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농자천하지대본(4)
22화 농자천하지대본(4)
유학자 지망생들을 싹 다 모았다.
규모가 상당했는데 족히 200명은 되었다.
여기에 이문진이 불러온 유학자가 20명으로 사제 관계가 1:10 비율로 될 것이니 나쁘지 않았다.
서론이 길었다.
이들은 장차 고구려의 내일을 이끌어갈 사람들이었다.
그러니까 고구려의 기층을 통치할 예비 관료들이라는 말이었다.
다만, 아직 천자문을 익힌 이가 없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물론 지금 중요한 건 아니었다.
일찍이 주경야독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었다. 이는 낮에는 글자를 익히고, 밤에는 황충의 알을 구한다는 뜻이었으니 작금의 고구려를 위해서 만들어진 사자성어라고 하겠다.
“음. 대인. 질문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다 알겠는데 황충의 알은 대체 어디에 사용하시는 겁니까?”
“그 전에 묻지. 자네들은 밥을 왜 먹나?”
오히려 물어보자 지망생들은 크게 웃으면서 너도나도 말했다.
“하하하! 밥을 먹어야 신라 놈들의 멱살을 잡지요.”
“굶으면 한 놈 잡는데, 먹으면 열 놈은 잡을 수 있습니다.”
“사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우리는 늘 이깁니다. 혼자서 열 놈씩 때려잡는데 꼭 작전이 이상해서 밀리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냥 싸우면 되는데 복잡하게 유인하고, 매복하다가 지는 거 아니겠습니까. 매복하다가 기 빨리고, 유인하다가 진이 빠지는 겁니다.”
“맞습니다. 그냥 싸우면 우리가 이깁니다.”
패배의 원인은 지휘관의 무능력함이라고 부르짖는 이들은 역시 전투 종족, 고구려인이었다.
이들이 유학을 익혀서 경전을 품에 안고 말을 타며 적과 싸우는 장면은 생각만 해도 설렜다. 철학자가 창칼을 들고 적과 싸운다? 정말 멋지지 않은가.
나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하면, 적이 굶으면 어떤가?”
“굶은 신라 놈이면 20명도 거뜬하지요.”
“하하하! 대인. 양손 안 써도 됩니다.”
“그 정도면 작전이 귀신처럼 엉망이어도 이깁니다.”
“무조건 이깁니다.”
아주 흡족한 답변이었다.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할 생각이네.”
“예?”
“고구려의 병충해를 서토로 보낼 것이네. 하여, 제물로서 황충의 알을 모아내는 것일세.”
“······.”
무거운 침묵이 발생했다.
고구려인이 모두 전투 종족은 아니었다. 조용히 농사에 전념하는 백성들은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농부가 아닐지라도 병충해가 어떤 건지는 알고 있었다.
“대인. 그게 가능합니까?”
“자네는 아직도 내가 석회로 살충의 위엄을 보인 일을 모르는가?”
“그건 알지만······잠시만요. 신라가 아니라 서토라고 하셨습니까?”
“그렇다네.”
“오!”
“오오!”
“오오오!”
보라.
대륙을 향한 이 뜨거운 러브콜.
이들에게 두려운 건 혹시 ‘평화’가 아닐까?
고구려, 정말 상무적이다.
“그러면 기근을 내리고 들이박는 겁니까?”
“듣기만 해도 미친 듯이 설레는군요.”
“그렇지 않아도 죽기 전에 한번 겨뤄보고 싶긴 했습니다.”
“아. 우리가 이기는 건 당연합니다.”
“하하하! 황충의 알을 구해오지요.”
안 그래도 곳간 걱정을 슬슬 하고 있었는데 자발적 인부를 구했다.
아주 기분 좋은 일이었다.
“한데, 대인. 그냥 낮부터 밤까지 알을 구하러 다니면 안 되겠습니까? 글자 익히는 게 영 체질에 안 맞습니다.”
“누가 억지로 시켰나? 자발적으로 왔으면서 왜 그러나?”
“글자 보고 있으면 품삯을 주신다고 하셔서 왔지요. 그런데 보는 게 이토록 어려운 줄은 몰랐습니다.”
솔직하다. 정말.
사실 당장 태자 고대원부터 백성들과 씨름하고 춤추는 나라다.
이러한데 평소 온화하기로 유명한 왕고덕은 얼마나 편하게 대할 수 있겠는가.
여기서 하나 더.
꼭 나와 고대원이 아니라도 이 시절 귀족들은 기본적으로 백성들과 잘 지냈다.
