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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천하의 주인-57화 (57/159)

057화

촤아앙!

이에 사병들이 일제히 검을 뽑자, 현령은 급히 사병들의 뒤로 가 숨었다.

“고작 두 놈이다! 죽여버려!”

그 말을 따르는 사병들은 일제히 현수에게로 달려들었다.

“어! X발!”

현수는 반사적으로 뒤로 돌아 경대승에게로 빠르게 움직였다.

사병들은 경대승과 현수를 빙 둘러쌌다.

“그냥 합하한테 서찰 보내자니까…….”

현수는 조용히 경대승에게 이야기하였다.

“네가 처리해라.”

“어… 어……!?”

“네가 처리하라고.”

“아, 아니! 어… 어떻게… 나는 칼을…….”

“칼? 무슨 칼? 너는 몽둥이인데.”

경대승은 철봉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몽둥이로 패.”

경대승은 사악하게 미소를 지었다.

“훈련은 실전처럼, 실전은 훈련처럼.”

“저, 저놈들이! 뭣 하느냐! 죽여!”

현령이 외치자, 사병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쫄면 죽는다.’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경대승이 가르쳐 주었던 봉술들이 머릿속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주자, 현수는 곧장 반응하였다.

부웅!

현수가 봉을 크게 한번 크게 휘둘렀다.

일제히 덤비던 사병들이 주춤하며 멈추자, 현수는 그대로 봉을 잡고 한 사병에게 크게 내리쳤다.

까앙!

검으로 봉을 막았지만, 철봉으로 내려치며 누르는 힘은 막강했다.

퍽!

정수리에 봉이 떨어지자, 사병은 온몸에서 고통을 느끼며 땅바닥을 굴렀다.

당황하던 다른 사병들이 일제히 공격해 들어왔다.

현수는 연습하던 대로 움직이며 검을 막고 쳐 내었다.

묵직한 소리가 나며 철봉에 맞은 사병들은 쉽사리 일어나지 못하였다.

“악!”

현수가 사병의 머리통을 정통으로 때려버리자, 현령을 지키던 사병 하나는 두 눈을 뜬 채 머리에 피를 흘리며 죽어 버렸다.

머리가 함몰되어버릴 정도로 강하게 쳐버렸기 때문이다.

현수는 매섭게 사병들을 노려보다 재빠르게 장타로 가격하고, 가까이 붙어서 단타로 어깨 다리 부분을 쳐내었다.

최소 한마디는 부러졌을 것이다.

현수의 공격에 사병들은 몸을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현수는 곧바로 현령을 향해 달려가 가차 없이 철봉으로 현령의 머리를 쳐버렸다.

빠악!

제대로 맞아 머리뼈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철봉을 맞은 머리는 함몰되었고, 현령의 피가 현수의 얼굴과 옷에 튀었다.

현수는 이런 상황이 처음이었지만, 의기양양하였다.

‘역시 칼보다는 몽둥이가 제격이군.’

경대승은 피식 웃었다.

현령이 죽어 버리자, 사병들은 뒤로 물러서기 시작하다가 검을 버리고 도망쳤다.

곧이어 현위들이 군사들을 이끌고 뛰어왔다.

죽어있는 현령을 보자, 현위와 군사들은 숙덕거렸다.

경대승은 현위들과 군사들에게 호통치며 군령으로 그들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령이 데리고 있던 여자의 위치도 알게 되었다.

대구 현 현위가 길을 안내하자, 현수가 그 뒤를 따랐다.

관아 뒤편에 있는 별채에 도착했다.

현위는 침을 꿀꺽 삼키며 현수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말하였다.

“저 안에 있습니다.”

덜컹.

현수는 방문을 열고,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부터 풍기는 역한 냄새로 인해 코를 막은 채 안으로 들어가자, 침상에 누워있는 여인이 보였다.

끙끙 앓고 있는 모습을 보고, 급히 여인에게로 다가가 살폈다.

양발에 칭칭 감겨 있는 천에서 피와 고름이 섞여 나오고 있었다.

현수는 그 여인의 맥을 잠시 짚어 보고는 발에 감긴 천을 풀었다.

