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려, 천하의 주인-17화 (17/159)

017화

“저… 대장군…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정균이더냐.”

직설적으로 두 부장에게 물었다.

“네놈들이 정균의 개가 된 게 언제냐.”

“…….”

이의방의 말에 두 부장은 눈이 떨며 애써 시선을 회피하였다.

이의민은 도끼를 꽉 움켜쥐었다.

여차하면 머리를 찍어 버리기 위함이었다.

“위위경!”

두 부장은 다급하게 무릎을 꿇었다.

“언제부터냐! 언제부터 정균의 끄나풀이 된 것이냔 말이야! 정균이 뭐라더냐. 나를 죽이라고 하더냐!”

이의방의 말에 깜짝 놀란 이의민은 곧장 말하였다.

“황도로 진격하시지요! 아니면 이대로 해주로 가심이 어떠하시옵니까!”

“아니다…….”

“예!?”

곧장 해주로 간다고 하면 개경에 있는 가족들이 무사하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속에서는 열불이 뻗치지만, 형제들과 가족들을 생각한다면 차마 해주로는 가지 못할 것 같았다.

“들어라.”

“예…….”

이의방은 집사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돌아가라. 그리고 때가 되면 내가 알아서 갈 테니… 아무 짓도 하지 말고, 계속 지켜보고만 있으라 해라. 혹여나 개경에 도착해서 어디를 다녀왔냐며 군사들이나 부장들이 묻거든… 솔직하게 이야기해라. 나에게 급한 용무로 다녀왔다고.”

“예. 저… 대감께서…….”

“알아. 문공의 심정이 어떠한지는 알겠으니까. 이만 돌아가게.”

“예… 위위경.”

집사는 고개를 숙이며 다시 말 위에 올라 말머리를 돌려 개경으로 향하였다.

이의민은 의아한 표정으로 이의방을 보며 물었다.

“어찌하려고 하십니까.”

“이 두 놈이 나를 죽이려 했으니… 자네가 처리하게.”

“예! 위위경!”

“위위경! 살려주시옵소서!”

“살려주시옵소서! 위위경!”

“이야아아아아!”

뻐어억!

이의민은 도끼로 한 부장의 머리를 쳐 죽였다.

다음 차례의 부장 역시 사정 봐주지 않고서 도끼로 머리통을 쳐버렸다.

퍼억!

철푸덕!

머리를 맞고 즉사 한 두 부장을 처리한 후에 이의방을 보며 고개를 숙이었다.

“후우… 좋은 곳에 묻어 주게.”

“예. 위위경!”

이의방의 명을 받아 이의민은 부장들에게 수습을 명하고는 재차 이의방에게 물었다.

“이제 어찌하실 것이온지요.”

“어찌하긴… 개경으로 가야지.”

“예!? 아니… 방금 전에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직접 봐야 할 거 아닌가. 고득시가 군을 이끌고, 계속 내 명을 받았으니… 먼저 개경으로 들어가겠지. 거기서 고득시에게 소식이 올 거고… 그 소식을 받은 후에 개경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럼 어찌하려 하십니까. 이 장군에게 군사를 주어 동북 면을 거쳐 개경으로 오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방금은 당장 달려가려 했는데… 생각해보면 고득시가 나보다 먼저 개경에 도착할 것이 아닌가.”

맞는 말이었다.

고득시가 먼저 개경으로 들어가면 상황을 살필 게 자명하였고,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연통을 넣을 게 뻔하였다.

거기에 고득시가 쉽게 당할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이의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장군!”

“예! 위위경!”

이영령은 뛰어와 군례를 올리었다.

“방금 내가 내린 명은 거두겠다. 이렇게 되었으니 함께 통주로 가서 살피고 동북 면을 가자.”

“예. 위위경!”

이영령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이었다.

“알겠사옵니다. 위위경의 명을 따르겠사옵니다.”

“자, 그럼 우리는 가세!”

“예! 위위경.”

이의방이 다시 말 위에 올라서자, 장수들도 말 위에 올라탔다.

“전군! 통주로 향한다!”

“통주로 향할 것이다! 대열을 갖추어라!”

