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화
“고생하였다. 저자가 거란의 장수더냐?”
“예! 그러하옵니다! 상장군!”
박존위는 말에서 내리자 최숙청 역시 말에서 내려 천천히 포박당한 장수에게로 다가갔다.
“네가 이 성의 장수로구나.”
“죽여라! 이렇게 묶어 두지 말고 죽이란 말이다!”
박존위에게 달려드는 거란군 장수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고려군 장수 하나가 거란군 장수의 복부를 검집 끝으로 가격하였다.
퍽!
“커헉!”
“통역!”
최숙청이 역관을 부르자 곧장 흉갑을 입은 역관이 다가왔다.
“상장군, 부르셨사옵니까.”
“통역하거라.”
“네 이름은 무엇이냐?”
박존위가 통역이 오자 곧장 물었고 역관이 묻자 거란군 장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박존위만 노려볼 뿐이었다.
“이놈이! 상장군께서 묻지 않느냐!”
빠악!
이번에는 발로 차버리는 고려군 장수였다.
“그만, 되었다. 다른 놈에게 물어보면 되는 것 아니냐.”
박존위는 그렇게 말하며 다른 거란군 장수로 보이는 이에게 다가갔다.
“저자의 이름이 무엇이냐?”
거란군 장수는 눈치를 보았다.
“죽이지는 않으마, 그냥 이름만 물어보는 것이다.”
역관이 통역을 하자 거란군 장수가 눈치를 보다가 입을 열지 않자 박존위는 피식 웃으며 다시 처음 묻던 장수에게 다가섰다.
“이들을 모두 가두어라, 그리고 성을 모두 장악하고 이곳을 통제할 것이며 파발을 띄워 이 성을 지킬 증원군과 보급을 청하라!”
“예! 상장군!”
부장들은 곧장 움직였다.
“지용문!”
“예! 상장군!”
“이곳을 네가 책임져 도맡고, 증원군이 오면 인계를 하고 본대에 합류해야 한다!”
“예! 상장군!”
박존위의 명을 받은 장수는 자신의 부장들을 통제하며 군사들을 이끌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란민들은 죄가 없으며! 금일부로! 거란민 들은 더 이상 거란인이 아닌 고려의 백성임을! 고려국의 황제 폐하와 상국 합하의 이름으로 천명하는 바이다!”
박존위에 외침에 역관은 모든 이들 앞에서 통역하였다.
“백성들은 아무런 일이 없을 것이니, 생업으로 돌아가! 생업에 종사하라!”
말이 생업에 종사하라는 거지 성안은 개판이었다.
거기에 성곽 아래쪽에 있던 민가들은 모두 다 불에 타버렸고. 불길이 곳곳에 번지는 바람에 민가는 대부분이 타버린 상태였다.
거의 남아 있는 게 없는 백성들이었다.
“군량을 풀까요?”
최숙청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금 군량이 얼마나 남아 있습니까?”
“많이 남아 있는 걸로 압니다. 거기에 점령한 성에 백성들에게 배급한 식량과 군량까지 생각한다면 아직 여유는 있습니다. 지금 당장 배급을 하고 군사들을 먹인다면 보급이 당도할 때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상장군께서 도맡아 주시지요. 죽은 병사들까지 합해서요.”
“그리하겠습니다.”
최숙청은 살며시 고개를 숙이었다.
“신호위는! 경계태세를 갖추어라!”
“예! 상장군!”
“신호위의 군사들은 이곳에 전사한 군사들을 수습하고! 군량을 백성들에게 배급할 것이며, 보급을 준비하는 군사들은! 이곳에서 배식 준비를 준비하라!”
“예! 상장군!”
천우위(千牛衛) 장수들은 군사들을 통제하며 빠르게 수습에 들어가고 배급 준비에 들어갔으며 신호위(神虎衛) 군사들은 백성들을 모두 돌려보내면서 성안을 정리하게끔 유도하여 정리에 들어갔다.
“하아~!”
박존위는 한숨을 내리 쉬었다.
“왜 그러십니까?”
“각 성을 점령할 때마다 걸린 시간은 빠르면 두시진 길면 하루 반이 걸렸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지요. 완강하게 저항을 하지만, 고려군과 확연히 달라요. 그만큼 우리가 우세하다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더불어 서경(西京)에 유수(留守) 조위총(趙位寵)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 아닙니까.”