발의 상태를 보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이거…….”

현수는 곧장 밖으로 뛰쳐나가 현위에게 명을 내렸다.

“의원! 당장 의원을 불러! 의원!”

“예! 장군.”

현위는 여인의 상태를 미리 알고 있었던 듯하였다.

현수는 다시 곧장 안으로 들어가 여인을 살피었다.

주위에 수많은 천이 있었다.

하지만 약은 없었다.

“아니! X발… 이건 아니잖아!”

현수는 우선 깔끔한 천으로 피고름을 닦아 내었다.

“아… 이 미친 현령 새끼…….”

“무슨 일이냐?”

밖에서 기다리던 경대승이 안으로 들어왔다.

현수에게 다가서다 여인의 상태를 보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이게…….”

“형! 일단 빨리 가서 깨끗한 물 좀 떠와 주고, 얼음… 얼음! 가져와! 빨리!”

“어, 그래…….”

경대승은 현수가 부탁한 것을 찾기 위해 곧장 밖으로 나갔다.

현수가 다른 깔끔한 천을 잡아당겨 팽팽하게 만든 다음, 오른쪽 발등 부분부터 천천히 강하게 쭈욱 밀어 올리자, 피부층에서 피고름들이 빠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몇 번 반복 하면서 피고름을 빼내기 시작했다.

얼마 후, 다행히 의원이 도착하였다.

경대승이 사람을 시켜 얼음과 물을 가지고 왔고, 의원은 이를 사용하여 여인의 치료를 급하게 시작했다.

의원이 도착하자, 현수와 경대승은 별채 밖으로 나왔다.

“하… 제기랄 진짜 더럽네…….”

“대체 왜 그리 화가 난 거냐?”

“저 여자 발 때문에.”

“발이 왜?”

“그거 전족(纏足)이야.”

“…뭐?”

처음 들어보는 말에 경대승은 되물었다.

“전족이 무엇이냐?”

“송나라 풍습인데… 세 살쯤부터 천으로 발을 이런 식으로 꽁꽁 싸매게 해. 그럼 이렇게… 발이 이 모양이 되지.”

현수는 손등을 예시로 발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 주었다.

“이 전족은 여자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하는 풍습이야. 이게 와전돼서 미의 풍습이 된 거지.”

경대승은 송나라의 풍습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황당하구나…….”

“황당하지. 세상에 이런 거지 같은 중국의 풍습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그것도 끔찍하게.”

“저 여자… 살 수 있겠냐?”

“나도 몰라. 근데 저 고통을 어떻게 참았을까…….”

“저렇게 되면 영원히 걷지 못하는 거지?”

“발이 다 성장한 여성의 발등을 강제로 부러뜨리고 천으로 꽁꽁 싸매 놓은 채로 오랫동안 두었으니… 원상복구를 시키려면 다시 발등을 부러 뜨려야 해.”

“뭐, 뭐!? 그럼…….”

“나도 어떻게 될진 몰라.”

* * *

석 달 후.

현수는 이의방에게 서찰을 보내었다.

대구 현 관아에서 전 현령이 쌓아둔 재물들을 모두 풀어 백성들에게 돌려주고 대구 현을 안정시켰다고 작성해 보냈다.

강제로 노비가 된 이들의 노비 문서는 돌려주었으며, 명분이 없어 회수되지 못한 토지문서들은 모두 개경으로 올려보내 처리하게 하였다.

강제 전족 당한 여인은 치료가 잘 되어 다행히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었고, 신랑과 함께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다.

덜컹.

방문을 열고 들어온 현수는 경대승에게 다가갔다.

“일 처리는 잘 돼요?”

“음… 다했다… 현에 부임하는 이가 도착하면 곧 떠나자꾸나.”

“오기는 온대? 벌써 몇 달째야…….”

“그건 네가 더 잘 알 텐데.”

경대승의 말에 현수는 입을 다물었다.

“그 부분은 이야기하지 말자니까… 그런 이야기 하면 우리 또 싸운다고…….”

“알면서 네가 먼저 물은 게 아니냐.”

툭!

경대승은 상 위에 책 몇 권을 현수에게 던졌다.

