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6화 (137/140)

  이제 쉴 수 있을까

  [...마지막 에너지 전달 완료. 주포 발사 준비.]

  모두의 귀에 강이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제 끝났네?"

  암흑가에서 미호가 자신의 털을 다듬으며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작전이 성공하면 살고, 실패하면 모든 인류가 멸망하겠지. 암흑가의 용어로 말하면 판돈을 모두 건 올인이다.

  "으으윽"

  "어?"

  그런데 갑자기 옆에서 신음이 들려온다.

  미호가 놀라서 돌아보니 삼색이 눈을 반쯤 뒤집고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삼색아? 왜 그래?"

  물론 슬라이프와 싸우느라 무리하긴 했어도 방금까지는 멀쩡했는데?

  [잠깐 백호님이랑 연결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미호가 다급하게 조언을 구하려 무전을 날렸다.

  청룡은 혹시 무리하면 자신이 모르는 이상이 생기는 걸까?

  "삼색아!"

  "크...나...나는 괜찮다."

  미호가 안절부절못하는 와중에 삼색이 손을 휘적휘적 젓는다.

  하지만 눈은 벌겋게 충혈되고 몸은 바닥에 눌어붙은 듯 늘어진다. 이게 어딜 봐서 괜찮나.

  [미호? 무슨 일이냐?]

  "백호! 당장 나를 주인에게 데려다줘! 도와줘야 한다!"

  백호와 통화가 연결됐지만 정작 요청한 미호가 아니라 삼색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아이고! 이놈아! 무슨 일인데 그래?]

  늙은 신수에게는 너무 갑작스러운 소음이었는지 백호의 목소리가 순간 떨린다.

  "주인! 주인이 위험하다!"

  [또 예지를? 어떤 게 느껴졌느냐?]

  ?

  백호가 연륜을 발휘해 정확히 삼색의 상태를 진단했다.

  "이번에는 느껴진 게 아니다. 봤다!"

  [무슨?]

  삼색의 말에 듣고 있던 현무와 백호가 동시에 기함했다.

  무려 `봤다`고?

  [네 몸은 괜찮으냐?]

  수많은 세월을 살아온 전대의 청룡도 다루기 힘들어했던 권능인 `예지`다.

  세상 모든 이치가 그렇듯 반작용이 없을 리가 없다.

  "안 괜찮..."

  "나는 괜찮다!"

  미호가 자신의 말을 가로채는 삼색의 모습에 눈을 질끈 감는다.

  `너는 변한 게 없구나.`

  괜찮을 리가 있나.

  방금 발작을 일으켜서 땅에 뒹굴고, 온몸이 식은땀으로 푹 젖었는데 말이다.

  자신의 연인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과거와 같았다.

  -주인이 괜찮아진다면 뭐든 하겠다.

  숙종의 근심을 덜어주기 위해 한낱 영물이 신수를 찾아갔으며, 몇 년이나 악착같이 고생한 그 이유.

  [네 예지는 아직 불안정하다는 걸 잊지 마라.]

  "하지만..."

  심지어 전대 청룡조차 대격변을 예지로 봤지만 결국 죽었다. 그게 피조물들의 한계이자 운명의 오묘함이다.

  "그래도 이미 봐 버린 걸 어떡하냐!"

  [하...]

  백호가 삼색의 말에 허탈한 숨을 내쉬었다.

  `하긴, 이게 너답구나.`

  삼색은 청룡의 기본적인 능력인 전기도 제대로 못 쓰던 녀석이다.

  그런데 카렌에 한해서는 ?무려 예지를 보기까지 한다. ?대체 자신의 주인을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 건지...

  [알겠다.]

  백호는 어차피 말려봤자 소용없다는 걸 깨닫고는 최대한 도와주기로 마음 먹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후회라도 없어야 하지 않겠나.

  [그럼 무엇을 봤느냐.]?

  "흐릿해서 정확히는 못 봤지만, 주인이 붉은색과 푸른색이 섞인 엄청난 공격을 받는다."

  "단 한 장면이군."

  그 빛줄기에 카렌이 휩쓸리는 그 찰나의 순간이 삼색이 본 전부였다.

  `그 공격에서 살아날 수...아니다! 주인이 죽을 리가 없다.`

  삼색이 무심코 떠오른 불길한 생각을 털어내려는 듯 고개를 빠르게 털었다.

  "그래서 백호가 주인을 좀 도와주라. 응? 아니면 다쳤을 테니까 치료할 수 있게 엘리랑 같이 가주던가."

  [우리가 둘이 싸우는 동안 가봤자 방해만 될 거다. 그리고 네가 본 공격이라면 지금 내 상태로는 막을 수도 없을 테고. 그럴 거면 차라리...]

  휘이이잉!

  "조금 늦게 가는 게 낫다."