“하하하! 그렇게 되네요. 여차하면 서경 유수가 올라오면 되니.”
박존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거란족이 원군을 보내지 않는 거 보면. 내부에도 문제가 있는 거 같습니다.”
최원호의 생각을 들은 박존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한곳에 집결할 수도 있지요.”
“집결한다 하더라도 문제는 금나라가 없으면 우리의 승산이 더 앞설 겁니다.”
“이번 거란과 전쟁을 통해서 금나라의 의도를 알 수 있는 방향일 겁니다. 만약 금나라가 거란의 청을 들어 군을 보낸다면. 금나라와 고려는 철천지원수가 될 것이고, 군을 내지 않으면, 진짜 금나라와 함께하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그럼 급하게… 거란을 친다는 것도 합하께서 이를 계산하신 걸까요?”
최숙청의 물음에 박존위는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합하의 생각을 어찌 압니까. 그저 우리는 군인이니. 합하의 명을 받는 게지요.”
박존위는 그렇게 말을 하며 최숙청과 부장을 이끌고서 어지러운 성내를 살펴보기 시작하였다.
* * *
콰아앙!
“그게 무슨 소리야!”
약관의 나이를 이제 갓 넘긴 거란의 가한 야율유가는 대노 하였다.
“그래도! 어떻게든 만났어야지!”
동경부를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돌아온 사신이었다.
“죽여주십시오!”
“가한! 금나라는 저희를 돕지 않을 것입니다. 고려가 압록강을 넘었고, 금나라가 원군을 보내주지 않는다는 건 금나라와 고려가 서로를 의지하는 국가가 되겠다는 말이 아니 옵니까.”
“지금 미친 거야!? 금나라가 그럼 요동을 주겠다는!”
야율유가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맞습니다. 요동을 주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그럼, 어찌 되는 게야?”
야율유가는 털썩 주저앉았다.
“가한! 급보입니다! 급보!”
급보라는 소식이 울리며 안으로 장수 하나가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비사성에 고려군이 나타났습니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비사성은 곳곳이 천연암석으로 이루어진 성인데! 어떻게 고려군이 나타났다는 거냐!”
“그, 그게…….”
“뭐!”
“배를 타고…….”
“배? 저, 전선?”
야율유가는 지금 거란이 장악하고 있는 영토의 지도를 바라보다가 침을 꿀꺽 삼키었다.
“가한, 지금 생각하고 계신 게 맞다고 봅니다.”
거란의 참모라고 할 수 있고. 현 가한 야율유가가 가장 믿는 요리부선, 그리고 장인의 말에 야율유가는 주먹을 불끈 쥘 수밖에 없었다.
“가한, 지금 모든 성으로 파발을 뛰어서 더 이상 고려군이 성을 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우리 거란이 금나라만 믿고 준비만 하고 있던 게 문제입니다.”
“그럼, 어찌하자는 건가?”
“건안성으로 오고 있는 본대를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매복할 지점에 매복하고 건안성으로 들어오는 각성에 군을 배치해야 합니다.”
“그게 다인가?”
“지금 이게 제일 나은 방법입니다. 작은 성은 건안성에 있는 군으로 작은 성을 메꾸면 되고. 작은 성의 군사들은 한곳에 모두 집결을 시키십시오.”
“그럼, 건안성으로 오는 걸 막을 수 있는 건가?”
“막는 게 아니라. 몰아내야지요. 비사성과 목양성은 천혜의 요새 그러니 쉽게 함락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다만?”
“비사성 장수가 문제입니다.”
요리부선의 말에 야율유가는 인상을 찡그렸다.
비사성 장수 야율손, 가장 골칫거리인 놈을 그곳으로 보내버렸다.
항시 자신의 의견에 맞서던 놈이었다.
거기에 자꾸 눈에 거슬리는 짓을 해서 보기 싫어서 빌미를 만들어서 비사성으로 보내버렸다.
“흠…….”
“비사성이 뚫리는 순간 문제가 커집니다.”
“지금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제가 직접 군을 이끌고 비사성으로 가겠습니다.”
“장인이?”
“예! 저를 보내주십시오! 제가 비사성을 맡겠습니다.”
“그리하게. 나는 이곳에서 바로 파발을 다시 띄우고, 정비하겠네.”
“예!”
자리에서 일어난 요리부선은 고개를 숙이며 곧장 밖으로 나갔다.
며칠 후
“여기는, 지도에 없는 성인데.”
