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려, 천하의 주인-148화 (148/159)

148화

“죽고 싶습니까? 숙정공.”

“위, 위위경! 어찌 이러는가!”

평랑공 왕민이 당황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사병은, 개인의 군사이기 전에 이 나라의 백성입니다. 사병을 내어놓으시겠소? 숙정공?”

내놓지 않겠다면 당장이라도 베어버릴 듯한 말투였다.

“위위경, 검을 내리시지요… 그래도 종친 중에 큰 어른 되십니다.”

“예, 그렇습니다. 위위경 이건 아닙니다. 검을 거두세요.”

현수는 주위의 종친들이 만류하는 걸 듣는 척 마는 척하며 왕숙을 가만히 노려보았다.

왕숙도 사람이라 현수의 검이 두려운지 침을 몇 번이나 꿀꺽 삼켰다.

“아, 알겠네. 사, 사병을 군에 투입 시키겠으니. 검을 치우게나.”

왕숙의 말에 현수는 검을 치워 부장에게 건넸다.

“왜, 얼굴을 붉히게 하십니까… 제 말을 따라 주시면 이렇게 붉힐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그, 그래도… 사병은 개인의 재산이 아닌가.”

왕숙은 시선을 피하며 말하였다.

“사병들은 군에 투입 시키면 여기 계신 종친분들의 안위는 아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사병들을 단기간 안으로 정예화시켜서 외성, 중성, 황성, 그리고 민가와 남대가 외성 밖까지 철저하게 순찰을 시킬 것입니다. 이 개경 안에서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할 것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현수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 종친들은 더 이상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종친분들, 칠일 안으로. 육위의 훈련장으로 사병들을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악 장군!”

“예, 위위경.”

“종친분들을 밖으로 정중하게 뫼시게.”

“예, 위위경”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말투였고, 종친들은 알아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시겠습니다.”

“아니네, 우리가 돌아가는 길을 잘 아니, 장군은 나올 필요 없네.”

평랑공 왕민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며 황실 종친들과 밖으로 조용히 나가자 현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속해서 해오던 대로만 하게.”

“예, 위위경.”

일주일이 되어 육위 훈련장에 개경에 모든 사병이 도착하였다.

사병들은 실실 웃으면서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사병들도 있었다.

대체 왜? 사병인 우리가 군으로 투입되어야 하는 것인지 하며 말이다.

거기에 어린 사병들도 있었는데 어린 사병들은 그저 근심 없이 같은 또래의 사병들과 해맑게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는 장수들은 그 어떤 제지도 하지 않고 있다가 뒤에서 육위 훈련장 문을 들어서는 현수가 경번갑을 입고 한 손에는 방패, 한 손에는 철퇴를 든 모습을 본 장수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끼익.

쾅!

현수가 들어서자마자 세 개의 육위 훈련장 문이 닫히며 빗장까지 걸어 버렸다.

사병들은 뒤로 시선을 두었다.

수백에 달하는 견룡군을 대동 한 위위경 유현수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때였다.

유현수의 사병으로 있던 사병들은 전부 한곳으로 달려가 대열을 갖추었다.

거기에 다른 사병들은 ‘뭐야?’라는 눈치였다.

현수는 부장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부장들은 군사들을 대동한 채로 사병들에게 향하였고 현수는 천천히 단상이 있는 자리로 향하였다.

“오셨습니까.”

“개판이네?”

“당연한 거 아닙니까.”

“인원은?”

“일만팔천이백사십칠 명입니다.”

“많다~!”

천시호가 미소를 짓자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아섰다.

“나는! 육위대장군 위위경 유현수다! 너희들 대부분은 내 얼굴을 알 것이다! 너희들은 오늘부로 개인의 사병이 아니라! 군인이다! 지금부터 너희 앞에 있는 이들은 위위시의 부장들이자! 견룡군이다! 이들이 앞으로 너희들의 상관이다!”

현수의 외침에 웅성거리기 시작하자 한 사병 하나가 앞으로 나왔다.

“위위경! 이거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사병은 개인의 군사이지 나라에 속한 군사가 아닙니다!”

“옳소!”

사병들이 호응하기 시작했다.

“하아~ 또 한 놈 가겠구먼.”

정균이 조용히 말하자 옆에 있던 악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현수는 단상에서 내려가 먼저 소리친 사병에게 다가가서는 묻기는커녕 냅다 철퇴를 휘둘러버렸다.

