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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8 관계 (9/9)

STEP. 8 관계

태경은 우선 혁수의 자취 집으로 갔다. 

곧 철거될 듯한 아파트였는데 중간중간 세입자들이 빠져나간 집은 문짝들이 뜯겨져 나가고 유리창이 깨어져 난장판이었다. 바람이 불자 문짝들이 덜커덩거리는 것이 어두운 구석에서는 마치 괴물이라도 나올 듯 음산한 소리가 들려왔다.

"혁수 녀석 지금 아르바이트 중이라 집이 비어 있을거야"

현관문 손잡이를 돌리자 잠겨있었다. 그러자 태경은 손으로 창틀을 쓸어보더니 열쇠를 흔들어 보였다.

"이 녀석 잊어버릴까봐 여기다 두고 다니거든."

태경과 상윤은 주인이 없는 집에 들어와 불을 켰다. 여기저기 포르노 잡지들과이불, 설거지하지 않은 그릇 등이 널려있었다.

"집이 좀 지저분하지? 이 녀석 워낙 치우는 것을 싫어하거든."

상윤을 지저분한 침대에 내려놓은 태경은 바닥에 주저앉아 그의 발을 끌어당겼다. 

"이리내봐. 아까 보니까 피 많이 나는 것 같던데."

그러나 상윤은 무릎을 감싸 안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젠 됐어. 돌아가."

"돌아가다니 어디로?"

"너희 집."

"그런 소리하지마. 나는 너를 행복하게 해주기로 약속했잖아."

상윤은 희미하게 미소했다.

"네가 찾아와 준 것만으로도 행복해."

"무슨 멍청한 소리야!"

"돌아갈 수 있을 때 돌아가는 게 좋아. 지금 돌아가지 않으면 넌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는 곳에 들어서게 될지도 몰라."

"상관없어. 여기엔 네가 있으니까."

"...내가 널 평생 안 놔주면 어쩌려고?"

"모든 걸 버려도 너 하나만 있으면 돼."

"또 생각 없이 말하는구나."

"생각 없이 하는 말 아니야! 난... 난 너랑 같이 있을 수 있다면 절벽에서라도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절벽? 좋아 절벽 끝에서 뛰어내리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려주지."

상윤은 침대에서 내려와 태경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태경의 허리로 손을 내밀었다. 태경은 잠시 주춤하며 뒤로 물러섰다.

"상윤아......."

상윤은 싸늘한 얼굴로 웃었다. 비웃음이 담긴 얼굴이었다.

"흥, 왜? 겁나는 거야? 이제 돌아갈 문은 닫히기 시작했어. 지금이라도 가고 싶다면 빨리 뛰어나가!"

"젠장, 싫어!"

"네가 평범한 사람이라면 평생을 혐오하며 살게 될지도 몰라. 그때가서 후회해도 난 절대 널 놓지않을 꺼야! 너에게 집착 할 꺼야. 너의 영혼까지도 소유하려 들꺼야. 내가 지겨워져서 도망가려해도 절대 못 벗어나게 할 꺼야!"

"그딴 소리집어 치워! 너야말로 이젠 내꺼야. 아무도 널 빼앗아가진 못해!"

태경은 상윤의 가슴에 머리를 들이 밖더니 황소가 돌진하듯 그의 허리를 껴안고 그대로 벽으로 밀어붙였다. 그리고 상윤이 입은 얇은 셔츠를 거칠게 양옆으로 잡아뜯었다. 투두둑 단추가 뜯어져 나가며 차갑고도 하얀 가슴이 드러났다. 

"무슨 짓이야!"

