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두 번 온다
"?귀찮음? 그건 너무 어려운 감정이야."
혼돈이 왼쪽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저것 또한 인간이 이해가 안 됐을 때의 움직임을 학습했겠지.
"그런 복잡한 감정보다 나는 눈물에 담긴 감정이 그냥 좋더라."
"변태 같군."
"그런가? 역시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겠지?"
츠으으으으...
`뭐지?`
놈과의 대화 중에 순간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에 카렌의 귀가 움찔거린다.
평소라면 몰랐겠지만, 지금은 전투 때문에 예민해진 상태, 카렌의 오감과 본능이 불길함을 감지하고는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왜 그래? 나는..."
놈의 말은 무시한다. 말소리를 의식적으로 배제하고 주변에 집중하니 더욱더 선명하게 들리는 이질적인 소음들.
츠으으...
드드드...
자세히 들어보니 한 군데도 아니다.
처음에는 놈이 다시 만들어낸 용암이 주변을 녹이면서 발생하는 소린 줄 알았다.
하지만 타들어 가거나, 녹는 소리와는 전혀 다른 뭔가 이질감이 섞인 소리다.
"인간이 울 때 내뿜는 그 강렬한 감정이 좋아. 참 솔직하거든."
갓 말을 배운 아이처럼 쉬지 않고 떠드는 놈을 뒤로하고 마침내 카렌은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냈다.
놈의 뒤. 바닥의 흙, 풀, 자갈들이 놈이 만들어낸 칠흑 같은 밤 속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저거...단순히 어두운 게 아니었군."
성지에서 어둠의 군주, 슬라이프를 쫓아낼 때는 제대로 된 싸움은 없었으니 처음 보는 능력이다.
"아! 들켰다! 나도 너처럼 해보고 싶었는데...이게 네가 나한테 한 `허를 찌른다`라는 거잖아."
혼돈이 마치 숨바꼭질에서 술래에게 잡힌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음을 터뜨린다.
하지만 놈의 환한 얼굴과는 다르게 카렌의 표정은 얼음처럼 굳는다.
`저 놈 여기서 못 죽이면 큰일 나겠어.`
이 짧은 시간에 스펀지처럼 자신의 방식과 지식, 전투 감각을 습득하고 활용하고 있다.
1년, 아니 몇 개월만 지나면 지금껏 만나 본 최악의 적이 탄생하겠지.
아니, 사실 지금도 최악이다. 저걸 봐라.
"블랙홀...` 카렌이 지금 앞으로 내세우고 있는 어둠을 보고 떠올린 현상이다.
`확실히 처음보다 커졌어.` 착각 따위가 아니다.
자신과 싸우고 있는 동안 뒤에 움츠려 있던 어둠은 어느새 훌쩍 제 몸집을 불렸다.
그 원인은 지금도 빨려 들어가고 있는 각종 이물질이 분명하다.
물론 실제 블랙홀에 비하면 흉내 정도지만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위협이다. 그리고 만약 한계가 없이 점점 더 커진다면?
"후우..."
생각할 잠깐의 시간조차 아깝다.
카렌이 살짝 입술을 깨물자 오른손에 강렬한 빛이 뿜어 나오더니 주변의 실드를 자신의 빛으로 물들인다.
그리고는 동그랗게 모양을 재단해 파도 바로 위로 띄운다.
다행히도 바다를 만들 때와는 달리 상상력은 그다지 필요치 않았다.
그저 인간이 평생 볼 수 있는 평생 봐 온 가장 밝은 빛을 내는 구체, 태양을 떠올리면 되니까.
"와..."
혼돈이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낸 카렌의 작품을 바라보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짝! 짝! 짝!
그러면서 앞으로 크게 두 손을 내밀더니 그대로 마주친다.
과장된 몸짓과 카렌을 보며 눈을 빛내는 그 모습을 보는 이들은 모두 섬뜩해지리라.
`아이같이 순수한 사이코...`
카렌의 놈에 대한 감상평이다. 저놈에게 지구는 거대한 테마파크, 자신은 가장 재밌는 장난감으로 보일 거다.
카렌이 양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 따위는 없다.
`그사이 더 커졌군.`
지금도 저놈의 블랙홀은 마구잡이로 주위를 삼키며 몸을 불리고 있으니 말이다.
쏴아아아아!
먼저 바다가 철썩이며 앞으로 나간다.
마치 풍랑이 치는 바닷가처럼 파도가 거칠게 일며 상대를 위협하고.
쩅--
그 위로는 밝은 빛을 뿜는 붉은 태양이 떠올라 마치 끝없이 펼쳐진 대양 위의 태양을 보는 듯하다.
