?”
난장판 중에도 난장판이 되어가는 성안이었다.
“내버려 두게. 우리 군사들의 희생이 제일 큰 은성이야.”
“예, 합하.”
콰앙!
문이 완전히 부서지며 팽배수들과 사병들이 안으로 들어가 거란군을 공격하며 삽시간에 장대 안에 있던 거란군과 장수를 제압하자 이의방이 장대 안으로 들어갔다.
장대 안으로 들어서자 이의방을 매섭게 노려보는 거란군 장수들이 눈에 들어왔다.
“역관은?”
“곧 데려오겠사옵니다.”
돈장이 부장을 바라보자 부장들이 곧장 움직였다.
이의방은 들고 있던 방패를 사병에게 건넸고 천천히 몇 걸음 다가가서 거란족 장수 하나를 인상을 찡그리며 바라보았다.
“네놈이지.”
단상에서 바라보았던 거란족 장수하나. 그놈이 딱 눈에 들어왔다.
이의방은 곧장 월도를 빼서는 복부에 찔러 넣어버렸다.
“커허억!”
그리고 찔러 넣어버린 월도를 비틀었다.
피가 줄줄 복부에서 흘러나오자 이의방은 월도를 다시 빼내어 버렸고, 장기로 보이는 것들이 날에 묻어 나왔다.
그대로 거란족 장수는 푸욱 허리를 숙이며 죽어버렸다.
“그리고, 네놈… 네놈이지! 이 상장군을 떨어트린 놈이!”
이번에도 정확히 찾아내는 이의방이었다.
“합하, 역관을 데려왔사옵니다.”
역관을 데려왔다는 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란족 장수는 침을 꿀꺽 삼키며 피가 뚝뚝 떨어지는 월도를 보고는 겁에 질려 있었다.
푸욱!
그런 거란족 장수에 이의방은 이번에는 복부가 아닌 폐부를 찔러 버렸다.
“그만해! 이 미친 새끼야!”
참지 못한 거란족 장수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놈이 소리치며 이의방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사병들은 그 장수를 패기 시작하며 이의방에게 달려들지 못하도록 확실하게 짓밟기 시작했다.
그와중에 이의방은 폐부를 찌른 월도를 비틀어 버렸고, 거란족 장수의 얼굴이 빨개지며 숨을 쉬지 못하고 한 움큼 피를 뱉어내며 부들부들 떨었다.
이의방이 곧장 월도를 뽑아 버리자 갑옷과 얼굴에 피가 묻었고 거란군 장수는 그대로 죽어버렸다.
이의방은 병사들이 짓밟고 있는 장수를 한번 바라보다가 천천히 뒤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장대 뒤편에서는 성안이 훤히 보였다.
고려군은 아직도 살육전을 펼치고 있었고 성안은 불바다가 되었다.
곳곳에 널브러진 시신들과 거란군 그리고 고려군의 시신도 눈에 들어왔다.
“매제.”
“예, 합하.”
“이 정도면 되었네.”
우학유는 고개를 숙이며 소리쳤다.
“이 성은 고려의 성이다! 모든 군사는 재집결하도록 하라!”
“예! 상장군!”
부장은 곧장 소리쳤다.
“북을 치고 나팔을 불어라! 전군은 모두 대열을 다시 갖춘다!”
우학유의 명이 떨어지자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기수가 재집결하라는 신호를 올려보냈다.
뿌우우우~!
나팔 소리가 함께 들리자 소리를 들은 고려군은 경계하다가 천천히 뒷걸음으로 물러서면서 성문이 있는 쪽으로 군사들이 모두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의방은 시선을 돌리며 거란군 장수를 바라보았다.
“네놈이 이 성의 관리자냐?”
이의방이 묻자 곧장 역관이 통역하였다.
“맞다 합니다.”
맞다는 말 치고 너무 과격한 말투, 이의방은 슬쩍 역관을 바라보며 물었다.
“정확히 통역해라. 말 빼먹지 말고.”
“예?”
“쟤가 하는 말 그대로 통역하라고 그게 욕이 되었든 뭐가 되었든.”
“아, 예. 합하.”
역관은 다시 통역한 걸 말해주었다.
“그, 그렇다. 개… 잡놈의 자식. 아…….”
“개잡놈이라? 그래 내가 개잡놈이기는 하지. 하하하하!”
이의방은 크게 웃었다.
“그래, 앞으로 그렇게만 하거라.”
“예, 합하.”
역관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고, 이의방은 피식 웃으며 거란군 장수를 바라보았다.
“네놈이 야율효기 라는 놈이냐?”
“그렇다 합니다.”
“항복하겠느냐?”
“우리 형님이 너희 고려군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 합니다. 이… 자, 잡놈아.”
“그거 듣기 불편하네…….”
뒤에 있던 우학유가 눈살을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