상윤이 날카롭게 소리치며 태경의 얼굴을 주먹으로 쳤다. 그러나 태경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상윤의 양팔을 머리 위에 모아 한 손에 움켜쥐고는 다른 한 손으로 그의 뒷목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상윤의 입을 맞췄다. 상윤은 몇 번 고개를 움직여 피하려 했지만 뒷목을 쥐고있는 태경의 손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도록 그의 머리를 단단히 고정시켰다. 상윤의 움직임은 서서히 줄어들고 그의 입술에는 천천히 힘이 풀렸다. 보드랍고 마치 금방이라도 찢어져 버릴 것만 같은 따뜻한 입술. 태경은 힘이 풀리는 입술 사이에 천천히 혀를 집어넣었다.

"하아아..."

"응..."

온몸에 전기가 감전되듯 전율이 흘렀다. 태경은 상윤의 입안 곳곳을 혀로 침범해 들어갔다. 마치 자신의 일부분인냥 그것들을 하나하나 느껴보고 보드라운 혀의 뿌리까지 뻗어 앞쪽으로 쓸어왔다. 따뜻하고 달콤한 입김. 입안에 흥건하게 고인 타액들이 사이에서 마치 물위를 뛰노는 인어처럼 두 개의 혀가 유영하고 있었다.

태경은 상윤의 손을 그러잡았던 팔을 내려 그의 허리아래에 가져다 댔다. 찰칵! 버클이 풀려지자 팬티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학!"

상윤의 어깨가 움찔 떨리며 뜨거운 입김이 쏟아져 들어왔다. 태경의 손은 상윤의 것을 찾아 쥐었다. 보드라운 살. 맥박이 살아 움직이는 살. 태경은 상윤을 안아서 침대에 눕혔다. 그의 허리 아랫부분에 걸쳐져 있는 바지를 끌어내리고 팬티마저 끌어내렸을 때 상윤의 아름다운 하반신이 드러났다. 

그것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태경은 상윤의 페니스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입안에 집어넣었다. 상윤의 페니스는 뿌리 끝까지 태경의 입안으로 빨려들어 갔다.

"하윽..."

상윤은 낮은 신음소리를 내며 두 손으로 태경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태경은 혀끝으로 살짝살짝 귀두 부분을 건드리며 거친 힘으로 상윤의 것을 빨아댔다. 

그의 움직임에 따라 상윤은 정신의 한가닥이 끊어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상윤의 신음소리 때문에 태경은 이미 흥분할 대로 흥분한 상태였다. 

"그만... 그만해!"

상윤은 더 이상 참지 못할 것 같아 태경의 어깨를 밀쳐냈다. 그러나 태경은 막무가내로 더 거센 힘으로 빨아대며 이빨을 세워 살짝 깨물었다.

"학!"

부연 체액이 태경의 입 속을 채웠다. 태경은 몸을 일으켜 상윤의 두 다리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한껏 팽창되어 있는 자신의 것을 밀어 넣으려 했다. 그동안 상윤은 두 눈을 감은 채 태경을 외면하고 있었다.

"상윤, 나를 봐."

태경이 낮게 속삭였다. 눈을 떴을 때 상윤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왜 그래?"

"아무 것도..."

그러나 상윤은 심하게 몸을 떨고 있었다. 태경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다가 떨고 있는 상윤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의 품안에서 상윤의 어깨가 가늘게 떨려왔다. 그것이 너무나 안쓰러워 태경은 있는 힘을 다해 그 어깨를 끌어안았다. 마치 바스라져 버릴것만 같은 여린 어깨.

"떨지마. 내가 있잖아."

역시 태경의 가슴은 따뜻하고 포근했다. 상윤은 눈을 감았다. 콩닥콩닥거리는 심장소리가 들려왔다. 

규칙적이고도 편안한 소리였다. 살아있다는 증거. 그리고 누군가 곁에 있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상윤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두려워."

"뭐가......"

"내 첫 상대는 양부였어. 매우 고통스러웠지만 나는 그의 곁에 있기 위해 참았어. 그러나 그는 결국 나를 떠나갔지. 그리고 나머지 상대들은 모두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으니까. 난 섹스를 하면서 한번도 흥분되거나 즐겁지 않았어. 아니, 오히려 지옥 같은 경험들이었지. 만일 너와 섹스를 하면서도, 그런 고통을 참았는데도 ... 그런데도... 네가 나를 떠나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하지?"