"오?"
물론 카렌이 보기 좋으라고 푸른 바다 위에 태양을 위치시킨 건 아니다.
번쩍!
자연이 만든 천연 반사판. 푸른 물결 위로 반사된 강렬한 빛이 어둠에게 쏘아진다.
태양 본연의 빛을 120% 활용하는 방법.
이에 블랙홀이 순간 움찔거리더니 흡수를 멈춘다.
`역시 동시에는 안 되나 보군.`
진짜 우주의 블랙홀은 빛뿐만 아니라 거대한 별마저 삼킨다고 하지만...역시 그것까지는 무린가보다.
하지만 부족한 점은 카렌에게도 있었다.
신성력.
아쉽게도 엘리 없이는 신성력까지 구현을 못 한다. 본인이 솔라리 교단의 이단심판관이긴 해도...
`기도는 도저히 못 하겠어.`
그것도 신성력을 쓸 정도의 진정한 신앙심은 카렌에게는 무리다.
물론 신은 실존한다.
하지만 카렌은 벨리알에 떨어진 그 이후부터 대가 없는 구원을 바라지 않게 되었다.
"가라."
믿는 것은 노력과 세월 동안 자신이 쌓아 올린 결과물.
바다와 태양이 카렌의 지휘 아래 자신들의 적에게 돌진한다.
"그거 멋있다! 이렇게...가라!"
상상을 초월한 힘. 말 그대로의 힘 앞에서 혼돈은 여전했다.
오히려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카렌을 따라 하며 용암과 블랙홀을 앞으로 보낸다.
치이이이익!
아까처럼 지상으로는 물과 불이 서로 맞부딪히며 아까처럼 다시 흰 연기를 뿜어낸다.
하지만 아까와 다른 점은 독무가 이번에는 하늘 높이 솟지 못했다.
그 위에 떠 있는 블랙홀과 태양이 모조리 불청객들을 삼켜버렸으니까.
?
쿵! 쿵! 쿵!
카렌은 거세게 뛰는 심장을 느끼며 계속 마나를 자신의 창조물들에게 쏟아붓는다.
특히 지상과 달리 블랙홀과 태양 쪽은 한치도 방심할 수 없는 접전이 이어지는 중이다.
..........
소음 따위는 없다. 그저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지며 그 치열함을 보여줄 뿐.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빛은 휘어지며 블랙홀 속에 반쯤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재빨리 카렌의 지시 아래 간신히 빠져나오고...
꿀럭
추가로 제공되는 카렌의 마나 덕에 다시 몸을 불리고는 어둠과 막상막하로 싸우기 시작한다.
바다든, 태양이든, 한 번 사라지면 다시 만들어 낼 여유는 없으니 지켜내야만 한다.
그야말로 초 단위로 승부가 가려지는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결투.
"음..."
카렌이 신음을 삼킨다.
얼핏 보기에는 막상막하지만...
치이익
지상에서 용암 한 줄기가 스르륵 삐져나와 카렌을 노린다.
카렌이 알아채자마자 단숨에 바다의 물줄기가 앞을 가로막아 식혀버렸지만 저건 단순히 시작일 뿐이다.
"오?"
역시나 놈의 표정이 일변한다. 하긴 직접 힘을 맞대고 있는 놈이 모를 리가 없지.
단번에 변칙적인 공격들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용암의 일부가 땅속으로 파고들며 잠복해 기회를 노리고, 그 사이에 어둠은 카렌의 눈을 어지럽힌다.
실력이나 힘의 차이가 아니다.
`역시나 밀리는군.`
예상했지만 직접 몸으로 부딪치니 입맛이 쓰다. 이건...
본질, 종족의 차이.
모습은 같은 인간이어도 저 놈은 자기 팔과 다리를 움직이는 느낌일 터.
직접 일일이 인지하고 그다음 움직여줘야 하는 카렌에 비하면 지극히 자연스럽고 효율적이다.
"드디어 네 눈에서 눈물을 볼 수 있겠다! 어떤 감정이 묻어 나올까? 고통? 절망? 너의 얼굴은 어떻게 일그러질까?"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을까.
악의라고는 요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소름끼치는 말을 내뱉는 혼돈이다.
"그런 일은 없을 거다."
"왜?"
하지만 여전히 냉정한 카렌의 목소리와 표정에 놈의 눈이 동그래진다.
귓속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으니까.
?
[성지에서 인공 태양 차폐막을 개방합니다.]
카렌이 연금술사로서 쌓아 온 또 하나의 업적이 그 빛을 발하려 다시 한 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어둠의 능력은 블랙홀이랍니다.]
