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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천하의 주인-135화 (135/159)

135화

“장교들을 통솔치 못하고 장교와 싸우려고 한 죄 역시 크다. 지휘관들에게는 곤장 백 대씩 쳐 오늘날과 같은 일이 없게 하라!”

“위위경의 말씀 받드옵니다!”

부장들은 소리쳤고, 지휘관들은 침을 꿀꺽 삼키었다.

콰앙!

위위시에 모든 문이 닫히며 빗장을 걸어 잠갔다.

아무도 빠져나가지도 들어올 수 없도록 조치가 되었고 견룡군들이 문을 지켰다.

“무엇 하느냐! 속히 시행하라!”

“예!”

부장들은 앞으로 나아가며 호명된 이들 앞에 서며 곧장 칼을 뽑고는 가차 없이 장교들의 목을 베어 버렸다.

툭!

목이 떨어지고 피가 분수처럼 뿜어졌다.

부장들에 갑옷과 얼굴에 피가 튀었다.

몸과 목이 분리된 이들은 핏물이 위위시 마당을 적시었다.

견룡군들이 장교들을 하나씩 끌고 나와서는 갑옷을 벗겨내어 형틀에 꽉 묶어 버린 후, 채찍질을 가하기 시작했다.

파악!

채찍을 한 대 맞자마자, 장교들의 얼굴이 벌게졌다.

현수는 그런 상황을 아랑곳하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파악!

채찍이 계속하여 살을 내리치자, 연속하여 맞은 부분은 점차 살이 터지기 시작했다.

피부에 피가 송글송글 맺히면서 맨살 위로 피가 흘러 내려왔다.

“윽!”

“크학!”

채찍질을 당하는 이들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장교들에게 한참이나 채찍을 가하였다.

중간에 기절하는 장교들이 나타나자, 장교들은 찬물을 끼얹고 다시 채찍질을 가하였다.

장교의 등이 채찍질로 인해서 너덜너덜해지기 시작했다.

채찍질은 저녁까지 계속됐다.

장교들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거나 기절한 채 널브러져 기절해 있었다.

“으하학!”

계속되는 형벌에 지휘관들 역시 고통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내질렀다.

팔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현수는 그런 지휘관들을 보며 매몰차게 말했다.

“매우 쳐라. 더 강하게 치란 말이다! 지휘관이라는 자들이 장교들의 단속도 제대로 못 하다니… 계속해라!”

“위위경! 제발!”

버티다 못해 지휘관이 기절하는 사태까지 발생하였다.

어디 제대로 기댈 수가 없어서 장교들은 양손으로 땅을 짚고 있었고, 피가 땅바닥에 메말라 붙어 피 냄새가 코끝을 찌르고 있었다.

* * *

위위시에서 있었던 일은 금방 중방까지 전해졌다.

현수의 말대로 목이 잘린 이들은 저자에 효수(梟首)되었다.

게다가 얼굴에 죄상(罪狀)이 상세하게 적혀있어, 그 누구도 쉽게 위위시 일에 대하여 나서지 못했다.

이의방 역시 현수에게 아무런 명령을 내리지 않고 있었다.

“이제 그만 위위경을 말리시는 게…….”

이준의의 말에 이의방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현수가 잘하는 거야. 내버려 두게. 그리고… 형부 상서.”

“예. 합하.”

“조정이든 군부든 당여(黨與)를 짓지 못하도록 법을 제정해서 올려. 현수가 하는 행동 중 틀린 것은 없네. 군부들끼리 당여를 짓게 되면 나라의 분란만 일으키게 돼. 그렇게 된다면 조정 전체가 붕당이 되어버릴 것이 아닌가. 애초에 이런 건 싹을 잘라버려야 해.”

“그렇습니다. 입장에 따라 형성된 집단은 나라의 큰 우환(憂患)이 될 것입니다. 그걸 막을 제도가 필요하옵니다. 합하.”

조영인의 말에 이의방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 나라 때를 생각해보십시오. 한나라의 당여가 국가에 어떤 피해를 줬는지 다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당여란 지저분한 권력투쟁입니다. 고려가 당여를 지으려고 한걸 지금 위위경이 끊어 버린 셈이고요.”

예부 상서 유응규의 말에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들었지? 만약 군부 내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난다면 위위경처럼 단번에 쳐버리도록 해.”

“예. 합하.”

이군 육위의 상장군들이 군기가 바짝 들어 답하였다.

