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려, 천하의 주인-96화 (96/159)

096화

“석포 준비!”

앞줄에는 돌을 올라갔고, 뒷줄에는 기름 항아리가 올라갔다.

그리고 다음 명을 기다렸다.

금나라 진영도 마찬가지였다.

남송의 공격을 맞이할 준비를 단단히 하였다.

전면에는 궁수를 배치하였고, 뒤에는 창병을 배치하였으며 성 아래에는 석포를 배치하였다.

펄펄 끓는 물과 기름 역시 솥에 가득 채웠다.

“장군, 모든 준비를 마치었사옵니다.”

“오냐. 잘하였다. 송나라 놈들… 이번에는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이를 부득 가는 금나라 장수, 호불호였다.

“공격하라!”

먼저 남송 진영에서 황제가 공격령을 내리자, 일시에 석포를 날리었다.

돌과 기름 항아리가 일제히 성으로 날아갔다.

퍼억!

쨍그랑!

돌은 성벽에 그대로 부딪쳤다.

항아리는 성벽에 부딪히거나 성곽 아래로 떨어지면서 불이 났고, 염초에 의하여 화력은 더 커졌다.

“불을 꺼라!”

불을 끄는 순간이었다.

“공성탑이 온다!”

“막아라!”

호불호는 시선을 돌리며 공성탑을 막으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성안에 배치한 석포의 사정거리는 짧아, 공성탑이 오는 거리에 닿지 않았다.

“서, 석포! 공격 준비하라!”

금의 장수, 호불호의 부장들은 빠르게 명을 내리었다.

“공격 준비하라!”

정란과 공성탑이 일정 거리 안에 다다르자, 석포는 다시 공격하였다.

수웅! 수웅!

수백여 대에 정란과 공성탑에 탑승한 보병들은 바짝 긴장한 채 있었다.

빠악!

바윗덩어리가 정란과 공성탑에 맞았지만, 쉽게 공성탑과 정란차는 무너지지 않았다.

석포는 명중률이 떨어져 정란과 공성탑을 많이 비켜나갔다.

“기름 항아리를 쏟아부어라!”

“기름 항아리를 던져라!”

부장들의 명에 군사들이 다시 석포에 실은 기름 항아리를 성으로 던졌다.

계속해서 항아리를 올려두고 불을 붙이면 바로바로 던지기 시작했다.

정신 못 차릴 정도로 기름 항아리를 내던지니, 성곽 아래부터 시작해서 석포가 활활 타올랐다.

불을 끄기 바쁜 금나라 병사들을 보며 황제는 명을 내렸다.

“전군, 공격하라!”

“공격하라!”

둥둥둥둥!

두 개의 북채를 든 군사들은 북을 치기 시작하자, 정란의 바퀴가 움직이며 일제히 성곽으로 향하였다.

사정거리에 들 때까지 석포로 계속 공격을 감행하였고, 궁수들은 정란에 바싹 붙어서 진형을 이루면서 화살을 시위에 걸어 쏠 준비를 하였다.

장수들 역시 정란의 속도에 맞춰서 앞으로 나아갔다.

황제는 부상 중에 있어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서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한참 앞으로 나아가자, 황제가 손을 올리며 소리쳤다.

“석포 공격을 멈추어라!”

“석포 공격을 멈추어라!”

금군 대장이 외치자, 부장들이 연달아 외치었고 석포 공격은 이내 멈추었다.

“돌격하라!”

“이야아아아아!”

군사들은 힘차게 정란과 충차을 밀며 최대한 빠른 속도로 달려 들어갔다.

성곽 위에 있는 금 군사들은 일제히 정란으로 활을 쏘기 시작했고, 정란 위에 있는 송나라 군사들도 활을 쏘며 금나라 병사들을 향해 공격해 들어갔다.

“금군 대장, 충차로 성문을 열면 그대로 기병들이 돌격할 것이다. 금군 대장이 직접 금군의 기병을 이끌고 성안으로 들어가라.”

황제는 아까 짰던 작전대로 다시 설명하자, 금군 대장은 고개를 숙이었다.

“폐하의 말씀 받드옵니다.”

와아아아!

쿠우웅!

공성탑에서 다리가 성곽에 걸쳐졌다.

방패와 도끼, 철퇴를 든 군사들은 일제히 선봉으로 뛰어 들어가면서 뒤에 있는 창병들이 선봉 군사들을 엄호하였다.