강력한 위계가 존재하긴 했으나 평소에는 웃으며 잘 떠들었다.
서로 마인드가 맞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잘 지냈다.
어쩌면 일종의 전우애 같은 걸지도 모르고.
보이지 않는 선만 잘 지키면 절대 탈이 없기도 했다.
“글자를 익혀야만 농법을 배우지.”
“······.”
“글자를 익혀야만 병법을 배우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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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국가에서 살충은 당연한 행위지만, 전근대에서는 사실상 ‘신’의 영역이었다.
단적으로 조선 시대만 하더라도 병충해가 발생하면 그저 하늘에 대고 빌고 또 비는 게 해답이었으며, 미리 방비한다는 개념은 제대로 정립하지 못했다.
그러한데 고구려에서 내가 병충해로 수나라를 견제하겠다고 하였으니 얼마나 충격적이었겠는가.
“형님. 정말 가능합니까?”
당장 연자유만 하더라도 다시 나를 찾아왔다.
그러나 불신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미 살충을 보여줬기에 병충해를 좌지우지할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느껴졌다.
“형님. 정말로 해낼 수 있다면······.”
“태왕의 위력이 사해를 떨치겠지.”
“그렇습니다.”
나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다 가져가게. 그러니 협조만 해주면 될 것이네.”
“거는 기대가 큽니다. 그런데 어찌 할 수 있는 겁니까.”
“따라오게.”
사랑채 밖으로 나가니 이문진이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흙투성이였다.
백성들과 함께 흙밭을 뛰어다닌 게 분명했다.
정말로 FM 그 자체였다.
“많이 모았는가?”
“대인의 성에 차길 바랄 뿐입니다.”
하나를 시키면 하나를 가득 채워온다.
방긋 웃으면서 창고를 열어봤다.
“허······.”
15평은 되는 창고였는데 황충의 알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상당한 수량이었다.
“다른 창고에도 있습니다. 모두 300석이 넘습니다.”
1석이면 대충 150kg이었으니 300석이면 45t이었다.
1t 트럭 45대를 동원해야 옮길 수 있는 수량이었으니 엄청나긴 했다.
또, 며칠 만에 이렇게 확보한 건 정말 보통 일이 아니었다.
고구려인들은 정말 행동적이라는 걸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그나저나 300석이 순수 알의 무게는 아니었다.
흙이 절반일 것이다. 아니, 더 많을 것이다.
자고로 황충 떼를 소환하려면 1억 마리는 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성에 차지 않았다.
“부족하군. 한참 더해야 하는데 이러다가 곳간이 텅텅 빌까 봐 걱정이긴 하군.”
“대인. 며칠 만에 이 정도면 엄청난 수량입니다. 콩을 받으려는 백성도 뛰어다니고, 주경야독을 외치는 이들도 밤마다 뛰쳐나옵니다. 또한, 대인의 곳간이 텅텅 비는 날은 고구려가 망하는 날입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음.”
“한데, 대인. 이대로 두실 수도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이대로 두면 평양에 메뚜기 월드가 생기게 될 것이다.
그러면 나는 죽을지도 모른다.
진짜.
“어쩔 수 없지.”
아직은 미약한 수량이지만 황충의 알이라는 건 비축하는 게 아니었다.
첫 시작이니까 조금 부족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편할 것 같다.
슬쩍 연자유를 쳐다봤는데 이제 분위기를 파악한 것 같았다.
“뭐 하나?”
“아.”
“준비하게. 300석을 모조리 보내야지. 음. 북평군이면 딱 적당하지 않겠나? 상단이라고 하면 어려움은 없을 것이네. 서둘러야 하네. 시일을 지체하면 난리가 나니까.”
“······그런데 누구를 책임자로 보내실 겁니까.”
나는 방긋 웃었다.
이 시절 고구려에는 적진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데 비상한 재주를 가진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를 떠올리며 말했다.
“을지문덕.”
을지문덕은 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준비해서 보내주시게.”
“그가 남몰래 다니는 걸 잘하긴 하지만······.”
“무조건 성공할 것이네.”
“알겠습니다.”
을지문덕은 정말 잘할 것이다.
그런데 이문진이 묘하게 웃었다.
그냥 안 물어봤다.
그나저나 더 속도를 내야 한다.
고구려에서 황충이 부화하기 전에 말이다.
아까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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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을 싹 다 모았다.
기본적으로 이들은 고양성이 주재하는 전략 회의에 들어올 수 없는 이들이었다.