삼색의 귓속으로 카렌이 알려 준 정보가 들려온다.
"그거...이미 알고 있다!"
삼색의 몸은 아까부터 전기에 휩싸여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을 둘러싼 공허에 금방이라도 삼켜져 사라졌을 테니까.
파지지직!
삼색이 정면으로 전기를 쏘아내자 섬광이 번뜩인다.
스르르륵...
하지만 징그럽게도 다시 밤이 찾아오고 도무지 바깥세상으로 나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어둠은 사방에서 점점 삼색을 쪼여오고, 위기를 느낀 털이 곤두선다.
`내부에서만은 안 돼. 외부에서도 공격이 필요한데...`
시간이 없다.
자신은 엄연히 체력이 있는 생물이고, 자신의 빛은 지금도 서서히 어둠 속에 빨려 들어가고 있으니까.
화르르륵!
그때 들리는 반가운 소리.
"미호!"
순간 실낱같이 살짝 보인 붉은 빛 쪽으로 삼색이 신나서 전기를 내뿜는다.
내부에서는 삼색의 노란 전기가, 외부에서는 미호의 붉은 화염이 환하게 빛의 길을 만든다.
빠직!
삼색이 한 줄기의 번개가 되어 재빠르게 밖으로 달려 나간다.
츠츠츠츠츠...
?
하지만 어둠도 가만있지 않았다.
잡은 먹이를 놓치지 않으려 재빠르게 삼색을 둘러싸며 통로를 조여온다.
"으차!"
하지만 간발의 차로 삼색이 바깥세상으로 몸을 던져 빠져나가는 데 성공했다.
"왔어?"
금방이라도 땅에 뒹굴 것 같던 삼색을 백설기 같은 푹신한 털들이 감싸 안았다.
9개의 풍성한 하얀 꼬리를 가진 구미호.
성인 호랑이의 두 배 정도 되는 거대한 여우가 고양이의 볼을 살짝 비빈다.
"미호, 이게 얼마 만에 보는 본체야?"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으니까."
우드드득...
삼색이 그에 호응하며 자신의 몸을 불린다.
입에서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솟아나고, 네 발에서는 강철도 단번에 갈라버릴 발톱이 위협적으로 밖으로 튀어나온다.
"우리 삼색이 엄청 커졌다."
단순히 살을 말하는 게 아니다. 청룡이 되기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듬직해진 자신의 남자친구를 보며 미호가 감탄했다.
"지키려면 커져야지."
"어머?"
삼색이 자신의 꼬리로 살짝 미호의 등을 쓰다듬자 미호의 눈매가 게슴츠레해진다.
[이...도망치는 건 빠르구나!]
대놓고 염장을 지르는 커플들을 향해 어둠의 군주, 슬라이프가 고성을 내지른다.
"당연히 도망가야지. 우리가 어떻게 이기냐?"
자신들은 신수가 된 지 얼마 되지도 않다. 백호와 현무와는 다르게 정면으로는 발을 묶는 것조차 못 하지.
딸그락...
순간 예민한 삼색의 귀에 반가운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너를 놀리는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슬라이프의 바로 위로 뿌리의 부대원들이 던진 섬광탄 수십 개가 일제히 날아든다.
번쩍!
삼색은 어느새 특수제작된 선글라스를 끼고는 미호의 눈 앞은 자신의 풍성한 꼬리털로 살포시 가려주었다.
단순히 빛만 내뿜는 수류탄이 아니다. 가까이서 터진다면 사람 한 명쯤은 죽일 수 있는 빛과 열을 내뿜는 강력한 도구.
[이...]
물론 슬라이프에게는 간지러울 정도다. 하지만 누구나 모기가 자신의 눈앞에서 맴돌면 짜증이 나지 않겠는가.
슬라이프가 분개하며 건방진 인간 놈들을 단번에 쫓으려 하지만...
번쩍!
화르륵!
삼색과 미호의 지원사격에 뿌리의 대원들은 순식간에 자리를 이탈해버린다.
뱅그르르르르
벌써 수십 번을 반복된 행태에 슬라이프는 분노에 차서 눈동자를 사방으로 굴렸다.
[후회하게 해주마.]
그리고는 아예 방식을 바꿨다.
처음에는 빨리 처리하고 대군주에게 가려 했으나...
파아아앗!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어둠들. 주변에 닿은 모든 것들이 그야말로 삼켜지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가까이에 있던 작은 건물 하나. 속도로 보아하니 이대로 가면 온 도시가 밤으로 물드는 것도 시간문제이리라.
