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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천하의 주인-151화 (151/159)
  • 151화

    두웅~! 두웅~!

    진군의 북소리가 울려 퍼지었다.

    일정 사거리에 석포가 다다르자 군사들은 석포에 돌을 실어서 석포를 성벽으로 날려 버렸다.

    후우웅!

    묵직한 돌덩이가 성벽을 때렸고, 또 다른 돌덩이는 성곽을 때리거나 거란군을 공격하였다.

    한참을 석포를 때려 부은 뒤에 석포 사이로 정란이 나아 갔다.

    “돌격!”

    “와아아아아~!”

    군사들은 함성을 내지르며 성으로 달려갔다.

    사다리를 가진 군사들이 땅 위에 내리고 사다리를 성곽에 걸치자 팽배수들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란군의 저항은 매우 거세었다.

    “겁먹지 마라! 올라가면 우리가 승리한다!”

    지휘장수들은 방패로 머리를 보호하며 사다리 앞에서 군사들을 보채며 올려보내기 시작했고, 거란군은 미친 듯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고려군을 향해 군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으아악!”

    투투툭!

    사다리에서 굴러떨어지는 팽배수들을 보고 장수들은 인상을 찡그렸다.

    몇 번 상대해 보니 팽배수들의 취약점을 알게 된 거란군 궁수들은 다리 사이와 다리를 집중적으로 공격하였다.

    하지만 그렇게 공격하면 할수록 거란군의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고려군 궁수들은 틈을 주지 않고서 계속해서 공격을 감행하였기 때문이다.

    천천히 충차가 동문에 다다르기 시작하자 거란군은 충차를 향해 일제히 공격을 감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충차는 어느 때보다 더 견고한 모습이었다.

    불화살이 충차에 떨어지면 미리 준비한 물을 담은 물통을 뿌리면서 빠르게 불씨를 제압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장군! 놈들의 공격이 어느 때보다 매우 강렬하옵니다! 서문에 군사를 증원하시지요!”

    거란군 장수들이 의논하였다.

    동문을 통해서 확실히 끝내버리겠다는 듯한 고려군의 맹공이었다.

    “기름을 부어라! 놈들이 올라오지 못하게 사다리를 전부 넘어뜨리려!”

    거란군 장수는 소리치며 명령을 내렸고, 보병들이 창을 사다리에 걸어서는 밀어 넘어트리기 시작했다.

    콰아앙!

    사다리가 넘어가고 성곽 아래로 기름을 부어서 올라오지 못하도록 불을 내었고, 고려군은 더 이상 성벽에 다가갈 수도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거기에 고려군 일부는 비명을 내지르며 불길에 휩싸인 채로 바닥을 굴러다니다가 타죽어 갔다.

    콰아앙! 콰앙! 쾅! 쾅!

    충차가 석성 동문을 가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충차가 있는 곳으로 궁수들이 배치되었다.

    “쉬지 말고! 화살을 날려라! 정란이 곧 도착한다! 보병들은 모두! 정란 위로 올라라!”

    정란에 탄 궁수들은 쉴 새 없이 활을 빠르게 성곽에 도착하기 전에 정란에서 내려가기 시작했고 보병들은 기다리다가 정란에 궁수들이 모두 빠지자 팽배수 들이 모두 정란으로 바꿔 올라탔다.

    멀리서 이의방이 동문을 관찰하면서 살피었다.

    “군사를 더 투입하라.”

    “군사를 더! 투입하라!”

    박지영이 외치자 부장들이 속속히 움직이며 군사들을 이끌고 석성으로 뛰어갔다.

    촤아악!

    성문 인근에서 군사들이 물을 퍼 담은 양동이를 성벽과 바닥에 불을 물을 뿌리며 꺼버리자 정란은 성곽 가까이 붙어갔다.

    거리에 다다르자 충차가 멈추었다.

    티티팅!

    방패로 날아오는 화살을 막았다.

    “지금이다! 성곽에 목판을 걸쳐라!”

    목판을 걸치라는 소리가 위에서 펼쳐지자 정란의 앞부분이 묵직한 소리와 함께 성곽에 걸쳐지자마자 팽배수들이 성곽으로 뛰어 들어가며 거란군과 전투를 벌이기 시작하였다.

    “조금만, 조금만… 더…….”

    이의방의 눈에 동문으로 거란군들이 집결하는 게 들어왔다.

    그렇게 가만히 지켜보던 이의방은 소리쳤다.

    “지금이다! 소라를 울려 신호를 보내라! 효시(嚆矢)를 날려라!”

    부우우우우~!