상윤은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태경을 올려다보았다. 여왕처럼 자존심 강하고 차갑기만 하던 상윤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보자 태경은 가슴이 쓰렸다.

"상윤아...... 넌 지금 나를 원하고 있니?"

"모르겠어."

태경은 눈물로 촉촉하게 젖은 상윤의 눈썹 위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그럼 난, 네가 원하기 전까지 내곁에서 지켜보기만 할게. 그러니 고통 따윈 참지마."

상윤은 태경의 팔에 얼굴을 기댔다. 

"태경아"

"왜......?"

"......"

상윤은 지금 최고로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태경아"

"왜?"

"......"

상윤은 절대로 떠나지 말아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태경은 상윤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들으며 그의 머리를 계속 쓸어주고 있었다.

"상윤아"

"왜?"

"네가 이 세상에 살고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해."

상윤은 눈을 감았다. 머리에 느껴지는 태경의 손길 하나 하나에 신경이 곤두서고 속이 울렁거리는 것만 같았다.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살아 있기를 잘했어'

처음 느껴보는 감정. 순간 태경의 몸을 좀더 가까이 느끼고 싶다고 생각했다. 좀 더 가까이 그를 받아들이고 그의 모든 것을 손끝으로 온몸으로 느끼고 싶어졌다. 

태경의 숨소리, 웃음소리 하나 하나와 좀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이렇게 좋아한 것은 처음이었다. 

"나 지금 어떤 표정을 하고 있지?"

"아름다워 최고로."

"갖고 싶어. 네가 가진 모든 걸"

"다 줄게."

상윤은 고개를 들어 태경을 올려다보았다. 태경은 슬며시 미소짓고 있었다. 상윤은 그의 입술에 손가락을 천천히 가져다 댔다. 그리고 가만히 더듬어 보았다. 

상윤은 태경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댔다. 부드럽고 촉촉한 입술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태경의 품안에서 상윤의 몸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태경은 미칠 것만 같은 충동을 참아야만 했다.

상윤은 주저하다가 자신의 혀를 태경의 입술사이에 밀어 넣었다. 

"픽!"

상윤은 키스하다말고 웃음이 나와 웃었다. 

"마치 첫키스 같이 흥분돼."

"나도 마찬가지야. 벌써 흥분 돼 버렸다고."

그리고 두 사람은 마주보며 웃어 제꼈다. 

"태경아 만일 몸 전체가 조금씩 아픈 것이 낳겠니? 아니면 몸의 어느 한 부위가 못쓰게 될 정도로 아픈 것이 낳겠니? 너라면 어느 쪽을 선택할 꺼야?"

태경은 상윤의 머리를 품에 안은 채 대답했다. 

"나? 물론 조금씩 아픈 것이 좋겠지"

"왜지?"

"그러면 치료해서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

"치료라......."

"상윤아, 너는 한쪽을 썩은 채로 내버리지마. 나는 완전한 반쪽짜리보다 네 모습 그대로의 너를 좋아하니까."

그의 가슴에서 울려나는 목소리는 너무나 근사해서 상윤의 눈에는 눈물이 맺히고 있었다. 

"태경아 너 알고 있어?"

"뭘?"

"네 목소리가 얼마나 근사한지. 예전부터 이 목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두근거렸어."

태경은 피식 웃었다. 밖은 바람이 울부짖고 있었지만 하나도 춥거나 공포스럽지 않았다. 상윤은 태경의 가슴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다시 안아 줘. 나... 너와 함께라면 어떤 일도 고통스럽지 않을꺼 같애."

형광등 불빛아래 파리한 상윤의 몸이 드러났다. 태경은 상윤의 몸에 구석구석에 입을 맞춰갔다. 

"내 키스는 치료의 키스야."

그리고37도의 체온으로 상윤을 안았다.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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