“흠… 형부 상서.”

“예. 합하.”

“이 법을 악용(惡用)하여 당여를 지었다고 고변(告變)이 들어올 수 있으니, 그런 일이 없도록 조처를 하게.”

“예. 합하.”

형부 상서 이린은 고개를 숙이며 답하였다.

“하옵고… 합하, 지난번 세금 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만.”

“음, 이야기해봐.”

“형부에서 그동안 무당과 관련되었던 고변 사건들을 쭉 다시 살피어 보았는데… 그 과정에서 좀 괴이한 사건들이 있습니다.”

“괴이하다니…?”

이의방은 고개를 갸웃하였다.

“나주에 있는 소금 부호가 재산을 더 늘리기 위해 무당을 찾아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계속해보게.”

“무당이 말하기를… 기둥 모퉁이마다 7세의 남녀 아이들을 한 쌍씩을 묻어두면…….”

이의방은 미간을 찌푸렸다.

“잡아 와.”

“하지만 워낙 오래전 일이다 보니…….”

“얼마나 오래되었길래 그래?”

“십수 년이 지난 일이옵니다.”

“십수 년 전 일이라고 해도 심증이 있으니까 보고를 해온 거 아니야.”

“합하, 그때 조사한 자료가 부실하여…….”

이의방은 말을 더 잇지 못하였다.

이린의 말대로 그때 당시 제대로 조사했을 리 만무했다.

“지금이라도 다시 진상 조사해. 그게 진실이면 부호의 가산을 모두 몰수하고, 일가는 교주도 철광으로 보내버려. 심문은 개경에서 할 것이네.”

이의방의 말에 이린은 고개를 숙이었다.

“다 조사해. 혹시 개경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나?”

“아직은 없사옵니다. 세금을 거두어들이는 데에도 문제가 없사옵니다.”

“그래? 불만 같은 것도 없고?”

“예. 합하.”

“다른 사건도 없는 건가?”

“하나 있사온데… 개경 일대에서 귀족들의 자녀 중 일부가…….”

이의방은 손을 올렸다.

대충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었다.

“잡아들여서 심문하게. 그럼 뭐라도 불 거 아니야.”

“그렇게 하겠사옵니다.”

“또 있나?”

“사찰에 관련된 말씀을 드리고자 하온데… 세금을 더 올린다는 말에 항거(抗拒)하는 사찰들이 있사옵니다. 문제는 한두 군데가 아니어서…….”

“어느 사찰이야!”

이의방의 목소리가 커졌다.

“흥왕사, 안양사, 홍원사, 수리사, 경복사, 왕륜사이옵니다.”

“또 흥왕사야!”

콰앙!

이의방이 흥왕사라는 소리에 눈살을 찌푸렸다.

“세금을 더 못 내겠다며 버티고 있는지라…….”

“항거하는 승려들 모두 잡아다가 교주도 철광으로 보내버리고, 억지로라도 세금 거둬!”

“예! 합하!”

* * *

한참 후에야 형벌이 끝이 났다.

이에 현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위위경, 모든 처벌이 끝났사옵니다!”

견룡행수 오숙비가 외치자마자 현수는 갑자기 겉옷을 벗었다.

오숙비는 당황한 눈치였다.

“끝이 나기는… 나도 맞아야지.”

“위위경, 그게 무슨?!”

악정이 오히려 더 당황한 눈치였다.

“내가 최종 관리자 아닌가. 관리를 제대로 못 한 나에게도 책임이 있으니 맞아야지. 자네가 치게.”

“위, 위위경!”

“미친 건가!?”

“위위경, 명을 거두어 주십시오!”

양소마저도 뭐라고 해야 할지 난감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현수는 주위에 만류에도 불구하고 옷을 벗고는 쇄자갑까지 벗었다.

그리고는 상의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형틀로 향하였다.

“악정에게 채찍 넘기거라.”

“…예?”

견룡군이 당황하자, 현수는 쥐고 있던 채찍을 뺏어서는 악정에게 던졌다.

툭!

채찍이 바닥에 떨어졌다.

현수는 형틀에 팔을 올리었다.

“묶어라.”

군사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정작 묶으려고 하니, 위위시 소경들의 눈치가 보여서 이도 저도 못 하고 있었다.

“묶으라니까!”

“…예예!”