퍼억!

철푸덕!

머리에 철퇴를 맞은 사병 머리에서 피가 튀었고 그대로 현수의 얼굴과 갑옷에 묻었다.

쓰러진 사병은 온몸을 부르르 떨다가 입에 거품을 물더니 그대로 죽어버렸다.

사병 하나를 그냥 죽여버린 현수는 몸을 돌아서서 다시 단상 위로 올라가 사병들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사병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완전히 겁을 먹었다.

“지금부터! 너희들은! 육위 신병이다! 부장!”

“예! 위위경!”

“신병이 들어왔으니. 명단 만들고 견룡, 순검군이 하던 훈련 그대로 진행하고, 군율을 어기는 자가 있으면 군율대로 처리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부장은 고개를 숙이었다.

“알겠사옵니다. 위위경.”

현수는 가만히 단상 위에 서서 장수들과 함께 사병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았다.

그리고 곧이어서 군사들이 의자를 가지고 와서는 장수들 앞에 놓으니 현수와 장수들은 자리에 앉았다.

“위위경의 명이시다! 너희들은 지금부터! 군에 소속된! 신병들이다! 부장들은 뭐 하느냐! 속히 움직여라!”

“예! 장군!”

부장들이 사병들을 대열을 세우기 시작했다.

명단 작성을 하기 위함이었다.

훈련장에 있는 사병들은 부장들의 명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쾅! 콰앙! 쾅!

충차로 성문을 때리기 시작하고 사정거리에 들어선 쇄문도차와 전호피차를 방패 삼고 궁수들은 미친 듯이 화살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올라가라! 올라가!”

장수들은 방패로 날아오는 화살들을 막아내며 군사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저쪽! 운제로 군사들은 올라가라!”

운제(雲梯)를 가리키며 말하자 일제히 군사들이 발을 돌려서 이동식 사다리차인 운제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쿵!

아수라장인 전쟁 속에서 육중한 운제가 걸쳐지는 소리와 함께 군사들이 성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고, 앞줄에 있던 군사들은 성곽에 있는 거란군을 공격하며 성곽에 발을 내딛기 시작하자 빗발처럼 내리던 화살 공격이 멈추어졌고 궁수들은 모두 정란(井欄)에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끼익.

소리와 함께 정란 바퀴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앞으로 나아 가면서 성곽이 아닌 성곽 뒤편으로 활을 다시 들어 화살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최 상장군. 군사를 더 투입하시오.”

“예! 상장군!”

“사군! 공격하라!”

최숙청이 외침에 수신호를 알리는 깃발이 올라갔다.

부우우우우!

사군을 이끄는 장수가 앞으로 나서며 군사들을 이끌고 성으로 내달려 나갔다.

“공격하라!”

“와 아아~!”

함성과 함께 군사들이 운제와 사다리로 올라갔다.

앞서서 먼저 올라가는 팽배(彭排)수와 뒤를 따라 올라가는 도끼를 든 팽배수는 앞줄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도끼를 내던지며 착지할 수 있게 도왔다.

착지한 앞줄의 팽배수는 철퇴를 휘두르며 거란군을 내리치고 사다리에 붙지 못하도록 최대한 버티기 시작하자 속속히 군사들이 성곽에 착지하며 성곽을 완전히 장악해 나아 갔다.

“막아라! 기름과 뜨거운 물을 부어라!”

거란군 장수가 공격 명령을 내리면서 지휘하고 있었다.

타타탕!

날아오는 화살들을 방패를 든 병사들이 막아내었다.

쉴새 없이 쏟아지는 맹공격에 정신을 못 차리는 거란군을 능숙하게 지휘하고 있었다.

“장군! 고려군이 쉴 새 없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지금 퇴각해야 합니다!”

“퇴각은 무슨 퇴각이냐! 야율유가 가한께서 군사를 보낼 것이다!”

“군사를 보냈다면 지금 보냈을 겁니다! 숱한 성들이 함락되는 동안! 원군이 오지 않고 있습니다!”

“장군! 장군!”

거란족 장수가 곧장 다가왔다.

“무슨 일이냐!?”

“남문이 뚫리기 일보 직전입니다!”

“원군이 올 때까지만 버텨! 인근 성에 원군을 요청하지 않았느냐! 막아라! 막아!”