사실 그 회의가 평양계 중심으로 운영되는 비선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은 사정을 잘 몰랐다.
또, 그래서인지 잔뜩 기대에 찬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새로운 방법을 알려주리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이제 본격적으로 토지 분배가 이뤄졌고, 개간이 진행되고 있었다. 사실상 첫 삽을 뜬 것이니 모두 얼마나 기대가 많겠는가.
그런데
“대인. 소문을 들어보니 황충의 알을 가져오면 콩을 내리신다고요?”
“혹시 소인들도 동참해도 되겠습니까.”
정직하게 땀 흘려 일할 생각은 안 하고 불로소득을 노리고 있었다.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쳐다봤다.
“자네들은 정말 염치가 없군.”
“대인. 무슨 말씀입니까.”
“농작물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병충해를 막는 게 가장 중요한 것일세. 하여, 일찍이 석회로 살충의 비법을 선보였으나 더 효과적인 건 그 전에 제압하는 게 아니겠는가? 하여, 사재를 열어서 박멸의 의지를 만천하에 밝혔네. 묻지. 이 일이 어디 나 한 사람만 좋자고 한 일인가?”
“······.”
“한데, 지금 뭐라고 했나? 자네들도 황충의 알을 구해와서 내게 콩을 받아 가겠다고? 아니, 황충을 제압하면 내 땅의 농작물만 잘 자라나? 자네들의 땅에는 귀신같이 벌레들이 튀어나와서 농작물을 갉아 먹나?”
“······.”
“참으로 뻔뻔하군. 자네들 이렇게 안 봤는데 너무 뻔뻔해. 어찌 물도 안 묻히고 손을 씻으려고 하며, 비용도 안 내고 수레에 올라타려고 하는 것인가? 내가 이 꼴을 보자고 농자천하지대본을 부르짖었는지 자괴감이 드는군.”
일장 연설을 했다.
그런데 사실 내 말이 맞긴 했다.
수나라 타격 용도를 제외하더라도 황충을 제압하는 건 이들도 좋은 일이다.
귀족들은 눈치를 보더니
“이런. 대인께서 오해하셨군요.”
한 명이 멋쩍게 웃으며 슬쩍 말을 꺼냈다.
나는 못이기는 척 대꾸했다.
“오해라고 했나?”
“그렇습니다. 대인께서 황충의 알을 제거하신다기에 소인들도 손을 보태고자 한 것이었습니다.”
“허.”
“대인께서 하시는 일인지라 말을 에둘러 하다 보니 오해가 생긴 거 같습니다. 그러니 부디 노여움을 가라앉히시지요.”
“이런. 이건 나도 실수한 것일세. 자고로 고구려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것인데.”
“하하하. 그렇습니다.”
이만하면 됐다.
나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사병을 동원하여 알을 구해보겠나?”
“사병이라고 하셨습니까?”
“아니, 국내성부터 여기저기를 다 들쑤시면 황충의 알이 많이 구할 수 있을 것이네.”
“음.”
“내키지 않다면 가보게.”
“아닙니다. 해야지요. 하하하.”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의 사병을 거느린 귀족들이다.
이를 움직이면 엄청난 수량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구하면 태우지 말고 모조리 요동성으로 보내게.”
“요동성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다네.”
“하지만 운송하려면······.”
“아. 그건 내가 보태야지.”
이 정도는 내가 해야지.
“뭐 하는가? 당장 움직이게.”
그리고 나는 이들이 왜 내 말이면 무조건 듣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래도 된다.
물론, 때가 되면 이 또한 정리할 것이다.
아직은 시기상조일 뿐이라서 덮고 갈 뿐이다.
저들도 그리고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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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 마음으로 돼지 농장으로 갔다.
사육장도 잘 만들어졌고, 돼지 1천 대군도 도착했다고 했기에 시찰하는 게 옳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뭐하나? 자네도 먹게.”
“먹어도 되겠지?”
“뭐 어떤가. 어차피 돼지 먹을 건데.”
“하긴. 우리가 먹는다고 얼마나 티가 나겠나? 우리가 돼지도 아닌데.”
농장에서 일하는 인부들이 콩을 나눠서 먹고 있었다.
그냥 헛웃음을 지으며 쳐다봤다.
그러다가 눈이 마주쳤다.
서로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
“송구합니다. 그런데 소인들이 돼지가 아니라서 많이 먹지는 않습니다.”
“그렇긴 합니다. 우리가 먹어봐야 얼마나 먹겠습니까.”
백성들이 놀랍게도 변명이라는 걸 했다.