  바람과 함께 백호가 채린을 태우고 삼색과 미호의 앞에 나타났다.

  "왜 여길 왔어?"

  "지금 남은 내 힘으로는 어차피 한 번에 카렌 쪽으로 가지 못한다. 같이 성지로 가 엘리와 함께 가자꾸나. 인간, 거기에 그 날아다니는 뭔가 있지 않나?"

  [초고속 비행기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성지는 어둠과 싸우다 보니 아무래도 다른 곳에 비해 피해가 확연히 적었다.

  게다가 솔라리 교단의 성지이니만큼 미리 확보된 기체로 바로 비행이 가능했다.

  "그런데 우리는 왜 굳이 데려가냐?"

  "맞아요."

  권능을 아직 못 쓰는 미호도 그렇고 채린은 말할 것도 없다.

  삼색이 비록 미약한 치료 능력을 가지고 있다지만 어디까지나 작은 상처를 낫게 할 정도다.

  ?

  "또 하나의 기적을 더하고 싶어서다."

  "그게 무슨 소리..."

  "지금 말하면 오히려 방해가 될 터. 일단 가자. 내 등에 올라타라."

  백호는 간절하게 염원했다.

  `내 예상...아니 바람이 맞았으면 좋겠군.`

  * * *

  "하!"

  혼돈은 처절하게 자신과 싸우는 눈앞의 인간을 향해 격한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아쉬워! 너무 아쉬워!"

  인간이 이럴 때 쓰는 말을 한 번 써본다.

  물론 자신의 몸도 정상은 아니다.

  절로 감탄이 터져 나오는 카렌의 허를 찌르는 공격에 계속 당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저 앞에서 망가져 버린 자신의 적수에 비할까.

  휘익...

  카렌이 은발을 나부끼며 왼손을 죽 내리자 명령을 받은 바다가 용암을 덮치고.

  오른손으로는 빙산을 이리저리 휘둘러 가시를 뻗어 물을 얼린다.

  마치 거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유려하게 움직이는 카렌의 팔.

  "음..."

  하지만 혼돈은 이미 카렌의 몸에서 강하게 풍기는 죽음의 향을 맡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지금 자신에게 하는 짓을 봐라.

  번쩍!

  태양이 잠깐 집중력을 잃은 혼돈의 눈을 가리고 그 틈으로 은빛 창 한 개가 혼돈의 옆구리를 꿰뚫는다.

  "그만하는 게 좋아. 너는 살려줄게. 응?"

  작지 않은 타격이다. 하지만 지금 이따위 것이 혼돈에게 문제가 아니다.

  쑤욱-

  ?

  혼돈이 창을 뽑아내고는 카렌을 향해 서글픈 표정을 보낸다.

  아쉬움.

  방금 배웠던 그 감정이 너무나도 강렬했기에...자신의 피해는 너무나도 사소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하다가 죽을 거야."

  정령들은 시간이 다 되어 돌아간 지 오래다.

  지금 자신의 눈을 가린 태양은 오롯이 카렌이 정신력으로 움직였고.

  옆구리를 찌른 창은 카렌을 마지막까지 보호하던 최후의 실드다.

  "쿨럭...장난감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어."

  카렌은 피 섞인 기침을 내뱉으면서도 머리로는 혼돈을 계속 분석했다.

  놈의 지금 감정은 자신의 유일한 적수이자 장난감인 자신이 사라질까 봐 생긴 아쉬움, 아니 두려움에 가까우리라.

  `끝까지 정말...`인간` 답지는 못할 놈이야.`

  겉모습을 꾸미고, 흉내 내도 느껴지는 한계다.

  "이래도?"

  치이이이익!

  혼돈의 말이 끝나자마자 불시에 카렌을 덮치는 용암.

  "크윽..."

  카렌이 옆으로 몸을 던졌지만, 말을 듣지 않는 근육 탓에 살짝 늦어 버렸다.

  치이익...

  단 몇 방울. 보글거리는 용암이 살짝 튀어 카렌의 어깨에 흘러내린다.

  살이 타들어 가며 단숨에 뼈까지 녹이자 끔찍한 소리와 냄새가 진동한다.

  "아프잖아. 응? 진짜야. 너는 살려줄..."

  카렌은 놈의 헛소리는 그냥 무시하고 오른손으로 목걸이 아공간을 열어 엘릭서를 꺼내 자기 팔에 부었다.

  우드득...

  녹아버린 신경, 뼈, 피부가 재생되면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극한의 고통이 찾아온다.

  꿀꺽 꿀꺽

  남은 엘리서가 거침없이 카렌의 입으로 들어가고 ?불에 달군 돌멩이를 삼킨 듯 뜨거웠던 장기들, 특히 심장이 조금이나마 안정을 찾는다.