병법서(兵法書)였다.

손자와 오자 그리고 육도였다.

“이건 어디서 났어?”

“서고에 있더라고. 그리고 너 지금 여기서 할 게 없지 않느냐. 이거나 읽도록 해라.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보도록 하고.”

현수는 입을 내밀며 세 개의 병법서를 가지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 * *

며칠 후.

개경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관아 안으로 들어섰다.

이 중에는 새로 부임해온 현령과 현위도 있었다.

그리고 현에 배속될 새로운 중랑장 1인, 낭장 2인, 별장 1인, 교위 3인, 대정 5인도 함께 대구 현에 들어왔다.

이것으로 내정과 군사 관련된 일은 처리가 된 것이었다.

“상장군을 뵙사옵니다.”

“어서 오시오. 현령과 현위. 장수들이 새로 왔으니, 우리는 이제 갈 길을 가겠소. 부디 현민 들에게 아량을 베풀어 좋은 현령이 되어 주길 바라오.”

“예. 상장군. 살펴 가시옵소서.”

“살펴 가시옵소서! 상장군!”

현령과 장수들은 정중하게 응양군 상장군 경대승에게 인사를 하였다.

경대승과 현수는 관아를 떠나 다시 길을 잡았다.

대구 현에서 동경으로 바로 가지 않고, 동쪽으로 길을 잡았다.

동경까지 바로 가면 금방이지만, 가능한 국토를 돌아보며 어사 짓도 해보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에 며칠간 자세하게 계획을 짜며 길을 잡은 것이었다.

* * *

그 후로 몇 년이 흘렀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의방은 계속해서 개경과 개경 주변까지도 치안을 강화하였다.

이렇다 보니 크고 작은 사건들은 일어나기는커녕, 개경은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음… 그래. 이건 이렇게 처리하도록 해.”

“예. 합하.”

지방장계가 온 것을 수결하고, 장계를 한쪽에 치워 두었다.

“합하, 이번 안건은 해안방어선에 관한 것이옵니다.”

“음… 그래 ”

이의방은 장계를 받아들고서 펼치더니 살펴보기 시작하였다.

중방에서 모든 안건을 처리하기 시작하면서 이의방의 주변도 많이 바뀌어 있었다.

말단관리들을 옆에 두고서 행정업무에 임한 것이다.

지방에서 육부로 장계가 올라오면 육부에서 확인하여 중방으로 올렸고, 이것들을 최종적으로 이의방이 확인하여 수결함으로써 일 처리를 마무리 지었다.

이의방은 육부에 명을 내려 크고 작은 것들 가리지 않고 모두 보내라고 하였다.

“음… 해안방어선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군. 추밀원부사”

“예. 합하.”

박육화가 답하였다.

“고려 전역의 해안방어가 어떠한지 살펴보고 오시오. 또한 이 장계를 올린 이에게 남해안 일대의 해안방어선 구축이 어떠한지 자세한 보고문을 올리도록 하라 하시오. 더불어, 병부에서 하루빨리 이 일을 처리하여 보고하라 이르시오.”

“예. 합하. 그리하도록 하겠사옵니다.”

이의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군사안건은 한쪽으로 빼두었다.

“합하, 아뢸 말씀이 있사옵니다.”

“말씀하시오.”

“대전에서 조회를 열었사온데… 황실 내부의 호위와 안전을 모두 환관에게 맡기겠다며 폐하께서 말씀하셨사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황실의 내부 안전을 환관들에게 맡기신다니… 그렇게 되면 용호군, 응양군, 견룡군을 곁에 두지 않겠다는 소리가 아니신가. 그럼 폐지를 하라시는 건가?”

“신들이 폐하께 말씀을 드렸사오나, 폐하께서 워낙 완강하시다 보니…….”

한문준의 말에 이의방은 눈살을 찌푸렸다.

황제는 여전히 자신을 믿지 않았다.

오로지 황실에만 충성할 이들이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다.

황제의 선택에 이의방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환관 훈련은 누가 도맡는다고 하던가?”

“대장군, 백임지이옵니다.”

한문준의 말에 이의방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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