현수의 외침에 군사는 곧바로 답하더니, 곧장 형틀에 손을 올린 곳에 줄을 잡아당기며 손발을 묶어 버렸다.

“꽉 조여서 묶어!”

“예!”

부욱!

조여서 묶으라는 말에 군사는 황급히 손발에 피가 통하지 않을 만큼 묶었다.

“뭐해. 치라니까.”

“저… 위위경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현수의 행동에 처벌을 받은 지휘관뿐만 아니라, 장교들 역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스스로 맞겠다는 현수의 행동에 자신들이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들어 왔다.

책임감이라는 게 무엇인지 되새기게 되었다.

“어서 치라니까! 시간 끌지 말게.”

현수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무겁게 느껴지는 악정이었다.

악정은 어쩔 수 없이 땅에 떨어진 채찍을 들고서는 형틀 뒤로 갔다.

“악 장군! 미쳤는가!”

정균이 대노(大怒)하며 소리쳤다.

“나서지 마시오! 정 장군!”

현수가 소리치자, 정균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얼마나… 치면 되겠습니까?”

“기절할 때까지.”

악정이 깜짝 놀라 현수를 바라보았다.

대체 얼마나 맞겠다는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위위경, 그냥 스무 대로 하시지요.”

“기절할 때까지 치게.”

“…알겠습니다.”

악정은 망설이다가 대답한 후, 채찍을 들어 올려 현수의 등짝을 내리쳤다.

촤악!

채찍을 맞았지만, 아프지는 않고 따끔하였다.

“더 세게! 더 강하게 치란 말이야!”

악정이 때린 것만으로도 등짝이 붉게 달아오르면서 살이 부풀어 올랐고, 자국마저 선명하였다.

이 이상 더 세게 치면 살이 터질 수도 있었다.

이를 본 악정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채찍을 꽉 쥐더니, 강하게 등을 내리쳤다.

촤아악!

등을 때리고 지나간 채찍에 현수는 다리에 힘이 풀리는지 덜덜 떨고 있었다.

앓는 소리를 내고는 숨을 고르게 쉬는데 다시 채찍이 등을 치고 들어왔다.

“으윽! 후우…….”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현수였다.

“빨리해라!”

천천히 한 대씩 맞는 것보다 그냥 정신없이 맞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수의 말에 악정은 미친 듯이 채찍질을 하기 시작했다.

찰싹거리는 소리가 찰지게 들려왔다.

살이 찢어지는 소리가 귀를 찢었다.

쓰라림은 말할 수도 없었고, 등에서는 뜨거운 선혈이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다.

“하아… 하아…….”

얼마나 때렸는지 악정이 지쳐 버려 숨을 헐떡였다.

아직까지는 버티고 있는 현수였다.

“위위경, 이만하시지요… 이 정도면…….”

지금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전혀 모르는 현수였다.

등짝의 절반 이상이 피로 물들어 버린 상태였고, 다리는 완전히 풀려 겨우 버티고 있었다.

“…위위경?”

현수를 불러도 대답이 없자, 악정이 곧장 앞으로 갔다.

지켜 보고 있던 이들까지 모두 현수 가까이 다가갔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현수는 완전히 기절해 버린 상태였다.

“이 사람아! 봐가면서 해야 할 거 아니야! 여봐라, 당장 의원을 불러라!”

정균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군사들은 의원을 부르라는 소리에 닫았던 위위시 문을 빗장을 젖히고, 곧장 밖으로 뛰어나갔다.

현수는 업혀서 위위시 숙소로 들어갔다.

숙소로 들어온 이들은 현수를 조심스럽게 침상 위에 엎어 놓았다.

“하아… 이 독한 놈… 어떻게 소리 한번 안 지르고 맞냐. 자네는 좀 봐가면서 쳐야 할 거 아니야. 무식하게 무슨 채찍을 그렇게 휘둘러.”

“아니, 이 악물고 버티시는데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저도 저 나름대로 확인했습니다.”

“그럼 도대체 언제 기절한 거야?”

“설마…….”

악정은 침을 꿀꺽 삼키었다.

치라고 하자마자 그때 기절한 건가.

곧이어 숙소로 급히 의원이 들어왔고, 현수의 상태를 보자 의원은 침을 꿀꺽 삼키었다.

등짝이 터질 대로 다 터져 버린 걸 보고는 눈살까지 찌푸리며 현수에게 다가가 맥을 짚었다.

그리고는 곧장 약함을 열어서 진료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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