  땡그랑!

  `마지막이군.`

  지금 먹고 던진 엘릭서 병 근처에는 이미 빈 병들이 한가득이다.

  그래도 아깝진 않다. 안 마셨다면 예전에 죽었겠지.

  하지만 아까부터 휘청거리는 다리와 점점 의지와 상관없이 감기는 눈꺼풀은 이제 엘릭서로도 한계였다.

  "넌 정말 꺾이지 않는구나."

  심오한 아샤의 마법조차 단숨에 파악한 혼돈은 카렌이라는 문제를 아직도 풀지 못 했다.

  대체 무엇이 저 인간을 저렇게까지 하게 만들까.

  주르륵-

  얼마나 입술을 세게 깨물었는지 피가 주르륵 카렌의 턱선 끝에 맺혀 방울방울 떨어진다.

  이렇게나마 희미해지는 의식을 깨워 보려고 했지만...

  `졸리군.`

  몸이 나른해진다. 죽기 전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카렌님! 주포 준비됐습니다.]

  그때 번쩍 현실로 돌아오게 만드는 반가운 강이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잘해줬어.`

  단 한 쪽만 실패해도 어그러지는 계획이지만 모두 훌륭하게 해냈다.

  그럼 이제 자신의 차례다.

  다시 또렷해지는 의식 속에서 카렌이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낸다.

  엘릭서로 간신히 진정된 심장이 다시 날뛰고 뇌의 신경들이 비명을 질러댄다.

  "가둘 테니 쏘도록."

  바다, 태양, 빙산. ?

  카렌의 작품들이 모두 한순간 기세를 몰고 치고 나간다.

  "어...?"

  전 방위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예상치 못한 공격에 혼돈이 당황해 눈동자가 흔들린다.

  `마지막 발악이군.`

  하지만 이내 카렌의 의도를 짐작하고는 마음을 굳힌다.

  자신의 유일한 적수였던 상대.

  그 최후의 공격을 예우를 다해 전력으로 부딪혀 준다.

  둘 다 꼼짝하지 않고 집중하자 대지가, 하늘이 비명을 질러댄다.

  지각이 비틀리고, 빛과 어둠에 의해 공간마저 일그러진다.

  팽팽한 대치가 한동안 이뤄지지만 둘 다 이 싸움의 결과를 알았다.

  단지 시간문제일 뿐 지금도 서서히 카렌이 밀리기 시작했으니까.

  "지금."

  [목표 지점 도달까지 40초.]

  암흑가, 성지, 영지의 모든 힘을 모은 주포가 마침내 포대에서 쏘아져 나간다.

  "응? 뭐지?"

  하지만 혼돈은 처음 보는 마법진의 용도를 파악할 정도로 민감한 놈이다.

  `역시나 알아채는군.`

  초장거리 저격임에도 놈의 고개가 정확히 대포가 발사된 쪽으로 돌아간다.

  "토리. 지금이다."

  자신의 마지막 안배.

  "찍!"

  복슬복슬한 털을 가진 흰색 쥐가 허공에 나타나더니 카렌의 태양으로 쏙 들어간다.

  순간이동이 가능한 솔라리 교단의 하나뿐인 신수.

  엘리와 카렌의 인연을 맺어 준 토리가 카렌의 요청에 다시 한번 모습을 드러냈다.

  화르르르륵!

  태양이 토리의 털 색과 똑같이 흰색으로 물든다. 카렌이 태양을 만들 때 아쉬워했던 신성력이 채워지는 순간이다.

  지지지직-

  블랙홀이 갑자기 신성력 덕분에 배가 된 태양의 공격에 재로 변해 사라지고, 긴 싸움 동안 이어졌던 균형이 처음으로 완벽하게 무너져 내린다.

  "크으..."

  태양은 거침없이 나아가더니 이내 혼돈을 자신의 둥그런 구체 안에 통째로 집어넣는다.

  -찍!

  "오래 못 버틴다고? 윽...괜찮아."

  카렌이 자신의 어깨 위에 어느새 순간 이동한 토리를 쓰다듬으려다 자신의 의지를 벗어난 팔에 포기하며 말했다.

  [30초.]

  ?

  그 잠깐의 시간이 카렌이 원한 전부였으니까.

  쾅! 쾅! 쾅!

  그런데 태양으로 만들어진 감옥이 놈의 거센 반항에 금방이라도 깨질 듯 금이 뻐쩍 하고 갈라진다.

  "젠장...끝까지..."

  카렌이 마지막 남은 마나를 쥐어 짜내어 태양에 보탠다. 심장이 터질 것 같지만 별 수 있나.

  [25초!]

  이럴 때만 시간은 왜 이렇게 안 가는지 참 야속한 기분마저 든다.

  "음?"

