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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천하의 주인-146화 (146/159)

146화

이십일 후.

서경을 떠난 이의방은 육위의 군사들을 이끌고서 흥화진에서 압록강을 넘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거기에 안북도호부사 조원정과 휘하 좌장 석린이 안주에 주둔한 군사 이만을 흥화진에 투입이 되어 흥화진 방어병력과 임시 군까지 모두 7만에 이르는 군사를 보유하였다.

“합하, 이제 부교(浮橋)를 건너셔도 되옵니다.”

흥화진 방어사 사량주가 말하자, 이의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성곽 아래로 내려갔다.

이의방은 성곽에서 내려오자마자, 말 위에 올라타 흥화진 북문 밖으로 나갔다.

내려와 보니, 어느새 다섯 개의 부교가 만들어져 있었다.

이의방은 부교를 건넬 준비를 마친 군대에 소리쳤다.

“전군! 압록강을 넘어라!”

“압록강을 넘어라!”

“전군! 압록강을 넘어라!”

장수들의 외침 속에 군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둥! 둥! 둥!

북소리가 울리며 소라가 울려 퍼졌다.

선발대 신호위 상장군 박존위, 천우위 상장군 최숙청이 부교에 올라서며 앞으로 나아 가자, 군사들이 그 뒤를 따라 압록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다섯 개의 부교를 건너는 육위의 군사들을 이의방은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어느 정도 군사들이 압록강에 당도하기 시작하자, 이의방도 부교에 올라가며 압록강을 건넜다.

뒤에서는 수많은 사병이 이의방의 뒤를 따르며 부교에 올라 압록강을 넘기 시작했다.

그때 저 멀리 보이는 성루가 눈에 들어왔다.

박작성의 성루였고, 그 성루에는 속속히 장수들로 보이는 이들이 자리를 잡고서 우리를 멀리 지켜 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한참 후, 전군이 모두 압록강을 넘었다.

“합하, 소장은 합하의 명대로 남하(南下)하겠나이다!”

“그리하게, 건안성에서 보세나!”

“예! 합하!”

신호위 상장군 박존위가 고개를 숙이었다.

“최 상장군도 고생하게!”

“예! 합하!”

“신호위, 나를 따르라!”

“천우위, 따르라!”

박존위와 최숙청의 명령이 떨어지자, 말을 탄 부장들이 소리치며 신호위 좌우위 군사들의 주위를 내달리며 소리쳤고 이에 군사들의 사기가 올라갔다.

박존위와 최숙청은 말 머리를 돌려서 해안 길을 통해 남하하고, 이의방은 이영령과 최원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장, 박작성까지 척후(斥候)를 보내라.”

“예! 상장군!”

부장이 곧장 깃발을 올리자, 척후병들이 앞으로 나왔다.

“자리를 잡고 살펴라!”

“예. 장군!”

척후병 삼십여 명이 앞으로 먼저 나가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있을 일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척후병들이 산 비탈길에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한참을 올라가서 어느 정도 거리에 들어선 군사들이 자리를 잡고서 백색 깃발을 뽑아 신호를 주었다.

나머지 척후들은 천천히 박작성까지 향하였다.

이영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합하, 앞에서 뵙겠사옵니다.”

“오냐.”

이영령과 최원호가 먼저 앞서 군사들을 이끌고 나아 갔다.

이의방은 이영령과 최원호가 이끄는 군사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

“합하, 박작성에서 예상했던 대로 안 나오면 어찌하옵니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흥위위 상장군 돈장이 물었다.

“어찌하기는… 싸우든지 우회(迂回)해야지.”

이의방은 그렇게 말하며 피식 웃었다.

현재 이의방은 걱정할 게 아무것도 없었다.

태원수 완안 올출은 절대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합하, 군사들의 시야가 멀어졌사옵니다.”

“알고 있다.”

“금오위 상장군.”

“예, 합하.”

“이곳에 금오위 2천, 군의(軍醫)도 함께 두고 군영을 세우게 하라.”

“그리하겠사옵니다. 합하.”

금오위 상장군 우학유는 고개를 숙이며 말하더니, 부장을 바라보며 명령을 내렸다.