뒤따르던 정란 역시 돌격하는 병사들을 엄호하며 활을 쏘았다.

병장기들끼리 맞부딪치면서 남송 군사들과 금나라 군사들 간의 접전이 일어났고, 사상자들은 속출하였다.

성곽을 장악해 나아가는 송나라 군사들의 모습을 보던 황제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하하하! 함락이다… 곧 함락되겠어!”

“경하드리옵니다! 폐하!”

금군 대장 역시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너무 손쉬운 전투였으니 말이다.

얼마 뒤, 남송의 군사들이 성곽을 거의 장악했다.

끼이익.

“폐하! 서, 성문이!”

“드디어 열렸다. 금군 대장.”

“예. 폐하! 금군의 기병은 나를 따르라!”

금군 대장이 있는 힘껏 외치자, 부장들도 따라 외쳤다.

금군 대장은 곧장 말을 타고서 적진으로 뛰쳐나갔다.

“하아!”

군마(軍馬)를 박차고 선봉으로 먼저 뛰어 들어가자, 뒤이어 금군의 기병대가 대장의 뒤를 따르면서 성안으로 입성하기 시작했다.

솨아악!

금군 대장이 먼저 입성하면서 들고 있던 긴 월도로 적들을 베어 나갔다.

기병들이 연달아 들어와서는 금군의 잔당들을 무참히 말발굽으로 짓밟으며 창으로 찔러 들어갔다.

이에 궁병들도 궁을 뒤로하고, 패용(佩用)하고 있던 검을 빼 들어서는 장수들과 함께 성안으로 진입하였다.

금나라 부상병들을 검으로 찌르고 베어 나갔다.

기병들은 깊숙이 전진하면서 곳곳에 불을 지르며 금나라가 병장기를 제대로 활용을 하지 못하게 하였다.

이 광경을 모두 지켜보고 있던 남송의 황제는 웃으며 크게 기뻐하였다.

양양성에서부터 진격하여 개봉을 향해 크고 작은 다섯 개의 성을 넘었다.

다섯 개의 성이 모두 남송 아래로 떨어졌고, 이제는 총 9개의 성이 떨어졌다.

기쁘지 아니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속전속결로 성을 함락하고 개봉을 완전히 남송의 성으로 만들어야 했다.

고려군과 금나라 군이 합세해서 길목을 막고, 안정되지 않은 개봉으로 온다면 크나큰 낭패일 것이니 말이다.

더군다나 이겼음에도 후방에서 추가적으로 지원이 정말 오지 않는다면 더욱더 큰 낭패를 볼 것이었다.

주전파 신료들을 두고 왔지만, 불안감은 멈추지 않았다.

“왕 부장.”

“예. 폐하.”

“기름 항아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고, 임안으로 전령을 띄워 보내라.”

“예! 폐하!”

왕 부장은 곧장 말머리를 돌렸고, 황제는 다시 성을 바라보았다.

성곽에 금나라 장수의 수급(首級)이 걸리는 게 보이자, 황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와아아아아아!”

성을 완전히 접수하자, 남송의 군사들은 함성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연전연승(連戰連勝)하는 남송의 군사들의 사기는 이제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

* * *

“고려군은 아직이냐!?”

“예… 폐하. 고려군이 출발하였다고 하오니, 며칠 걸릴 것이옵니다.”

금나라 황제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평화가 깨지고, 또다시 전란(戰亂)이 시작되었으니 말이다.

콰앙!

황제는 분노 섞인 얼굴로 탁상을 내리쳤다.

“어찌 태상황제라는 자가 이 평화를 깨려고 하는가!”

“폐하, 소장을 보내주시옵소서. 소장이 남송의 군세를 꺾고 임안을 함락시켜 보이겠사옵니다!”

노장 올출이 말하였다.

“대원수, 그대의 나이가 지긋하니… 이는 일단 젊은 장수들에게 맡기고, 고려군의 원군을 기다립시다.”

“폐하, 그리되면 늦사옵니다. 소장이 직접 출전하는 게 빠를 것이옵니다.”

올출은 강하게 자신의 출전 의지를 밝혔다.

금나라 황제는 그런 올출의 말에 잠시 고민을 하였다.

북으로 대거 군이 이동하였고, 중앙에는 수도를 방비할 군대와 약 15만의 군이 남아있다.

