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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천하의 주인-147화 (147/159)

147화

방문이 열리면서 호부 상서가 안으로 들어서자, 현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호부 상서를 맞이하였다.

“이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

“위위경,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좋은 소식이요?”

호부상서는 기쁜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현수에게 다가오더니, 장계를 건네주었다.

“직접 보시지요.”

현수는 곧장 장계를 펼쳤다.

청주에서 올라온 장계였다.

천천히 장계를 쭉 읽어 보던 현수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호부 상서를 바라보았다.

“이거 진짜예요?”

“예. 진짜입니다. 청주목 현령이 거짓을 보고할 일도 없지 않습니까.”

“무슨 일입니까?”

천시호가 묻자, 현수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더니 다시 장계를 바라보았다.

장계를 찬찬히 살펴보던 현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게 사실이면… 걱정할 게 없겠구먼.”

현수가 장계를 내려놓고는 호부 상서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게 사실이면 그걸 일본에서 수입할 일이 없겠군요?”

“거의 줄어 드는 것이지요.”

“무엇입니까?”

천시호가 다시 현수에게 물었다.

“유황이네. 청주목에서 유황이 발견되었네.”

“…예?”

“유황이요?”

“광맥이 있나 곳곳에서 찾으라고 명령을 내렸는데 청주에서 유황이 나왔다는군.”

“정말 잘된 일이지요. 유황을 주로 일본에서 수입하다 보니, 일본이 여덟 배에 달하는 금액을 제시하더군요.”

“예.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곳에라도 발견되니 정말 잘된 일입니다. 호부 상서께서는 어떻게 하실 요량입니까?”

“당연히 개발해야지요. 장계를 받자마자 청주 현령에게 명령을 내렸습니다. 더불어 광산개발이 한창 중인 곳에도 따로 파발(擺撥)을 보냈습니다.”

“매장량은… 얼마나 됩니까?”

“글쎄요… 그 부분에서는 확인을 다시 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아, 석탄은 어찌 되어갑니까?”

“지금 각 목에서 시험 삼아 석탄을 사용해보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곧 각 목에서 소식이 당도할 거 같습니다.”

호부 상서의 말에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인력의 문제는 없습니까?”

“있습니다. 안 그래도 형부 상서와 이야기했는데… 죄수를 사용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답은요?”

“그렇게 하자는 결론을 지었습니다.”

“좋습니다. 중서문하성에서 의논할 게 있으니, 내일 뵙도록 하지요.”

“예. 위위경.”

“그럼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호부 상서 임극정은 인사를 하더니, 위위시 밖으로 나갔다.

* * *

다음 날 아침.

중서문하성에 신료들이 모두 자리에 모였고, 현수는 상석에 앉아 있었다.

“위위경, 진행하시게.”

우복야의 말에 현수는 살며시 고개를 숙이었다.

“일단 어제 호부 상서가 말씀하신 게 있어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청주 목에서 유황이 발견되었습니다. 그 유황을 집중적으로 캐낼까 합니다. 석탄에 관련된 일은 어제 호부 상서께서 말씀을 해주셨으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호부 상서께서 말씀해주시지요.”

호부 상서는 임극정은 말하였다.

“청주 목에서 유황이 발견된 건 사실입니다. 매장량은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있는 만큼이라도 캐야 합니다. 유황 광산을 개발하려면 지금 인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형부 상서와 논의한 결과… 각 지방의 죄수들을 광산으로 투입하자는 결론을 지었습니다.”

“사형수도 보내자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사형수는 사형을 시켜야지요.”

형부 상서 이린이 답하였다.

“대부분의 죄수는 이미 함경도 철광으로 모두 보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나라의 죄수들이 얼마나 있을지도 모르는데… 겨우 죄수들 가지고 되겠습니까?”

“광산에서 일할 인원을 구할까 합니다.”

“하면… 다음 해 봄에는 어찌하려고 합니까? 백성을 동원하면 농사는 어떻게 지냅니까?”