“2천의 군을 이곳에 두고 군영을 설치하라.”

“예! 상장군!”

우학유의 부장은 곧장 중랑장을 보며 명령을 내리자, 중랑장들은 곧장 움직이며 군사들을 움직였다.

“자, 이제 출발하세.”

“예, 합하.”

이의방이 먼저 앞서 나가자, 장수들과 군사들이 뒤를 따랐다.

본대가 사용할 공성 병기와 보급품도 그 뒤를 따라 이동했다.

팽배수 일부는 후방에서 좌우로 서며 공성 병기와 보급품을 지키면서 나아 갔다.

얼마 후, 박작성 인근에 도착한 이의방이 성루를 올려다보았다.

성루에 있는 금의 장수들은 이의방의 수기와 고려국 깃발을 보았다.

‘대 고려국 상국 이의방’이라고 적힌 수기를 다시 보고는 다시 이의방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상국 이의방이십니까!”

“뭐라는 게냐?”

“상국 합하냐 물어봅니다.”

“내가 상국 이의방이다!”

성루를 바라보며 이의방이 외치자, 성루에 있던 역관이 군사들에게 바로 통역을 해주었다.

“태원수 완안 올출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합니다. 바로 성문을 열겠다 하옵니다.”

이의방이 고개를 끄덕였고 곧 성문이 활짝 열렸다.

이의방은 장수들과 군사들을 이끌고서 박작성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성루에 있던 장수들이 아래로 내려와서는 정중하게 이의방에게 고개를 숙이더니, 가지고 있던 서첩을 꺼내어 이의방에게 건넸다.

“태원수의 명을 받았습니다. 이 서첩이면 오골성을 통과하는데 아무런 문제 없으실 겁니다.”

역관이 금나라 장수의 말을 통역하며 말하자, 이의방은 서첩을 받아 들었다.

“고맙네.”

“하옵고… 오골성을 통과하시어 북문으로 나가시면 양갈래 길이 나오는데 그중에 왼편 길로 이동하시면 석성이 나옵니다. 그곳이 건안성으로 빠르게 갈 수 있는 성입니다. 하지만 거란군의 대군이 지키고 있어서 쉽지 않을 것이고, 석성 옆에 은성이 있어서 그곳도 함께 돌파하셔야 합니다. 또 거란의 지원은 받아들이지 말라는 태원수의 명이 있어 절대 움직이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역관은 금의 장수의 말을 통역해주었다.

“고맙네. 전군, 이동하라!”

이의방은 속도를 내며 나아 갔다.

보급과 공성 장비는 천천히 따라서 올 수 있도록 다른 장수들이 자리를 옮겨 지휘하며 따라갔다.

* * *

“대장군, 모든 군사가 승선하였습니다.”

해안가에 서 있던 해군 대장군 이경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급은?”

“차질없이 모두 준비되어 있습니다.”

“전선의 상태는 다시 확인하였느냐?”

“별다른 문제는 없습니다. 문제가 될만한 군선들은 모두 조선소로 들어갔습니다.”

“예정대로 움직인다. 1군은 비사성, 2군은 목양성, 본대는 건안성으로 간다. 3군은 방어에 대비하고 혹시 모를 준비를 대비하여 경계를 단단히 하라. 목양성에서는 육군과 합류하면 공격할 것이니, 목양성에 상륙(上陸)하면 진지를 구축하고 경계를 빈틈없이 하라. 1군 역시 박존위 상장군과 연합하여 비사성을 공격해야 한다. 본대는 합하와 합류할 것이니.”

“예. 대장군!”

장수들이 대답하자, 이경수가 천천히 대장선으로 이동하며 발판에 올랐다.

이에 장수들도 각자 배 위로 올라갔다.

이경수는 부장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군, 출항하라!”

“출항하라!”

출항하라는 명령이 내려지자, 깃수가 깃발을 올리고 흔들었다.

두웅!

북소리가 울리며 돛이 올라갔다.

앞줄에 있던 배들이 먼저 나아 가자, 곧이어서 다른 전선들 역시 돛이 올라가며 나아 갔다.