"그걸 기다렸어. 지금이야."
하지만 삼색은 오히려 입꼬리를 끌어 올린다. 괜히 시간을 끌고, 이렇게 고생한 게 아니다.
[인공 태양 차폐막을 개방합니다.]?
자신들의 작전은 놈이 멈춰있어야 가능했으니까.
지금 삼색과 미호가 싸우고 있는 무대. 성지의 대표적인 명물, 거대한 탑의 꼭대기의 덮개가 개방된다.
"태양은 어둠을 이기리니..."
카렌이 만든 인공태양. 그 앞에 엘리가 자기 손을 올려놓고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뜨거움은 없다. 어차피 자신의 믿음과 이 태양의 성질은 일치하니까.
[각도 조절. 좌표 확인.]
끼기기긱...
인공 태양 전면의 거대한 볼록렌즈가 부드럽게 자신의 몸체를 기울이며 한 곳을 조준한다.
카렌이 슬라이프를 지구에서 쫓아낼 때 임시로 만들어낸 간이 렌즈를 본따 만든 거대한 돋보기.
"태양의 빛으로 어둠을 멸하소서."
엘리의 기도와 끝남과 동시에 렌즈를 투과한 신성력의 강력한 빛이 한 곳으로 쏘아진다.
[크아아아악!]
슬라이프의 몸에서 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검은 연기가 폴폴 피어오른다.
"쏟아부어!"
이어서 삼색과 미호, 뿌리의 전력을 다한 공격이 슬라이프에게 쏟아진다.
츠츠츠츠...
통쾌한 타격음 따위는 없다. 그저 모든 공격이 물처럼 놈에게 빨려들었으니까.
"통한다."
하지만 모두 알 수 있었다. 놈에게서 피어오르는 연기나, 꿈틀거리는 괴로움, 그리고 무엇보다 점점 줄어가는 놈의 크기.
금방이라도 성지를 통째로 삼킬 듯했던 놈의 기세는 확연히 수그러들고 있었다.
`이대로만 가면...`
확실하게 끝낼 수 있다.
[카렌님 쪽도 괜찮아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주인 쪽도 도움이 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 아닌가.
"어...?"
갑자기 놈의 몸체가 부르르 떨리자 모두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뭐지? 죽기 전 마지막 발악인가?`
퉤엣!
그런데 갑자기 어둠 속에서 콘크리트 벽 하나가 훌쩍 ?튀어 나온다.
"저거 부숴라!"
삼색이 단번에 놈의 의도를 예상하고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콰콰쾅!
모두의 반응속도는 나쁘지 않았다. 삼색과 미호가 순식간에 반쯤 벽을 부수고 마무리는 뿌리의 대전차포가 벽을 가루로 만들었으니까.
"늦었다."
하지만 슬라이프가 노린 건 벽이 태양을 막아준 그 작은 틈이었다.
인공태양에서 나오는 신성력이 인간과 물체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절묘한 수.
[...똑같이 돌려주겠다.]
음산한 목소리가 건물 사이, 그늘진 곳에서 들려온다.
"크아아아악!"
그리고는 순식간에 어둠이 날카로운 창이 되어 뿌리의 한 대원을 꿰어버리고는 낚아채 간다.
[삼색님, 인공태양을 이용한 공격은 각도 조절에 시간이 필요합니다.]
안다.
그것 때문에 놈을 멈춰 세우려고 삼색과 미호가 그 고생을 한 게 아닌가.
까득...
삼색이 순간 옆에서 느껴지는 놈의 기척에 번개를 재빨리 날려보지만...
[네까짓 공격이 대수가 아니다.]
역시나 태양이 없으면 역부족이다. 놈은 기세등등하게 한 곳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놈이 타워 쪽으로 간다!"
놈이 노리는 건 자신을 곤경에 빠뜨렸던 인공태양. 놈을 쓰러뜨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카렌님이 '그걸' 쓰시랍니다.]
그때 이어폰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비상시를 대비해 두긴 했지만... 그건 인류의 마지막 보루 아닌가. ?
[삼색님이 망설이실 줄 알고 이런 상황이 오면 이 메시지를 전달하라고 카렌님이 미리 말씀해 두셨습니다.]
"응? 주인이?"
?
[너답지 않게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일단 저질러라.]
카렌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특유의 말투에 삼색이 코를 씰룩거렸다.
그렇지. 자신치고는 너무 생각이 많았다.
인류고 뭐고, 어차피 자신들이 죽으면 끝 아닌가.
"역시 내 주인이다."
배울점이 아직도 한가득이다.