  그런데 갑자기 주변이 고요해지며 속을 진탕 시켰던 놈의 반항도 끊긴다.

  "알았어!"

  그리고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놈.

  탈출을 포기한걸까? 놈이 우뚝 서서 카렌이 서 있는 곳과 정반대쪽의 하늘을 올려다본다.

  우우웅...

  혼돈이 카렌을 향해 미소 짓는다.

  몸의 일부분과 같은 자신의 물이 아까부터 이쪽으로 빠르게 향하는 무언가의 떨림을 감지하고 있었다.

  [21초]

  "너를 그렇게 만드는 원인을 알았어."

  죽음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혼돈의 얼굴에서는 오히려 기대감이 떠오른다.

  `뭐지?`

  촤아아악!

  바깥에 남아있던 놈의 해일과 용암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

  이번에는 카렌조차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놈의 심리에 순간 반응이 늦었다.

  아니, 이미 한계를 아득히 넘어버린 지금 상태로는 못했다는 게 맞으리라.

  "뭐..."

  그런데 놈의 공격이 향한 방향이 이상하다.

  방금 놈의 고개가 돌아 간 쪽으로 용암과 해일이 쏜살같이 날아간다.

  순간 엄청난 불안감이 카렌의 온몸을 휘감는다.

  `징조.`

  자신을 수없이 살려 준 카렌의 본능이 경고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다. 이건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험이 아니다.

  "강이사! 저 공격이 향한 방향에 뭐가 있지?"

  [...14초 남았...]

  "강이사!"

  [그건...]

  "말해라."

  [...삼색, 미호, 백호, 엘리, 채린님이 타신 비행기가 날아오고 있습니다.]

  그때 카렌에게 다시 혼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킬 게 있어서 그래. 맞아! 너는 자신의 고통 따위로 눈물을 흘리지 않을 거야. 하지만..."

  [5초]

  혼돈은 처음 봤을 때처럼 카렌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너의 소중한 사람들이 죽어도 울지 않을까? 과연..."

  쉐에에에에에에엑!

  [목표 적중.]?

  혼돈은 마지막 말을 끝맺지 못했다. 이윽고 도달한 엄청난 에너지가 혼돈을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없애버렸으니까.

  "토리."

  -찍!

  단숨에 카렌의 의도를 알아차린 토리가 거절의 의미로 카렌의 목덜미를 살짝 물었다.

  "엘리가 저 비행기에 타고 있어. 너는 신수잖아. 성녀 안 살릴 거야?"

  -...찍

  비겁하다고 자신을 쏘아보는 토리를 뒤로하고 카렌은 자신의 힘을 다시 불러들였다.

  바스슥.

  바다와 얼음덩어리를 다시 마나로 변환시켜 심장에 저장하자 순간 느껴지는 이질감에 카렌은 깨달았다.

  `아...`

  심장에 금이 갔다.

  하긴 그렇게 무리를 시켰으니 파업을 선언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그래도 다행이야."

  워낙 튼튼했던 심장 덕에 자신의 마지막 일을 끝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강이사. 애들한테 전해 줘."

  [...]

  "너희들 잘못이 아니다. 어차피 나의 몸은, 심장은 수명을 다했었다고. 와줘서 고맙다고 말이야."

  강이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어폰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서러운 울음소리가 충분한 대답이 되어 주었다.

  팟!

  카렌의 모습이 사라지더니 정확히 비행기와 혼돈의 공격 바로 중간에 나타났다.

  이이이이이잉-

  [비행기 방향 틀어! 빨리!]

  엔진을 최고출력으로 올려 비행기의 파일럿들이 다가오는 공격을 피하려 기동하지만 서로 얽힌 붉고 푸른 빛줄기가 마치 뱀처럼 계속 따라온다.

  '저건 못 피해.'

  카렌은 확신했다.

  혼돈이 죽어가면서까지 자신의 모든 힘, 원념을 쏟아부은 공격이다. 잠시간이지만 생명을 얻었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

  ?

  "그렇게 내 눈물이 보고 싶었나."

  그 집착과 호기심이 이렇게까지 할 정도였을까.

  놈이 끝까지 인간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듯, 카렌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건 확신할 수 있다. 놈은 죽어서도 자신의 눈물은 보지 못 할거다.

  으지직-

  "내가 막을테니까."

  카렌의 심장이 반쯤 바스라지며 아까 보관해 둔 기운을 자신의 몸에 두른다.

  실드도 그렇고, 마법은 시전자의 몸에서 가까울 때 가장 강하고 효율이 좋다.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릴 붉고 푸른 빛줄기가 날아들지만 카렌은 조금도 두려움 없이 정면으로 놈에 맞선다.

  콰아아아아아앙!

  거센 충돌음이 세상에 울리고...

  한 인간이 힘없이 지상으로 추락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어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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