말없이 거리를 두면서 천천히 나아 가는 전선들을 바라보는 이경수였다.

* * *

그날 저녁.

현수는 악정과 정균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사실이야?”

“예. 위위경. 분명히 개경을 떠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하아…….”

현수는 한숨을 내리 쉬었다.

“균이 형님, 명단에 있는 이들 집을 모두 세밀하게 살피고 있지요?”

“여부가 있겠나. 눈치 빠른 견룡을 풀어서 살피고 있어. 그나저나 대비한다는 게 무얼 대비를 한다는 거야?”

“역모(逆謀)입니다.”

“뭐…? 이의민이 역모라도 일으킬 거라는 건가?”

“위위경, 말도 안 됩니다. 지금 시국에 반란이라니요?”

천시호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합하께서 명령을 내리신 일이네. 합하께서 미리 이의민의 동향을 살펴보신 거 같아.”

“그럼 지금 육위의 있는 군사들이 없습니다. 전부 북계로 출발하지 않았습니까… 지금이라도 합하께 군사를 돌리라고 하시는 게 어떠십니까?”

천시호의 말에 현수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반란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금 파발을 띄워 돌아오라고 하라는 건 좋지 않네. 거기다 지금 북계로 갔다고 하지만… 압록강을 넘었을지 어떻게 알아.”

“그럼 정말 대비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악정의 말에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천 장군.”

“예. 위위경.”

“내일 서찰을 하나 써줄 테니, 남경으로 가서 유수에게 건네게.”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거참, 이상하네.”

“뭐가요?”

“합하께서 알고 계셨다면 이의민을 소환해야 하는 게 당연한 게 아닌가? 그럼 지금까지 내버려 둔 이유가 뭐야?”

“합하께서는 이의민을 버리고 싶지 않다고 하셨어요.”

현수의 말에 정균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였다.

현수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 중서성에서 의논할 게 있으니, 모두 참석하기를 바라네. 중서성에서 신료들과 의논이 끝나면… 황족들도 들어올 거야.”

“예. 위위경.”

“아, 그리고 좋은 소식 있네만… 우리 양 장군 말이야. 대목장에게서 소식이 왔는데 곧 집이 완공된다고 하는구먼.”

“하하, 참으로 잘 되었습니다!”

“축하하네, 양 장군.”

양소의 저택이 곧 완공된다는 말에 세 사람이 모두 양소를 축하해 주었다.

“감사합니다. 네 분에게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감사라니… 지난번에도 이야기하였듯이 우리가 만났을 때 내가 뭐라고 하였나. 나는 내뱉는 말은 반드시 지키는 법이네. 그리고 저택이 완공되었다고 하더라도. 복이는 우리 저택으로 보내게. 혼자 있는 것보다는 수아와 함께 있는 게 나을 것이야. 안사람들도 있으니 더 세밀하게 챙겨줄 수도 있고.”

“예. 위위경. 그렇게 하겠습니다. 감사의 뜻으로 세 부인께 예물이라도 올려야겠습니다.”

“가당치도 않네. 예물이라니… 복이, 그 아이도 내 자식이나 마찬가지야. 내 자식은 자네들 자식이나 다름없어.”

현수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아, 지난달에 이야기한 석탄 말이야. 그중에서 석탄을 사용하면 화력을 향상할 수 있는 석탄이 있을 거야. 그걸로 화약 만들어서 한번 실험 좀 해보게.”

“예. 위위경.”

고려는 오래전부터 나무를 사용하였다.

그리고 농경사회다 보니, 석탄의 채광보다는 농경에 집중한 탓에 석탄을 애용하지 않았다.

애꿎은 자원을 오히려 버리게 되는 꼴이 되다 보니, 석탄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사용해보고자 시작된 일이었다.

그 첫 번째가 석탄에서 나오는 것들은 분류하는 것이었다.

미리 석탄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기에 그곳에서부터 분류해 나아 가고 있었다.

이제 그 석탄 활용에 있어서 한 발짝 내디딘 것이다.

“위위경, 공부 상서께서 오셨습니다.”

“이 시간에? 안으로 모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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