    소라가 울려 퍼지고 효시 하나가 서문 쪽에 대기하는 군사들이 있는 쪽으로 날려 보냈다.

    삐이익~!

    효시의 소리를 들은 고려군은 곧장 서문 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고 갈고리를 있는 힘껏 던져 성곽에 걸고 바로 성벽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서문의 군사들은 대부분 비어 있었다.

    거기에 그들을 발견하더라도 뒤에 있던 궁수들이 쏘아 소리 치를 겨를도 없이 명줄을 끊어 내 버렸다.

    콰앙! 쾅! 쾅!

    충차는 계속해서 성문을 때렸다.

    하지만 성문은 쉽게 깨지지 않고 있었다.

    “조금만 더 버텨라! 가한께서 부른 원군이 올 것이다!”

    원군이 올 거라며 희망을 주는 거란군 장수였다.

    팽팽한 고려군과 거란군의 싸움은 양쪽 모두의 피해를 극대화시킬 뿐이었다.

    이 와중에 누구 하나가 항복을 하지 않는 이상 양측의 피해는 헤아릴 수 없을 것이었다.

    “막아라! 놈들을 막아!”

    “올라가! 올라가! 이제 다 끝났다! 올라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라는 고려군 지휘관들이었다.

    “전군! 겁먹지 마라! 이제 석성은 곧 우리의 성이 될 것이다!”

    우학유가 말을 타고 한 손에는 방패를 들고 군사들을 직접 지휘하였고 반대편에서도 돈장이 방패를 들고 서 군사들을 다독이며 지휘하고 있었다.

    군사들은 상장군들의 모습을 보더니 더욱더 사기가 올라 겁먹기는커녕 돌덩이나 화살이 날아온다 할지라도 무조건 사다리에 올라 성곽을 오르기 시작했다.

    “미, 미X놈들!”

    거란군은 개미 떼처럼 사다리에 몰려드는 고려군을 보며 치를 떨었다.

    그들은 두려움을 모르는 존재처럼 보였다.

    한 손에 방패, 그리고 한 손에 철퇴, 도끼, 창을 들고서 맹렬하게 올라오는 고려군은 거란군에게 마치 지옥의 야차들 같았다.

    “으, 으아아아!”

    고려군을 보고는 겁을 먹는 거란군이 무기를 버리고 도망치는 사례까지 일어났다.

    “미, 미X놈들! 도망가지 마라! 도망가면! 모두 참형에 처할 것이다!”

    거란군 장수는 거란군을 다그쳤다.

    하지만 사기에 있어서 밀려버린 거란군이었다.

    “와아아아!”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함성소리에 깜짝 놀란 거란군 장수가 아래쪽을 바라보자 수백에 달하는 고려군이 동문, 남문, 북문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마, 막아라! 성문이 열리면 안 된다!”

    성문을 막으라며 소리치는 거란군 장수, 하지만 이미 늦었다.

    “장군! 피해야 합니다!”

    “피하기는 어딜 피하느냐! 죽어도 이곳에서 죽을 것이다! 그러니까 어서 가서 막아!”

    “예!”

    거란군 장수의 명을 받은 부장은 곧장 자리로 돌아가면서 눈앞에 보이는 고려군을 베고 찌르기 시작했다.

    끼이익!

    곳곳에서 성문이 열리자마자 고려군은 미친 듯이 성안으로 들어오며 눈에 보이는 거란군이란 거란군은 모두 학살해 가기 시작했다.

    상장군과 지휘장수들의 명이 없는 한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었다.

    “하, 합하! 성문이!”

    “알고 있다. 전군에게 항복하는 거란군은 살려두라 명하라!”

    “예! 합하!”

    박지영이 일부의 경기병을 이끌고서 곧장 성안으로 향하였고, 이의방은 완전히 정리될 때까지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두두두두!

    본대로 오는 말소리에 이의방이 시선을 돌렸다.

    “합하!”

    “어디서 온 누구냐?”

    “은성에서 이영령 상장군께서 보내셨사옵니다!”

    “오! 이 상장군이! 그래, 은성의 사정은 어떠하냐?”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은성의 사정이 급하니 군을 더 부탁하시옵니다!”

    “뭐, 뭐야!? 아니 이영령이 은성을 아직 넘지 못하고 있어?”

    이의방은 당황스러웠다.

    대체 얼마나 다급하면 파발을 보내어 군사를 보내 달라고 하니 말이다.

    “전세가 급한 것이냐? 급하면 얼마나 급한 것이야?”

    “아뢰옵니다. 이영령 장군께서 매복에 걸리셔 그만…….”

    “그만 뭐? 죽었어!?”