“대열을 갖추어라!”

부장들이 소리를 치며 군사들에게 재차 명을 내렸다.

이의방을 선두로 이의민, 이영령이 양옆을 지키었다.

군사들이 대열을 갖추자, 이의방은 앞으로 치고 나가 군사들을 이끌고 통주로 향하였고 곽주에 남은 박존위와 돈장, 이철용은 이의방에게 군례를 올리었다.

“자, 슬슬 시작해야지.”

“예?”

“…….”

박존위와 돈장이 미소를 짓자, 이철용은 사색이 되었다.

또다시 처맞을 생각을 하니 겁이 나지 않겠는가.

더불어 군사들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 * *

“그게 무슨 말이야! 자네!”

종참이 고개를 숙이었다.

“송구하옵니다.”

콰앙!

“문극겸과 이의방과 관련된 이들 모르게 감시하라 하였더니… 결국에는 이의방에게 알려준 꼴이 되지 않았느냐!”

정균은 대노하였고, 종참은 할 말이 없는지 고개를 숙이었다.

“이리되면 이의방이 흥위위를 이끌고 개경으로 들어올 것이네. 이의민까지 합세하였다면… 참으로 골치가 아픈 일이란 말이지… 자네는 속히 이의방의 측근들이란 측근들의 동태를 확실하게 살피고 감시를 하게. 이번에는 절대 실수를 해서는 아니 되네.”

“예. 장군!”

종참이 곧장 밖으로 나가자, 정균은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는지 손을 떨기 시작했다.

현재의 사정을 듣고 나서 개경으로 돌아오는 순간, 이의방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며 더군다나 이의방이 월도를 휘두르면 그야말로 일당 천과 같을 것이었다.

문신들을 죽일 당시에 이의민이 제일 많이 죽였다고 문신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했지만, 실질적으로 제일 많이 죽인 건 바로 이의방이었다.

어릴 때부터 봐왔던 이의방의 월도 솜씨는 가히 천하제일(天下第一)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런 이의방이 온다는 것에 정균은 소름이 돋아 오는지 상에 놓인 술병을 들고서 벌컥벌컥 들이켰다.

“이의방… 어찌 죽여야 하나…….”

이의방에겐 군사도 있고, 장수들도 그의 옆에서 딱 붙어 있을 것이다.

이의방이 정균의 계획을 알고 있다면 바로 경계부터 할 이의방이었다.

그런 그에게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생각이 도통 나지 않았다.

‘자객을 보내…? 아니면 독주를……?’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딱히 묘안이 떠오르지 않자, 정균은 곧장 밖으로 나가 버렸다.

* * *

며칠 후.

“하아… 그것참… 문제란 말이야…….”

“형님, 대체 뭐가 문제라는 겁니까?”

“네 형 말이다. 너무 적을 많이 만들었어.”

걱정스럽고도 불안한 하루하루가 되어 가고 있었다.

비록 모르는 척하고 있었지만, 며칠 새 계속 이의방의 저택과 자신의 저택을 주시하는 눈이 있었다.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었다.

사돈인 문극겸 역시 돕고 싶어도 돕지 못하는 상황인 데다가 도움을 청할 곳이 따로 없으니, 환장할 노릇이다.

그나마 문극겸이 지난번에 집사를 보냈다고 하였으니, 이의방이 눈치는 어느 정도 챘을 것이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정중부가 우리에게 해를 끼친다고 한다면 형님이 지금 가 있는 서북 면에서 해주로 바로 들이쳐서 정중부의 가문 자체를 박살을 낼 게 뻔하지 않습니까.”

이의방의 동생, 이거의 말에 이준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 날이다.

동생이 떠난 후로 내정에 관한 업무를 보면서 살피며 정중부 측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문극겸 덕에 정중부가 일을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 정중부가 언제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도 생각을 들었다.

밤낮이 매우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저들도 의방 형님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우리에게 함부로 위해를 가하지 못할 것입니다.”

“달라…….”

“예!?”

“아우들은 모르고 있는 것이 있어…….”

“그… 무슨 말씀이신지요.”

이린이 물었지만, 이준의는 쉽게 말하지 못하였다.