“각 지방 인부들의 녹봉(祿俸)은 쌀로 계산하여 집으로 보냈고, 일부는 해동통보로 지급했습니다. 게다가 세금은 해동통보를 지급할 때 제외하니,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호부 상서의 말에 신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농사를 짓지 못한 땅은 어찌 할겁니까?”

“뭐, 땅 받은 자가 알아서 하겠지요.”

“형부 상서, 지금 개경에 죄수들이 얼마나 있습니까?”

“대략 사천여 명 정도 있습니다.”

“아니, 그렇게나 많이요?”

추밀원사 임민비가 깜짝 놀랐다.

“예. 정확히 따져 보지는 않았습니다만 4천의 죄수면… 2천은 유황광산으로, 2천은 석탄광산으로 보내면 될 겁니다.”

신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정확한 분배는 호부 상서와 형부 상서가 의논을 하여 결정하는 거로 합시다. 다들 같은 생각입니까?”

“예. 참지정사.”

유황과 석탄의 일이 결론이 나자, 현수는 곧장 말을 이었다.

“합하께서 육위와 사병을 이끌고 거란을 치러 가셨습니다. 그렇기에 군사들이 텅 비어 있는 상태입니다.”

“음…….”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려 합니다. 하지만 용호군, 응양군으로는 역부족이지요. 따라서…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의 사병을 군에 투입할까 합니다.”

군에 투입하겠다는 소리를 마치자, 모두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위위경, 사병은 개인의 재산이네. 그 사병을 군으로 투입을 한다는 것은 재산을 가져가겠다는 말이 아닌가.”

“개인이 양성하여 사사로운 목적으로 부리는 거 제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개인의 재산을 몰수(沒收)한다는 건 좀…….”

“만약 불손(不遜)한 무리가 공격이라도 해온다면 어찌 감당하겠습니까?”

“그래도 사병을 군에 투입하는 건 불가합니다.”

“각 관아의 군사들이 지키게 하면 됩니다.”

“그렇게 말을 하시면 위위경이 거느리고 있는 사병은…….”

“당연히 군에 투입할 겁니다.”

“위위경, 사병이 없는 이들은…….”

우복야 문극겸이 물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재산을 내놓으라 하지는 않을 것이니.”

현수는 문극겸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황실 종친들이든 개인이든 사병은 모조리 중앙군으로 투입될 겁니다.”

“…반대하는 자가 많을 것이네.”

“반대요? 목숨보다 사병이 중요할까요?”

현수는 이준의를 바라보며 물었다.

“다, 당연히 목숨이 중요하지! 아니들 그렇소!”

“그렇습니다. 목숨이 중요하지요.”

“여기 계신 모든 신료분은 사병들을 군에 투입하는 것에 다들 동의를 하신다고 봐도 되겠습니까? 반대하는 분들 있으시면 말씀해보세요.”

“나는 찬성하는 바이네.”

이준의가 먼저 찬성한다는 말에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찬성하는 바이네. 위위경.”

“저도 찬성합니다.”

눈치를 보던 대부분의 신료가 찬성하기 시작했다.

“그럼 병부상서.”

“예. 위위경.”

“전국에 파발을 띄우게. 귀족 사병들을 모두 개경으로 보내라고 말이네. 만일 거역하는 자가 있다면 그 자리에서 즉시 참(斬)하여도 좋습니다.”

“예. 그리하겠습니다.”

병부상서가 답하였다.

“저기… 문제가 되는 게 있네.”

“문제가 된다니요?”

“사병을 가진 귀족들이 반기(反旗)를 들어 병부의 속한 군사들을 해하면 어찌 되겠는가.”

“응양군 상장군께서 말씀해주실 겁니다. 말씀해보십시오.”

“가능하면 응양군의 군사를 함께 파견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병부상서, 들으셨지요?”

“예. 위위경.”

“그럼 응양군 상장군과 병부상서 두 분이 계획을 짜서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말씀드릴 일이 있습니다. 합하께서 출정하시면서 제게 말씀을 하시길… 새로운 관청을 하나 지으라고 하셨습니다.”

“관청을… 지어?”

“관청이라니 그 무슨…….”

“위위경, 지금 관청이 있는데 관청을 새롭게 지으라는 겁니까?”