나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편히 먹게. 그런데 앉은 자리에서나 먹게. 싸 들고 가는 건 곤란하네. 그러니 일이나 열심히 하게.”
“역시 배고프면 왕 대인을 찾으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군요. 그런데 돼지는 언제 잡아먹습니까?”
“이 사람아. 이제 시작했네. 그러니 조금 기다려보게.”
“하하하. 소인이 실수했군요.”
콩 몇 개 먹는다고 세상이 어찌 되는 건 아니다.
빡빡하게 살 필요는 없다.
분위기를 부드럽게 정리하며 등을 돌리니 가서일이 보였다.
그런데 그가 나타나자 인부들이 티가 날 정도로 동요했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흩어져서 일하러 갔다.
“대인께 몹쓸 꼴을 보였습니다.”
“아. 아닐세. 그런데 평소 어찌하기에 저들이 저러나?”
“원칙대로 하지요. 일하면 일하라고 하고, 쉬면 일하라고 하고, 자면 일하라고 하지요.”
“응?”
“소생이 벽화를 그릴 때도 이리했지요. 그려도 그리고, 쉬어도 그리고, 잘 때도 그렸습니다. 무릇, 한 가지에 집중한다는 건 바로 이런 게 아니겠습니까.”
“······.”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슬쩍 거리를 두며 걸음을 옮겼다.
옮겼는데
“······.”
막상 이렇게 보니 정말 엄청난 위용이었다.
1천의 돼지라는 건 말이다.
“정말 엄청나게 먹습니다. 특히, 수퇘지를 관리하는 게 어렵더군요.”
돼지가 다 돼지지만 수퇘지는 진짜 돼지였다.
빈둥거리는 걸 좋아하고 언제라도 탈출하려고 용을 썼다.
태어난 우리가 아니면 높은 확률로 탈출을 시도한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데 계속 보고 있으니 묘한 생각이 떠올랐다.
“대인. 사육도 이 정도인데 방목한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해지더군요.”
“그렇지. 그렇겠지.”
“그리고······.”
가서일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발칙한 상상에만 집중하는 것도 버거웠다.
그래서
“또 오겠네.”
바로 등을 돌렸다.
마음 같아서는 을지문덕에게 물어보고 싶었으나 중국 출장 중이었다.
그러나 대체제는 늘 있는 법이었기에 당장 고흘의 사가로 달려갔다.
막 식사하려던 고흘은 나를 보더니 환하게 웃었다.
“어서 오시게. 그래. 서토를 굶겨 죽일 방도는 잘 진행이 되고 있나?”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바로 질문했다.
“장군.”
“왜 그러나?”
“만일, 장군께서 요동성을 지키는데 며칠 굶은 돼지 1만 마리가 공격해오면 어찌하실 겁니까.”
“뭐······?”
“궁금해서 여쭤보는 겁니다.”
“1만 마리라······심지어 돼지가 며칠 굶었다? 재앙이로군.”
백전노장인 고흘도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상상의 범주 밖에 존재하는 일이라서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는 듯하여 다시 정리해줬다.
“성벽을 향하지는 않겠지요. 그런데 외곽의 농지에 나타난 겁니다. 어느 날, 갑자기, 무려 1만 마리가 며칠을 굶은 상태로 말입니다. 어떻습니까. 이 농지, 지켜내실 수 있습니까?”
“결국에는 다 죽일 수는 있겠으나 농작물은 절대 못 지킬 듯하네. 며칠 굶은 돼지 1만 마리라. 정예군 1만보다 무섭군.”
“2만 혹은 3만이면 더 두렵겠군요.”
“그 정도면 한수 일대의 평야를 초토화할 수 있을 것이네. 생각해보게. 돼지 3만 마리를 제압하려면 병력도 수천 명 이상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렇군요. 좋습니다. 또 찾아뵙지요.”
“그냥 간다고? 그러지 말고 모처럼 왔는데 한 끼하고 가시게.”
“집밥이 좋습니다.”
나는 방긋 웃으면서 일어났다.
돼지는 1년에 최소 11마리, 많으면 20마리의 새끼를 친다.
그리고 나는 돼지의 번식과 산후조리에 잘 알고 있었다.
즉, 1년이면 1천 마리로 최대 2만 마리를 확보할 수 있다.
아니, 돼지를 더 가져오라고 하면 된다.
그러니까 1년 있으면 신라의 국경을 짓밟을 수 있다.
무혈로.
아니, 돼지로.
농업은 인간이 만든 최고의 산업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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