박존위는 요동지도를 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조악한 성인 걸 보면, 거란족이 급조해서 올린 성 갖습니다. 충차도 사용할 필요가 없어 보이네요.”
“흠, 그렇게 말하면 관문 정도 되는 건가?”
“관문이요? 하하하하! 역수 관문의 축도 못 드는 성입니다.”
“하, 그렇긴 하네요…….”
박존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군, 공격 준비를 해라. 충차는 쓰지 않는다. 사다리와 운제, 정란를 이용한다!”
“예! 장군!”
박존위에 명령에 대장군 정충선이 외쳤다.
“전군! 대열을 갖추어라! 1군! 2군! 3군! 전투 준비하라!”
신호위 대장군 정충선이 외치자 부장들이 속속히 움직이며 군사들을 전투 준비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두웅~! 둥~!
북소리가 울려 퍼지자 곧장 신호기가 올라갔다.
쿵! 쿵! 쿵! 쿵!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며 군사들이 움직이며 장수들이 앞장서며 성 앞으로 나아 갔다.
앞줄에는 운제 세 대가 움직였고. 두 대의 정란이 움직였으며, 그 뒤에 팽배수 장창수 궁수가 뒤를 따랐다.
성의 거란군 역시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방어 준비에 들어가며 궁수들이 앞줄에 서는 게 눈에 들어왔다.
“팽배수! 준비!”
장수들이 일정 거리 안에 들어서자 소리치자 팽배수들은 방패를 들어 올리며 방어에 들어갔다.
“궁수 위치로!”
궁수들 일부가 정란으로 이동하며 올라가면서 속속히 자리에 위치에 서서 시위를 당기기 시작했다.
턱!
궁수들과 정란이 멈추어지고 쇄문도차가 궁수들 사이를 가리며 보호하였다.
“발사!”
궁수들과 정란에 올라간 궁수들이 화살의 시위를 놓았고, 노포(弩砲)의 장전된 화살이 빗발을 뿌리듯이 성곽을 향해 맹렬히 날아갔다.
“계속 쏴라~!”
“전군! 돌격~!”
돌격이라는 소리에 사다리를 든 보병들이 뛰어가서는 땅에 사다리를 놓고 성곽에 걸자 팽배수들이 사다리를 타고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거란군 측에서도 성곽으로 올라오는 군사들과 성으로 달려오는 군사들을 향해 화살을 쏘아대었다.
하지만, 팽배수들의 방패에 화살이 막혔고, 팽배수들은 어떻게 보면 천천히 오르고 있었지만, 그들은 최선을 다해서 전력으로 성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퍽!
성곽에 다다르자마자 뒤에 있던 팽배수들이 들고 있던 도끼를 거란군 궁수에게로 던졌다.
선두에 선 팽배수들이 성곽에 다다르자 고려군 궁수들은 화살 공격을 멈추었고, 군사들이 정란을 앞으로 밀기 시작하였다.
대정(隊正)급의 장교들 역시 성곽이 뚫려가는 곳으로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성곽에 올라선 군사들을 이끌고 성문을 열기 위함이었다.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며 군사들은 닥치는 대로 거란군을 죽이며 장악해 나아 갔다.
쉴 틈 없이 밀려드는 고려군의 모습을 보는 거란장수는 치를 떨었다.
“저게 사람이란 말이냐! 아무리 급조한 성이라고 하지만 저렇게 쉽게 올라온다는 것이냐!”
“장군! 피해야 합니다! 적들이 성문으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곳곳에서 고려군이 성곽 아래로 내려가면서 올라오는 거란군을 죽이면서 방패로 올라오지 못하게 밀어내며 내려가고 있었고, 뒤를 따르는 장창수들이 창으로 거란군을 찌르면서 내려가고 있었다.
“문을 열어라!”
대정급 장교들의 외침에 팽배수들은 성문으로 냅다 뛰었다.
성문 앞에 다다른 군사들이 빗장을 제치고 성문을 활짝 열었다.
끼이익.
“전군! 공격하라!”
박존위의 명이 내려지자 남아 있던 군사들이 성문으로 뛰어 들어갔다.
거란군 중에서는 다시 성문을 닫기 위해 성문으로 뛰어 들어갔지만 역부족이었다.
팽배수들이 방패로 쳐내며 밀쳐내고 들고 있던 도끼, 철퇴, 단창으로 내려찍고 찌르면서 거란군을 쳐 내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