신료들은 웅성거렸다.

“삼성 육부를 하나로 통합할 관청입니다. 합하의 집무실이 따로 있고. 각 중요 관아를 한곳에 모을 관청 말입니다.”

“지금의 관청으로도 충분한데. 합하께서 왜 관청을 새로 짓는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되긴 하네만… 합하께서 새로 짓는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있겠나.”

이준의가 말하였고, 문극겸은 가만히 있었다.

“관청을 새로 짓는 게 합하의 명이었습니까?”

윤인첨이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현수의 답에 윤인첨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번엔 한문준이 물어왔다.

“관청의 터를 잡았습니까?”

“예. 사천감장과 논의를 하였지요. 현(現) 개경 밖에 관청을 짓기로 하였습니다. 외성 밖이지요.”

“외성 밖이면… 성도 새로 쌓아야 할 것입니다. 그 재자(才子)가 충분합니까. 호부 상서.”

조영인이 호부 상서 임극정에게 물었다.

“재자 걱정은 하실 필요 없습니다. 관청과 성을 쌓아도 남을 정도입니다.”

“…그 정도로 많이 있습니까?”

“예. 위위경. 호부의 자원(資源)은 넉넉하니 진행하셔야 한다면 진행하십시오.”

다들 이의방이 왜 관청을 새로 짓는지 그 의미를 아는 듯하였다.

“문공, 문공께서도 할 말 있으면 해보시오.”

이준의가 문극겸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합하께서 정한 일인데 제가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들 관청 짓는 걸 승낙하는 거로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파해도 되겠습니까?”

“예. 그렇게 하시지요.”

현수의 말이 끝나자, 더 이상 의논할 일이 없던 신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중서문하성 밖으로 한 명씩 나갔다.

* * *

얼마 후.

황실 종친(宗親)들이 중서문하성으로 모두 들어왔다.

황실 종친 중에서도 영향력이 가장 큰 이들이었다.

그중에서는 현(現) 황제의 아우, 평랑공 왕민도 자리하고 있었다.

“위위경, 종친으로 오지 않고 우리를 이곳에 부른 이유가 무엇인가?”

평랑공 왕민의 물음에 현수는 미소를 지으며 종친들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황실 종친분들이 가지고 계시는 사병들을 군에 투입할까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종친들의 사병을 군에 투입한다니?”

“지금 육위의 군사들이 모두 빠진 상태여서요.”

“말도 안 되는 소리! 사병은 황실 종친을 지키기 위해 있는 가병(家兵)들인데 어찌 그 가병을 내놓으라 하는 건가!”

가장 연장자인 숙정공 왕숙이 소리쳤다.

“위위경, 그대도 황실의 사람인데 어찌 우리 종친들에게 사병을 내놓으라 할 수 있는가!”

“위위경, 이건 말이 안 되는 소리야!”

“자, 다들 노여워하지 마시고…….”

“지금 전쟁 준비를 하는데 종친분들이 이러시면 곤란하지요. 합하께서 사병까지 이끌고 거란을 정벌하러 간 이 시점에 사병을 못 내놓겠다고요? 그게 종친으로서 할 말입니까?”

“사병이 없으면 우리들은 누가 지키는가! 불손한 무리가 중성을 침입하여 종친들을 공격한다면 위위경 자네가 책임질 건가!”

“…….”

“더군다나 육위에서도 남은 군사는 응양군, 용호군밖에 없네. 황실은 황실을 지키는 견룡, 순검군이 있다지만… 그 군사들로 이 개경의 치안이나 지킬 수 있다고 보는가! 이렇게 할 거면 미리 다 준비하고 출전을 해야지! 나라의 상국(相國)이라는 자가 이리도 책임도 없이…….”

쾅!

말을 묵묵히 듣던 현수는 주먹으로 상을 내리쳤다.

“종친분들의 큰 어른이라는 분이 할 말입니까?”

“뭐라!”

숙정공 왕숙의 외침에 현수는 옆에 있던 부장의 검을 뽑아 들어 왕숙의 목에 검을 들이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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