    “아, 아니옵니다. 대부분 군사가 죽었고, 부상자도 막심하옵니다. 두 분 상장군께서는 무탈하시옵니다.”

    이의방은 무탈하다는 소리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석성은 이미 함락이 되었으니, 정리가 되는 데로 내가 곧 은성으로 가겠다고 이르거라.”

    “예! 합하!”

    파발은 고개를 숙이며 다시 말머리를 돌리어서 은성으로 향하였다.

    “대체 어느 놈이… 감히.”

    이의방은 말고삐를 꽈악 쥐었다.

    완전히 장악하고 정리를 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이의방은 전군을 이끌고서 석성 안으로 들어갔다.

    석성에 들어오자, 포박당한 채로 묶여 있는 거란군을 본 이의방이었다.

    “합하, 석성에서 포박한 거란군과 장수이옵니다.”

    “모두 하옥하고, 거란민들은 모두 생업에 종사케 하고, 죽은 이들은 거란민들과 함께 잘 묻어 주어라.”

    “예, 합하.”

    우학유는 고개를 숙이며 답하고 몸을 돌아섰다.

    “저들을 모두 하옥하고, 거란민 들은 이제 고려의 백성이니, 더 이상의 살육은 없을 것이라고 공표하여, 생업에 종사케 하라.”

    “예! 상장군!”

    빠르게 거란군 측들을 모두 일으켜서 옥사로 데려갔고, 거란말을 할 줄 아는 역관과 더불어 대정과 교위들이 군사들을 이끌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우 상장군, 돈 상장군.”

    “예, 합하!”

    “오늘은 여기서 쉬었다가 바로 은성으로 갈 것이다. 그리고 이곳은 흥위위 대장군 홍중방에게 총괄을 맡기겠다.”

    “알겠사옵니다. 합하.”

    은성으로 간다는 말에 우학유와 돈장은 조용히 대답하며 고개를 숙였고, 이의방은 천천히 관아로 향하였다.

    * * *

    며칠 후

    이의방은 석성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군사들을 이끌고 은성으로 향하였다.

    며칠간 이곳에서 척후(斥候)를 보내어 주변을 살피어본 결과 건안성에서 거란군이 움직임이 포착되었다는 소식을 받았다.

    거란군은 석성으로 오지 않고서 아직 함락되지 않은 은성으로 향하였다는 보고를 받았으며, 석성이 함락되자마자 흥화진 방어사 김순과, 사량주에게 가능한 최대한의 병력을 석성으로 배치하라는 파발을 띄웠고, 서경유수 조위총에게도 파발을 띄웠다.

    석성의 행정을 맡을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석성으로 오면, 임시직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행정력이 풍부한 관리들이 석성에 가장 먼저 필요하였다.

    고려의 제도까지 따르게 하기 위해서라면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서였다.

    “합하!”

    이영령이 몰골이 아닌 채로 이의방을 맞이하였다.

    “꼴이 말이 아니구만, 세상에… 피해가 이렇게 커?”

    “송구하옵니다. 전군(前軍)이 성안으로 들어간 게 컸사옵니다.”

    “성안으로 들어가? 자세히 이야기해 보게.”

    이의방은 곧장 말에서 내려서는 군막을 젖히고 안으로 들어가자 휘하 장수들 역시 안으로 들어갔다.

    이의방은 상석에 곧장 자리에 앉자 장수들도 자리에 앉았다.

    “이야기해봐.”

    “사일 전, 마지막 전투를 끝으로 은성을 점령하려고 하였습니다. 합하께서도 보시다시피 서문 이외에는 공성장비를 거의 쓸 수가 없어 충차 하나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만 이용해 공격을 감행하였습니다…….”

    이영령이 충차로 맹공격을 퍼부었고, 고려군은 사다리를 이용해서 성곽으로 올라갔다.

    거란군은 맹렬하게 저항하였고 낭아박(狼牙拍), 야차뢰, 철취화계(鐵嘴火鷄)를 동원하면서 성곽을 방어하였고, 충차가 불에 타거나 망가지면 다른 충차를 이용해서 성문을 공격하자 결실을 보는 듯 성문이 열렸다.

    하지만 거기서 실수였다.

    성문이 부서지면서 열린 게 아닌 마치 강제로 열어준 것처럼 열렸다는 것이다.

    군사들과 장수들은 성문이 열린 것만 보고 모두 들어갔다가 은성 내 성문에서 매복에 걸렸고 다시 나오려고 하였지만, 아군이 밀려오니 얽히고설켜 결국에는 대패를 하였다는 것이었다.

    이의방은 이영령의 설명을 듣고서 헛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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