거란군 장수는 자신들의 부장에게 소리치며 막으라고 외치면서 각자 자리로 모두 돌려보내었다.

“저쪽이다! 저쪽에서 다시 몰려온다! 화살을 쏴라!”

거란군 궁수들은 장수가 가리킨 곳으로 일제히 활을 쏘기 시작했다.

“곧 함락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래도 모르는 일입니다. 거란에서 원군을 보내면 복잡해집니다.”

박존위는 뒤에서 모든 전선 상황을 계속 바라보면서 빠르게 판단을 해가면서 군사를 적절하게 투입시키고 있었다.

“그나저나 저위에 거란군 장수가 쓸만해 보입니다.”

“그러게요. 하지만 지금 이대로는 버틸 수 없을 겁니다. 해군은 지금 어디까지 왔으려나…….”

콰앙!

“성문이 이제 끝을 보이는 듯합니다!”

박존위가 압록강을 건너고 성만 다섯 개를 장악했다.

그중에 충차(衝車)가 약 여섯 개나 부서졌다.

당장 가져온 충차는 부족함 없이 계속해서 뒤에서 받쳐주고 있다 보니 공성 병기와 보급품은 걱정할 게 없었다.

화르르르!

충차에 불이 붙자 군사들은 양동이를 들고 물을 뿌리는 게 눈에 들어왔고, 불은 삽시간에 잡혔다.

“올라가! 이제 끝이 났다! 올라가라!”

군사들은 미친 듯이 운제와 사다리를 통해서 계속 성곽으로 올라갔다.

콰앙! 쾅! 쾅!

소리와 함께 충차가 성문을 완전히 뚫어 버렸다.

“들어가라! 성문으로 들어가!”

“전군! 공격하라!”

박존위는 소리치자 뒤에 있던 전군이 모두 열린 성문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물살이 한 번에 몰려 휩쓸 듯이 군사들이 뒤엉키면서 성문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박존위는 성곽 위를 살피자 이미 거란군은 거의 보지 않고 도망을 치거나 아니면 도망을 가다가 죽는 거란군만 눈에 들어왔다.

“대승입니다!”

최숙청의 말에 박존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문을 열고 들어선 고려군은 미친 듯이 보이는 대로 거란군을 때리고 베고 찍고 찌르기 시작했다.

거기에 정란에 올라타 활을 쏘던 군사들은 화살 대신 기름 먹인 불화살을 들었다.

화르륵.

심지에 불이 붙었고 궁수들은 일제히 성곽 아래로 활을 쏘고는 더 이상 쏘지 않았고 곳곳에 불이 붙었는지 연기가 피어올랐다.

“끄아아악!”

비명소리가 성내를 가득 울려 퍼졌다.

어린아이 우는 소리부터 시작된 소리는 끝이 날 줄 몰랐다.

“항복하는 자들은 죽이지 마라!”

성문 앞에서 들어오는 군사들에게 소리쳤고, 군사들은 거란군이 항복하지 않는 거란군사들을 공격하였고. 중간중간 무기를 버리는 이들은 죽이지 않고 무시하며 성을 장악해나아 갔다.

병장기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귀를 때렸다.

곳곳에서 아직 저항하는 군사들과 성곽에서 버티는 거란의 장수들.

그중에 성곽 계단을 타고 군사들을 이끌고 내려오면서 올라오는 고려군을 공격하는 장수들은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는 성이었다.

거란군 장수들도 알고 있었다.

수많은 밀물 듯이 들어오는 고려군을 막을 수 없다는 걸 그리고 지방 군사가 아닌 고려 최정예병들이었다.

솨아악!

푹! 푸욱! 빠악!

거란군사 머리가 팽배수 철퇴에 작살이 낫고 쓰러지지 않으려고 버티면 다른 군사가 도끼로 찍어서 끝을 내버렸다.

뒤에서 들어오는 군사들이 진을 이루면서 들어가기 시작했고 막싸움을 하던 군사들은 천천히 뒤로 물러나 진을 짠 군사들의 뒤로 들어가면서 성을 장악해 나아 가기 시작했다.

다그닥, 다그닥.

성을 완전히 장악해 나아 갈 때쯤 박존위와 최숙청이 기병들을 이끌고서 성안으로 들어왔다.

곳곳에 포박된 거란군사와 거란민들이 수천에 달하였다.

“장군! 적장을 사로잡았습니다!”

적장을 사로잡았다는 말에 박존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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