폐주의 살인 계획을 바로 이의방이 계획한 것이라고는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뒤돌아섰다.

“아니, 왜 말을 하려고 하시다 마십니까.”

“형님, 말씀해주십시오.”

이린과 이거가 동시에 물어왔다.

“의방이가 폐주를 시해하라고 직접 명을 내렸다.”

“예!?”

“그 무슨!”

폐주를 시해한 이의민에게 죄를 물으려고 중방에서 말이 나왔으나, 이를 무마시켜 버린 게 이의방이었다.

결국 이의방은 명분을 만들어 내어 이의민을 구명하였다.

“흐음…….”

이거는 손을 머리에 얹었다.

“정말이라면 꽤 골치 아프네요.”

“골치가 아픈 게 아니라, 집안이 뒤집어지는 거지.”

“아니, 그나저나 왜 죽이라고 한 겁니까? 설마…….”

“나도 모르지…….”

이거와 이린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폐주는 현 금상 황제의 형이었다.

하지만 금상은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보니, 형이 죽어도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있는 무능한 황제였다.

대체 왜 금상을 세웠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두 사람이었다.

세울 것이면 신망이 두터운 대령후를 세우든지 해야 했었다.

듣기로는 태후가 이의방을 시켜 대령후를 직접 데려오라 명했다고 했다.

이의방은 당시 부장이었던 돈장, 고득시를 출발시켰는데 막상 도착하고 나니, 대령후 왕경이 죽어 있다고 했다.

누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이런 일로 인하여 명종이 즉위를 한 것이다.

“근데 죽을 만하죠.”

“뭐……?”

“무신들을 핍박하고, 문신들과 향락에 빠졌다가 매관매직(賣官賣職)하지 않았습니까. 못 할 짓 많이 했지요. 거기다가 동생이 황제가 되었는데 김보당이 난을 일으켜서 폐주를 다시 옹립하려 했으나, 실패했으니… 계속해서 살려두면 현 금상 폐하의 입지는 폐주에 의하여 난처한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지요.”

“…….”

“그뿐만이 아니라, 생각해보면 폐주를 좋아했던 신하들도 있지 않습니까. 금상 폐하에게 불만을 품은 문신들이 다시 폐주를 찾아가 황위를 되찾자면서 또 반란을 부추길 수 있으니, 형님이 죽인 걸 수도 있겠네요. 완전히 그 싹을 제거한 거죠. 그렇게 되면… 금상께서는 그런 걱정 안 하고 편히 쉬실 수 있으니 황실에서는 좋은 거 아닙니까? 또 폐주 성격이 얼마나 더럽습니까. 동생들까지 전부 못 믿는 황제였는데…….”

이거의 말에 이준의는 눈이 커졌다.

“거야.”

“예. 형님.”

“고맙다…….”

“예?”

이준의는 곧장 밖으로 나가버렸다.

* * *

“끄으응…….”

이제야 정신이 들었다.

대체 얼마나 잠을 청했는지 모르겠다.

잠시나마 그게 제발 꿈이기를 바랬다.

하지만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고 지금 누워 있는 곳은 침상이었다.

“정신이 드는가?”

의원에 물음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네…….”

“무리하지 말게. 자네는 좀 더 쉬어야 해. 그나저나 칼바위 산에 올라가다니… 자네도 대단하구만…….”

“…네?”

“약초를 캐러 간 게 아닌가? 그곳은 귀한 약초들이 자라는 곳이기는 한데… 웬만한 약초꾼들도 올라가지 못하는 곳이야.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단단히 준비해야 하지.”

“…….”

이상하다.

자신은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약초 캐러 산에 올라갔다.

집안 자체가 약초꾼이라 그랬던 것이었고, 나는 고등학교 졸업하면 사학과로 갈 생각이었다.

더불어 나는 한약학과 나오지 않아도 한약 지식을 방대하게 가지고 있기에, 그냥 회사를 이어받으면 되었다.

그래도 굳이 한약학과 가야 한다면 사학과 졸업하고 들어갈 생각도 하고 있었다.

집안에서 한약학과에 약재들을 무상으로 지원해주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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