하지만 이를 모두 합쳐도 남송의 50만 명이 넘는 군대를 격파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수십 년간 지내온 평화가 깨지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남송의 황제가 북벌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소식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태상황제가 내정문제에 계속해서 압박을 가하고 정치하다 보니, 황제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 전쟁을 하지 못할 거라고 방심했었다.

“다른 성들이 함락되었어. 파죽지세(破竹之勢)로 남송군이 몰려오고 있는데 장수들은 그거 하나 막지 못하고 있고… 어떤 방비책을 해놓아도 뚫리고 있으니.”

신료들은 황제의 말에 고개를 숙이었다.

각 작은 성에는 23만을 배치하였고, 큰 성에는 50만을 배치하였다.

느긋하게 방어해도 부족하지 않은 군사였다.

“하아…….”

“폐하, 신을 믿고 맡겨주시옵소서.”

올출이 다시 청하였다.

“…좋소. 대원수. 지금 당장 군사 10만을 이끌고 남송을 격퇴하시오!”

“예! 폐하!”

올출은 가슴에 손을 얹고 허리를 숙이며 곧장 뒤로 물러 나갔다.

그의 발걸음은 무거우면서도 가벼웠다.

올출이 다시 전쟁터로 나가는 순간, 황제는 올출이 걱정이 되었다.

“장유락, 태원수를 보필하라.”

“명을 받드옵니다.”

황제의 명을 받은 장수는 허리를 숙이며 뒤로 물러 나갔다.

* * *

보름 후.

가례(嘉禮)를 마친 현수는 장복을 걸친 채로 대전에 들어섰다.

현수는 그 위에 경번갑을 착용하고, 신료들 사이에 서 있었다.

“6위 대장군, 정주공은 앞으로 나서라.”

위엄 있는 황제의 목소리에 현수는 앞으로 나오자, 황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에 놓여있는 두루마리를 들어 펼치었다.

“6위 대장군 정주공 유현수는 함경도에서 선봉(先鋒)에 서서 대고려국의 영토를 되찾은 막중한 소임을 다하였다. 이에 동벽상공신에 제수하며 종3품 전중성 전중감, 종3품 위위시 위위경에 임명하노라.”

황제는 교지를 읽고, 다시 교지를 말아서 내관에게 건네자, 내관은 두루마리를 받아 들고 현수에게 다가가 건넸다.

“폐하,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현수는 허리를 숙이며 말하였다.

“악정, 천시호, 정균은 앞으로 나서라.”

세 사람 역시 경번갑을 입고서 앞으로 나섰다.

“위 세 사람을 위위시 소경으로 명하니, 위위경을 보필토록 하라.”

“예. 폐하”

세 사람은 우렁차게 대답하였고, 두루마리 세 개를 들어 내관에게 다시 건넸다.

내관은 두루마리를 가지고서 다시 세 사람에게 다가가 황제가 내린 교지를 건넨 뒤,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세 사람은 6위 장군에 이어 소경의 자리까지 이르렀으니, 위위경이 된 현수의 크나큰 세력이 만들어지려는 계기가 되었다.

“위위경 유현수는 이리 가까이 오라.”

현수는 황제의 명에 가까이 다가서자, 황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관이 들고 있는 황금으로 만들어진 절월(節鉞)을 들었다.

“내가 그대에게 이 절월을 내리니, 대대손손 작위와 전중시 위위시를 겸직할 것을 허하노라.”

“폐하,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현수가 허리를 숙이며 두 손을 내밀자, 황제는 머리부터 몸까지 전부 황금을 녹여 만든 절월을 현수에 손에 놓아주었다.

이에 현수는 절월을 꽉 쥐며 뒤로 물러섰다.

“상국, 무과 시험을 짐이 참관하여 보고 싶은데 가능하겠소?”

“폐하께서 친히 무과장에 나서시어 참관하시오면 그들에겐 영광이 아니겠사옵니까. 신이 무과 시험이 치러지는 그 날 폐하를 모시겠사옵니다.”

“고맙소. 이 상국.”

이의방은 고개를 숙이었다.

“자, 그럼 논공행상은 이만 파할 테니, 모두 물러가시오.”

“예. 폐하.”

신료들은 허리를 숙이며 뒤로 물러서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온 신료들은 모두 현수를 축하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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